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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86화 (86/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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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순식간에 나타난 장갑차 7대와 합류한 우리는 엄청난 화력으로 감염체를 제거해갔다. 우리와 같은 장갑차가 아닌 감염체를 밀고 나가기 유리하게 변형시켰고 상판에도 우리와는 다르게 기관총이 4개나 장착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옆면에도 총안구가 꽤 많이 있는 완전히 감염체를 위해 변형을 시킨 모습이었다.

" 감사합니다. 덕분에.."

" 하하! 별말씀을요!"

" 어디를 가시는 길이십니까?"

" 아닙니다. 저희는 이 근처에서 감염체를 제거하려고 계획 중이었습니다. 야밤에

지속적인 소음을 내어 감염체를 끌어 모으면 이와 같이 몰려들더군요. 쇳소리

총 소리 등 약간 뭐랄까 높은 음의 소리를 들으면 감염체가 잘 모이더군요."

" 그럼..어제의 그 소리는.."

" 저희가 내는 소리였습니다. 근처에 계셨군요."

“ 덕분에 잠은 다 잤습니다!”

“ 하하! 죄송합니다! 뭐 저희 일이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옆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호간 통신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라 옆에 누가 있어도 제대로 알 수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사람을 탓해야지요.”

“ 하하! 생각 외로 긍정적인 분이시군요!”

덩치가 매우 큰. 180의 키에 100kg은 되어 보이는 덩치를 자랑하는 중사는 호탕하게 웃었다. 솔직히 장갑차에 어울리는 덩치는 아니었지만 인상은 좋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 전 박 민구 중사입니다. 그쪽은 김 재원님 이군요?”

“ 아.. 제 이름을..”

“ 뭐.. 이곳에 있다 보면 소문은 금방 퍼지기 마련이지요. 저 분은 김 중사님

이겠군요.“

“ 맞습니다. 저희를 아시는..”

“ 네. 저희와 비슷하게 상부에 화력전을 요구한 팀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번 다리

전투에서도 꽤 인상 깊은 무전을 날리셨던..“

“ 아..들으셨군요.”

“ 전 그 당시 그 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저희 팀은 복귀해서 섬에서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무전만 들었지만 상당히 직설적인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뭐 직설적인 성격은 맞습니다.”

“ 이번 전투는 저희 잘못도 있으니까 우선 죄송합니다. 제대로 주변을

수색했어야 했는데...“

“ 아닙니다.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저희 잘못도 있습니다.”

김 중사와 박 중사가 서로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었다. 계급은 같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말하는 모습이 꽤 훈훈하였다.

“ 지금 그러고 있을 시간이 아닌데?”

“ 네??”

“ 응??”

“ 저 앞에 감염체가 안 보여?”

우리의 중간에 있는 감염체는 제거 했지만 앞에서 몰려드는 감염체는 제거할 시간이 부족했다.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감염체를 우리는 신속하게 제거 해가기 시작했다.

“ 우선 화력전으로 간다! 탄약이 부족한 김 중사님 일행은 뒤로 빠져서

엄호사격을 부탁합니다! 우리는 전원 사격을 가한다!“

“ 알겠습니다!”

우리 인원의 몇 배는 되는 인원이 장갑차에서 내려 사격을 했다. 우리와 다르게 소총을 들고 있는 인원보다 기관총을 들고 있는 인원이 더 많았다. 중간에 게를링 건을 들고 있는 인원까지 있었다. 확실히 우리보다 화력이 좋은 팀이었다.

“ 대단하군.”

“ 엄..청나네요..”

힘없이 쓰러지는 감염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우리보다 화력도 팀워크도 뛰어난 팀이었다.

“ 우리가 화력이 가장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 응. 아무래도 위에서 거짓말을 한 것 같네.”

“ 인원도 우리의 몇 배가 넘는데?”

“ 하하..”

“ 우리가 도와줄 필요는 없네.”

“ 대단하네.”

박 중사 일행은 신속하게 감염체를 제거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장갑차에 몇 명이 타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수의 인원들이 겁 없이 나아갔다. 우리가 제대로 전투도 못했던 숫자를 저들은 손쉽게 제거 하는 모습에 부러운 것도 있었다. 물론 박 중사 일행이 경험도 화력도 인원도 많은 것도 있지만 경험이 큰 힘을 발휘했다. 서로 의지하며 절대 팀을 믿는 모습에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 엄청나군.”

얼마 지나지 않아 감염체를 제거했고 우리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한 적한 곳에 지어진 건물에 모든 인원이 모여 제대로 인사를 나눴다.

“ 대단하시네요.”

“ 뭐.. 하루 이틀도 아닌데요.”

“ 부럽습니다.”

“ 제가 봤을 때는 재원님이 더 부럽습니다.”

“ 뭐가요?”

“ 뭐..이런 저런..”

알 수 없는 말을 하고는 박 중사는 웃었다. 우리는 서로 통성명을 하고는 서로 같이 움직이고 했다. 입대 기준으로 김 중사가 박 중사보다 오래 되었기에 김 중사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기로 했지만 지금까지의 박 중사의 경험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 남은 탄은 얼마나 됩니까?”

“ 저희는 나온지 이틀째라..”

“ 저희도 이틀째입니다.”

“ 반 정도 남았습니다.”

“ 김 중사님 저희는 거의..”

“ 우선 탄을 분배하도록 하죠.”

“ 그래도 되겠습니까?”

“ 뭐.. 앞으로 공항에 가기 전까지는 같이 행동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 감사합니다.”

우리는 서로 남은 탄을 나눴고 이제는 같이 움직일 길을 알아봤다.

“ 우선은 이곳에 가장 많은 감염체가 몰려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변종 감염체

가 많이 몰려 있는 곳입니다. 가능한 이 곳은 피해야 합니다.“

“ 아..서로 몰려 있는 것은 아니군요.”

“ 네. 일반 감염체 사이에 변종 감염체가 있기는 하지만 우선은 변종 감염체는

단독행동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흠..”

“ 그리고 무시 못 할 것은 동물입니다. 비둘기나 고양이 같은..”

“ 비둘기는 본 적이 있습니다만 고양이는..”

“ 고양이 보다 호랑이 수준의 덩치에 가깝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간혹 코끼리나

코뿔소 같은 동물원에서 탈출한 동물도 있습니다.“

“ 위협적인 수준...?”

“ 일반 소총으로는 그 녀석들의 피부를 뚫지 못합니다. 유탄도 피해가 거의        없습니다. 힘도 얼마나 좋은지 장갑차의 장갑은 그냥 찌그릴 정도의 힘이

있습니다.“

“ 전혀 보지도 듣지도 못한 내용이군요.”

“ 솔직히 어느 정도는 통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녀석의 존재는 우리에게

엄청난 위협이니까요.“

“ 비둘기는 많은 개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지금까지 별 일이 없는 것은 어떤

이유입니까?“

“ 다행인 것은 모든 동물들이 변한 것은 아닙니다.”

“ 아..”

“ 발견된 종도 보고는 됐지만 전파는 되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원래 장갑차는

10대로 시작했지만 3대가 대파되고 인원도 줄어 7대로 운영 중입니다.“

“ 감염체가 전부가 아니었군요.”

“ 네. 강원도에서 살아남으셨다고 들었는데 그 곳은 감염체가 별로 없다고 들었

습니다. 저희도 초반에는 감염체만 있는 상황이라면 이렇게까지 밀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뭐 필요 없는 인원들이 있기는 했지만...“

씁쓸한 웃음을 보이며 박 중사가 말했다.

“ 그래도 많은 숫자를 제거 했습니다. 비둘기 같은 경우는 이륙하는 비행기에

달려들어 엔진에 빨려 들어가 폭발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있었지요.“

“ 아.. 그럼 얼마 전에.”

“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비둘기들이 악랄한 면이 있다보니..”

박 중사의 대화에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몰랐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도심에서 떨어진 주택에 모여 우리는 간단한 식사를 마련했다. 먹고 살아야 했기에 긴장감이 풀어지자 바로 반응이 나타났고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는 김 중사와 박 중사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같이 다니면서 감염체를 제거 하자는 것이었다. 뜻이 같기에 반대할 이유도 없었고 경험이 많은 인원과 다녀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박 중사 일행도 복귀할 시간이 됐고 우리도 상황이 비슷했으니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공항으로 복귀했다. 다리 위 초소는 별다른 변화 없이 있는 모습이었다. 9대의 장갑차는 정비창에 입고되어 간단한 정비를 받았고 하루의 휴식 후에 우리는 다시 모이기로 했다.

“ 다녀오셨습니까?”

“ 아.. 감사합니다. 별일은 없었나요?”

“ 네.”

보디가드를 하고 있는 이 정환 중사가 집으로 들어가니 우리를 마중 나왔다. 미란이와 보미도 별 일없이 있는 모습을 보고 안심을 했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후에 나는 이 중사와 다음 스케줄을 논의 하였다.

“ 저희는 박 중사 일행과 같이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 아!! 그 분이라면 유명하지요. 아마 장갑차 팀 중 가장 많은 감염체를 제거

했을 것입니다. 다리 위 초소가 밀릴 때도 언제나 가장 먼저 오신 분입니다.“

“ 다행이네요. 저희도 힘이 될 수 있어서.”

“ 제 생각에는 아마도 그들이 재원님에게 힘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 네??”

“ 소문은 무서운 법입니다.”

“ 풋.. 어째든 저희는 내일은 쉬고 내일 모레에 다시 나갈 예정입니다.”

“ 그럼 저는 내일 쉬겠군요.”

“ 네.”

“ 하하!! 감사합니다! 이틀간 어색했는데..”

“ 친해지기 어려운 타입이죠?”

“ 네... 워낙 드센 분들이라..”

“ 풋..”

경계심이 심한 미란이와 은혜도 있고 기가 센 보미도 있는 상황에 빠른 시간에 친해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이 중사의 스트레스를 알 수가 있었다.

“ 여하튼 감사합니다. 푹 쉬세요.”

“ 저야말로..그럼..”

이 중사는 석 하사와 같이 집을 나갔고 나는 은혜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밤을 보냈다.

“ 별일은 없었어?”

“ 네. 이 중사님이 잘 해줬어요.”

“ 다행이네.”

“ 자기는 별이 없었어요?”

“ 별일이야 많았죠.”

난 박 중사를 만난 이야기를 했고 은혜는 한참을 듣고 있다 말을 했다.

“ 흠.. 자기..”

“ 응??”

“ 자기는 왜 힘을 숨겨요?”

“ 응??”

“ 여기 오기 전 진짜 많은 숫자의 감염체도 거의 혼자서 제거 했잖아요?

남들보다 몇 배는 높은 체력과 능력으로.. 하지만 자기는 그런 능력을 숨기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 알고 있었어?”

“ 자기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누군데요?”

“ 하긴..”

“ 자기 힘이 어느 정도예요?”

“ 응??”

“ 얼마나 숨긴 거예요?”

“ 하아.. 알고 싶어?”

“ 자기가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요. 하지만 궁금해서..”

“ 나도 잘 몰라..”

“ 네??”

“ 어느 정도는 조절이 가능하지만 그 때처럼 이성을 잃으면 얼마나 강해지는지는

알 수가 없어. 조만간에 하늘도 날지 않을까 생각해..“

“ 농담이죠?”

“ 뭐.. 지금은 확실히 보통 사람보다 월등한 수준이야. 월등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야. 가끔 내 힘을 제어 할 수 없을 정도니..“

“ 아...”

“ 나도 이런 내가 무서워. 잔인해 지는 내가..”

“ 자기는 천성이 착해서 그럴일이 없어요.”

“ 풋... 고마워..”

“ 제가 더 고맙죠. 우선 씻어요. 간단하게 식사라도 할래요?”

“ 씻기만 할게. 보급 식량은 잘 나와?”

“ 배급은 잘 나오는 편이예요. 다른 인원들과 모아서 먹으니 별 문제는 없어요.”

“ 그래?”

“ 네.. 저희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조금은 배급이 원활하다고 하던데요?”

“ 하긴.. 가장 위험한 곳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 어서 들어가서 씻어요!”

“ 네네..”

난 은혜의 성화에 못 이겨 샤워를 했고 씻고 나오니 침실에서 누워있는 은혜의 모습이 보였다.

“ 못 보던 잠옷이네?”

“ 카라반 안에 있던 옷인데 그 동안 얇아서 못 입던 옷 이예요.”

“ 그래?”

얇은 소재의 실크 잠옷은 은혜의 실루엣이 그대로 비췄다. 난 그대로 몸을 침대 던져 은혜 옆에 누웠고 책을 읽던 은혜는 나의 손길에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 또 시작이다!”

“ 뭐!!”

난 그대로 은혜를 내 아래에 눕혔고 우리의 뜨거운 밤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내 품에서 곤히 잠든 은혜의 모습을 보고는 아빠 미소를 지어 보인 후 야외 테라스로 나가 담배를 물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고 뭔가 빼먹고 안한 기분에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 뭐지..”

내가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핑크가 옆에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 내가 없어도... 엄마를 잘 지켜야 해..”

“ 끼잉,,,”

마치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고 어서 자라는 표정으로 대답 아닌 대답을 하는 핑크를 보며 말했다.

“ 너 내 말을 대부분 알아 듣는 거 알아. 훈련을 시킨 적도 없는데 그렇게

하는 네가 보통 개라는 것을 나보고 믿으라는 것은 아니지?“

내가 웃으며 말하자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는 핑크.

“ 만약..아주 만약에 말야.. 내가 은혜 옆에 없을 경우.. 재효와 기태를 제외하고

은혜 곁에 다가오는 녀석들로부터 지켜줄 수 있지? 은혜를??“

“ 컹!!”

걱정 말라는 듯이 짖은 핑크를 보고 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너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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