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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84화 (8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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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문 앞에서 멍하니 서서 포스 넘치는 남자를 바라보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다 문득 정신이 들어 집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 불과 엊그제까지 서로 싸운 사이였는데 이제 와서 경호라니.."

" 다른 감정은 없었습니다. 저희는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 나 참.."

아무리 그래도 첫 대면부터 꼬인 사이인데 이런 식으로 할 줄이야.

" 솔직히 저도 그 녀석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워낙 철부지에 생각도

없는 녀석이지만 계급이 깡패라고 위에서 시키는 일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 흠.. 모두 오신건가요?"

" 우선은 세명만 왔고 그때 던져진 녀석은 병원에 입원중이라. 저와 한 명만

배정되었습니다."

" 와... 한 명을 지키는데 네 명을 주고 세 명을 지켜야 하는 곳에는 두

명이라니."

기태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 포스 넘치는 녀석도 할 말이 없는지 묵묵히 서서 우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 뭐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통성명부터 하지."

" 전 이 정환 중사입니다. 그리고 제 부사수는 석 정치 하사입니다."

" 전 김 재원이고 이 분은 김 훈 중사 그리고 이 사람은.."

우리는 차례대로 서로의 이름을 말했다. 완전히 신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령님도 뜻이 있으시니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솔직히 아직은 당신을 완전히 신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령님도 뭔가

생각이 있으시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을 보낸 것이겠지요. 첫 대면이 조금

그랬지만 앞으로 저희 일행을 지켜줄 분이시니 믿겠습니다. 저희의 대면은

잊고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말을 끝내고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이 중사는 내 행동에 살짝 미소 지으며 흔쾌히 손을 내밀었다.

"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 아.. 그리고 처음에는 핑크 곁에 가지 마세요. 잘못하면 물릴 수 있습니다."

" 가고 싶지 않은 녀석인데요."

핑크는 그때의 일을 기억이라도 하는 듯 은혜의 곁에라도 올까 긴장하며 이 중사를 시야에서 놓지 않았다.

" 우선 대령님에게 명령받은 것은 여러분이 집을 나가면 여성분들은 한 곳에서

지내라고 하셨습니다. 일대일 경호가 불가능하고 집도 좁은 것이 아니니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전 여러분의 스케줄과 동일하게 진행되오니 참고

바랍니다. 삼 일 나갔다 오시면 적어도 하루 이상은 머물러 주셔야 합니다.

이것은 제 생각이 아닌 대령님 명령입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삼 일이상

집을 비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 이유는요?"

" 정확한 것은 모르겠습니다만 대령님이 말씀하시기로는 감염체보다 무서운

것은.."

" 같은 사람이다."

" 네.."

" 여기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군."

" 역시나 사람이 많이 모이면 문제가 생긴다니까."

" 뭐 이 경우는 사람이 많아서도 있지만 명령체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있지."

" 이 중사님 생각은 어떤가요?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 괜찮은가요?"

" 여기도 파벌은 나뉘어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완전한 도움을 받고 사태를 정리

하자는 인원과 최소한의 지원으로 자력으로 해결하자는. 그리고 그냥 섬에서

자급자족의 형태를 이뤄 시간을 두고 감염체를 정리하자는 인원도 있습니다."

" 장단점이 있군."

" 지금은 세 집단이 힘이 거의 동등하기에 별다른 진전이 없습니다.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뭐가 더 좋겠다라는 결정을 하기에는 세 방법 모두 크게 이득이

없는 상황이라."

" 하아.."

" 하지만 초기에 결정되었던 가능한 많은 생존자를 구출하고 감염체를 제거하자

는 변한 것이 없으니 계속해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갑차 부대인원들이

나가서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것은 위에서도 알고 있지만 딱히 제제는 가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 제재를 가할 것도 없지. 애초에 그들은 생존자를 구할 생각은 별로 없어 보였

으니까."

" 처음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생존자들이 거의 없다고 판단

되고 많은 인원이 피해를 입자 점점 소극적으로 변한 것 뿐 입니다."

" 그럼 오늘부터 이곳에서 지내실 생각입니까?"

" 아닙니다. 내일부터입니다. 오늘은 대령님께서 김 중사님 일행이 나가지 않을

테니 내일 장비를 챙겨온 후 일을 시작할 것입니다."

" 장비요?"

" 뭐 거창한 것은 아니고 외부 감시카메라나 권총정도입니다. "

" 아.."

" 그리고 외부로 나갈 시에는 가능하면 같이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식량 배급이나 생필품 배급은 석 하사가 대신 수령해올 것이니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안이 안전합니다."

" 누군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말인가요?"

생각해보면 사무실 인원이 우리와는 좋은 관계는 아니지만 딱히 위협을 가할 것 같지는 않았다. 대령님은 뭔가 정보가 있기 때문에 우리 인원에 대한 경호를 지시했을까?

" 네. 우선 대령님과 중령님과 다른 뜻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위협을 가하기보다 회유책이겠죠. 이번 사건으로 여러분의 능력이

어느 정도 밝혀졌으니 다른 파벌은 중사님 일행을 포섭하려 벌처럼 몰려들

가능성이 많죠."

" 여기나 저기나 파벌싸움이구나."

"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지 뭐."

우리는 거실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솔직히 이 중사에게는 별다른 악감정이 없었다. 단지 진수 녀석이 싫어서 경호하는 녀석도 같은 취급을 하기는 했지만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적대감이나 악감정이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앞으로 계속해서 지켜봐야할 일이지만.

간단한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직도 먹을 것이 있다는 것에 이 중사는 놀라는 눈치였다.

" 우리야 여기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강원도에서도 상당량 몰래 숨겨둔 것이

많아서 아직은 여유가 있는 편이예요."

" 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사람이 군대에 가면 정말 단 것이 땡기기 마련인데 이 중사는 오죽했을까. 우리는 그래도 가끔은 해소하는 편이지만 여기서는 탄산음료도 엄청 귀한 취급을 받는 곳이니까. 그래도 눈치껏 먹는 이 중사를 보며 살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은혜를 시켜 카라반에서 주전부리를 더 꺼내왔고 생각지도 못한 다과 파티가 시작되었다. 우선 내일 오후에 움직이기로 하고 오늘은 각자 집에서 쉬기로 했다.

아침이 되어 비교적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내 옆에는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은혜가 보였다. 밤사이 격렬했던 행위의 결과는 은혜의 늦잠으로 이어졌다. 난 은혜가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한 낮에는 무척이나 더웠지만 해가 지고 나면 꽤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새벽에는 오히려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예전 같으면 벌써 더워서 에어컨을 틀고 지낼 시기였지만 올 해는 무슨 일이지 쉽게 더워지지 않았다. 섬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공해물질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추측은 했지만 뭐 정확히 알 길은 없었다.

" 상쾌하네."

" 벌써 일어났어?"

" 운동해?"

" 그럼!"

아침부터 운동복 차림의 김 중사가 조깅을 하다 나와 마주쳤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결같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니 천성이 군인 체질이었다.

" 너도 대단하다."

" 아침 구보는 하루를 상쾌하게 하지! 너도 같이 하는 것이 어때?"

" 난 사양한다."

" 그러다 배 나온다!"

" 먹은 게 있어야 배가 나오지!"

" 그래도 풍족하게 먹는 편 아니냐? 다른 인원에 비하면 우리는 왕처럼 먹고

있다고!"

" 참네."

" 그럼 난 마저 돌고 올 테니 1시에 보자!"

" 난 더 잘련다!"

난 다시 방으로 들어와 은혜의 옆으로 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정오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미 일어난 은혜가 간단한 아침을 준비했고 아점에 가까운 식사를 하고 나니 이 중사가 도착했다.

"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걱정하시 마십쇼!"

이 중사 특유의 포스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고 난 악수를 청하고는 집을 나섰다. 집 밖에는 미란이와 보미가 짐을 들고 왔고 장갑차도 도착했다.

" 제일 늦었네."

" 아직 1시도 안됐어. 너희가 빠른거야!"

" 어서 움직이자!"

" 그래!"

우리는 장갑차 내,외부와 탄약과 화기를 점검했고 사무실에 들르지 않고 바로 초소를 지나 섬을 벗어났다.

" 꽤 선선하네.."

" 날씨가 이상하단 말야."

" 더운 것 보다야 이런 날씨가 좋지."

" 저..날고 있는게 비둘기인가?"

" 응??!"

얼마 전 본 이상하게 변한 비둘기들이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닭보다 커진 몸이었고 예전만큼의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 날고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자기들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는지 고개를 우리 쪽으로 돌려 보더니 30여 마리의 무리가 갑자기 방향을 돌려 무섭게 다가왔다.

" 서..설마??!"

" 아니겠지..."

" 속도가 전혀 줄어드는 모습이 아닌데?"

" 하하하.."

" 전원 장갑차 내부로 들어가!!"

아무래도 우리가 먹이라고 생각하고 달려드는 것 같았다. 우리가 급하게 장갑차의 해치를 닫고 비둘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고 비둘기들은 장갑차에 그대로 밀고 들어오려는 듯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쿵...쿵.."

" 아무리 새라고 하지만 생각이 없나?"

" 무서운데.. 저렇게 달려드는 것을 밖에서 마주쳤으면 큰일날 뻔 했어."

" 시야에 보이는 것들이 있어?"

" 몇 마리 있기는 한데.."

" 우선 무시하고 그냥 이동한다. 이동 후에도 계속 따라온다면 그때 사격해서

제거 하도록!"

" 알겠습니다!"

무전으로 김 중사의 명령이 들어왔고 우선은 우리 갈 길을 가기로 했다.

" 동물들도 변한 건가?"

" 흠.. 비둘기가 변했다면 고양이도 변할 가능성이 많은데.."

" 이래서 생존자들이 많이 없던 건가?"

" 강원도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인데?"

" 정말 우린 편하게 보냈구나.."

" 겨울 내내 움츠리고 있던 동물들이 슬슬 움직이나봐.."

" 조심해야 하는 것들이 늘었네."

감염이 다른 생물체에게도 전이가 된 것 같았다. 보통은 다른 종으로 감염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차피 감염체도 자연의 법칙과 위배되는 상황에 저런 생물체가 나타났다고 놀랄 것도 없었다.

" 소문은 들었는데 실제로 본 적은 처음입니다."

" 응?? 소문이 있었어?"

" 네. 덩치가 커진 고양이라던가 이상한 새들이 있어서 장갑차 부대원을 공격

했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는데 어디까지나 과장된 내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이군요."

남호 상병의 말에 다들 조심스럽게 밖을 바라봤다. 몇 마리 남지 않은 비둘기가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나가기를 기다리는 듯한 행동을 보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 아직까지 물고기가 감염된 소문은 듣지 못했지?"

" 네?? 네. 우선은 들은 내용은 새나 고양이가 전부입니다."

" 왜??"

기태가 내 질문에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물어왔다.

" 물까지 오염됐다면 솔직히 우리가 얻을 식량이 많이 줄어드니까. 사냥보다

낚시가 쉽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잡아 먹은 것도 있고."

" 와..물고기까지 변했다면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 이제 더 이상 우리는 먹이사슬 꼭대기가 아니니까."

" 현재 목표지점까지 약 3km남았습니다."

" 저속으로 운전하고 주변을 살피면서 간다."

" 알겠습니다."

내 명령에 남호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이동을 했다. 선두에 있는 우리 차량이 속도를 줄이자 자연스럽게 뒤 차량도 속도를 줄였고 서서히 도심 안으로 진입해 갔다. 감염체가 우리의 존재를 눈치 채고 여전히 밀고 들어왔지만 많은 수가 아니었기에 차량으로 밀고 이동을 했다. 가능한 탄을 아끼고 많은 수를 줄여야 했기에 차량에 무리가 안가는 선에서는 차량으로 밀고 들어가기로 했고 변종 감염체를 마주하면 바로 사격을 하기로 했다.

" 현재까지는 많은 수가 아니라 이동이 가능합니다."

" 우선은 이대로 이동한다."

" 알겠습니다."

우리는 점점 더 번화가 안으로 이동을 했고 사람이 놀기 위해 만들어진 번화가에서는 감염체가 그 자리를 메꾸고 있었다.

" 현재 우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 꽤 많은 숫자입니다."

" 어쩌지?"

" 만약 공격한다면 충분히 제거할만한 숫자인가?"

" 한 번의 전투로 저희가 가저온 탄약을 대부분 소비할 것 같습니다. 시야에

보이는 감염체가 전부는 아니니까요."

" 난감하군."

"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들어가는 것도 그런데.."

" 오늘은 이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자."

" 주변에 적당한 건물을 찾아보자."

우리는 오늘은 우선 가능한 전투는 피하기로 했다. 지도와 네비게시션을 이용해 주변 한적한 건물을 찾기 시작했고 번화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빌라 몇 동이 있는 것을 보고 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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