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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91화 (9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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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이 중사는 우리가 준비한 음료를 마시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 섬의 분위기는 다들 몸을 사리는 것은 맞습니다. 지금은 약하지만 처음에는

상부에 반대하는 부대도 있어서 기 싸움이 심했던 적도 있고요. 아시다시피

장갑차 팀의 대부분은 물건 챙기기에 바쁜 상황입니다. 그래봐야 몸을 사려

도심 깊숙이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고 주변을 맴도는 경우입니다."

고인 물을 썩는다.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오래 있다 보니 사람들이 딴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몇몇의 인원은 적발되어 섬 밖으로 추방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 현재 연료부족으로 대부분의 장갑차 팀은 해체됐을 것입니다. 장갑차가

소비하는 연료는 엄청나니까요. 뭐 수색 중에 주유소를 들러 연료를 보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흠.. 당장 다음 주면 전기도 끊길 것 같다고 했는데."

" 솔직히 여기서 지금까지 버틴 것도 대단합니다. 물론 타국의 지원도 있고

위치상 방어가 유리한 것도 있지만 아무리 방어가 유리하다고 방어를 하는

인원도 좋은 것이 아니니까요."

" 허.."

" 여하튼 저희 팀만 움직여도 다른 팀은 의심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워낙

감염체 제거에만 열을 올렸기에 그냥 그러려니 할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을 구해오면 보는 눈도 있으니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적재 공간이야 카라반도 있고 집에 남은 공간도 많으니 숨길 곳은 많습

니다."

" 그 점은 다행이죠. 그래도 저희 인원 자체가 많기 때문에 구해오는 양도

상당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하려면 대부분 해가 진 후 복귀하는

방법이 제일 안전합니다."

" 하지만 저희가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 해가 지기 전에 다리 건너편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해가 지면 바로

복귀하면 되니 별 문제는 되지 않아."

" 아하!"

" 하지만 물품도 구해 오다보면 점점 양이 늘어날 텐데 그 많은 양을 어디에

숨기느냐도 중요해. 마냥 거천에 펼치고 있을 수도 없으니."

"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니까.."

" 우선 제일 시급한 것은 우리가 숨길 장소를 찾는 것이고 그 다음에 움직여도

늦지 않아."

" 우리 집에 숨겨."

" 응??"

내 말에 다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녀석들은 얼마나 큰 창고를 생각하고 있는 거야?

" 솔직히 아직은 생필품이 우리는 넉넉한 편이야. 식량이야 구해오는 양은

얼마나 되겠어? 제일 급한 것은 우리 옷이야. 지금 여름옷을 가지고 있는

인원이 얼마나 있어? 감염체가 처음 나타난 것이 초가을이니 대부분의

의류매장은 겨울옷이 전부일거란 말이지. 그러니 우선 의복이 가장 시급

하다고 생각해. 언제까지 같은 옷만 입을 건데?"

" 하긴.. 수색을 다녀도 대부분의 겨울옷이니.."

" 속옷이나 의류는 제일 먼저 구하자. 부피도 적고 숨기기도 편하니까. 그리고

우리 집은 생각보다 넓어.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한 것도 있고. 솔직히 여기를

가득 채울 생각이라면 시간 좀 걸릴 것 같은데?"

다들 내 말에 너무 꿈을 크게 잡았던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장갑차 팀이 도심 깊은 곳까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도 처음 사태가 일어나서는 분명 어느 정도의 약탈은 일어났을 것이다. 우리의 시야는 오로지 감염체에 집중되었으니 제대로 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시야를 돌려 볼 것을 말했고 인원이 많은 만큼 우리의 계획이 세어나가면 탈이 많으니 소수의 인원만 알고 지내기로 했다.

당장 내일부터 움직이지는 않고 하루 정도 쉬고 나서 움직이기로 했다. 가능한 은밀하게 움직이며 행동해야 했다. 배급제를 기본으로 하는 상황에 남들보다 많은 것을 가진 것이 알려져서 좋을 것은 없다.

“ 우선 내일을 집에서 쉬고 모레부터 움직이는 것이 좋겠군.”

“ 평소와 동일하게 행동하고 너무 의식하면서 행동하면 더 의심할 수 있으니

조심하고.“

“ 응. 오늘은 다들 들어가봐.”

다들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고 나와 은혜도 집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다운 받았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거나 영화를 보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남들 시선 걱정도 없고 감염체의 공격에서도 어느 정도의 안전함을 보장하는 곳이기에 가능했다. 은혜도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애교도 많이 보여주고 내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서로 껴안고 TV를 밤늦게까지 봤다.

“ 그만 들어가서 잘까? 너무 늦었는데?”

“ 그럴까요?”

간단한 세면을 하고 방에 들어가니 이미 은혜가 이불속에 들어가 있었다. 나도 꼬물거리며 은혜의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은혜는 몸을 말고는 내 품속으로 들어와 어리광을 피우며 나를 안아줬다. 나도 은혜의 행동에 맞추어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몇 분을 가만히 있었고 은근슬쩍 내 손은 은혜의 상의 속으로 들어갔다.

“ 너무 늦었다고 자라고 한 사람이 누구시더라?”

“ 누구더라?”

“ 얼씨구?”

난 은혜의 큰 가슴에 살며시 손을 얹고는 가볍게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은혜의 민감한 부분의 한 곳이다 보니 반응은 금방 나타났다. 평소라면 바로 본론에 들어갔을 것이지만 오늘은 은혜의 인내심을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컸다. 일부러 은혜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했고 처음에는 잘 참던 은혜도 이제 슬슬 한계에 왔는지 깊은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 하아...하아..”

하지만 나는 끝가지 합체의 행위를 하지 않고 집요하게 은혜의 민감한 부분만을 자극하는 행위를 지속했다. 이미 은혜의 등과 머리에는 땀이 맺히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 얄미워.”

“ 오호...아직은 버틸 만 한가봐?”

“ 치...”

어떻게 보면 힘겹게 웃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나를 자극했다. 약점만 계속해서 자극을 하는 중 은혜가 나를 밀치고는 내 위로 올라탔다. 평소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변한 모습에 내가 웃어보이자 어두운 방안에서 달빛으로 미약하게 보이는 내 표정을 본 은혜가 말을 했다.

“ 정말 얄미워. 내가 이러길 기다린거죠?”

“ 글쎄..”

“ 정말..”

밑에서 보는 은혜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잘록한 허리에 과할 정도로 큰 가슴. 긴 생머리를 앞으로 넘겨 가슴의 중요한 부분은 가렸지만 가려지지 못한 나머지 부분이 나를 더욱 자극했다. 서서히 은혜의 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높아지는 속도에 맞춰 나도 움직였고 점점 은혜의 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 듣는 사람이 없으니 오늘은 부담이 안 되나봐?”

“ 흥!!! ”

머리를 쓸어 넘기며 요염하게 웃어보였다. 점점 지쳐가는 은혜를 다시 침대에 눕히고는 나의 속도에 맞추기 시작했다. 이미 땀에 젖은 은혜와 달리 나는 전혀 땀이 나지 않았다. 신기하게 더운 날씨에는 땀이 나지만 운동이나 이런 행위에서는 땀이 잘 나지 않았다. 이미 몇 번을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던 은혜가 점점 힘들어 하는 표정을 보이자 나도 막판 스퍼트를 내며 움직였다. 하지만 반응이 오지 않아 나는 속도를 높였지만 여전히 별 반응이 없었고 다른 곳에 집중하다보니 은혜의 상태를 신경 쓰지 못했다. 은혜의 손톱이 나의 살을 찢을 듯 글었지만 별다른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은혜는 고통스러운 듯 표정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미 쾌락의 시간을 지나 고통에 가까운 상황이 되었지만 내가 눈치챘을 때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 있었다.

“ 미..미안! 아팠지?”

“ 하악...하악..”

내가 놀라서 은혜의 상태를 살폈고 은혜는 안정을 찾고는 나를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 미안..미안..”

“ 하아... 자기....”

“ 응??”

“ 일주일간 금지.”

“ 응?? 왜..”

“ 흥!!!”

은혜는 토라지듯 말하며 몸을 돌렸고 나는 한참을 달래며 빌었다. 은혜도 삐침이 풀린 듯 다시 내 품에 안겨 잠을 청했고 나또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을 청했다.

이미 해가 중천에 떴지만 역시나 은혜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품에 안겨 꼼짝도 안하고 잠을 자고 있어서 덩달아 나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시 잠을 청하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다보니 은혜의 움직임이 느껴졌고 눈을 뜬 은혜가 나를 바라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 다시 자려고?”

“ 네. 어제 누구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요.”

“ 에구..”

난 은혜의 등을 토닥이며 웃었다. 그렇게 몇 분을 더 내 품속에서 있었고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일어났다. 비록 인스터트 음식뿐인 식단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먹는 식사인데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 그늘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집에서 챙겨온 커피를 마시며 옛날이야기도 하고 시간을 보내는 중 멀리서 팔짱을 끼고 오는 미란이와 재효가 보였다.

“ 날씨가 좋아서 나온거야?”

“ 응! 밥은 먹었어?”

“ 대충..너희는?”

“ 우리도. 커피가 아직도 남았어?”

“ 아직 많아요. 적어도 몇 달은 챙겨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은혜의 말에 둘은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카페인 중독이니 수색을 나가도 눈에 보이는 것은 커피가 첫 번째였다.

“ 뭘 그러 눈으로 봐. 안준다.”

“ 아냐아냐!”

은혜는 집으로 들어가 미란이와 재효의 커피를 타왔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별 말 없이 커피를 마셨다.

“ 한가롭다..”

“ 뭐. 오늘까지는 여유롭게 즐겨야지.”

“ 내일부터 시작인가?”

“ 시작은 무슨.. 언제나 시작이지.”

“ 뭔 소리야?”

“ 헛소리.”

내 썰렁한 농담에 다들 헛웃음을 보였다. 우리는 예전 사회에서의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모르는 은혜의 이야기와 은혜가 모르는 내 이야기가 주를 이뤘지만 다들 웃을 수 있어 행복했다. 몇 시간을 떠들며 놀다 보니 어느덧 해는 저물어 갔고 우리는 내일을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5대의 장갑차로만 이동을 하기로 했다. 배급받은 연료도 부족했고 탄약도 부족한 상황에 10대 모두 가져가는 것은 무리였다. 박 중사의 일행들은 어제 박 중사의 말을 듣고도 전부가 박 중사와 뜻을 같이했다. 나는 혹시 몰라 걱정을 했지만 내 표정을 보고 박 중사는 자신의 팀은 그런 인원이 없다고 말했다.

“ 너무 걱정마. 대부분이 나와 뜻을 같이 하려고 모인 인원이야.”

“ 대부분이라...”

“ 반 이상이 처음부터 나와 같이 행동했던 인원이고 제일 나중에 들어온 인원도

믿음직한 놈이니 걱정 마.“

김 중사와 나, 박 중사는 동갑이었기에 말을 편히 했다. 장비를 챙겨 공항을 빠져나가 도심으로 들어갔다. 예전과 다르게 탄약이 현저하게 부족한 상황이라 박 중사가 인원들에게 정말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격을 자제하라는 당부를 했고 인원들은 총기보다 창이나 칼을 챙기며 근접전투위주로 대비를 했다.

“ 출발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식량이고 다음은 의복이니 알아두도록!. 그리고

감염체를 감시하고 100m 안으로 접근하면 회피를 우선으로 한다!“

“ 알겠습니다!”

“ 차라리 일반 승용차를 가져오는 것이 효과적인데 소음도 적고 연료도 적게

먹고.“

“ 승용차는 개인에게 지급을 할 수 없어. 네 트럭도 본부대에 있는 상황인데.”

“ 크게 쓸모 없을 텐데..”

“ 뭐 그래도 개인이 가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니 쓸모없다고 해도 가져가겠지.”

“ 참네..”

이동하는 장갑차 안에서 박 중사와 이야기를 나눴고 시야에는 제법 큰 마트가 보였다.

“ 저 곳으로 들어갈까요?”

“ 아니. 접근이 쉬워서 이미 다 털렸을 상황이야.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간다.”

“ 현재 후방 300m 지점에서 감염체가 보입니다.”

“ 가능한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접촉은 피하고 발각되면 바로 속력을 내서

00지점까지 전속력으로 간다.“

“ 알겠습니다.”

“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

“ 지금 보유한 탄은 평소 우리가 가져온 절반에 불과해. 가능한 아껴야지.”

“ 후...”

한 시간을 더 들어가 다른 인원들이 피하는 지점으로 들어갔다. 본부대에서도 절대 접근금지 구역으로 설정된 곳이라 다른 장갑차 팀들은 아마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라 예상했다.

“ 전방에 마트가 있습니다.”

“ 상태는 크게 나쁜 것은 아닌 가 봅니다.”

“ 외부에는 내부가 보이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비교적 양호해

보입니다.”

“ 주변을 탐색하고 감염체의 존재를 파악하고 움직인다.”

“ 네!”

조를 나눠 몇 명은 마트 외부에서 몇 명은 마트 내부로 들어가 수색을 하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들어간 마트는 어두웠다. 손전등을 키고 가능한 주변을 밝게 유지하고 내부로 들어갔고 1층 의류매장에서 우리는 입을 만한 옷들을 찾았지만 대부분이 두꺼운 겨울옷이 전부였다. 그래도 몇 벌의 얇은 옷을 챙길 수 있었고

스포츠 매장에서 트레이닝복을 쓸어서 담아왔다. 2층 식품매장에 들어갔을 때는 역시나 예상했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엉망진창으로 변한 매장내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얼마 없었다. 과자 종류는 그나마 몇 개는 남아있었지만 캔 음식 종류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었다. 냉동식품이 저장된 냉장고는 열어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이미 상해서 무슨 냄새가 날지 모르는데 괜히 열어서 비위를 상하게 하기는 싫었다. 우리는 별다른 소득 없이 3층 매장으로 올라갔고 주방용품이나 가전제품을 파는 매장이 있는 곳을 천천히 지나며 필요한 것들이 있나 살펴봤지만 역시나 별 소득은 없었다.

“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 네.”

우리는 큰 소득 없이 긴장감만 오른 상태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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