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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76화 (76/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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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밤이 되어 우리는 근무자를 제외하고는 장갑차 안에서 자를 잡고 잠을 청했다.

사람이 적으니 장갑차 안은 넓은 상태니 잠을 자는 것은 무리가 없었고 혹시 감염체가 온다고 해도 장갑차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강철로 된 장갑을 뚫고 들어올 수는 없을 것이다. 장갑차 안에서도 충분히 사격이 가능했고 장갑차 위로 올라오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걱정되는 일은 없었다. 다지 생존자들이 있다면 오늘 하루도 힘들게 넘겨야 하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 재효 넌 미란이랑 잘 이야기 했어?"

" 네."

그 사건이후 제대로 된 대화를 한 적이 없는 재효와 이야기를 나눴다.

" 그래도 꽤 안전한 곳이니 미란이도 네 생각을 받아주겠다?"

" 모르죠, 여전히 주장을 굽히지 않을지."

" 너도 잘 생각하고 결정해."

" 그나저나 형은 참 잘지낸다?"

" 응?"

" 미란이가 그러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잘 챙겨준다고 하더라. 오히려 은혜가

미안해 할 정도로."

" 챙겨준 것도 없는데 미안해 하기는.."

" 뭐 형이야 워낙 배려심이 깊으니까 상대방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차이가

있겠지."

" 하암.."

" 형."

" 응?"

" 만약 사회가 제대로 된다면.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다면 형은 제일

먼저 뭐가 하고 싶어?"

" 부모님을 찾아야지."

" 아. 미국에 계시지."

" 응.."

" 그것 말고는?"

" 그냥 한적한 곳에서 낚시를 하면서 고기를 구워먹고 쉬고 싶어. 밤하늘을 보며

맥주를 마시고 숯불에 고기도 구어 먹고 카라반에서 티비도 보면서 쉬고.."

" 소박하네."

" 소박한 것이 하기가 제일 어렵지. 넌 뭐하고 싶은데?"

" 난 그냥 미란이랑 이곳 저곳을 여행하고 싶어. 제대로 못 가본 제주도도

가보고 바닷가도 가보고."

" 확실히 세상이 이러니까 마음 놓고 쉬는게 하고 싶네."

" 응."

"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가능하겠지. 다른 사람들도 같이 감염체를

제거한다면 가능한 일이지."

" 지금까지 겪어본 봐 빠른 시간에는 힘들 것 같아."

"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 자신들이 편하면 다른 사람의 사정은 생각

하기 힘들지."

"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 앉으면 못 앉은 사람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도 같이 앉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 하는게 안타깝다."

" 자자 형."

" 그래. 푹 자고 조금 있다 보자."

" 응."

나와 같은 근무자인 재효와는 몇 시간 후에 근무를 서기로 했고 우리는 깊게 잠이 들었다.

" 치직..치직.. 감염체 접근중!!"

" 응??"

" 장갑차 내부 인원 들리시면 현재 주유소 좌측 약 700m 지점에서 감염체가

접근중입니다."

" 치직.. 여기는 1호차. 확인."

" 치직... 여기는 2호차. 확인."

" 현 상황을 지켜보고 우선 대기한다. 건물 위 근무자는 지속적으로 감염체의

이동경로를 보고하고 나머지 인원은 전투준비."

" 알겠습니다."

" 일어나 재효야! "

" 응??"

" 감염체가 접근 중이야. 어서 옷 입고 총 챙겨!"

" 응.."

우리는 옷을 챙겨 입고 건물 위로 올라갔다. 달빛이 전부인 상황에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숫자가 몰려오고 있다고 판단되었다.

" 저 길에서는 감염체가 이쪽을 볼 수 없으니 몇 명만 옥상에서 대기하고

나머지 인원은 장갑차에서 준비를 하자."

" 밤이 깊었으니 괜히 건들이지 말고 지나가기를 .."

" 제발 지나가라.."

" 조용! 다들 준비해."

얼마 지나지 않아 감염체가 우리 앞을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이 사태 초기에 감염이 된 듯 옷차림이 가벼운 녀석들이 많았고 몇몇은 그래도 두꺼운 옷을 입고 감염이 된 녀석도 있었다. 복장은 천차만별이었다. 한껏 차려입은 여자였던 존재. 정장을 입은 사람들 운동복을 입은 사람. 군복, 경찰복, 소방복 등등 수많은 살아생전 열심히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 다행이 우리는 못 본 모양이야.”

“ 이대로 있다가 지나가기를 바라자. 숫자는 적지만 밤이 어두워 위험해.”

“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

“ 그래도 위험해. 아무리 숫자가 적어도 어두워서 자칫 잘못하다간 우리도

저들과 같은 신세가 될 수 있어.“

“ 치직. 전원 대기.”

“ 전원 대기.”

무전으로 김 중사가 대기 명령을 내렸고 우리는 계속해서 감염체를 감시했다.

“ 응? 빗방울이 떨어지네?”

“ 이상하다. 낮에는 맑았는데?”

“ 많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소나기인가?”

“ 하늘이 제대로 보여야 말이지.”

감염체가 이미 시야에서 벗어났지만 한 동안 자리를 지키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위험이 없을 거라는 판단이 서자 김 중사가 다시 무전으로 장갑차로 복귀 명령을 내렸고 우리는 빠르게 장갑차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하늘에서는 갑자기 세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워.. 조금만 늦었어도 제대로 맞을 뻔했네.”

“ 소나기 맞나? 정말 많이도 내린다.”

장갑차 안에서 옷을 털며 다시 잘 준비를 했다. 비가 내리자 무전으로 김 중사가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나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시야도 좋지 않은 상황에 비까지 내리니 밖에서의 근무는 크게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모습이었다.

“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별다른 근무 없이 잘 수 있다는 것을?”

“ 그래도 여긴 너무 불편해.”

“ 이 정도면 호텔급이지. 예전에 차에서 잤던 일을 생각해라.”

“ 하암..”

다들 한 마디씩 하고는 바로 잠이 들었다. 나도 풀려버린 긴장감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치직..치직..”

“ 뭔가 무전이 오는데?”

“ 뭐라고 한 거야?”

“ 전원 대기하시랍니다. 비가 조금 그치고 이동한답니다.”

“ 얼마나 내리 길래?”

“ 워우..”

장갑차에서 소총을 거취해서 쏘는 곳으로 밖을 보니 집중호우마냥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제대로 앞이 보이지도 않아 가뜩이나 힘든 운전인데 더 힘들 것  같았다.

“ 현재 기상상황으로는 운행이 불가능 하다고 판단하여 대기명령을 내렸습니다.

무리를 해서 움직일 수는 있지만 가능한 피해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 하긴. 지금은 한 대의 차량도 소중한 상황이니.”

“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비가 그치기를 기다릴 수는 없잖아?”

“ 김 중사님 오래 내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 그 녀석도 뭔가 생각이 있겠지.”

“ 그럼 우리는 여기서 전투식량이나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 제대로 먹은 것이 없더니 배가 고프네.”

“ 이거라도 먹자.”

우리는 장갑차 안에 옹기종기 모여 전투식량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맛은 없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다들 말없이 밥을 다 먹을 때쯤 급하게 무전이 들어왔다.

“ 현재 1초소가 공격받고 있다고 합니다! 숫자가 많아 1초소에서는 방어가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본부대에서 현재 외부에 있는 모든 인원에 대하여

복귀 명령을 내렸습니다.“

“ 무슨 개똥같은 소리야! 지금 이 상황에 언제 도착할 줄 알고!”“

“ 조금 전까지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나? 이 상황에서 갈 수 있어?”

“ 가능하긴 합니다만 자신 없습니다. 경험이 적어서..”

“ 그래도 복귀하라면 해야겠지.”

“ 네.. 김 중사님도 아마도 복귀하라고 명령할..”

“ 전원 대기한다.”

“ 얼렝?!!”

“ 앵?!!”

예상과 다르게 김 중사는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정 하사가 무전기를 잡고 다시 무전을 했다.

“ 김 중사님! 현재 본부대에서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정 하사는 혹시 김 중사가 무전을 듣지 못했는지 확인 차 다시 물었다.

“ 알고 있다. 현재 기상 상태와 위치가 너무 멀어 제 시간에 도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 알겠습니다.”

“ 비가 그치고 시야가 좋아지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한다.”

“ 알겠습니다.”

“ 하긴 이런 날씨에 움직인다고 해도 몇 시간을 걸릴 일이고 가다가 일이라도

생기면 더 늦어질 테니 차라리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지.“

“ 하지만 본부대에서 바로 복귀하지 않은 것을 알면..”

“ 우리만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몰라.”

“ 네..”

“ 무전 상황으로 현재 다리 상황은?”

“ 현재 3초소까지 밀린 상황입니다.”

“ 보통 이런 상황이 자주 있어?”

“ 5초까지 밀린 경우는 많습니다. 가능한 인원피해가 없도록 운영하기 때문에

10초소까지는 거리가 별로 안 됩니다. 하지만 10초소부터는 거리가 멀고

화력이 월등합니다. 그래서 큰 위험은 없을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얼마가 몰려 왔는지가 관건이지.”

“ 현재 감염체 숫자는 파악이 된데?”

“ 그런 무전은 없었습니다.”

“ 위험할 정도는 아닌가? 하지만 왜 모든 인원은 복귀시키는 거야?”

“ 이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 그럼 무시 할 수 없는 숫자가 몰려온 상황인가보군.”

“ 복귀 명령을 내린 경우는 지금까지 몇 번 없었습니다.”

정 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아마도 본부대에서 온 무전을 무시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표정이었다.

“ 어차피 책임은 김 중사가 지는 명령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 네.”

말을 하는 도중에 비는 점점 약해져갔다. 이 정도 비라면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김 중사의 무전이 들어왔다.

“ 바로 이동을 한다! 가능한 빠른 속도로!”

“ 알겠습니다!”

장갑차의 묵직한 엔진음을 내며 바로 출발을 했다. 승차감은 무시하고 만든 차량이다 보니 속도가 높아질수록 속이 울렁거려왔다. 왔을 때와 다르게 속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최단 거리로 이동을 시작했다. 중간에 감염체를 마주쳤지만 그대로 밀고 들어가며 공항을 항해 빠르게 갔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이 좀 생겨서..ㅠㅠ 양이 조금 적지만 빠르게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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