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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의 마트나 슈퍼마켓 따위는 이미 털려 버린 지 오래였다.
3곳을 들러 수색을 했지만 역시나 얻은 것은 얼마 없었다. 아무리 본부대에서 접근 금지 구역으로 설정을 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온전한 마트는 꽤 매력적이었던 모양이었다.
“ 생각보다 양이 너무 적은데.”
“ 이런 마당에 우리는 숨길 곳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군.”
“ 이런 식이라면 며칠을 있어도 구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안될 것 같은데?”
“ 감염체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빨리 이동해야 합니다!”
“ 젠장..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다니.”
“ 숫자는?”
“ 현재 보이는 숫자는 약 300입니다.”
“ 흠..”
한바탕 난리를 칠까도 생각해 봤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난 김 중사를 보며 표정으로 내가 가서 처리해도 되냐는 것을 물었지만 김 중사는 고개를 저으며 반대했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다음 목적지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완전히 도심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감염체들로 인하여 우리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 더 이상 이동은 불가능합니다. 탄약도 충분하지도 않고 위치도 좋지 못합니다.”
“ 더럽게 많네.”
“ 무시무시하군.”
“ 사태 초반부터 몰려 있던 건가?”
“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가장 번화가이니 피해도 심했으니까요.”
“ 그렇다면 온전한 마트도 있다는 건데..”
“ 하지만 장갑차 소음 때문에 저곳을 뚫고 지나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서..설마 도보로 이동하실...“
“ 응! 차량은 가능한 안 보이는 곳에 세워두고 보초를 세우고 이동하자.”
“ 하지만 저 많은 숫자를..”
“ 큰 소리만 내지 않으면 눈치 못 챌걸? 건물 뒤로 돌아가면서 이동하면
마트까지는 금방 갈거야.“
“ 계획은 좋다만 그럼 사망자도 생길 수 있어. 너무 위험해.”
“ 그러면 가서 물건이 남아 있는지 확인만 하고 오자. 나와 김 중사만 이동하면
되지?“
“ 야! 나는 왜!!”
“ 너나 나나 체력상태는 비슷하니 무리 없을 것 아냐? 죽이는 것이 아닌 그냥
정찰차 다녀오자는 거니 위험하지 않을 거야.“
“ 쳇...”
김 중사는 마지못해 일어나 장비를 챙겨 나와 같이 달렸다. 건물 뒤편을 이용해 가능한 감염체의 시선을 피해 은밀하게 이동한지 15분 정도 지나서야 우리는 제법 큰 마트 앞으로 갈 수 있었다.
“ 외관상 별다른 피해는 없었나봐?”
“ 응. 문도 굳게 닫혀 있는데?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도 없겠어.
“ 하아.. 큰일인데..”
예상과 다르게 마트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도 셔터가 내려가 있어서 주차장을 통해 들어가는 것도 힘들 것 같았다. 들어갈 만한 곳이라고는 정문의 유리로 된 문이 전부였다. 하지만 분명 잠겨 있을 것이니 깨고 들어가야 할텐데 그 소리로 인하여 감염체가 몰려올 것이 문제였다.
“ 다른 곳의 창문은 적어도 4층 높이에 있어. 저곳까지 올라갈 방법도 없고.”
“ 젠장. 저런 상태라면 분명 안에는 멀쩡할 것 같은데!.”
“ 아쉽지만 들어갈 방법이 없다..”
김 중사도 표정에서는 아쉬움이 보였다. 들어만 가면 노다지인 곳인데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 헬기라도 타고 들어가야 하나?”
“ 아서라. 헬기도 없고 그 소리로 주변 감염체 전부가 몰려올 건데?”
“ 젠장.. 정문에는 감염체가 없나?”
“ 많은 수는 아니지만 몇 마리는 보여.”
“ 유리문을 깨볼까?”
“ 강화유리로 알고 있어. 보통 유리는 아닐걸?”
“ 하긴.. 마트 정문을 일반 유리로 만들리는 없겠지.”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생각이 있다면 자주 사용하고 가장 많은 인원이 다니는 곳의 유리를 일반 유리로 설치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스파이더맨 마냥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고민만 가득했다.
“ 하아..”
“ 나도 아쉬워. 하지만 우리 상황에 저 많은 감염체를 상대할 수 없다고.”
“ 알아.. 알아..”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그냥 가기에는 저곳은 마치 긁지 않은 즉석 복권과 같은 존재였다. 오 백원이 나와 당첨되면 본전이라도 뽑을 수 있는!
하지만 긁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나와 김 중사는 한참을 생각에 빠져 눈 앞의 마트에 들어갈 방법을 생각했다.
“ 다른 곳에 큰 소음을 내서 감염체를 그곳으로 유인하면 어떨까?”
“ 응??”
“ 주변이 유흥가가 많고 구조도 복잡한 편이고 편의점도 많으니 한 곳에 불을
지르던 뭔가 소음을 내서 감염체를 그 곳으로 몰고는 우리는 이곳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때?“
“ 좋은 생각인데?”
“ 그럼 우선 가능한 곳을 찾아보자!”
우리는 다시 움직여 유흥가 안쪽으로 들어갔다. 편의점이 많이 보였지만 역시나 상대적으로 털기 쉬운 편의점내부는 엉망이었다. 하지만 식량이 아니라 발화물질을 찾는 거라 편의점에는 분명 쓸모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 우선 앞에 몇 놈부터 제거하자.”
“ 응..”
“ 푸욱!!!”
감염체 뒤로 몰래 다가가 목을 베어 버렸다. 자신이 죽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죽을 만큼 빠른 속도로 베어가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편의점 안에 있는 지퍼라이터 기름과 일반 라이터를 모았고 스프레이나 부탄가스 등 화기와 닿으면 폭발하는 물건들을 위주로 모았다. 라이터 기름을 업장 내부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지른 후에 빠르게 나와 거리가 있는 다음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 쾅!!!”
“ 크욱!!”
“ 킁!!!”
제법 큰 폭발음을 듣고 주변의 감염체가 반응하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우리는 다음 편의점에서 비교적 쉽게 일을 할 수 있었고 나오는 길에 박스 테이프를 챙겨 나왔다.
“ 그건 왜?”
“ 유리창을 깰 때 가능한 소리를 줄이려고.”
“ 좋은 생각인데?”
우리는 빠르게 달리며 마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트 주변은 조금 전 소리로 인하여 감염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구석진 곳의 유리를 깨서 마트 내부로 들어갔고 마트 내부는 역시나 온전한 모습이었다.
“ 다행이다! 멀쩡해!”
“ 우선 식품 매장부터 올라가자!”
“ 응!”
외부에서의 침입 흔적은 없었지만 혹시 몰랐기에 긴장을 풀지 않으며 식품 매장으로 올라갔다. 식품 매장도 1층 매장과 상황은 같았다.
“ 역시!!”
“ 와... 멀쩡해...멀쩡해..”
“ 감염체가 많은 곳이라 다른 사람들이 오기 힘들어서인지 멀쩡하네.”
“ 많기는 하지만 옮기는 것이 문제야.”
“ 우선 장갑차로 복귀하자.”
“ 이것들은 어쩌고?!!”
두고 가는 것이 아까운 듯 김 중사가 말을 했다.
“ 어차피 우리가 들고 가봐야 많은 양도 들고 가기 힘들고 다른 사람이 올 상황도
아니니까 너무 걱정마.“
“ 가서 어쩌려고?”
“ 우선 주차장 쪽 셔터를 올릴 방법을 찾은 다음 조금 전과 같은 방법으로
주변에 소음을 내서 장갑차를 몰고 오는 거야. 내부에는 감염체가 없는
것 같으니 위험은 적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상황이라면 오지 않을
이유가 없지.“
“ 하긴.. 그럼 움직이자!”
“ 응!!”
나와 김 중사는 주차장으로 들어가 잠긴 셔터를 풀 방법을 찾았다. 전기로 움직이는 셔터이지만 잠금 장치는 일반 열쇠였기에 열쇠를 부순 후 셔터를 힘으로 들어 올렸다. 무겁기는 했지만 어렵지 않게 셔터가 열리는 것을 확인한 후에 우리는 다시 조심스럽게 나가 장갑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도착 후에 우리는 마트의 상황에 대하여 설명을 했고 들어갈 방법을 설명했고 다른 인원들도 우리의 계획에 찬성했다.
“ 그럼 박 중사가 주변의 편의점이나 가게를 돌며 처리해줘. 나머지 인원들이
마트로 가서 가능한 많은 양을 가져올게.“
“ 응! 역시 사람이 많으니 좋은 계획들이 나오는 군!”
“ 준비하자!”
“ 알았어!”
박 중사와 몇 명의 인원은 근처를 돌며 우리가 편의점을 이용했던 방법 그대로 감염체의 시선을 돌리기로 했고 나머지 인원은 감염체들이 움직임이 변했을 때 최대한 빠르게 장갑차를 몰고 가서 마트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으로 계획을 짰다.
박 중사는 세 개의 매장에 불을 지르기로 했고 불을 지르고는 다시 마트로 돌아오기로 했다. 박 중사가 돌아오기 전까지 우리는 최대한 많은 양의 물건을 챙겨야했고 다시 마트를 나가기 위해서는 들어올 때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야 했다. 박 중사가 먼저 이동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음이 들린 순간 우리는 장갑차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이동을 하여 마트로 진입하였다. 주차자의 셔터를 열고 들어가 매장에 진입하고 우선 식품매장으로 들어갔다.
“ 나와 김 중사. 그리고 몇 명 지원을 받아 주변을 경계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물건을 챙긴다. 이동시에도 기억해. 우리는 이 건물 전부를 확인한 것이 아니
라는 점을. 들어왔던 길에도 감염체가 있을 수도 있으니 절대 조심하고.“
“ 알겠습니다!”
“ 그럼 움직인다.”
우리는 빠르게 식품들을 담기 시작했고 몇 번간의 이동을 끝냈을 때 박 중사가 들어왔다.
“ 와우.. 엄청난데?”
“ 쌓인 물건은 많지만 정작 먹을 수 있는 물품은 얼마 안돼. 그러니 너무 기대
하지 마.“
“ 쉿! 매장 내부에 감염체가 있습니다!”
“ 응??!”
“ 옷차림을 보아하니 직원 같습니다.”
“ 한 녀석인가?!”
“ 뒤이어서 따라오는 녀석까지 총 세 마리입니다.”
“ 흠.. 조용히 처리한다.”
“ 알겠습니다.”
적은 숫자의 감염체는 미리 존재만 알고 있다면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 쉽게 세 녀석을 제거한 후에 우리는 하던 일을 계속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갑차 내부가 가득 찰 정도로 물품을 구했다.
“ 이 정도라면 한 번은 더 올 수 있겠는걸?”
“ 오늘은 이곳에서 지내고 갈까? 내부도 안전한 것 같은데?”
“ 혹시 모르니 최소한의 경계 인원은 편성하고.”
“ 알겠습니다.”
우리는 스포츠 매장에서 텐트를 가져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미리 자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호화스러운 캠핑용품에 몸을 눕히고는 눈을 감으니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일어나 눈을 뜨니 이미 한 밤중인 시간이었다. 근무자들이 주변을 살피는 것이 보였고 난 근무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매장을 둘러봤다. 은혜가 입을 옷이나 속옷 종류가 있는지 살폈지만 여름에 입을 만한 옷도 치수에 맞는 속옷도 구할 수는 없었다. 단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비교적 얇은 옷을 챙기고는 다시 올라가려고 하는 순간 건물 외부에서 뭔가가 느껴졌다. 일반 감염체라면 접근을 알 수 있었겠지만 이번은 그런 느낌이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정문으로 다가가 외부를 봤다.
“ 뭐..뭐야..”
“ 키야야양!!”
호랑이인 듯 보이지만 호랑이의 모습은 아닌. 길고양이가 커진 모습. 이빨은 바다코끼리처럼 두 개가 날카롭게 내려와 있었고 발톱은 마치 갈고리처럼 나와 있는 모습이었다. 입에는 사람인지 감염체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사람의 형태를 한 시체가 물려 있었다. 녀석은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더니 무서운 속도로 달려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만약 그녀석이 나를 발견이라도 했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상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 빌어먹을.. 이래서 절대 접근 금지 구역이었군.”
다지 감염체가 많아서 금지 구역이 아니었다. 추측이긴 하지만 위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이미 이곳은 석기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덩치가 커지는 동물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과학. 정착생활을 하지 못하는 인간들. 상황을 뒤집을 만한 무기도 사람도 없다. 이미 국토 전체가 인간이 아닌 감염체가 지배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 자력으로 이 상황을 타개하기란 불가능했다. 타국은 상황이 괜찮은 곳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어려워지고 우리처럼 변할 수도 있다. 아니면 시간이 지나 감염체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 아무리 자연의 법칙을 어긴 존재라고 해도 영원히 살 것 같지는 않았다. 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위로 올라가 잠을 자기 위해 누웠지만 제대로 잠이 올 리가 없었다. 더 이상 이런 곳에서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디를 가도 비슷한 사람들 비슷한 분위기. 그리고는 다시 흩어지는 상황. 넘어가야만 한다. 이런 상황을.
다시 우리 사람이 이곳에서 안전하게 아니 내 식구 친구 동료들만이라도 안전한 곳을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