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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공항으로 들어가는 다리입구 근처에는 이미 많은 숫자의 감염체가 밀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다리가 넓다보니 밀고 들어가는 감염체를 막는 것도 힘들어보였다.
" 우리가 밀고 들어가는 것은 힘들겠지?"
" 아무리 장갑차라고 해도 저런 숫자는 무리입니다."
" 주변에 다른 인원들은 어쩌고 있지?"
" 저희처럼 대기중입니다."
" 화력정도는?"
" 대부분이 개인화기와 기관총정도가 전부입니다. 대구경은 아니고 간간히
고속유탄을 장착한 차량도 있지만 저희와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 숫자는?"
" 현재 알고 있는 숫자는 20대 정도입니다."
" 흠.."
" 김 중사님 어떻게 할 것입니까?"
" ...."
" 고민 중인가봐."
" 하긴.. "
" 현 상태를 유지하고 상황을 지켜본다."
" 알겠습니다.
몇 초 후 김 중사의 무전이 들어왔고 우리는 멀리서 몰려 들어가는 감염체를 봤다. 계속해서 밀고 들어가는 감염체를 보며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시간이 지나면 물론 감염체를 제거할 수 있겠지만 언제가 될지도 모르고 우리도 계속해서 이렇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 본부대에서 무전이 들어왔습니다. 후미에서 밀고 들어오라는 무전입니다."
" 응?!!"
" 현재 5초소까지 밀고 들어갔고 오래 못 버틸 것 같다고 합니다. 가능한 뒤에서
공격하여 밀고 들어오는 감염체를 끊어놔서 다시 1초소 쪽으로 밀고 들어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 가장 단순한 작전이네."
" 한꺼번에 밀고 들어 가야하나?"
" 본부대에서 무전을 보내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장갑차들이 다리 끝에서
감염체를 끊어 놓으랍니다."
" 말이야 쉽지. 자기들은 가장 안쪽에서 말만하니 쉽지."
" 쳇.."
" 무전이 들어왔습니다! 현재부터는 각자 차량에서 독자적으로 행동하라는 명령
입니다.!"
" 그럼 정 하사님이 명령을 내려주시죠."
" 아닙니다. 비록 계급은 없지만 재원님의 명령을 따르라는 명령입니다."
" 네?!"
" 현재는 계급이 없으시지만 앞으로 계획이 있는 상황입니다. 뭐 저야.."
" 흠..괜찮으시겠습니까?"
" 뭐 저야 괜찮습니다."
" 그럼.."
아무래도 윗선에서 입김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정 하사의 표정을 보니 싫은 것 같지는 않았다.
" 김 상병! 현재 위치에서 직진으로 이동하고 감염체 무리 50미터 지점에서
멈춰서 사격을 가하도록 한다! 하지만 다른 차량들이 먼저 움직이고 나서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이동을 시작하도록!"
" 알겠습니다!"
감염체를 보고 비교적 안전한 장갑차에 있는 인원들이 조금은 과감하게 갈 줄 알았지만 내 예상을 뒤집어 버렸다.
" 앵?! 뭐야? 다들 안 움직여?"
" 저런 속도로 움직일 길이 아닌데?"
천천히 움직이며 감염체 무리 근처로 가는 것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분명 최소한 기관총과 개인 화기로 무장한 차량인데 소극적으로 사격을 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천천히 움직인 것은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보고 같은 형태로 움직이려고 한 것이지만 다른 차량은 그냥 봐도 근처에서 배회하는 느낌이 들었다.
" 싸울 생각이 없군."
" 아무래도 여러 번 밀린 경험이 있다보니.."
" 지휘관은 없나? 이런 상황에 누군가는 장갑차들을 지휘하려는?"
" 없습니다. 보통은 차량에 탑승한 최선임자가 차량을 지휘하고 이런
단체행동에서는 정해진 지휘관이 없습니다."
" 말이 되는 소린가? 보이는 차량만 20대가 넘는데 이런 대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없다니?!"
" 처음에는 있었습니다. 그때는 전차도 있고 자주포도 있어서 지휘관이 있었지만
남은 포를 다 소모하고 저희가 만들 수 있는 탄이 소총탄에 한정이 되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고 그 후부터는 각자 행동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 생색내기용 부대군. 어차피 섬의 수비는 탄탄하니 생존자를 수색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 ...."
정 하사가 내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곳에 오래 있었던 정 하사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 장갑차들이 사용하는 무전 채널로 연결해줘."
" 네?"
" 그래도 무전 채널을 나눠져 있을 것 아냐?"
" 네.. 알겠습니다."
잠시 채널을 변경하던 김 상병은 바로 내게 말을 했다.
" 됐습니다.
" 음.. "
난 무전기를 잡고 잠시 생각을 한 후 말을 했다.
" 들리십니까? 전 여러분들 근처 장갑차에 탑승하고 있는 인원 중 한명입니다.
얼마 전 구출되어진 인원 중 한명입니다. 지금 당신들이 하고 있는 행동은
군인이 아닌 제 눈에도 확실히 보여지는 군요. 제 생각과 다르게 탄을 아끼기
위해 하는 행동이고 다음 번 전투를 위해 최소한의 소비만을 하겠다는
생각인가요? 그렇다면 한 가지 물어보죠. 섬 안의 가족 친구들이 저들과
똑같이 변하고도 후회할 자신이 있는지요? 그렇다면 할 말이 없군요. 하지만
적어도 저기 초소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은 맨몸에 소총 한 자루에 의지하고
우리의 식구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저들보다 안전한 곳에 있는 우리의
행동이 부끄럽지 않다면 여기 계속 계시죠. 전 이대로 측면을 향해 돌진한 후
다리 중앙으로 돌파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5초소 위치까지 빠르게 이동하여
우리 식구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인원들과 합류하여 싸울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행동에 후회가 없을 자신이 있다면 제가 밀고 들어가서 감염체를
전부 제거할 때까지 여기 계신다고 해도 아무도 욕하지 않겠죠. 그럼.."
난 무전을 끝내고 김 상병에게 말을 했다.
" 지금 바로 감염체 측면으로 돌진하여 초소까지 달린다."
" 하지만 중간에 감염체들이 쌓인 곳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저희는 꼼짝없이
갇혀버립니다."
" 그런 상황이 오면 내가 해결한다. 움직여!"
" 알겠습니다."
" 재효는 차량 위로 올라가 우리 앞쪽의 감염체를 사격하고 길을 만들어."
" 지금 무전으로 김 중사님이 같이 움직이겠다고 합니다!"
" 내 계획을 대충 알겠죠? 이제부터 무전으로 지휘는 정 하사님이 하세요.
전 위로 올라가 길을 만들죠."
" 알겠습니다."
" 바로 이동한다!"
" 네!!!"
장갑차는 우렁찬 엔진소리를 내며 빠르게 감염체 측면을 뚫고 다리에 진입했다. 나와 재효는 장갑차 위에서 주변의 감염체를 쏘며 혹시 감염체로 인해 장갑차가 걸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 형! 차량들이 움직이는데?"
" 응??"
" 몇 대를 빼고는 빠르게 우리에게 오고 있어!"
"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나보네."
우리가 만들 길을 따라서 수 대의 차량들이 이동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방법으로 장갑차 위에서 사격을 하거나 장갑차 측면에서 총을 쏘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중간중간 유탄과 수류탄으로 감염체를 제거해 가며 다리 위를
질주했고 어렵지 않게 감염체를 상대하고 있는 5초소에 도착했다.
" 현재 상황은!?"
" 전투 인원 30명에 부상자가 1명 있습니다!"
" 탄약은?"
" 충분합니다! 하지만 밀고 들어오는 양이 많아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 크레모어나 수류탄은 있습니까?"
" 네! 현재 5초도 뒤에 설치를 해뒀고 여기서 밀리면 사용할 생각입니다!"
" 우선 최대한 여기서 많은 수를 제거해야 합니다!"
" 김 상병은 차량을 끌고 가서 크레모어나 수류탄을 많이 챙겨와!"
" 어..어디서.."
" 각 초소마다 몇 개씩 있잖아! 강제로 뺏어오든! 훔쳐오든!"
" 알겠습니다!"
" 장갑차들이 도착했습니다!"
" 장갑차를 측면으로 세워서 바리게이트를 설치하세요! 가능한 감염체가 밀고
들어오는 속도를 늦춰야 합니다!"
" 기관총 사수 전부는 최대한 앞으로 가서 사격하면서 시간을 벌도록!!"
장갑차들이 몰려오자 초소에 있던 인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행동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죽어있는 감염체는 많이 보지 못했다. 아마도 다들 도망치느라 바빠 제대로 사격조차 한 흔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기관총 사수들이 앞장서 감염체를 제거할 동안 소총수들은 탄약을 보충하고 재정비를 했다. 5초소 뒤편으로 부비트랩도 설치하고 넘어오는 감염체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장갑차 몇 대로 길을 막았다.
" 현재 다리 밖에 있는 장갑차들이 외부의 감염체를 제거하겠다고 합니다!"
" 몇 대나 있습니까?!"
" 5대 입니다!"
" 탄약이 없습니다!"
" 재장전!!"
기관총 사수들이 점점 탄약이 떨어져갔고 남은 인원들이 몰려오는 감염체를 늦추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 기관총 사수들은 뒤로 빠져서 재정비 합니다! 소총수들이 앞장서서 시간을
벌도록 하겠습니다!"
김 중사도 정비를 끝내고 와서 병사들을 이끌었다. 소총을 들고 있는 인원들의 표정에는 비장한 모습이 보였고 아직 뒤에 초소가 많이 남아있었지만 한 초소를
지날 때 마다 가능한 많은 숫자를 줄여나가야만 했다.
" 현재 다른 초소에서 부비트랩 설치가 완료 됐다고 합니다!"
" 추가 인원과 탄약이 현재 본부대를 출발했다고 합니다!"
" 조금만 버티면 밀고 갈 수 있다! 다들 힘을 내자!"
" 네!!"
지금까지 우왕좌왕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김 중사의 지휘아래 다들 움직였다.
한동안은 장갑차에 달려있던 화력과 사람들이 모여 쏘는 양도 엄청났기에 밀고 들어오는 속도는 점차 느려졌다. 하지만 점점 쌓여가는 감염체 시신과 탄약의 소모로 우리도 점점 뒤로 밀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5초소까지 밀고 들어온 속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후속 부대는 언제 도착예정인거야!!"
" 약 5분 후 도착입니다!"
" 젠장! 탄창!!"
" 이게 마지막이야!!"
" 탄창 남는 사람없어?!"
" 여기! 나도 이제 마지막이야!"
" 유탄사수!! 유탄은?!"
" 현재 20발 남았습니다!"
" 다쏴버려!!!"
점점 탄이 떨어져갔고 장갑차에 적재되어 있던 예비 탄약까지 전부 소비하게 되었다.
" 후퇴한다! 후퇴!"
" 뒤로 이동! 6초소로 이동한다!"
초소간 거리는 약 1km. 감염체는 우리가 빠르게 걷는 수준보다 느렸기에 초반에 달려 거리를 두고는 탄약이 남은 인원들이 제일 뒤에서 이동하면서 다가오는 감염체를 견제하였다.
" 현재 6초소에 후속부대와 탄약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 빠르게 이동한다! 탄약을 보충하는 동안 6초소 인원이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 6초소라고 해봐야 10명 남짓인데.."
" 여기까지 밀렸는데 계속해서 밀리는 것 아냐?"
빠르게 걸으면서 사람들은 부정적인 말을 하며 이동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기에 밀리고 밀고를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 탄약이 이쪽에 있습니다!"
" 6초소 인원들은 최대한 전방으로 이동해서 감염체를 상대하도록 하세요!"
" 네에!?"
" 여기서 기다릴 생각입니까? 어차피 감염체는 걷는 속도가 전부입니다! 가능한
전방으로 가서 제거하면서 이동을 하여 이쪽으로 오는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 하..하지만 변종 감염체라도.."
" 현재 파악된 변종 감염체는 없습니다! 그러니 어서 움직이란 말야!"
김 중사가 화를 내며 외쳤다. 인간이 감염체보다 월등한 화력과 지능과 인력을
가졌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이유. 바로 저런 행동 때문이었다.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생각조차 아둔해져 스스로 구석까지 몰려버리게 된 것이다.
그래도 뛰어난 사람 몇몇이 모여 이런 생존자 캠프를 만들었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저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먼저 겁에 질려 도망가고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시간이 흘러가다 보니 감염체의 숫자는 점점 늘어갔던 것이다.
" 어서 움직이고! 본부대에 연락해서 화력충원을 요청하도록!"
" 현재 기관총과 탄약이 추가로 오고 있습니다!"
" 다른 무기는?!"
" 섬에는 이제 기관총이 전부입니다. 잘해야 유탄이나 수류탄 정도.."
" 다연장포나 자주포는 어쩌고요?"
" 잘못하면 다리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가 아닌 이상 사용을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리가 무너진다면 저희도 고립되는 상황입니다.
감염체가 꼭 육지로 오지는 않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해변에도 발견되는
경우가 있어 정말 최악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습니다."
" 물을 무서워 하는게 아닌가?"
" 어디서 떠밀려 내려오는 거겠지."
" 젠장.. 갈수록 태산이군."
" 온다!"
6초소 인원들이 시간을 끌어준 결과 남은 인원들이 탄을 보충해 다가오는 감염체를 향해 조준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