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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조심스럽게 들어간 빌라는 보통 평범하게 볼 수 있는 1층은 주차장이고 2층부터 주거지역인 건물이었다. 빌라 앞에 장갑차를 주차하고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 건물 안에는 감염체가 없습니다."
" 다른 집들은 확인해봤어?"
" 대부분 문이 잠겨 있습니다. 감염체가 잠긴 문을 열고나올 수 있을까요?"
" 모르지. 그리고 이 제품은 안에서 그냥 열리는 형태 아닌가?"
" 맞네요. 걸쇠가 있는 것은 아닐 것 같아요."
" 흠.. 그래도 건물 내부가 깔끔한 것을 보니 감염체는 없었나봐."
" 문이 열린 곳에 들어가 봤는데 내부도 생각보다 깔끔했습니다. 급하게 집을
나간 흔적은 있지만 그 외 흔적은 없습니다."
" 오늘은 여기서 지내고 움직이자. 2층은 그렇게 높지 않으니 혹시 감염체가
온다고 해도 창문을 이용해서 장갑차 위로 갈 수 있게 하고 장갑차 상판
해치는 열어두자."
"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서 올라오고 밤에는 돌아가며 근무를 서도록!"
" 알겠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려다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는 것을 보고 신발을 신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급하게 옷과 생필품을 챙겨나간 것을 제외하면 엉망은 아니었다. 뒷 발코니에는 맥주 몇 캔과 생수와 인스턴트 음식들이 있었다. 아마도 생수는 무게가 무겁다 보니 두고간 것으로 보였다.
" 그래도 생각보다 먹을 것은 있네?"
" 다른 집을 뒤져 볼까요? 뭐라도 나올 것 같습니다."
" 잠긴 집들이 많으니 발코니 쪽으로 나가보자."
뜻하지 않은 횡재에 우리는 작은 빌라 전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급하게 피난을 가서인지 대부분의 물건들은 온전하게 남아있었다. 5층인 빌라 건물을 5층에서부터 천천히 조심스럽게 수색을 하면서 내려와 3층 집에 들어가는 순간 매우 불쾌한 냄새가 났다.
" 크흑!!!"
" 컥! 무슨 냄새가.."
우리는 집안으로 들어가 침실로 들어가 봤다. 침실에는 한 쌍의 신혼부부로 추정되는 사람이 누워 있었다.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이 아닌 여자가 누워 있는 남자를 덮친 형태로 누워있었다.
" 아마도 여자가 감염되어 남자를 공격하다 둘 다 죽은 것 같습니다."
" 그럼 여자야 그렇다고 하지만 남자는 왜 죽은 거야? 남자도 물렸다면 변해야
정상 아닌가?"
이상한 점이 많았지만 계속 있으면서 볼 광경은 아니었다. 날이 점점 더워지고 밀폐됐던 공간이라 썩는 속도가 늦어졌던 것이고 우리는 서둘러 집을 나왔다.
"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구할 수 있었군."
" 네. 다행입니다. 적어도 집에 가기 전에는 충분히 먹을 수 있겠습니다."
" 이제 더 어두워지기 전에 창문을 가리고 빛이 세어나가지 않게 하자."
" 오늘은 그래도 편히 잘 수 있겠네."
우리는 옷장에 있던 이부자리를 꺼내와 바닥에 깔아 잠자리를 마련했고 한 곳에서는 구해온 음식을 가지고 저녁을 준비했다. 근무자들은 창을 보며 혹시나 다가올지 모르는 감염체를 경계했고 나름 풍족한 저녁식사를 끝낸 후 지도를 펼쳐 내일 이동할 경로를 찾았다.
" 김 중사님! 감염체가 몰려옵니다!"
" 조용! 다들 준비해라!"
창에서 경계를 서던 정 하사가 다급하게 김 중사를 찾았다. 각자 소총을 쥐고 창 쪽에 기대어 감염체를 바라봤다. 족히 백은 넘어 보이는 숫자의 감염체가 빌라 앞의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이면도로에 지어진 빌라지만 그래도 길을 넓었기에 퇴로는 충분했다. 하지만 여기서 전투가 벌어지면 좋을 것이 없었다. 소리를 듣고 감염체가 몰려오면 피하기도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 우리를 발견해서 온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그냥 지나가는 길인가?"
" 별다른 것 없이 그냥 목적 없이 걸어가는 모습 같습니다?"
" 와!! 저 여자 살아있었으면 정말 미인이었을 텐데!"
" 지금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와?"
" 뭘.. 이제는 익숙하지 않냐?"
" 풋.. 너 답다."
기태의 농담에 내가 살짝 웃어 넘겼다. 감염체의 옷차림은 각양각색이었다. 외출복 차림으로 감염된 사람도 있고 심지어 찜질복을 입고 감염된 사람도 있었다. 걷는 속도가 느린 감염체가 빌라 앞을 지나가는 시간은 한참 걸렸다. 그리고 긴장감에 체감 시간은 몇 시간은 흐른 것 같았다.
" 지나갔습니다."
" 완전히 지나가기 전까지 긴장을 풀지 마라!"
" 설마 다시 돌아올까?"
" 모르지. 예전처럼 우리를 안심시키고 야밤에 덮칠 지도."
" 젠장. 감염체가 점점 머리가 좋아지는 건가?"
" 진화하는 건가?"
" 좋은 상황이 하나도 없냐!"
" 비둘기도 그렇고 감염체도 변하는 것 같고."
" 나중에 진짜 별게 다 생겨나겠네."
" 변화도 변종도 진화도 빠르네."
" 보통은 몇 세대에 걸쳐서 일어나는 현상 아닌가?"
" 우리가 알던 모든 것들이 변하는 건가.."
"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 30분 더 있다가 변화가 없으면 근무자를 제외하고는 취침에 들어간다."
" 긴장감에 잠이 오려나."
" 난 잘 잘 수 있는데."
" 너도 대단하다."
서로 대단하다는 것을 말하며 기태와 나는 잠을 청하려 누웠다. 크게 피곤하지 않아 잠이 드는 시간은 조금 오래 걸렸다. 제대로 잠에 빠지지도 못하고 선잠을 자다 내 근무시간이 되어 일어났다.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 달빛조차 없는 하늘덕분에 주변 시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간혹 들리는 소름 돋는 소리가 나는 것이 전부였다. 고양이인지 낮에 본 비둘기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생물체는 머리털이 곤두 설 정도였다.
" 빌어먹을. 괜히 이곳에서 자는 건가?"
인원이 없다보니 혼자서 근무를 하니 꽤 무서웠다.
" 탱...탱..."
" 응??"
규칙적으로 들리는 소리에 촉각이 곤두섰다. 감염체가 사라짐 방향에서 들리는 소리라 더 긴장이 됐고 소총을 들고 창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가시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소리로써는 몇 명 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내가 고개를 내밀어 확인을 하려고 하자 소리는 멈췄다. 계속해서 들리면 인원을 깨우려고 했지만 불규칙적으로 바뀌었고 소리의 간격은 점점 늘어났다.
계속해서 긴장을 하며 촉각을 세웠지만 감염체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다음 근무자를 깨워야 하는 시간이 되었고 다음 근무자인 유 하사를 깨운 후
내가 들은 소리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유 하사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보였다.
"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많은 숫자도 아닌 것 같고 주변의 고양이나 야생
동물일 가능성도 있고요."
" 알겠습니다."
난 자세하게 나는 소리와 방향을 설명해주고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누웠지만 제대로 잠을 잘 수는 없었다. 선잠에 들었지만 간혹 들리는 소리로 깊은 잠에 빠질 수가 없었다. 아침이 오고 나서야 정체불명의 소리를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김 중사는 혹시 모르니 빌라에서 더 있어보자고 했다.
"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한 곳에서 오래 있는 것도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 어제의 그 소리가 혹시 다른 감염체를 불러 모을 수도 있습니다."
" 확실하지 않으니 섣불리 움직이는 것도 위험합니다."
움직이자와 여기서 더 머무르자는 의견이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었다.
" 우리가 급할 것도 지금 이 자체가 그리 위험한 상황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지금 움직이는 것도 위험할 수 있어. 그리고 우리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물론 우리가 감염체를 제거하기 위해 나온
상황지만 우리가 가진 무기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려면 많은 수의 감염체가
모였을 때 전투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하는데?"
" 저희가 지금 위험하지 않다고요?"
" 응. 솔직히 대문은 철문이고 장갑차 위로 감염체가 올라오기도 힘들잖아?
지능이 있는 우리도 올라가려면 한참을 낑낑되야 하는데 지능이 거의 없는
감염체가 어떻게 저기를 올라가."
" 지능이 있는 감염체도 있지 않습니까?"
"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많은 수도 아닐 거라는 예상 아닌가? 그리고 한두 마리야
우리가 위에서 사격을 하면 쉽게 제거 할 수 있고."
" 하긴.."
다들 생각만큼 자신들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갔다. 감염체가 숫자가 많고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다보니 과대평가하여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포감은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마련이다.
" 감염체가 위협적인 것은 사실인데 우리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물론
과소평가하는 것 보다는 괜찮기는 하지만 가끔 보면 우리의 판단력이 흐트러
지는 경우가 많아. 생각해보면 감염체는 인간이었던 모습을 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저급한 생물체에 불과해."
" 하긴.. 사다리도 제대로 못 타는데.."
" 지금 이 상황에서도 감염체가 주변을 둘러버려도 우리는 탈출할 수 있어. 각
길목에 지금 크레모아가 설치되어 있고 유탄과 수류탄도 상당량을 가지고
있고 기관총 탄약도 충분해. 일정량만 제거해서 장갑차가 일정 속도까지만
올라가도 우리는 이곳을 벗어날 수 있어."
지금 이 시간에 감염체가 갑자기 몰려온다고 해도 우리는 어렵지 않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들 우리의 준비와 화력을 잊고는 감염체에게 겁을 먹었던 것이다.
" 안되면 나 혼자서 골목길 같은 곳에 자리를 잡고 밀고 들어오는 감염체만
죽여도 시간을 벌 수 있으니 너무 걱정들 하지 말고.."
" 그나저나 어제 제대로 잔 사람은 있나? 대부분 긴장해서 선잠을 자는 것
같던데."
" 뭐. 나도 제대로 못 잤는데."
" 저도.."
" 그럼 조금 더 쉬었다가 정오가 지나서 움직이도록 하자."
" 알겠습니다."
우리는 다시 근무를 편성해서 주변을 경계했고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우리는 장갑차를 타고 주변을 돌며 어제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려 했지만 딱히 의심가는 곳은 없었다.
" 흠.. 도대체 무슨 소리였지."
" 바람 때문에 소리가 난 것은 아닐까요?"
" 금속성의 소리였어. 그냥 바람 때문에 나는 소리치고는 꽤 규칙적이었고
중간에 나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니까."
남호 상병이 장갑차를 운전하며 말했다. 난 장갑차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폈지만 역시나 의심이 가는 물건이나 건물은 없었다.
" 정면에 감염체입니다. 현재 저희를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 어라?"
이면도로를 지나 꽤 큰 사거리에 모여 있는 감염체 무리가 보였다. 마치 예전에 사람들이 시위하듯이 모인 모습이었다.
" 어디 시위라도 하나?"
" 참네.."
내 말에 기태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가볍게 웃으며 감염체를 바라봤고 감염체 중 몇몇이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린 듯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봤다.
" 우리를 눈치챈 녀석도 있네?"
" 뭐.. 신기하네.. 청각에도 편차가 있는 건가?"
" 감염체가 방향을 돌려 몰려옵니다!"
" 앵!!"
별다른 소리도 없었는데 갑자기 감염체들이 우리쪽으로 몰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 우선 수류탄이나 유탄으로 처리한다!"
" 전투해도 되는 겁니까?"
" 도로가 넓으니 아직은 우리가 유리하다! 재원이 차량이 전투를 하고 우리는
퇴로를 확인하고 합류한다!"
" 알았어!"
" 그럼..."
나와 기태는 장갑차 위에서 몰려오는 감염체를 향해 열심히 사격을 가하였다. 거리가 있었기에 유탄을 위주로 사격을 했고 많은 숫자의 감염체가 죽어갔지만 역시나 숫자로 밀고 들어오는 전술에는 당해내기 힘들었다.
" 김 중사는 언제오는거야?!"
" 이제 복귀하고 있답니다!"
" 젠장!!"
" 도대체 얼마나 몰려 있는 거야?"
" 이런!!"
역시나 죽여도 죽여도 끝도 없이 몰려왔다. 우리 탄약보다 많은 숫자의 감염체가 보였고 우리도 점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김 중사의 장갑차가 합류했지만 감염체의 속도를 약간 늦추는 정도에 불과했다.
" 저 많은 감염체가 어디 있었던 거야?"
" 내가 어떻게 알아!"
" 젠장!! 숫자가 줄기는 하는 거야?!!"
" 후퇴! 후퇴!"
" 일정거리를 유지하면서 사격한다!"
" 뭐..뭐야?!!"
" 뒤에도!!"
" 언제... 조금 전까지 없었는데?!!"
분명 김 중사가 퇴로를 확인하고 왔는데 후반에도 감염체가 보였다. 골목길이 있기는 했지만 덩치가 큰 장갑차로 과연 지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 젠장!!"
" 남은 탄은?!"
" 현재 우리는 1/3가량 남았어!"
" 우선 전부 사용한다고 생각해!"
" 전방에 감염체와 거리가 좁혀집니다!"
" 전방은 어느 쪽을 말하는 거야?!!"
이미 앞뒤로 포위된 마당에 어디가 앞이건 무슨 상관이람. 총열의 과열을 피하기 위해 총을 바꿔가며 사격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 다른 퇴로는 확인이 안되?"
" 현재 지도를 검색 중이야!"
" 지금 검색할 여유가 어디있어!!"
" 쾅!!!"
" 응?!?"
" 콰광! 콰광!"
" 어디서.."
우리를 포성이 들리는 방향을 바라봤다.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곧이어 기관총 소리가 들리고는 장갑차의 모습이 보였다.
" 어라? 어디서.."
" 저 장갑차는.."
" 아는 사람이야?"
" 네! 장갑차 인원 중 저희보다 화력이 강한 팀입니다. 분대장으로 있는 사람이
중사인데 저희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는 팀입니다."
" 그런 사람도 있었네?"
남호의 말에 장갑차 부대 전체가 몸을 사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야에 잡히는 장갑차만 3대로 장갑차에는 대부분 기관총이 장착이 되어 있었고 내려서 사격을 하는 인원도 상당수가 보였다.
" 우선 우리는 위험하니 반대편의 감염체를 사격한다!"
" 네!!"
혹시나 아군에게 피해가 갈까 우리는 반대방향의 감염체를 공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를 도와주던 팀과 합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