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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기태의 충고를 들은 재효는 바로 들어가 미란이에게 지금까지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 했고 용서를 구했다고 했다. 몇 시간 동안 재효는 미란이에게 그간의 자신의 실수를 용서해 달라고 했고 아예 마음이 식어버린 것이 아닌 미란이도 다시 마음을 먹기로 해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사이가 좋아졌다고 했다.
기태의 능력을 발견한 후 대령에게 말을 했고 대령도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 신기하군. 그래도 보통은 서로 미약하게 느낌이라는 것이 드는 편인데 자네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군."
" 저도 신기합니다. 요새까지도 정확하게 제 능력에 대하여 확신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재원이의 존재를 느끼면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거리에 있다면 존재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고 만약 그 사람이 제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군지 까지도 알 수 있습니다."
" 마치 레이더 같은 능력이군. 현재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도움이 되는
능력이야."
" 아직 미미하다고 생각됩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점점 발전할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유지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 지금 상태라고 해도 그게 어딘가! 앞으로 김 중사와 재원군과 함께 잘 헤쳐
나가게나!"
" 알겠습니다."
" 그럼 오늘은 쉬라고 했으니 다들 푹 쉬고 내일 아침부터 움직이도록 하게나."
" 네."
우리는 간단하게 몇 마디 대화를 더 이어갔고 오래 지나지 않아 대령의 방에서
나왔다. 오늘 하루는 다들 쉬기로 했기에 별다른 일과는 없었다. 건물 이곳저곳을
다니며 혹시 부실한 곳은 없나 확인을 했고 지하에 내려가 지금까지 저장된 연료를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제는 보일러를 가동할 이유가 없었기에 연료 소비량은 겨울에 비하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동하는 차량의 연료와 건물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전기를 제외하면 사용하는 연료는 많이 없었다. 다들 오랜만에 느긋한 시간을 보내었다. 나도 은혜와 카라반에 창문을 열고 침대에 누워 짧지만 긴 여유를 느끼고 있었다.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과 바람은 온몸에 녹아들 듯 퍼졌다. 노트북에서 예전에 받아 놨던 자료들을 검색하거나 은혜의 안마를 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근처의 주유소를 찾아 움직였다. 아무리 연료의 소비량이 줄었다고는 했지만 주변에 발견된 생존자 무리만 2곳이었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생존자 무리가 얼마나 될지 몰랐기에 가능한 우리가 많은 양을 확보해야만 했다.
" 오늘은 여기와 여기를 찾아가자."
" 얼마나 얻을 수 있으려나."
" 그래도 드럼통이 몇 개 있으니 많은 양을 확보 할 수 있을 거야."
" 다들 어서 움직이자!"
연료를 구하거나 식량을 구하는 일은 우리 세 명으로는 힘들었기에 몇 명이 더 합류하여 움직였다. 국도에는 그래도 규칙적인 거리에 주유소가 있었기에 찾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었고 생각보다 많은 양이 저장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찾은 생존자들이 지내는 곳에 발전기가 있거나 발전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닐거라 추측되었다. 단지 차량을 움직이기 위해 연료를 확보하는 정도가 전부였을 테니까. 수 명이 움직여 확보한 연료는 가져온 드럼통이 모자랄 정도로 채워졌고 몇 번을 더 움직여 가능한 많은 양을 보유하려 노력했다.
"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 그래도 해가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으니 한 번은 더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데?"
" 너무 무리하다 잘못해서 감염체라도 마주치면 어쩌려고! 이 정도로 만족하자."
" 아쉽네."
" 내일 온다고 해서 다른 것 없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 알았어."
아직 해가 지기 전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하여 서둘러 철수했고 연수원에 도착하여 나는 기태에게 다시 도심 안쪽으로 가보자고 했다.
" 해가 지려면 시간이 남았고 우리 둘만 움직인다면 크게 위험할 것도 없으니
다시 가보는 것이 어때?"
" 우리 둘만 움직인다면 상관없어."
" 그럼 훈이에게 말을 하고 어서 움직이자."
" 응!"
우리는 훈에게 둘이서 나가 도심의 상황을 보겠다고 말을 했고 처음에는 반대하다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해줬다.
" 어서 움직이자!"
이미 몇 번을 오갔던 길이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도심지역에서 우리는 가능한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한 지역까지 들어갔고 예전에 들어가려다 막힌 곳 이상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하였다. 도심 안쪽은 오히려 한산했다. 도로에 서있는 차량도 몇 대 없었고 길거리에 시체도 몇 구 보이지 않았다.
" 오히려 안쪽이 더 한산한데?"
" 응. 신기하네. 도심 테두리에만 감염체가 있나? 사람들의 기척은 느껴져?"
" 응.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이 근처에 있나봐."
" 너 느낄 수 있는 탐지 범위가 얼마나 돼?"
" 몰라. 정확히 측정해 본적이 없잖아. 근처에 건물이 몇 개 없는 것으로 보아
반경 1km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
" 흠. 반경 1km라고 해도 넓은 넓이인데. 그 정도만 되도 엄청난 능력인데."
" 그래봐야 네 체력이나 근력보다는 형편없지. 건물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
내리는 녀석이."
" 오히려 네 능력이 더 유용하지. 감염체는 피할 수 있잖아."
" 그런가? 응??!! 어서 피하자!"
" 왜?"
" 수 백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 같아. 생존자가 간이 부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감염체잖아!"
" 어서 피하자!"
우리는 근처 건물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창밖으로 기태가 느낀 방향을 바라봤다. 역시나 수백의 감염체들이 움직임이 보였고 대부분이 남성체로 보이는 감염체였다.
" 예전에는 여성체. 지금은 남성체 감염체라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 나라고 알 수가 있냐? 그리도 저것들은 왜 안가고 이 근처에서 맴도는 거야?"
" 젠장. 골치 아프게 됐다."
예전과 다르게 감염체들은 우리 건물을 중심으로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제 한 시간 가량이면 해가 지는데 해가 지고서는 움직이기는 무리였다. 위험을 감수하고 밤에 움직인다고 해도 우선 저 많은 감염체들이 없어져야만 했다. 지금 저들의 움직임으로 보아 지나가는데 꽤 오래 걸릴 듯 했다.
" 돌아버리겠네."
" 비상식량은 있지?"
" 응. 아껴먹으면 3일은 버틸 수 있어. 낚시용 2인 텐트도 가져왔으니 자는 것도
무리 없을 것인데 문제는 저놈들인데."
" 내 생각에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야 겠다."
" 미안하다. 괜히 내가 오자고 해서."
" 아냐. 그래도 오늘 저들을 보면 그래도 움직임이나 습성을 알 수 있을 테니까
나쁜 것만은 아냐. 우리에게는 지금 저것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
" 응. 우선 입구에 락스를 뿌리고 올게."
난 생수통에 챙겨온 락스를 조심스럽게 입구 주변에 뿌렸고 계단과 복도에도 뿌렸다.
" 움직임은 어때?"
" 아직도 근처에서 맴돌고 있어. 우리의 존재를 눈치챘나?"
" 설마. 우리가 큰 소리를 낸 것도 아니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는데 알 리가 있나."
" 모르지. 우리가 아는 것 외에 우리를 탐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 그렇다면 큰일인데."
기태의 말에 괜히 겁이 났다. 시청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우리 존재의 탐색이 가능하다면 무척이나 위험했다. 우리는 창문에서 유심이 감염체가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봤다. 어떻게 보면 마구잡이로 움직이면 근처를 뒤지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누군가 지시를 하는 듯 중복되는 지역을 뒤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확실히 리더가 있나봐?"
" 응. 한번 뒤진 지역은 뒤지지 않네."
" 우선 우리는 안전한 상황인가?"
" 좀 전에 우리 건물 근처에서 서성거렸으니 우리만 조심하면 다시 올 것 같지는
않아. 그나저나 연수원에서 엄청 걱정하겠다."
" 두 번째 외박인가."
" 죽었네."
" 젠장."
우리 둘은 지금의 상황보다 내일이 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밤늦게 감염체들은 우리 근처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기태도 근처에서 느껴지는 감염체는 없다고 했다.
" 그런데 감염체와 생존자들이 느껴지는 것이 틀려?"
" 응. 너나 다른 사람들은 뭐랄까 약간은 포근한 느낌인데 감염체들은 차가운
느낌이 강해. 등골이 서늘하다고 해야하나? 여튼 그런 느낌이 있어."
" 하긴 뭐라고 딱히 설명하기 힘들겠다."
" 우선 잠이라도 자 둘까?"
" 그냥 이대로 빠져나갈까? 괜히 여기서 자는 것보다 무리를 해서라도
연수원으로 돌아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 찬성."
우리 둘은 그렇게 달빛만이 전부인 거리를 나와 차량으로 움직였다.
" 허억. 허억."
" 아직 잡히는 것은 없지?"
" 응. 차량까지는 안전할 거야."
" 다행이네. 아직 달릴 수 있어?"
" 잠깐 쉬면 안되냐? 너랑 다르다고."
" 그래. 내가 망을 볼게."
" 응.. 허억..허억.."
나와 다르게 기태는 크게 숨을 몰아쉬었고 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몇 분간 기태가 호흡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차량으로 달렸고 차량에 도착하자마자 시동을 걸고 빠르게 도심을 빠져나갔다.
" 도심에는 생존자가 느껴져?"
" 아까 그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는 몇 명이 느껴졌어. 그래도 아예 없다고
생각되지 않아."
" 도심 안쪽이 오히려 상태가 좋은 것으로 보니까 물건 구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우리보다 쉬울 것 같기도 하고."
" 하지만 감염체가 너무 많아. 지금도 주변에서 느껴지는 감염체 숫자도
어마어마 하다고."
" 도대체 왜 도심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는 걸까?"
" 예전에 누가 그랬던 것 같은데 아마도 멀쩡했을 때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행하는 행동들이 감염체에게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 아. 그래서 겨울에는 남쪽으로 가고 감염이 되었어도 교외보다는 도심을
선호하는 습성이 남아서 그런 건가?"
" 지금까지는 별다르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몰려다니는 것도 어렸을 때 우리도
남자끼리 몰려다니고 그랬잖아? 지능이 거의 없는 수준의 상태이니 그런
습성이 남아있는 것일 수도 있고."
" 젠장. 뭐하나 정확하게 아는 것이 없으니 원."
" 불이나 물을 무서워 하는 점. 락스를 피하는 점. 동성으로 몰려다는 경우도
있다는 것."
" 락스를 피한 다는 것은 유해물질을 피하는 것일 수도 있네. 보통 락스는
맨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하잖아?"
" 응. 그럼 딱히 락스가 아니더라도 우리 기억에 있는 냄새 중 유해물질이라는
생각이 드는 물질도 저들은 피할 수 있다는 소린데?"
" 연수원에 몇 놈 남아있으니 실험은 가능하겠다."
"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 위험을 감수 하더라도 뭔가 얻는 다면 앞으로 위험을 피하는 더 큰 계기가
될 수 있으니 감수할만 하지."
" 흠.."
어느 덧 차량은 연수원에 도착했고 차량의 접근을 경계하던 인원이 우리의 존재를 알고는 신속하게 문을 열어줬고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빠르게 뛰어들어갔다.
역시 방에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는 은혜가 나를 반겼다. 수색을 위해서 나갔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늦게 들어 오리라는 생각은 못했을 것이니 얼마나 걱정했는지 말 안해도 알 수 있었다.
" 미안. 중간에 감염체랑 마주쳐서 나올 수가 없었어."
" 다친곳은 없고요?"
" 응. 건물 안에 숨어있었고 기태 능력 때문에 위험한 상황은 없었어. 미안."
" 다친 곳이 없다니 다행이에요. 오빠 잘못도 아닌데 너무 미안해 하지마요.
걱정 되긴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아요."
난 울먹거리며 말하는 은혜를 강하게 안았고 긴장이 풀린 탓인지 내 품에 안기자마자 은혜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몇 분간 울던 은혜는 지쳐 잠이 들었고 그런 은혜를 바라보며 내가 너무 무모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 뿐만 아니라 기태도 분명 비슷한 상황일 텐데 무사하니 다행이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앞으로는 너무 무모하게 그리고 이렇게 급작스럽게 행동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나도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