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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마을로 돌아와 둘러본 광경은 평온했다. 다들 각자의 일을 하는 모습과 남자 인원 몇몇은 철조망을 치는 작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은 하기 위해 나눠지는 인원들은 확실히 실력이나 능력. 경험에 의하여 나눠지는 것이 아닌 각자 친한 인원. 혹은 무리지어 있는 인원들 위주로 편성이 되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확실해 보였다. 기태와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했다.
" 그래도 쉽게 뭔가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아. 너무 걱정 하지마."
" 그래도 마을에서 유일하게 집이 비는 사람이 너와 나란 말이야."
" 핑크도 있고 카라반에는 만약을 대비한 총도 있어. 다른 사람들은 그 총을
알지도 못하고. 하지만 핑크 자체만으로 절대 방어가 가능하지."
" 그 개 도대체 정체가 뭐야? 엄청 똘똘하던데?"
" 주워온 개."
" 참네. 생각해 봤는데 그 개도 혹시 감염되어서 머리가 좋아진 것 아냐?
대령님도 머리가 좋아졌다고 했잖아?"
" 그 생각도 했는데 인정하기 싫어."
" 왜?"
" 만약 다른 동물들이 변했다고 생각해봐. 동물원에 있던 동물들이."
" 아.."
정말로 핑크도 그런 상황이라면 당장 우리에게는 이익이지만 다른 동물들도 같이 변한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야생 멧돼지만 하더라도 그냥 그 자체로도 힘든 상황인데 만약 머리까지 좋아졌다면 생각하기도 싫었다.
" 우선 그냥 머리 좋은 녀석이라 생각하고 지금은 지금 상황만 생각하자."
나와 기태는 말없이 길을 걸으며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말을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우리 둘 다 할말이 없었다.
카라반에 들어왔을 때는 은혜와 보미가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 뭐해?"
" 아! 일전에 얻은 음식이 있어서 보미 언니가 요리하는 것을 배우고 있어요."
" 그래? 기태는 집으로 갔는데?"
" 내가 없다는 것을 알면 오겠지. 내가 어디 갈 때도 없는 것을 아는데 뭘."
" 우리 집이 놀이터로 변한 기분인데?"
" 전 북적거려서 좋은데요? 매번 핑크랑 있는 것도 심심해요. 무섭기도 하고."
" 흠. 뭘 만드는 건데?"
" 비밀!"
" 씻고 나올 테니까 다 되면 불러줘. 침실에 있을게."
" 네!"
밝은 표정의 은혜가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보미랑 같이 지내면서 많이 밝아진 모습이었다. 시원시원한 성격과 낙천적인 성격의 보미와 같이 있다 보니 배운 점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 때에는 이미 거실에 자리를 잡고 TV를 보고 있는 기태가 보였다.
" 너 정말 편하게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면 어쩌려고 천하태평하게 TV를
보고 있는거야? 다른 사람들은 전기도 없어서 고생인데 괜히 위화감
조성하게."
" 걱정마. 커튼도 쳐서 밖으로 빛도 세어나가지 않고 누군가 온다면 내가 알 수
있는데 뭘."
" 그런 방법을 쓰면서 네 능력을 연습하는 거야?"
" 뭐 비슷하지. 네가 일하면서 육체적인 능력을 향상 시키는 방법이랑 비슷하다
고나 할까?"
" 핑계는.."
" 그나저나 맛있는 냄새가 난다?"
" 보미가 만들었다고 그런 식으로 칭찬하는 거냐."
" 하하하!"
나의 말에 기태가 멋쩍은 듯 웃었고 뒤에서 키득거리면서 웃는 은혜의 목소리도
들렸다. 보미가 만든 정체불명의 음식은 생각보다 맛이 좋았기에 우리 4명은 금방 식사를 끝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식사를 끝내고 찬장에 있는 커피를 꺼내어 둘러 앉아 후식을 즐겼고 은혜의 옆에서는 핑크가 장난을 치듯이 놀며 은혜와 놀고 있었다.
" 앞으로 어쩔 거야?"
" 생각 중."
" 뭘 생각하고 있는데?"
" 정말 남쪽에 생존자 캠프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내 물음에 기태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대답을 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남쪽에 다른 인원들이 말한 생존자 캠프가 있는 것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 보다. 아무래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면 잘 안 믿는 성격이고 뭔가 전환점을 만들고 싶은 모습이었다.
" 우선 도심에 있는 감염체를 처리 하는 것을 도와준 후 결정하자."
" 넌 지금 상황에 저 많은 감염체를 제거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 아니. 하지만 숫자는 줄이면서 가야지. 대응할 수 있는 인원이 많으니까 우선은
천천히 이동하면서 감염체의 숫자를 줄여가자."
말은 천천히 라고 했지만 내 생각은 하루라도 빨리 감염체를 제거 하고 싶었다.
" 뭔가 계획이 있다는 말이다?"
" 난 주유소를 터뜨리고 싶었는데 훈이가 반대하더라. 그래서 넓은 공간에
감염체를 몰아서 LPG가스통이나 그런 것을 이용하여 터뜨리자는데?"
" 하긴 LPG는 공기보다 무거우니까 가라앉겠지."
" 네 생각은 어때?"
" 뭐 나쁜 것 같지는 않아.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 당장 내일부터 할 생각이야."
" 뭐? 대령님 허락은 떨어진거야?"
" 아니. 우선 내일 바로 가서 이야기 할거야. 나 혼자서라도 해볼 생각이야."
" 너무 무모해요!"
옆에서 듣고 있던 은혜가 소리쳤다.
" 무리. 무모.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언제까지나
일일이 제거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제거 할 수는
없어. 아무리 독이 효과가 있다고 해도 싸우는 당사자들이 겁에 질리고 숫자에
밀려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뭔가 한방이 필요해."
" 난 찬성이야."
" 자기!!"
보미도 역시나 소리치며 말했다.
" 뭔가 전환점이 필요해. 재원이 말이 맞아.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야."
"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
내가 포기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방법을 물었다.
" 가능한 많은 양의 가스통을 모아 한 곳에 놓고 여유가 있는 휘발유를 뿌린
후에 정면에 크레모아를 터뜨릴 생각이야. 원격으로 터뜨릴 실력도 안 되고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으니까 지금은 이 방법이 최선이야."
" 크레모아 여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카라반에 3개 있어."
" 뭐?! 너 언제.."
" 예전에 군부대를 수색했을 때 가지고 있던 거야."
" 하아. 대령님이 허락하실까?"
" 허락은 필요치 않아. 그래도 말은 해둘 생각이야."
" 그래. 그건 그렇다고 치자. 뭔 수로 감염체를 모을 건데?"
" 핸드폰으로 다운 받은 노래를 틀어 볼 생각인데 소리가 크지 않으니까
스피커를 이용해 소리를 증폭시켜야지. 가능한 오랜 시간 가동하기 위해
핸드폰 배터리는 완전히 충전해 놓고."
" 흠.."
" 예전에 자기 집에서 썼던 방법이네요?"
" 응."
" 좋은 생각이긴 한데.."
" 이 방법 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
" 하아. 우선 알겠다. 내일 나랑 같이 가자. 너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 좋겠지."
" 고맙다."
" 그럼 오늘은 다들 각자 집으로 가볼까요?"
기태가 일어나며 말했다. 이미 해가 지고 시간이 많이 흘러 주변은 어두웠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나와 기태는 연수원으로 들어가 대령에게 우리의 생각을 말해줬다. 대령은 난감해하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 대령님이 반대하신다고 해도 갈 생각입니다."
" 흠. 뭐라 말리기도 허락하기도 어려운 생각이군."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상황에 뭔가 한 방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지원자를 모집해서 움직이는 것을 허락하지."
" 괜찮습니다. 저희 둘만 움직일 생각입니다. 다른 인원들은 크게 참여할 것
같지도 않고요."
" 위험하네!"
" 인원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이 더 위험합니다. 겁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하는
인원이 많아 큰 도움은 힘듭니다."
" 내가 간다."
" 김 중사!"
어느새 들어온 김 중사가 뒤에서 말을 했다.
" 저희 셋만 간다 해도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것보다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 하지만 자네 셋이 사고라도 당하면 엄청난 손실일세!"
" 언제까지나 이렇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 하아.."
대령의 표정은 확실히 난감한 표정이었다. 우리 셋이 실패하면 일행 중 진화된 사람은 아직 미흡한 재효가 전부인 상황이 되어버린다. 지도자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했다.
" 자네들 생각이 확고하다면. 어쩔 수 없겠군. 하지만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네!"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자네들이 하는 행동으로 뭔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군."
" 저희도 같은 생각입니다."
우리 셋은 바로 대령의 방을 나와 군용트럭을 몰고 도심으로 들어갔다.
시장이나 거리를 뒤져 가스통이나 발화물질을 미친 듯이 모았다. 마트에서 파는 부탄가스 하나까지 그리고 스프레이나 뿌리는 모기약등 화기엄금이라 쓰인 통을 모두 가져와 근처 축구장에 모았다. 우선 크레모어를 설치해 가능한 멀리에서 터뜨릴 수 있게 했고 휴대폰도 설치를 마치고 엄청난 노동을 하며 최대한 긁어모았다.
" 여기까지만 해도 될 것 같은데?"
" 이 정도면 충분하려나?"
" 많이도 모았다."
축구장 한 곳에 모아진 얼핏 보면 쓰레기 더미인 것 같은 물체들은 전부 발화물질이었다. 주변에 휘발유를 뿌리고 혹시 몰라 고물상에서 가져온 파지 뭉치까지 쌓아 놨다. 이제 부터는 감염체를 모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핸드폰의 전원을 켜고 음악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예전에 다운 받아 놨던 음악을 실행시키고는 빠르게 축구장을 빠져나갔다. 물론 빠져나가기 전에 LPG통의 밸브를 약간씩 열어두는 것을 잊지 않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자 무서운 속도로 감염체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감염체는 소리를 듣고 몰려들었지만 정작 생존자들이 없자 당황하며 주변을 맴돌았다. 주변을 맴도는 감염체로 더 많은 감염체들이 모였고 축구장 안까지 들어갈 수 없는 것인지 많은 숫자의 감염체가 축구장에 들어가려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이 정도면 되려나?"
" 아니. 해가 지기 직전까지. 우리가 복귀할 시간 정도만이 남았을 때까지
모으자."
" 하지만 더 이상 모일 것 같지는 않은데?"
" 한 녀석이라도 더 모이면.. 가능한 많은 놈을 처리하자."
" 알았어."
내 말에 김 중사와 기태가 별 반대를 하지 않고 묵묵히 감염체들만 바라봤다.
시간이 흘러 우리가 복귀할 시간이 되었고 난 크레모어의 발화 스위치를 작동시켰다.
" 딸깍."
" ......"
" ......"
" 응??"
분명 터져야 정상인 크레모어는 작동을 하지 않았다. 몇 번을 눌렀지만 발화가 되지 않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이 되었다.
" 딸깍. 딸깍."
" 감염체들이 선을 끊어 논 건가?"
" 그 정도 지능이 있을까? 내 생각은 저 많은 녀석들이 움직이다 보니 중간에
선이 끊어진 것 같은데?"
" 방법이 없나? 이미 저렇게 모인 상황에 다가갈 수도 없는데."
" 수류탄 있지? 가능한 가까이 가서 던질까?"
" 그러기에는 너무 멀어. 던질 수 있다고 해도 안전핀이 분리되고 3초 후에
터지는데 도착하기도 전에 터져버릴걸?"
" 젠장! 선을 제대로 확인 했어야 했는데!"
" 확인은 몇 번이나 했잖아?"
" 젠장!!"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다들 입에서 욕만 했다. 수류탄을 던지기에도 화염병을 던지기에도 너무 먼 거리였다.
" 전에 박격포 탄 남은 것 있지?"
" 응?? 응. 아마 한 두발 정도 남았을 걸.."
" 설마?"
" 박격포는 사정거리가 기니까 멀리서도 쏠 수 있잖아."
" 다녀올 시간이 될까? 우리는 갈 시간만 계산해서 남았잖아."
" 내일 오자. 날이 밝아지면 바로. 핸드폰이 구형이기는 하지만 노래만
가동한다면 그래도 몇 시간은 버틸 수 있겠고 노래가 끝났다고 바로 흩어질
녀석들이 아니니까. 충분해."
" 그래.."
" 제발.. 부디 오래오래 가동되기를."
" 제발 많은 녀석들이 몰려와라!"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연수원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