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1 / 0281 ----------------------------------------------
생존
정오가 되어서야 하나둘씩 침낭이나 텐트에서 일어나는 모습이었다. 뒤늦게 합류한 홍 소령과 희욱이 누나. 여자들은 카라반에서 잠을 자고 남자들은 다른 인원과 똑같이 텐트나 침낭에서 잠을 청했다. 며칠간 이어진 작업과 긴장감. 그리고 편하지 않은 잠자리로 다들 표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감염체 무리로부터 거리가 있는 곳이기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긴장을 놓을 수는 없었다. 홍 소령님이 돌며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간단히 체크를 하는 모습이었다.
" 아무래도 이대로 강행군은 힘들겠군."
" 하루 정도 더 휴식이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며칠간 힘들었기에 다들 많이
지친 상태입니다."
" 홍 소령의 생각은 어떤가?"
" 모든 인원들이 확실히 체력에 무리가 온 상태는 확실합니다. 지금 당장 이동
한다고 해도 무리는 없겠지만 오랜 시간 버티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확실히 다리위에 작업은 거의 대부분이 이분들이 한 것이니까요."
다리위에 바리게이트를 설치하는 작업의 대부분을 지금 있는 인원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일을 피했고 한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드는 작업으로 빠졌기에 근무에 작업에 피로가 누적될 때로 누적된 상태였다.
" 대령님 결정을 내려주시죠."
김 중사의 말에 대령이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이대로 강행군을 하며 공항까지 이동을 하느냐 아니면 휴식을 취하고 체력을 보충한 후에 이동을 하느냐. 정확히 공항에 생존자 캠프가 있다고 확신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아마도 대령이라면 체력을 보충하고 이동하는 것으로 결정할 것 같았다.
" 하루 더 이곳에 머무른다. 대신 근무를 강화하고 최대한 체력을 보충하고
하루로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최대 이틀까지는 이곳에 머무른다고 생각하도록."
" 가능하면 이틀을 편히 주셨으면 합니다. 이곳은 해발 천 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한 곳이라 감염체는커녕 일반 사람들도 걸어서 올라오는 것은 엄청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출발한 시점부터 한 번도 감염체를 본 적이 없으니
적어도 하루는 안전하다고 생각됩니다."
" 맞습니다. 언제까지 쉰다고 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심적으로 조금은 더 편한
상태로 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노고를 생각해서 무리를 해서라도 이틀은
쉬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김 중사와 홍 소령이 같은 의견을 내었다. 김 중사는 자신의 부하들이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을 것이고 홍 소령은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조금이나마 안정된 상황에서 충분한 휴식이 앞으로의 전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 다들 의견이 그러면 어쩔 수 없군. 너무 늘어지지 않게만 하게나."
" 감사합니다."
" 이틀까지만 이라네. 그리고 바로 이동을 시작할 생각이니 다들 힘든 여정을
각오하게나."
" 네."
이야기를 끝낸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틀의 여유시간을 알렸다. 다들 별 말은 없었지만 표정에서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적어도 하루는 편히 쉴 수 있는 상황이니 근무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인원이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비교적 체력적 무리가 없는 인원들은 솔선수범하여 저녁을 준비하는 모습이었고 여자들도 같이 도와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난 휴게소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우리가 있었던 마을의 방향을 바라봤다.
" 털렸군."
" 뭐?! 그게 보여?"
"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져. 아마도 기태랑 비슷한 능력인가? 마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느껴져. 그리고 감염체들은 이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남쪽
으로 이동하는 것 같은데?"
내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김 중사가 따라서 올라왔고 내 말에 약간은 놀라는 눈치였다.
" 너도 느꼈구나?"
" 응??"
" 너희 둘 점점 괴물이 되어간다? 특히나 재원이는 더더욱."
" 괴물을 상대하려면 괴물이 되어야겠지."
" 무시무시한 발언이다?"
" 풋."
김 중사의 말에 난 그냥 웃어넘겼다. 점점 더 강해지는 힘을 느꼈지만 굳이 다른 사람 앞에서는 그냥 조금 더 힘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괜히 튀는 행동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그래도 다행이네. 이곳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서."
" 하지만 우리가 가려는 길은 지금 같지 않다고 봐."
" 응??"
"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감염체들이 느껴져.
가능하다면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몇 번은 마주칠 것 같다."
" 하아..우리 공항까지는 갈 수 있을까?"
" 험난하겠지."
" 지금 가진 무기는?"
" 없다고 봐야지. 예전에 만든 독초즙 정도랑 소총 탄 100여발 정도. 수류탄은
한 개."
" 비상용으로 사용해야겠다."
" 우선 우리도 내려가서 쉬자. 우리가 제일 고생했잖아."
" 응. 먼저 내려가. 난 조금 더 있다가 갈게."
" 알았어."
기태와 김 중사는 내려가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난 선선하게 부는 산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있자 별다른 노력 없이도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잠을 청하는 인원.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움직이는 인원. 조금 더 집중을 하니 멀리까지 있는 감염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확한 숫자와 위치는 무리지만 그래도 어딘가에는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 아무래도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좋겠네."
난 눈을 뜨고 중얼거렸다. 점점 더 강해지는 체력과 근력. 힘이 늘어갈수록 신경 쓰지 않으면 물건들을 부수기 십상이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지내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도 내려가서 침낭에 몸을 맡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멍 한 상태로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바라보니 사람들은 침낭을 정리하거나 텐트를 접으며 철수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 응??"
얼마 잔 것 같지 않은데 사람들이 철수를 준비하는 모습에 상황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 대단하다 너. 은혜가 와서 몇 번을 흔들어 깨웠는데 꼼짝도 안하더라?"
" 그래?"
" 응. 배도 안고파? 어떻게 한 번도 안 일어나고 거의 이틀을 잘 수 있냐?"
" 얼마 잔 것 같지도 않은데.."
" 참네. 아주 죽은 사람처럼 자던데 뭘."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이틀을 잤다는 말에 놀랐다. 난 걱정을 하고 있을 은혜를 찾아 너무 피곤해서 깰 수가 없었다는 것을 설명했고 혹시나 내 몸에 이상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은혜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넘어갔다.
철수준비를 끝내고 차량에 탑승하고는 우리는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라올 때 만큼은 아니지만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산을 내려가 첫 번째 도시를 지나기 전 차량들은 멈춰 섰고 우리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계획을 세워야 했다.
" 최대한 빠르게 지나가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겠군."
" 네. 하지만 군용트럭은 아무리 밟아도 80km를 넘기기 힘듭니다."
" 그래도 최대한 빠르게 이동한다."
" 만약 감염체를 마주한다면 첫 번째로 밀고 가는 방법을 선택하고 숫자가 너무
많다면 돌아가는 방법을 택하기로 한다. 전투는 정말 최악의 경우의 수니
가능한 피하도록 한다."
" 알겠습니다."
대령의 지시에 다들 별 말없이 수긍했다. 우리는 군용트럭을 선두로 뒤이어 일반 차량과 내 차량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픽업트럭은 기태가 운전을 하고 나와 재효는 자리가 모자라 선두의 군용 트럭에 탑승하였다. 점점 가속을 내며 이동하는 트럭 뒤에서 이제는 가까워진 도시에서는 근처를 배회하는 감염체들이 보였다. 소수의 감염체는 군용트럭으로 밀고 들어갔지만 엔진 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그들만의 특별한 의사소통 법이 있는지 빠른 속도로 감염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전방에 숫자가 많습니다!"
" 밀고 가는 것은 무리입니다! 트럭은 가능하더라도 뒤에 일반 차량으로
무리입니다!"
" 젠장!!"
점점 불어나는 감염체로 우리는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지만 돌아간다고 하면 우리는 왔던 산길을 다시 타고 올라가야만 했다. 중간에 샛길이 있나 지도를 확인했지만 제대로 된 길은 보이지 않았다.
" 내가 내려서 감염체를 제거 할게. 아니면 감염체의 시선을 끌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할게."
" 대령님 명령 못 들으셨습니까?! 전투는 피하라고 하셨습니다!"
" 그럼 왔던 산길을 다시 올라가야하는데 올라가는 것까지는 그렇다치자.
내려올 기름은 충분해?"
" 아뇨."
" 이 도시만 지나면 주유소가 몇 개 있으니 최대한 지나가도록 노력해야지."
난 트럭에서 내려 허리에 차고 있던 정글도를 들었다. 내가 내리는 모습을 보고 뒤이어 김 중사와 재효가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 너 답다."
" 뭘?"
" 저 많은 감염체를 보고도 정면으로 달려들 생각을 하다니."
" 그럼 어쩌냐? 돌아갈 길도 없는데?"
" 온다."
점점 다가오는 감염체를 보고 난 무식하게 뛰어서 감염체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독초를 발랐던 탓에 초반에는 무리 없이 감염체를 제거해 갔지만 시간이 지나며 치명상이 아닌 이상 달려드는 감염체로 상대하기 버거워 지기 시작했다. 김 중사도 초반에는 무리 없이 제거했지만 점점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재효는 이미 숨이 턱까지 차오른 모습이었다. 트럭에서 내린 몇몇 병사가 우리를 도와 감염체를 상대했지만 수십을 제거하고는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 그냥 돌아가자! 무리야!"
" 젠장! 돌아갈 곳이 어디 있어!!"
" 우선 물러나자! 조금씩 제거한다고 생각하고!"
" 언제까지 후퇴만 할 생각이야!"
내가 악을 지르며 말했다. 지긋지긋한 피난 생활에 감염체만 보면 도망가기 바쁜 내 상황에 질려버렸다. 언제까지 이렇게 도망만 다닐 생각을 하니 악에 바쳤다.
" 이런 빌어먹을 세상!!!"
난 길가에 버려진 차량을 강하게 발로 찼다. 차량은 엄청난 소리를 내며 굴러갔고 감염체 무리 중간에 길을 내며 굴러갔다. 그리고는 손에 잡히는 것 길가에 버려진 모든 것을 잡고 던지기 시작했다. 넘어진 전봇대며 차량 중앙분리대 잡히는 모든 것을 던지며 감염체를 제거했다.
" 죽어라!! 제발 좀!!! 죽어서 그만 오란 말야!!!!!"
" 쾅!!!"
내가 던진 전봇대가 바닥에 튕겨지며 굉음을 내었다. 주변에 다가오는 감염체는 한 손에 든 정글도로 무식하게 목을 베어갔고 도로에 버려진 몇 대의 차들은 내 발에 맞고는 감염체 무리 중간에서 굴러가며 감염체를 짓이겼다.
" 콰광!!!"
" 쾅!!"
시간이 지나자 감염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가능한 많은 인원들이 나와 내가 제거하지 못한 감염체를 처리했고 숫자가 많지 않았기에 무리는 없었다.
" 하악..하악.. 퉷!"
입안이 바짝 말라갔고 숨이 차올라 왔다. 던지고 베고 차고를 반복하다 보니 체력의 한계가 온 것이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 지긋지긋한 감염체 녀석들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 죽으라고!!!"
" 그만! 이제 차량으로 밀고 갈 수 있어! 어서 타!"
" 크아아아!!"
" 정신 차려!!!"
" 어서 들어와!!!"
난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리며 감염체를 제거해갔고 일행들이 거의 끌 고가다 시피 하며 차량에 던져 넣고는 바로 출발을 했다.
" 커억..커억.."
" 괜찮아? 정신이 드냐?"
" 하악.. 괜찮아.. 물.. 물.."
" 여기 있다. 얌전한 놈이 화나면 더 무섭다더니 널 보고 하는 말이군."
" 하아. 머릿속이 띵 하네."
" 그나저나 엄청나던데? 힘이 얼마나 강해진 거야?"
" 순간적일 수도 있어. 평소에는 저 정도는 아니었다고."
" 헐크를 보는 줄 알았네. 변신만 안했지 하는 행동은 다를 것도 없던데."
" 머리가 울리니까 잔소리좀 그만해. 나 좀 누워있을게."
" 그래라. 도착하면 깨워줄게."
" 응. 고마워."
난 트럭 적재함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누웠고 덜컹거리고 딱딱한 바닥이었지만 금방 잠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주인공 능력 상향 조정예상 입니다. 적적해서요. 재미도 없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