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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65화 (65/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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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은혜의 말을 듣고는 나도 사람들은 예전보다 훨씬 경계하게 되었고 내가 들었던 이야기를 기태에게도 해주자 나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 젠장! 이래서야 예전 생존자 캠프와 다를 것이 없잖아!"

" 진정해. 나도 어제 너와 같은 반응이었으니까."

" 너도 진정 못했을 거 아냐!"

" 그래서 지금 당장 꼬투리 잡을 사건도 없는데 무작정가서 뒤집어 버리면

우리만 이상한 놈 되는 거야."

" 젠장!"

거칠게 욕을 하며 기태가 피고 있던 담배를 던졌다. 지금이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옷차림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곧 여름이 다가온다면 아무리 그래도 옷차림이 가벼워 질 수밖에 없었다. 뭐 그 안에 상황이 변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들에 비하여 우리는 무리를 이루며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다보니 인원에서 밀리는 상황이었다.

" 우선 진정하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아직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니 잠자코 지켜보자."

" 넌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냐?!"

" 내 성격 몰라? 누구보다 더러운 놈이라는 것을?"

" 쳇. 하긴 누군가 은혜를 건들이기만 한다면 지금 네 능력에 정말 찢어

죽일지도 모르지."

" 풋. 쉽게 죽일 생각 없다. 건들이기만 해봐. 천천히 죽어가는 것을 느끼게

해줄 테니까. 오히려 죽여 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괴롭혀 줄테니."

내가 살벌한 말을 웃으며 하자 기태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 예전에도 그랬지만 넌 정말 잔인한 면이 있어."

" 인간은 원래 악하다며."

" 성악설을 믿는 스타일이었나?"

" 뭔 소리야 갑자기. 그나저나 오늘은 할 일이 뭐야?"

" 오늘은 그냥 주변 순찰이나 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들었으니 한 동안은

나도 지켜볼 생각이야. 차라리 다시 연수원에 들어갈까?"

" 얼마 전까지 생존자를 찾아서 다녀보자고 했던 사람이 누구더라?"

"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사람이 많아져 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본다."

" 법이라는 것도 없고 우리의 규칙에 강제성도 없고 오로지 사람의 양심을 믿고

생활하는 곳이니까."

" 칫! 어쩐지 민희라는 계집에 처음부터 이상하게 스킨쉽이 강하다고 했더니만."

" 응?"

" 연수원에서 지내고 얼마 후에 계속해서 다가오는데 팔장을 껴도 가슴이 밀착

하면서 끼고 일부러 스킨쉽을 강하게 하면서 말을 하더라고.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심해져서 내가 일부러 멀리 했더니

금방 다른 사람에게 그런 행동을 하더라고. 처음부터 있던 간부에게

물어봤는데 연구원으로 있던 시절에는 안 그랬다더라. 주말에 외박이 많기는

했지만 군인과 다른 신분이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고 했고. 어디서

뭐했는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 나에게는 그런 것은 없었는데."

" 너야 워낙 유명한 애처가였으니 그런 생각조차 못했겠지."

" 참네."

" 뭐 그런 걸로 따지면 이런저런 여자에게 다가가는 병사도 있지 않았냐?"

" 아!! 그 잘생긴 놈!!"

" 응! 그런데 그 놈은 별다른 말이 없네?"

" 그러게. 임자 있는 여자한테도 가서 치근덕거리던 녀석인데 이상하게 뒷말이

없단 말야."

외부의 적보다 잠재적인 내부의 적이 두려운 상황이니 한 동안은 조심해야했다.

독초의 발견으로 감염체 제거는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가장 기본 적인 무기인 창 끝에 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준다면 감염체를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 백 미터 전방에 감염체 무리가 있습니다!!"

" 지금처럼 천천히 접근하면서 제거 하도록 한다! 가능한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움직이도록!"

" 지원 조는 가능한 뒤를 잘 보고! 경계조는 멀리서 움직이며 감염체를 살피고!

기태는 가운데 서서 느껴지는 것을 미리 알려줘!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기태를 지키는 것에 신경 쓰도록!'

" 알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도심 수색을 하면서 기태의 능력은 우리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시야에 보이지 않는 감염체나 살아남은 생존자들까지 감지 할 수 있었다. 물론

생존자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감염체의 존재를 미리 알고 대비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큰 피해 없이 도심 안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진입했던 것보다 가장 안쪽까지 다가갔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갈수록 엄청난 숫자의 감염체와 마주쳐야만 했다.

"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 더 이상 남은 액이 없습니다!"

" 나와 재원이를 제외하고 천천히 후퇴한다!"

" 알겠습니다!"

우리가 움직일 때는 나와 김 중사가 가장 앞에서 이동하며 무리의 이동을 이끌었다. 가장 반사속도가 빠르고 현재 가장 체력이 좋은 우리 둘과 재효가 뒤이어서 따라오며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심 안으로 들어갈수록 엄청난 숫자의 감여체로 인하여 점점 힘들어졌고 빠르게 제거하면서 움직이고 소리를 죽이며 이동했지만 우리의 이동을 알아버린 감염체들이 건물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고 더 이상의 이동이 힘들어졌다.

" 더 이상 못 들어가!"

" 쳇! 오늘은 여기까지 인가.."

" 후퇴하라! 후퇴!"

우리는 지금까지 제거한 감염체를 다시 밟으며 조심스럽게 뒤로 이동 했다.

하지만 다가가는 것과는 다르게 뒤로 이동을 했기 때문에 감염체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속도가 훨씬 빠른 상황이 되었고 누군가 앞에서 속도를 줄여야만 했고 나와 김 중사가 나중에 움직이기로 하고 다가오는 감염체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 죽여도! 죽여도! 끝도 없이 밀려 오냐!"

" 젠장!! 남은 액 있어?!"

" 있다고 생각 하냐!!"

" 쳇!! 정말 지겹게 몰려온다!"

" 일행은 얼마나 갔어?"

" 이제 우리도 슬슬 움직여도 될 것 같아!"

" 움직이자!"

우리는 뒤도 안돌아보고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일반 사람이 걷는 것보다 약간 빠른 정도의 감염체가 뛰는 우리를 쫓아올 수 있다고 생각조차 안했지만 우리가 잊고 있던 존재가 있었다.

" 쿵! 쿵!"

" 응?!!"

" 아놔!!!!"

변종 감염체.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열심히 우리를 향해 뛰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우리가 따라 잡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괜히 우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 꼴이 될 수 있었기에 괜히 위험한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 던질 것 좀 없냐?"

" 네가 들고 있는 건 폼이야?!"

" 아까운데.."

물론 준 사람이 민희라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엄청 튼튼하고 여러모로 쓸모가 있었다. 제대로 가지고 있는 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물건을 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버릴 수는 없었다.

" 쳇! 다 좋은데 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야."

"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거야?!"

" 아니다! 어쩔 꺼야?"

" 뭘 어째! 처리해야지!"

" 조금 더 달려!"

" 뭐??"

" 저 변종 감염체가 조금 더 우리를 향해 달리게 만들어서 뒤에서 따라오는 일반

감염체와의 거리를 두자! 그래야 우리가 저 녀석을 상대할 동안 뒤에서 쫓아

올 시간을 벌 수 있지!"

"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빨리 감염체를 상대할 수 있냐?!"

" 우선 달려!"

우리는 변종 감염체와 일반 감염체와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일부러 천천히 뛰며 쫓아오는 감염체가 더 속력을 내기를 바랬지만 덩치가 덩치다 보니 일정 속도 이상으로 뛰기는 힘든 모습이었다.

" 더 이상 뛰면 오히려 우리 일행과 마주하게 된다고!"

" 젠장!!"

난 그대로 급정거를 하면서 반대로 뛰어갔다. 내 움직임을 보고 약간은 당황하는 움직임을 보인 변종 감염체였지만 그 틈을 노치지 않고 온 몸의 힘을 달리는 것에 집중하였다.

" 쾅!!!!"

강하게 발을 굴리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뛰어갔다. 불과 몇 초의 시간이 지나지도 않아 변종 감염체 바로 앞까지 다가왔고 그대로 뛰어 들며 정글도로 변종 감염체의 목을 잘라버렸다.

" 쿵.."

육체와 분리된 머리는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고 난 변종 감염체의 다리를 잡고 우리를 향해서 다가오는 감염체 무리를 향해 던져버렸다.

" 쿠궁!"

몇 바퀴를 구르며 일반 감염체를 뭉개버렸지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거리가 꽤 멀었기에 숨을 돌릴 겸 경보수준의 걸음을 유지하며 김 중사에게 다가갔다.

" 너 점점 빨라진다?"

" 그런가? 난 잘 못느끼겠는데."

" 무시무시한 녀석."

김 중사가 나를 보며 말했고 난 화제를 돌리기 위해 다른 말을 꺼내었다.

" 다음에 올 때는 휘발유라도 가져와서 뿌리고 태워버리자."

" 지금 발전기 돌릴 연료도 모자랄 판국에 저것들 태울 생각을 하는 거야?"

" 그럼 주유소 근처로 몰아서 주유소를 태워 버리면 어때? 큰 소리를 낼 수 있게

핸드폰이나 MP3를 스피커에 연결해서 감염체를 몰려들게 하면 어때?"

내가 예전 우리 집에서 불량배들이 들이 닥치기 전에 했던 방법을 생각하며 말했지만 김 중사는 찬성하지 않았다.

" 주유소가 그렇게 쉽게 터질 것 같아? 영화처럼? 이중삼중으로 보호되는

연료탱크도 있고 그냥 화재 정도로는 크게 터지는 것은 아냐. 차라리 연료

탱크에 있는 연료를 모두 뽑아서 주변에 뿌리고 불을 내는 것이 더

효율적일걸?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연료도 아껴서 살아야 하는데?"

" 쳇!!"

" 그래도 생각은 좋다."

" 일일이 손으로 처리해야만 하나?"

" 우선은.."

" 아무리 강원도라고는 하지만 수십만이 있었을 텐데 언제 다 제거 한다는거야?"

"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신경질 적이야?"

" 답답해. 답답해서.."

" 너 답지 않게 굉장히 조급해졌다?"

" 요새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미안."

" 네 말대로 우선 감염체를 최대한 모아서 한 번에 대량으로 제거할 방법을

찾아보고 그리고 일일이 처리하도록 하자."

" 주유소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은데."

" 시장 주변은 LPG통을 이용해서 장사를 하던 곳이 많아. LPG통을 한 곳에

모아서 약간은 밀폐된 공간에서 가스를 누출 시켜서 한번에 불을 붙여서

처리하는 것도 좋지."

" 아!!"

" 큰 효과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주유소를 터뜨리는 생각보다 좋다고 본다."

" 흠. 이제는 식당에서 LPG통을 찾아 다녀야 하나?"

" 저기 시장 안에만 들어가도 수 십개는 찾을 수 있으니까 걱정마라."

" 다음에는 그 방법으로 해보자."

" 정말 다아아아음에."

김 중사가 놀리듯 다음이라는 말을 길게 늘이며 말했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앞으로 뭔가 대책을 세워야 했다.

" 하아. 힘들다."

" 어서 씻고 싶다."

연수원에 도착한 인원들은 긴장이 풀리며 땅바닥에 앉으면서 한마디씩 했다.

며칠간 이어진 도심 진입 계획은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우선 목표는 시청을 다녀온다는 것인데 무리가 많았다. 도심 안으로 진입하면 할수록 배로 늘어나는 감염체로 인하여 조만간 우리 측에도 사상자가 생길 것은 뻔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정 거리 이상에서는 더 이상 전진하기 힘들었다. 몇몇 인원들은 도심 진입에 의문을 가지고 대령에게 따지듯 묻는 일이 생기곤 했다. 물론 현재 생활도 호화롭다고 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공산품을 생산할 여력이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음식을 하는 일에 필요한 기구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부족한 상황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를 얻기 위해서도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고 보병들이 두고 간 혹은 버리고 간 무기들도 상당했기 때문에 마치 계륵 같았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딱히 먹을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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