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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새로이 추가된 우리의 일과에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낚시라는 것이 날씨만 좋다면 하루 종일 가능했기에 돌아가며 하기로 정했고 크게 어려운 것도 없었기에 여자들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들 대어를 낚을 생각에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서둘러 이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제발 쉽게 흥미를 잃지 않았으면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산속의 인원을 살피기 위해 이동을 했다. 매번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지겹기는 했지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 오늘은 다른 차량이 보이네?"
" 응? 어라? 저차 콘도텔에 있던 차량 아냐?"
" 응? 모델은 같은데 번호판이 안보여서."
김 중사가 콘도텔에 있던 차량과 같은 차종의 차량을 발견했고 정확히 번호판이 보이지 않아 같은 차량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어려웠지만 차량 근처에 있는 사람을 보고 콘도텔에 있던 차량이 확실했다.
" 저 사람 정현이라고 했던 사람 아닌가?"
" 맞아. 왜 저기에 있는 거야?"
" 우리보다 여기의 존재를 알고 있었나봐?"
" 뭔가를 가져간다?"
콘도텔에서 정현이라고 소개했던 인원이 마을 한 곳에서 짐들을 가져오는 모습이 보였다. 몇 몇은 그 정현이라는 사람을 붙잡고 가져가는 것을 말리는 모습이었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이 총을 들이밀며 위협하자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모습이었다.
" 설마. 약탈인가?"
" 상대적으로 이 곳 화력이 부족한 상황인가?"
" 아니면 지켜야 하는 인원이 많은 것일 지도."
몇 번의 약탈로 보이는 행동 후에 한 집에 들어가 어려보이는 여자아이를 끌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집안에서 뛰쳐나온 사람이 격하게 반항하자 주변의 남자가 개머리판으로 그 남자를 때리는 모습을 보니 상황이 이해가 갔다.
" 양육강식이군."
" 젠장. 역시나."
생각은 했지만 이런 상황이라는 것은 몰랐다. 예전 펜션에서 머물렀던 시절 비슷한 인간들과의 전투가 생각났다. 처음으로 인간과 싸웠던 그 상황. 감염체보다 더 까다로운 그리고 상대하기 어려운. 김 중사는 더 이상 지켜보기 힘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장비를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나와 기태는 연수원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지만 소총에 탄약을 넣고 탄창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약간은 놀라며 말했다.
" 설마 가서 도와줄 생각은 아니겠지?"
" 난 군인이야. 아무리 세상이 개판이라도 저런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 칠 수는
없어. 내가 군인이 아니라도 내 이념과 어긋나는 저런 행동 따위 보고 싶지
않다. 너희들은 그냥 가도 원망하지 않겠어. 이건 나 독단적인 행동이니까."
" 참네. 자기만 좋은 생각하고 있는 줄 아나."
" 응?"
우리 둘도 차량에서 장비를 챙겨 움직였고 그런 모습에 김 중사가 약간은 당황하며 말했다.
" 솔직히 위험한 상황인데 우리 셋 모두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연수원도
생각을 해야지."
" 누가 죽으러 가냐? 넌 쉽게 죽을 녀석이 아니잖아."
" 하지만.."
" 우선 기태는 근처에서 우리를 엄호해주고 나와 훈이가 간다."
" 난 왜!!"
" 넌 우리처럼 체력적으로 발달한 상황이 아니잖아. 솔직히 우리 둘만 움직이는
편이 더 원활해."
" 맞아. 재원이나 내가 가는 편이 좋아. 넌 근처에서 엄호를 해주고. 부탁한다."
" 쳇. 알았다."
자신이 가봐야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적으로 들으니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쩌랴 사실인데.
" 그럼 내려가자."
" 응! 기태는 조심해서 뒤따라 와!"
" 알았다고!"
나와 김 중사는 빠르게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고 뒤이어 기태가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는 전속력으로 산 밑으로 달려 내려갔다.
" 정지! "
" 응?"
"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살피고."
" 총을 든 녀석들만 세어보면 되는 것 아냐?"
" 혹시 모르니 행동을 보고 확실하게 정하자."
역시 천성이 군인인 녀석이었다. 김 중사는 천천히 주변을 보며 적으로 판단되는 콘도텔 인원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많은 6명으로 결론지었다.
"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숫자는 최대 3명이 전부인데."
"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 해도 거리가 있다 보니 저들도 반응할 수 있어. 그리고
녀석들 중에 우리와 같은 존재가 없다고는 못하잖아?"
" 만약 있다고 하면 중간에 움직임을 보고 알았을 텐데 그런 인원은 없는 것
같아. 그리고 만약 있다고 한다면 그래도 윗선일텐데 그런 녀석이 과연 이런
일에 나타날까?"
" 하긴."
" 내가 먼저 가서 저 둘을 처리하마. 넌 저기 있는 녀석을 처리해. 그리고 바로
벽에 숨어서 총으로 처리하자."
" 그러다 다른 사람이 다친다면?"
" 현재로써는 방법이 없잖아."
" 차라리 차량을 타는 순간 덮치자!"
" 응?"
" 트럭 한 대와 승용차 한 대만 가져온 상황이잖아? 지금 데려가는 아이를
어딘가에 태우는 순간 그 차량만 조심하고 나머지 차량을 덮치면서 공격하자.
그 방법이 좋을 것 같은데?"
" 머리 잘 돌아간다?"
" 영화를 많이 봐서 그래."
우리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본 후 녀석들이 차량에 타는 순간 덮치기로 했다. 그런 방법이라면 저들이 반항한다고 해도 마을에 피해가 적을 것이고 누군가 다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지금 끌려가는 여자아이뿐일 것이다. 최대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 그들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와 김 중사는 차량의 왼편에서 은밀하게 접근을 하고 있었다. 끌려가는 여자는 잘해야 20대 초반의 아이로 격하게 반항했지만 성인 두 명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들이 차량의 오른쪽에서 그 여자아이를 던지듯 넣고 자신들이 차에 타는 순간 여자아이는 반대편 문을 열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을 노치지 않고 나는 여자아이가 내린 차량으로 김 중사는 다른 차량으로 달려갔다.
" 뭐?! 뭐냐!"
" 쾅!"
갑작스럽게 등장한 우리를 보고 심하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난 아랑곳 하지 않고 열려있는 차량의 문을 발로 차서 닫아버린 후 바로 소총을 들어 연사했다.
" 타타타타탕!!"
" 커헉!!"
" 타타타탕!!! "
김 중사 쪽에서도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비슷한 방법으로 그들을 제압하는 모양이었다. 난 뒷좌석에 타고 있는 두 명과 앞좌석에 타고 있는 두 명을 빠르게 사살했다. 별다른 반응조차 아니 내가 다가온 것을 알지도 못한 앞좌석 두 명은 영문도 모르고 세상을 떠났고 뒷좌석 두 명은 총을 들어 응사하려 했으나 이미 늦어도 한참은 늦은 상황이었다.
" 쳇."
감염체가 아닌 같은 사람을 죽이는 일은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다. 예전에도 경험하기는 했지만 애써 죽어도 싼 놈이라는 것으로 자기 최면을 걸고 김 중사 쪽으로 걸어갔다. 역시나 김 중사 표정도 좋지는 못했다.
" 말이 통할 놈들이 아니니 어쩔 수 없어."
김 중사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김 중사도 마음의 피난처를 찾고 싶어 말을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 김 중사의 어깨를 치며 난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도 위로하기 힘들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 상황을 정리하자."
" 감..감사합니다."
" 아닙니다."
여자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계속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말을 했고 우리는 그들을 진정시키고는 우리 앞에 묵묵하게 서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 무슨 상황입니까?"
" 저들은 우리가 여기서 터전을 잡았을 당시부터 와서 계속적으로 우리에게
식량과 물건들을 요구하며 약탈해 갔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식량이
충분했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요 근래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이제는
사람까지 요구하더군요."
" 왜 반격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예전에 왔을 때에도 많은 숫자의 소총을 들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화력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어보였는데.
" 그래봐야 빈 총이 절반이고 탄이라고 해봐야 100발 정도가 전부입니다. 저들은
그래도 우리보다 많은 양의 탄약을 보유했고 무엇보다 저희는 싸울 수 있는
인원이 많이 없습니다. 인원은 많지만 대부분이 노인과 여자들이 대부분이라
싸운다고 해도 피해가 많을 것입니다. "
" 여러분이 구해준 것은 정말 감사합니다만..
당신들이 죽인 녀석들의 일행이 곧 우리를 덮칠 것입니다. 저희 일행을 구해
준 것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 네?"
" 흠.."
아무래도 현재는 넘겼지만 앞으로가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완전히 뿌리 뽑은 상황이 아니니 계속해서 올 것이고 이번 상황으로 더 잔인하게 나올지도 몰랐다.
" 여러분들은 연수원에 계신 인원이신가요?"
역시 이들도 우리 위치를 알고 있었다. 서로 교류는 없지만 감시하는 상황은 다를 것이 없었다.
" 네. 맞습니다."
" 그럼.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 네?"
얼마 전 문전박대한 것은 기억하지도 못하나 이제 와서 도와달라니.
" 저희는 얼마 있으면 농사도 가능합니다.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수확물중
일정량을 드리겠습니다. 듣자하니 식량이 부족하다고요? "
" 아.."
우리가 콘도텔 인원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이쪽까지 넘어온 모습이었다. 뭐 정확한 정보가 아니니 큰 문제는 없었지만 두 생존자 무리가 서로 알고 있다는 것은 의외였기에 자칫 큰 실수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더 이상 당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저쪽인원은
여기서 죽은 인원을 제외하면 약 15명 가량이 남은 상황입니다. 우리 쪽
인원인 여자 1명과 어린아이 1명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이고요. 지금 이 녀석
들이 가지고 온 무기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기를 사용한다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 사람 전투에 무지하다. 수비하는 인원과 공격하는 인원이 비슷하다고 해서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더군다나 공격을 하는 입장의 화력은 수비하는 화력보다 적어도 배 이상은 보유해야 되는데 박격포나 유탄, 수류탄도 없는 상황에서 뭘 어쩌려고.
" 절대 안됩니다. 이 정도 화력과 인원으로는 절대 승산이 없습니다."
" 네?"
" 전 군인입니다. 최소한 싸워 이길 수 있는 상황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이 정도 장비와 인력으로 덤벼봐야 절대 못 이깁니다."
" 그..그럼.."
" 저희와 같이 가시죠."
" 야!!!"
김 중사의 말에 내가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자기가 연수원의 책임자도 아니면서 책임질 말을 해야지 순간의 감정에 흔들려 말을 내 뱉다니. 난 김 중사를 끌고 나와 나지막이 말했다.
"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대령님이 허락할거라 생각해?"
" 허락하신다."
" 허락하신다고 하자. 다른 인원은 뭐라고 설득할 생각인데?"
" 이런 상황을 보고도 반대한다면 사람이 아니지."
" 알아! 안다고! 하지만 네가 우리 연수원의 책임자가 아냐! 지금 이런 행동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하지만 네가 책임질 수 없는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 넌 저런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친다는 거야?!"
" 누가 그냥 지나친다고 했어?! 네 행동이 문제라는 거야! 만약 네 생각대로
안돼서 우리가 도와주지 못한다면? 저들이 가지는 실망감은 어쩔 텐데?
차라리 우리가 도와줄 수 있게 힘을 써보겠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도와줘야
설령 못 도와주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저들은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런 말도 못 들어봤냐? 천원을 빌릴 거면 처음부터 천원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천원부터 빌려달라고 하라고? 예가 조금 이상한가? 여튼
어느 정도 중용점에서 말을 해야지 그렇게 딱 잘라 말하면 어떻게!"
"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
" 하아.. 이런 무식한.."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내 대답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 최대한 빠르게 연수원으로 가서 대령님에게 허락을 구하고 바로 콘도텔로
움직인다. 여기로 보낸 인원이 시간이 지나도 복귀하지 않는다면 저들도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대비할 것이니 그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인질이
잡혀 있다고 하니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 위험하지."
" 역시. 말은 어쩌니 저쩌니 해도 생각은 하고 있었군."
" 조용해. 어서 움직이자. 여기 인원들 중 몇 명을 추려서 움직이고 내가
먼저 연수원으로 가서 대령님에게 말을 하도록 하마."
" 응! "
" 콘도텔에서 우리가 매번 감시했던 건물에서 보자."
" 알았어!"
김 중사는 나의 말에 달려가 말했고 나는 콘도텔인원이 가져온 차량 한 대를
잡고는 안에 있는 시신들을 꺼내고는 피투성이가 된 차량을 끌고 연수원으로 빠르게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