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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호수 근처에 도착하여 주변에 생존자들이 있을 법한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전에 차량의 소리가 들렸으니 있다면 그래도 나와서 볼 법도 하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 기태야 뭐 느껴지는 것 없어?"
" 응. 솔직히 주변에 감염체가 너무 많아서 생존자와 감염체가 구별이 되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 느끼는 것이 처음이라 훈련이 필요한가봐."
" 흠.."
말은 안했지만 나도 크게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주변의 한 두 개체의 감염체와 뭉쳐있는 감염체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숫자가 늘어나면서 감염체인지 생존자인지 정확히 느껴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 우선 천천히 주변을 탐색한다. 차량에 탑승한 상태로 이동을 하고 혹시 모르니
바로 사격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해두도록!"
" 넵!"
천천히 호수 주변을 돌며 혹시 있을 생존자를 찾았지만 최근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 불을 피운 흔적은 있지만 최근 것은 아니야."
" 물고기를 먹은 흔적이 있는데 이것도 시간이 꽤 흘렀나본데?"
" 몇 달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달 전으로 추정이 되는데.. 그 동안 수색을
했다면서 왜 발견하지 못 했지?"
김 중사가 정 하사를 보며 말했다.
" 수색은 계속 해왔지만 소극적인 수색이었습니다. 수색으로 인해 워낙 많은
사람들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으니까요. 시간이 지나 생존자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자 위에서 시키니까 억지로 나가기는 하지만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목숨을 건 시간 때우기가 되어버렸으니까요."
" 그래도 무기와 탄약의 공급이 충분하면 해볼 만 했을 텐데요?"
" 일반 감염체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종종 나타나는 변종 감염체로 인해
피해가 커졌습니다."
" 흠.."
" 모든 사람이 김 중사님처럼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뭐합니까?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요."
" 그래서 탄이 많았군."
" 네. 이제는 싸우려고 하기보다 피하려고만 하니까요."
" 대부분의 인원이 선호하는 보직은 다리 위 검문소입니다. 그것도 섬에서
가까운 곳으로. 감염체가 오면 최전방 검문소는 부비트랩만 터뜨리고
도망가면서 사격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 사람들이 꺼리게 되면서 밖으로 나가는 장비가 여유가 생긴 것이군."
" 네. 처음에는 장갑차도 부족했습니다. 매일 같이 수 십대의 차량이 이동했지만
지금은 간혹 몇 대만 이동을 하니까요."
" 자네들은 지원했다고 했는데 이런 와중에 대단하군."
" 어차피 기다리는 식구도 없습니다. 차라리 한 놈이라도 더 죽여서 가는 길
외롭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 기운 빠지는 소리 그만하고 이동하자."
" 네."
우리는 다시 장갑차에 탑승하여 이동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생존자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 보자."
" 위험합니다.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큰 도심입니다. 그것도 감염체가 엄청나게
몰려있는 곳이라 예전 수색작업에서도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은 곳입니다.
지금 저희 화력으로는 무리입니다."
" 허.."
" 여기서 조금 더 북으로 올라가면 작은 저수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차라리
그 곳이 더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 나중에 화력을 보충하고 도심으로 가보는 것은 어때?"
내가 김 중사를 보며 말했다. 지금의 화력이 충분치 않다면 더 보강하고 와서 가능한 많은 감염체를 제거하는 것이 좋았다.
" 시간을 두고 주변을 살펴보고 결정하자. 무작정 화력을 보강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잖아?"
" 이기려고 가는 것이 아니잖아. 숫자를 줄이려고 가는 건데."
" 잘못하면 벌집을 건들인 꼴이 될 수 있어.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가능한
감염체의 전력을 확인하고 확실하게 움직이자."
" 알았어."
김 중사의 말에 내가 꼬리를 내렸다. 더 우겼다가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좋지 않았고 언젠가는 김 중사가 내 뜻을 행하여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장갑차를 타고 약 30분을 달려 다른 저수지에 도착했다. 주변에 논밭과 적지 않은 주거지역이 있었다. 저수지 주변을 돌며 흔적을 찾았지만 역시나 큰 성과는 없었다.
" 여기도 없네."
" 응."
" 다들 있던 흔적은 있는데 어디로 간거지?"
" 뭐.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거나 아니면.."
" 쩝.."
" 1시 방향 거리 500백! 감염체가 다가 오고 있습니다!"
" 전원 전투준비!!"
" 이곳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아니! 감염체 정면으로 간다!"
" 네?!!"
" 어차피 마주쳐야 한다면 숫자가 적은 지금이 좋아!"
" 좋아!"
나와 기태는 찬성을 하며 소총을 장전했다. 원래 우리 일행을 제외한 네 명은 우리를 어이없이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 가자!"
장갑차는 속력을 내어 감염체가 다가오는 곳을 향해 달렸고 불과 2분도 안되어 감염체와의 거리는 백여미터로 좁혀졌다.
" 50m까지 접근하면 연사로 사격하고 최대한 근접하기를 기다려라!"
" 네!!"
" 기관총 사수는 최대한 가까이 오면 사격을 하고! 재원아!"
" 왜!!"
" 가서 감염체를 흔들어."
" 옛썰!"
난 장갑차에서 뛰어내려 이번에 새로 용접한 정글창을 가지고 감염체무리를 향해
뛰어갔다.
" 무..무슨 짓입니까?!!"
" 기다려봐."
뒤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를 무시하고 감염체 무리를 향해 달렸다. 숫자는 많아봐야 천을 넘기기 힘들어보였다.
" 으샤!!!"
내가 크게 창을 휘두르자 감염체 몇이 쓰려졌다. 내가 오는 것올 보고 나를 향해 뭉쳐지자 다시 뒤로 물러나고 베고 다시 물러나고 베고를 반복했다.
" 하..하.."
" 저렇게 움직일 수도.."
" 응? 여기도 우리처럼 변한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재효가 놀라는 인원을 보고 물었다.
" 있기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봐야 보통 사람보다 2~3배
힘과 체력이 좋은 편입니다. 간혹 머리가 좋거나 감염체를 느낄 수 있는
인원도 있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특출 나게 시력이 좋거나 쓸 때 없이 미각이
좋은 녀석도 있습니다만.."
" 재효! 너도 갈 수 있겠냐?!"
" 재원이 형 만큼은 아니지만 시간을 끌 수는 있습니다."
" 그럼 너도 가봐!"
" 넵!!"
재효도 장갑차에서 내려 나를 따라 만든 창을 들고 뛰었다.
" 응?? 너도 왔어?"
" 응. 훈 형이 가래."
" 나 혼자서도 괜찮은데."
" 뭐. 나도 훈련도 되고 좋지. 시간을 끌수도 있고."
" 그럼 넌 좌측. 난 우측."
" 응!!"
나와 재효는 양 뱡향에서 몰려드는 감염체를 제거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움직임이 둔해져갔다.
" 재효 넌 물러가고 나도 이제 돌아가야겠다."
" 조금 만 더!!"
" 무리 하지마. 위급한 상황도 아니야."
" 응!"
나와 재효는 몰려드는 감염체를 뒤로하고 다시 장갑차로 돌아갔다. 우리가 도망가자 감염체는 다시 뭉쳐서 우리 쪽으로 몰려왔다.
" 사격!!!"
" 타타타타탕!!!"
" 죽어라!!!
우리는 몰려드는 감염체를 향해 사격을 했고 기관총은 위쪽에서 일반 소총을 가진 우리는 밑에서 사격을 했다. 전차 운전을 하는 김 상병 두 명은 장갑차 위에서 사격을 하며 혹시 다른 쪽에서 접근하는 감염체를 경계했다.
" 털썩."
" 꾸엑!!"
별 신기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녀석들도 있었고 관통되어 일렬로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최후의 한 놈까지 제거하고 주변을 살펴 혹시 총성으로 몰려드는 감염체가 없는지 확인을 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 이제 시작인가."
" 정말 대단합니다!"
" 뭐가?"
" 어떻게 그런 움직임을! 영화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유 하사가 내게 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난 당연히 이곳에도 우리처럼 변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지만 그들의 능력은 지금의 재효에도 못 미치는 능력이었다.
" 신기하네. 우리만 이렇게 변한건가?"
" 더 있을지도 모르지. 일부러 몸을 숨기는 것일지도."
" 흠. 지금은 소문이 나서 좋을 것이 없으니 다른 애들 입단속을 시켜야겠어."
" 응. 우리 얼마나 더 움직일 수 있지?"
" 아직 800km는 가능합니다."
" 지도상으로는 동쪽에도 저수지가 있는데 이곳도 가볼까?"
" 그 곳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돌아서 가야하는 길이라.."
" 그래도 가보자. 저수지는 더 작지만 주변에 주거지역도 많이 없고 위치상
차라리 이곳이 생존자가 있을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은데?"
" 흠. 김 상병 이곳으로 간다."
" 알겠습니다."
" 하암.. 점심도 못 먹고 이게 뭐야."
" 저수지에 도착해서 간단히 때우자."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 오늘 복귀할 생각이야?"
" 상황을 봐서. 이렇게 나왔는데 뭐라도 얻어 가야지."
" 그래."
난 김 중사와의 무전을 끝내고 장갑차 뒤편으로 갔다. 생각보다 넓었지만 승차감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도대체 이런 차량이 어떻게 전시 구급차량으로 쓰이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런 진동과 승차감에서 과연 환자의 팔에 주사라도 제대로 놀 수 있을지 궁금했다.
다음 저수지로 가는 길은 좋지 못했고 꽤 돌아가는 길이라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주거지역은 많지 않았고 저수지 근처에 가정집 몇 개와 낚시터에서 운영하는 매점이 보였다.
" 바로 옆에 주유소도 있네. 건물도 있고 꽤 장소는 좋은데 흔적이 없네."
" 아니면 흔적을 지운 것일 수도 있어. 우선 주유소로 가보자."
" 전혀 흔적이 없는데."
" 주유소에 기름도 많이 없습니다."
" 오늘은 여기서 자리를 잡고 지내자. 혹시 모르니까. 내 생각에는 이 근처에
생존자가 있을 것 같으니."
" 내 생각도 그래. 나쁠 것이 없는 곳이고 낚시터도 있으니 완전히 굶지는
않았을 것이고 주유소의 기름도 많이 소비된 것으로 보아 최근까지 누군가
있었겠지."
" 시야에 가리는 것도 얼마 없고 비닐하우스도 많고 방어에 유리한 지역이니까."
" 우선 차량은 건물 뒤로 숨기고 정 하사와 김 상병은 주유소 건물 내부를
수색한다! 그리고 재원이랑 기태는 주변을 돌아 혹시 모를 감염체를 대비하고
재효는 나와 같이 저수지 쪽으로 수색 간다!"
" 응!"
" 알겠습니다!"
" 그럼 가볼까."
우리는 김 중사의 명령에 따라 각자 이동을 시작했고 나는 기태와 함께 주변을 수색했다.
" 이 쓰레기 오래된 것이 아냐."
" 길어야 며칠?"
" 응. 바람에 날려 온 것 같지만 그래도 근처에 누군가 있나 봐."
" 제발 생존자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 부디.."
나와 기태는 근처를 수색했지만 약간의 흔적만 발견했을 뿐 생존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간단하게 식사를 챙겨 먹고 차량을 점검한 후 돌아가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당연히 장갑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근무는 주유소 건물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피기로 했다.
기태가 장갑차 위에서 바람을 쐬며 앉아있다 말을 했다.
" 올해는 많이 덥지 않네."
" 신기해. 예전에는 엄청 더웠는데."
" 더 이상 환경오염이 없어서 그런가?"
" 설득력 있네. 자동차가 다니기를 하나 공장이 돌아가기를 하나."
"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전 세계가 이런 상황인가?"
" 응?"
" 뉴스에서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사태가 일어났다고 했는데 다른 나라도
우리처럼 박살났을까? 미국만 해도 총기보유가 되는 나라고 재난 대응을
잘하는 곳이고. 뭐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고 일본은 인구밀도가 높으니 우리랑
비슷하다고 해도 다른 나라들도 같을까 해서."
" 하긴. 미국은 확률이 높겠다. 그리고 내전 국가도 오히려 방어가 편하겠다.
대 놓고 소총을 거래하니까. 소말리아나 아프리카는 AK소총이 몇 만원도
안 되는 거래된다며?"
"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니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쪽 지역도 감염체
방어는 우리보다 쉽겠지."
" 게릴라전에 능숙하니까."
" 하.. 멀쩡한 나라가 있었으면 좋겠다."
" 왜?"
" 그러면 도와주러 오지 않을까?"
" 내 생각은 절대."
" 왜?"
" 안온다고 비난할 곳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어쨌든 치료약이나 다른 확실한
제거방법이 나올텐데 그때까지 집안에서 숨었다가 다른 나라로 가서 감염체를
제거 하면 되는데 우리나라가 과연 다른 나라가 탐나는 뭔가가 있어야 오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국토 대부분이 산악지형이고 이득날게 없잖아."
" 그런가.."
" 뭐 추구하는 것이 있다면 아니면 우리가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이 많다고 판단
되면 오긴 하겠지만 내 생각에는 거의 희망이 없다고 봐."
" 하아.."
내 말에 기태가 한숨을 쉬며 드러누웠다. 노을이 져가는 하늘을 보며 나도 같이 한숨을 쉬며 장갑차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