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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82화 (82/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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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집에서 군복을 벗지도 못하고 대기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다들 우리 집에 모여 멍하니 있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총기를 손질하거나 탄창에 탄약을 넣어두는 작업을 했지만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는 않았다.

“ 지겹군.”

“ 응.”

“ 차라리 다리 위에서 대기하라는 것이 더 효율적일 텐데.”

“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으니 원..”

“ 통신수단도 원활하지 못하니 장갑차에 있는 무전기로 상황을 들어봐야겠다.”

“ 기철 상병과 정 하사가 무전을 듣고 있어. 그리고 30분마다 돌아가며 무전기

앞에서 대기하자.“

“ 다른 인원은 뭐하고?”

“ 그래도 휴식을 취해야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괜히 힘 빼고 있느니 조금

이나마 체력소모를 줄이자.“

“ 무전이 조용합니다.”

“ 다른 채널은 확인해 봤나?”

“ 네. 본부대와 다리 초소 채널도 확인했지만 별다른 무전이 없습니다.”

“ 흠..”

“ 그런데 왜 우리를 못 나가게 하는 거야?”

“ 알 수가 없네..”

“ 내가 사무실에 다녀올게.”

“ 가서 뭐하게?”

“ 왜 조용한지 우리는 왜 여기서 대기해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듣고 싶어.”

“ 그래도 그들은 윗선 핑계만 주절거리며 말하겠지. 명령입니다. 저희는 잘

모릅니다. 저희도 시키는 것만 하고 있습니다. 라고..“

“ 그래도 뭐라도 건질 것이 있나 가봐야지.”

“ 다녀와.”

김 중사와 유 하사는 사무실로 가서 현재의 사태를 알아보기로 했다. 정말 사무실 말이 사실이라면 주기적으로 무전이 오가야했지만 무전기에서 들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30분 정도 지나자 김 중사가 돌아오는 것이 보였고 표정은 마치 뭐 씹은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 뭐라디?”

“ 이제 나가도 된다더라. 정찰조의 실수로 감염체가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고

판단 했다던데?“

“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 아무리 방향과 위치를 잘 못 잡았다고 해도 최대한 감염체에게 다가가서

제거하면서 후퇴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 아닌가?“

“ 우리 생각이지 다른 사람들은 최대한 안전하게 감염체를 상대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나 봐.“

“ 그럼 이제 움직일까?”

“ 응.”

나는 집안에 있는 은혜에게 가벼운 키스를 한 후 집을 나섰다. 다리 위로 장갑차로 지나가면서 본 초소 근무자들의 표정은 크게 긴장한 표정이 아니었다.

감염체가 근처에 있다는 정보를 들었을 것인데 그냥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표정이었다. 어째보면 익숙해져서 그럴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몇몇은 긴장한 사람이 있을 법도 하지만 그런 인원은 보이지 않았다.

“ 정지.”

“ 네??”

“ 잠시 초소 앞에 정지해봐. 초소 인원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 알겠습니다.”

“ 김 중사님 재원님이 초소에 물어볼 것이 있다고 정차를 원합니다.”

“ 허락한다.”

“ 알겠습니다.”

“ 끼이익!”

다리 절반 정도를 지나 10초소에 정차를 했다.

“ 무슨 일이십니까?”

초소장으로 보이는 인원이 나와 우리에게 용건을 물었다.

“ 현재 감염체가 온다는 정보를 들었는데 상황은 어떤가요?”

“ 감염체 말입니까? 저희는 전달 받은 것이 없는데 말입니다?”

“ 네??”

“ 저희는 별다른 지시사항을 받은 것이 없습니다. 혹시 언제 상황을 전파

받으셨습니까?“

“ 아..아닙니다. 저희가 무전을 잘 못들은 것 같습니다. 초소장께서는 지시받은

것이 없으니.. 저희가 잘 못들었겠지요.“

“ 흠.. 무전기가 오래되다 보니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것도 많으니 확인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고하십쇼.“

“ 네. 수고하세요.”

“ 뭐지?”

“ 혹시 모르니 가장 선두에 있는 1초소에서도 한 번 더 물어보자. 이 사람들이

못 들었을 수도 있으니까.“

“ 흠..”

하지만 1초소에서도 별다른 상황을 전파 받은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럼 도대체 왜 사무실에서는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우리를 붙잡아 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눈엣가시라면 차라리 빨리 내보내는 것이 좋은데 굳이 왜 우리를 잡아 둔 것인지 몰랐다.

“ 돌아가자.”

“ 네?!!”

“ 뭐??!”

“ 영 기분이 이상해. 우리를 붙잡아 둔 것이 마음에 걸려.”

“ 맞는 말이야. 며칠간은 집에서 머무르자.”

“ 하지만 이미 우리가 나온다고 사무실에 보고한 상태라.”

“ 장갑차에 이상이 보인다거나 다른 핑계를 생각해봐. 이대로 나가는 것은

화장실 갔다가 그냥 나온 기분이야.“

“ 돌아가자. 나도 김 중사 의견에 찬성이야. 뭔가 느낌이 이상해.”

“ 네. 알겠습니다.”

우리는 다시 1초소에서 방향을 돌려 숙소로 향했다. 사무실에는 차량의 이상이 있는 듯해서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더니 사무실 직원의 표정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분명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듯 했다. 차량을 한 대 정비창에 맏기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 앞에 낯선 차량이 3대 주차가 되어 있었다. 집에는 여자들만 있었기에 불길한 느낌이 들어 우리 모두 누가 뭐라하기도 전에 뛰어 들어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우락부락한 군인 4명과 낯이 익은 녀석이 한명 서 있었다. 소파에는 은혜와 미란이 보미가 나란히 앉아 있었고 은혜 앞에는 이빨을 드러내며 사납게 으르렁 거리는 핑크가 보였다. 아마도 핑크 때문에 가깝게 다가가지 못해보였다. 상황을 파악한 후에 홀로 서있는 낯익은 녀석에게로 시야를 돌렸다.

“ 이 녀석..”

“ 오호.. 대단하군. 살아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멀쩡하게 살아있군.”

“ 이름이 뭐...”

“ 진수..”

생존자 캠프에서 은혜에게 작업을 걸었던 자신의 배경만 믿고 설쳤던 녀석.

도대체 왜 저런 녀석은 안 죽고 멀쩡히 살아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진짜 명줄도 길다.”

“ 이래서 사무실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군.”

김 중사는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했지만 눈치껏 무슨 일인지 감을 잡은 모양이다. 내가 걸어서 진수 녀석에게 다가가자 덩치 큰 녀석들 중 한명이 팔로 내 앞을 막았다.

“ 영원히 팔을 못 쓰고 싶지 않다면 치워라.”

“ 큭..”

내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분노를 억누르며 말하자 내 이야기를 들었던 것인지 바로 팔을 내렸다. 그런 행동을 보고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진수에게 다가갔다.

“ 이제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나?”

“ 풋.. 포기라니 무슨..”

“ 아..그때 내가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었는데..”

“ 뭐?”

“ 다음번에 마주치면 죽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지 못했네..”

“ 하하하!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지! 저기 4명도 너와 같은 사람들이야! 아무리

너라고는 하지만 4명은 무리겠지!!“

“ 내 뒤에 있는 7명은 바보냐?”

“ 응??!!”

내 뒤에 있던 김 중사 외 6명 취급을 받은 존재들이 불쾌감을 보였다. 수적으로 우위고 질적으로 우위에 있었지만 진수가 아는 한 나를 제외하고는 발전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 훗. 그래봐야 네 녀석이 나를 어쩔 수는 없지. 여기서 평생 살아라! 우리는

다른..“

“ 진수!”

“ 아.. 그럼 우린 간다.. 이제는 마주칠 일이 없겠군.”

진수가 하려는 말을 다른 인원이 소리치며 끊었다. 분명 다른 이라고 했다. 다른.. 확실히 뭔가 있는 상황이었다.

“ 다른이라... 다른... 어딘가 뭔가 있다는 말이군.”

“ 알아봐야 어차피 너희는 가지도 못하니 신경 꺼.”

“ 아.. 그래?? 그럼 잘됐네. 너도 못 갈테니.”

“ 뭐??!!”

내가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아쉽지만 여기까지다 입만 산 녀석 주제에 말이 많군.”

조금 전 진수의 말을 끊었던 남자가 말했다. 난 녀석의 말을 무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 여기서 온전히 보낼 생각이 없어. 내가 왜 잠재적인 위험이 되는 너를 그냥

보내야하지?“

“ 하하하! 너 바보냐? 우린 4명이나 있다고!”

“ 말 많군.. 집 엉망이 되는 것이 싫으니 나와라.”

“ 어디서 이래라 저래라야?”

“ 아하... 재효야.”

“ 응??”

“ 애들좀..”

“ 응..”

재효는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다른 인원들도 나가라고 했고 끝까지 나가지 않은 기태와 김 중사가 남아 있었다.

“ 왜 안 나가?”

“ 한 명보다 세 명이 더 유리하겠지.”

“ 뭔 소리야. 내가 저것들도 처리 못할 것 같아?”

“ 보아하니 재들 나름 훈련도 철저히 받은 군인이야. 아무리 네가 힘과 스피드가

좋다고 해도 살아온 길이 달라.“

“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 틀렸다.”

“ 뭐?”

“ 지금까지 내가 최선을 다해서 싸운 거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 뭐??!”

“ 절대... 내가 회사다닐 때 그런 말이 있었지. 자신이 능력이 뛰어나도.. 일은..

짤리지 않을 만큼만 해라..라는..“

“ 뭐라는거야?”

“ 남에게 내 능력의 전부를 보여줄 필요는 없지.”

“ 설마..너..”

“ 거기 깍두기들. 너희도 낄 생각이냐?”

내가 묻자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나를 바라봤다. 아마도 자신들의 능력을 믿고 내가 주접이나 떨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 오랜만이네.. 이렇게까지 열 받은 것이..”

“ 아아...젠장..”

“ 그만 떠들고 뭐라도 하지...컥!!!”

“ 와장창!!!”

내 앞에서 팔을 들어 막았던 녀석이 내 앞으로 다가와 말을 하자 바로 발을 들어 녀석의 배를 발로 차버렸다. 소파 너머에 있던 발코니 유리창이 깨지며 녀석은 한참을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났고 바닥에 떨어지고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남은 세 명은 내 행동을 보고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역시 다수 대 소수의 싸움은 선빵이 최고였다.

“ 하나..갔고...다음..”

내가 웃으며 말하자 포스 넘치던 녀석도 겁을 먹은 모습이었다. 아마도 자신과 비슷한 능력이라 생각했겠지만 저 표정을 보니 차원이 다른 힘 차이에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 하아.. 정말 지긋지긋해.. 너 따위 녀석.. 이상하게 너 같은 녀석이 제일 오래

살아남는 것도 이제는 이해가 된다..“

“ 뭐?!!”

“ 야비하고 비열한 놈이 제일 오래 살아남지.”

“ 이 녀석이!!”

진수는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지만 역시나 가볍게 잡혀버렸다. 난 남은 한 손을 마저 잡고는 내 쪽으로 당겨 무릎을 들고 배를 가격했다.

“ 컥!!”

가능한 많은 고통을 느껴야 했기에 강하게 치지는 않았지만 평범하다 못해 온실 속 화초마냥 자라온 녀석에게는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 그만 하지..”

“ 이제 겨우 한 대 때렸는데..”

“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 상부에 보고하여 처리하도록 하겠다.”

포스 넘치던 녀석이 나에게 말했다. 아마도 자신의 능력 이상이라는 것을 알고 더 큰 힘을 가져오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었다.

“ 상부에 보고할 인원이 없을텐데..”

“ 뭐라고??!”

“ 못 들었나? 상부에 보고할 인원이 없을 거라고..”

“ 무..무슨..”

“ 난 너희 다섯 명을 여기서 살아서 보낼 생각이 없어..”

“ 미..미친 거냐!!”

“ 야!!!!”

김 중사와 기태가 소리를 지르며 말했지만 난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을 보이며 진수 녀석을 바닥에 내친 후에 다시 한 번 배를 걷어찬 후 포스 넘치는 녀석 앞으로 다가갔다.

“ 자.. 게임을 시작하지.. 룰은 간단해. 너희 네 명이 나를 이기면 원하는대로

하고.. 내가 이기면 너희 네 명 아니 다섯 명이구나. 다섯 명은 여기서 죽는다.

시작할까?“

“ 아니. 나만 하지.”

“ 응??”

“ 내가 이기면 원하는 것을 가져가마. 하지만 내가 지면.. 나머지 인원들은 보내

줬으면 한다.“

생각보다 남을 생각하는 배려심이 있지만 난 별로 생각이 없었다.

“ 거부. 난 그럴 생각이 없어.”

“ 풋.. 완전히 이길 것을 생각하고 말하는 군.”

“ 너도 봤으면서.. ”

“ 그럼 진수 녀석만 넘기지.”

“ 오호..”

“ 어쩔 수 없이 같이 다니기는 하지만 나도 저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 흠.. 그 제안은 마음에 드는군.”

“ 그럼..”

녀석은 바로 공격 자세를 취하며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된 무술을 배운 적도 없고 그냥 무식한 힘으로 상대하는 것이 전부였기에 별다른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다.

“ 쾅!!! 꼼짝 마라!!!”

“ 응??”

갑자기 집안으로 들어온 군인들이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들어온거람? 나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다 맨 뒤에 있는 사무실 직원을 보고 알 수가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예상 외로 복귀하자 윗선에 보고를 한 모양이었다.

들이닥친 군인들을 보고 자세를 풀어버린 녀석의 멱살을 잡고 진수 쪽으로 던져 버렸다. 두 녀석이 충돌하며 괴상한 소리를 내며 기절했고 난 그대로 군인들에게 본부대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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