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어서도 사는 존재들-93화 (93/281)

0093 / 0281 ----------------------------------------------

생존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이 되어 일어났고 나는 어제 봤던 호랑이 같은 고양이에 대해 설명했다.

" 젠장... 실제로 있었군."

" 그런데 왜 그냥 지나갔지?"

" 우리보다 감염체가 더 쉬운 먹잇감이니 선택을 했던 것 아닐까?"

" 흠.."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지만 정답을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우리는 잠을 잤던 곳을 대충 처리하고는 다시 움직이기 위해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장갑차에 시동을 걸고 셔터를 열고 조심스럽게 마트를 나서는 순간 우리 앞에는 어제 봤던 그 덩치 큰 고양이가 서 있었다.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가.

" 젠장!!! 밟아!!!"

" 이동!! 이동!!!"

" 사격을 허가한다! 가능한 정조준해서 쏴!!"

"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 판국에 어떻게 정조준을 하란말야!"

" 탕!! 타탕!!"

" 빌어먹을!!"

엄청난 속도로 우리에게 달려드는 고양이를 보며 우리는 감염체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차라리 지금 상황에서는 감염체가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 더 빨리 못가?!!"

" 지금 끝까지 밟았습니다!"

" 이제 따라 잡히겠어!!"

몇 마리는 운 좋게 제거했지만 아직도 우리를 따라오는 세 마리의 고양이를 보며 소리 쳤다.

" 원래 제들이 도망가야 정상아냐? 왜 우리가 도망가는거야?!!"

" 지금 그게 문제냐?! 쏴!"

" 젠장!!"

열심히 사격을 하면서 도망가고 있지만 탄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몰려드는 감염체를 보니 조만간 우리 앞에도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전방에 감염체!!"

" 하아..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군.."

" 빌어먹을! 탄 얼마나 남았어?!"

" 반 정도 남았습니다!"

" 우선 갈 길부터 만들고 뒤에 따라오는 녀석은 그 후에 처리한다!"

" 넵!!"

최대한의 속도로 이동하는 장갑차 앞으로 걸어오는 녀석들은 처참하게 밟히며 장갑차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덕분에 심하게 덜컹거리는 상황이라 제대로 사격조차 할 수가 없었다.

" 우선 유탄부터!!"

" 후방 적과의 거리가 줄어듭니다!"

" 썅!!!"

입에서 거친 욕이 튀어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격소음을 듣고 거리 곳곳에서 감염체가 나오는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 공항까지 시간은?"

" 적어도 한 시간 거리입니다!"

" 멀리도 왔다!"

전방에 있는 감염체는 지금까지는 크게 위협이 되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후방에서 따라오는 고양이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개 마냥 침까지 질질 흘리며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에 살기가 느껴지며 쫓아오는 모습을 보니 따라 잡히면 정말 살아남기 힘들 것 같았다.

" 한 발이라도 제대로 맞아라.."

" 무식하게 흔들리는 구만!"

" 탕!!!"

" 젠장! 빗나갔어!"

탄을 아끼기 위해 단발에 놓고 사격을 하고 있었지만 흔들리는 장갑차 위에서 정확히 머리를 맞추는 일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빗나가도 크게 빗나간 총알을 보며 다시 조준을 하려고 했지만 조준간안에 고양이는 들어올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 너무 흔들려! 맞출수가 없어!"

" 그래도 두 마리는 떨어져 나갔습니다!"

" 응??!"

몰려드는 감염체 중간으로 뛰어든 두 마리는 입에 감염체를 물고 잔인하게 먹어치우고 있었다. 거리가 꽤 있어서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소리까지 들렸으면 꽤 잔인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 저 녀석 이제 바로 뒤까지 따라왔어!"

" 무슨 고양이가 저렇게 빨라? 치타야?!"

" 쾅!!!"

" 젠장!! 젠장!! 제에엔자아앙!!!"

회심의 유탄을 날렸지만 제대로 빗나가 엄한 곳에 떨어져 버렸다. 이미 주변에 감염체는 없는 상황이지만 더 무시무시한 고양이가 따라오는 상황에 달리는 장갑차 위라 바람이 강하게 불어 시원해야 하는데 등줄기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 지치지도 않냐?!!"

" 키야야앙!!!"

이제는 채 10여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날카롭게 울음소리를 내는 녀석을 보니 소름이 돋았다. 덩치만 커진 것이라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는 정글도를 손에 쥐고는 그대로 고양이를 향해 뛰었다.

" 미친!!!"

" 퍼억!!!"

애초에 머리를 노리고 뛴 것이었는데 고개를 돌려 피하는 바람에 몸통에 정글도를 찔렀고 덕분에 속도가 줄어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 할 수 있었다.

고양이는 도망가는 장갑차를 버리고 나를 무서운 눈으로 바라봤다. 바다코끼리도 아닌 녀석이 송곳이 두 개가 날카롭게 나와 있는 모습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모습 같기도 했다. 고양이가 더 이상 장갑차 팀을 따라가지 않자 장갑차는 정지하고 고양이 쪽으로 방향을 돌려 천천히 다가왔다.

" 쳇.. 그냥 서서 있지 뭘 다가와."

내가 정글도를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고양이는 몇 초간 나를 바라보고는 순식간에 앞발을 들어 후려쳤다.

" 슈웅!!"

" 켁!!!"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놀라 뒷걸음질 쳤고 얼굴 바로 앞으로 지나가는 발톱을 보니 빗맞아도 출혈과다로 사망할 것 같았다.

" 한 방도 많으면 안 된다라.. 너무 불리한데.."

" 키양!!"

계속해서 나를 향해 앞발을 들어 할퀴며 다가왔지만 난 어렵지 않게 피했다. 속도는 빠르지만 공격이 단순했고 생각보다 공격거리도 길지 않았지만 어디까지 피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분명 몸통에 정글도를 깊게 찔러 넣은 것이 느껴졌지만 저 녀석은 움직임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 캉!!!"

" 뭐??!!"

앞발로 후려치는 것을 정글도로 자를 생각으로 휘둘렀지만 발톱에 걸리며 피해를 주지 못했지만 발톱과 부딪치며 나는 소리는 마치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흡사했다. 손에 느껴지는 충격도 단단한 물체를 강하게 친 것 마냥 손바닥이 아려왔다.

" 큭.. 놓칠 뻔 했네."

" 괜찮냐?! 미쳤냐?!"

" 뭐 하러 왔어?"

" 기껏 구해주러 왔더니? 뭐?"

" 탄약은 얼마나 있어?"

" 총 세 탄창."

" 육십 발이라.."

나에게 다가온 김 중사가 말을 했다. 김 중사 뒤에는 여럿 인원들이 소총을 들고 고양이를 향해 조준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 대만 남으면 되는데 전부다 남아서 공격하는 것은 조금 아니다 싶었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자 긴장한 듯 신중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예전에는 길에서 보면 도망가기 바빴던 녀석이 복수라도 하는 듯 노려보는 모습에 기분이 묘했다.

" 젠장. 예전에는 잘만 도망가더니 지금은 왜 안 가는 거야?"

" 복수하나?"

" 지금 장난칠 때냐? 너는 긴장도 안하냐?"

" 뭐.. 아! 참고로 한 대라도 맞으면 바로 골로 간다. 발톱이 엄청 단단해!"

" 소리는 들었다. 젠장.."

" 카앙!!"

" 퍽!!!"

앞발로 나를 내리 찍는 모습에 몸을 비틀어 피했고 그대로 바닥에 헛발질한 녀석이었지만 바닥과 부딪치며 나는 소리는 예사롭지 않았다.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었다. 속도와 힘 모두 증가한 것이었다.

" 젠장. 힘도 좋다!"

" 퍼억!!"

" 타탕!!타탕!!"

" 뭐??!!"

" 말도 안 돼!! 정확히 머리에 맞았는데?!!"

김 중사가 정확히 머리를 향해 사격을 했고 머리에 맞는 모습이 보였지만 녀석의 움직임은 변화가 없었다.

" 서..설마.. 두개골을 관통 못하는 건가?"

" 그렇게 단단하다고?!"

" 젠장.. 갈수록 태산이군.."

" 피해!!!"

" 쾅!!"

점점 파괴력 있는 발길질을 하며 다가오는 모습에 괜히 뛰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덩치만 커진 줄 알았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 버린 것이다.

몇 번의 공격을 막았지만 그대로 밀려났다. 운 좋게 몇 번을 찔렀지만 제대로 들어가는 느낌은 없었다. 장갑차에서 뛰어내릴 때는 속도가 붙어 운 좋게 들어갔던 것이었다.

" 카앙!!!"

" 쳇! 그만 울어 제끼라고!!"

" 푸욱!!!"

" 됐다!!! 컥!!!!"

제대로 몸통을 찔렀지만 방향을 돌리는 바람에 칼을 놓치며 그대로 떨어져 나가 도로를 뒹구는 신세가 되었다. 몇 바퀴를 구르고야 간신히 자세를 잡았지만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손을 들어 나를 후려치려는 발을 잡았다.

" 컥!!!"

예전 대형 감염체를 상대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힘이었다. 내려찍는 것이라 간신히 버티기는 했지만 반격할 상황이 아니었다. 난 그대로 발을 잡아 온 힘을 다해 고양이를 던져 버렸지만 공중에서 몸을 돌려 가볍게 착지하는 녀석을 보며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 빌어먹을.. 반칙이자나.."

"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닌가.."

" 훈아! 눈 맞출 수 있어?"

"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저 움직임에 어떻게 눈을 맞춰?!"

가장 약한 부분이라 생각되는 눈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면 죽이는 것은 무리여도 도망갈 시간은 벌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 중간에 쓰러진 녀석들은 어떻게 죽은 거지?"

" 운 좋게 눈이라도 맞았나봐."

" 쳇.."

고개를 저으며 우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없던 공포가 느껴졌다. 난 김 중사에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말을 했다.

" 내가 막을테니 다른 인원들은 움직이라고 해."

" 무슨 소리야?!"

" 이대로 다들 싸운다고 해도 결과는 전멸이야. 내가 최대한 시간을 끌테니

움직이라고 해."

" 그 말을 들을 녀석이라고 생각하냐?"

" 여기서 전멸하면 끝이야. 저들이라도 살아서 대령님을 돕던 감염체를 제거

하던 할 것 아냐?"

" 아무리 그래도 그냥 갈 놈들이 아냐."

" 네가 잘 설명해줘."

" 기다려라.."

김 중사가 몸을 돌려 박 중사에게 달려가자 고양이가 그 모습을 보고 몸을 돌렸고 난 그 녀석 앞에 서서 움직임을 방해했다.

" 네 녀석 상대는 나라고.. 어딜!!"

난 그대로 뛰어들며 가지고 있던 대검을 휘둘렀다. 길이가 매우 짧았기에 제대로 된 공격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녀석의 움직임에 방해는 줄 수 있었다. 몇 번의 움직임에도 장갑차의 이동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내 옆에 서서 나에게 소총을 건내는 김 중사의 모습이 보였다.

" 안가냐?"

" 다들 못 간다더라. 우선 제대로 싸워봐야지."

" 뭐라디?"

" 네가 위험할 것 같으면 전부 사격을 한다더라. 지금은 주변에 감염체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소리가 나면 분명 몰려들테니. 가능한 빨리 처리해야해."

" 나도 알아. 하지만 저런 녀석을 무슨 수로.."

" 카앙!!!"

" 큭!!!"

휘두르는 앞발을 피해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제대로 된 무기도 없이 상대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 전 찔러 넣은 정글도 주변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다못해 쇠파이프라도 있다면 좋겠다만 주변에 보이는 것은 파손된 차량뿐이었다. 하다못해 제대로 잡아 챌 수만 있다면 땅에 내동댕이칠 수도 있는데 녀석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서로 눈치만 보며 체력을 소모하는 상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불리한 것은 저 녀석이 아니라 나였다. 아마도 그것을 아는 듯 제대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 내 움직임을 크게 만들어 체력소모를 시키는 듯 한 공격만 하는 모습에 점점 열이 받기 시작했다.

" 이시키가.. 날 가지고 놀아?!"

난 주변에 떨어진 차량 문을 들어 힘껏 던졌다. 내 공격을 예상 못한 녀석은 제대로 피하지는 못했지만 큰 상처를 준 것도 아니었다. 녀석은 한껏 살기를 품은 눈으로 나를 노려봤고 나도 살기를 품으며 녀석을 노려봤다.

" 예전처럼 네 녀석이 사람을 보면 도망가게 만들어주마.."

난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기필코 녀석을 죽이겠다고 마음 먹으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