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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96화 (96/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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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말은 여유롭게 웃어 넘겼지만 실상을 달랐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를 감시하는 인원이 있다는 것은 매우 기분 나쁜 일이었고 이들이 우리의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더 긴장이 되었기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미란이와 은혜도 걱정스럽게 우리를 바라봤지만 그냥 만약을 대비하여 하는 일이라고 안심을 시켰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봤지만 최대한 그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표정관리까지 해가며 방으로 들여보냈다.

“ 설마 우리 물건을 본 것은 아니겠지?”

“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되는데. 하지만 모르지 혹시 우리가 실수를 한

것도 있을 수가 있고.“

“ 전기도 끊어지고 보급 식량과 물품도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겠지.”

“ 비축분이 없는 사람들은 점점 난폭하게 변하겠지?”

“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라면 반란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일이 터지겠지.”

“ 집에서 몸 사려야지. 괜히 나갔다가 휩쓸릴라.”

“ 별다른 명령은 없겠지?”

“ 뭐 연료도 없고 탄약도 없으니 나갈 수나 있나.”

“ 하아.. 우리가 몰래 비축분을 챙기려고 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 그래도 한 방에 많이 얻었잖아.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는 마.”

“ 별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 조용! 누군가 다가온다.”

“ 응?!”

어둠속에서 두 명의 움직임이 어렴풋이 보였고 우리는 긴장하고 소총을 잡았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장전을 하고 그 두 명의 움직임을 지켜봤고 그들은 현관문 쪽으로 이동을 하였고 기태와 나는 현관문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고 다시 창밖을 봤지만 이미 사라져 버렸는지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 뭐지..”

“ 이상한데..”

“ 한 번 나가볼까?”

“ 괜찮을라나. 혹시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 그렇다면 벌서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겠지.”

난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나가 주변을 둘러봤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현관문을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자 현관 앞 대리석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 찌익!”

“ 얼렝?!”

난 뭔가를 밟고 미끄러질 뻔 한 것을 문틀을 잡고 버텼다. 발밑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 뭐지 이게?”

“ 뭐야?”

“ 애들이 공고문을 떨어뜨렸나?”

“ 아닌데..”

“ 공고문이 아냐?”

A4용지에는 컴퓨터로 작성한 것이 아닌 누군가가 펜으로 정갈하게 쓴 글이었다. 방으로 들어와 촛불을 켠 후 기태가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 뭐라고 써 있어?”

“ 잠시만..”

기태는 몇 분간 정독을 하고는 종이를 내게 줬다. 누구인지 몰라도 참 글씨는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정도로 깔끔한 필체였다. 글의 내용은 생각보다 가벼운 내용이 아니었다. 조만간 우리의 식량 공급이 끊어질 것이라는 그리고 감염체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약간은 이타적인 종교 내용까지 들먹이며 써간 글을 생각보다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우리처럼 자세한 상황을 모른다면 아마도 넘어갈 만한 내용이었다. 물론 사이비 종교적인 이야기는 제외한다면 말이다.

“ 누군지 글을 잘 쓰네.”

“ 와.. 이런 말을 믿는 사람도 있나?”

“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아쉬울 상황이지.”

정확히 언제라고는 언급을 안했지만 조만간 감염체가 몰려 올 것이라 우리는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은 좋았지만 방법이 문제였다. 우선 본부대에 침입하여 무기와 식량. 물품을 탈취하고 다리를 끊어서 생활하자는 내용이었고 신이 우리를 벌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하셨으며 본부대를 교단으로 삼고 신을 섬기면 감염체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와 중간에 감염체의 공격을 받았지만 신의 사자라는  것을 알고 감염체가 물러갔다는 내용도 있었다.

“ 와..무시무시한데?”

“ 꼭 예전에 돌아다니던 뭐 이 편지를 받고 몇 명에게 같은 편지를 주지 않으면

그런 내용과 비슷하다?“

“ 그런데 이런 내용이 있는 것을 집집마다 준다면 문제가 생길텐데?”

“ 내 생각에는 우리가 커튼까지 치고 은밀하게 모인 것으로 보고 아마 자신들과

비슷한 집단이라고 생각했나봐. 오늘이 처음이 아니고 일정 기간 우리를 감시

해서 얻은 결론이라 줬을지도.“

“ 흠...”

“ 그래도 우리에게 위협을 줄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 다행이네.”

“ 이런 집단도 있구나..”

“ 뭐.. 얼마나 큰 집단이고 힘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네.“

“ 내일 대령님에게 알려야겠지?”

“ 그러는 것이 좋겠다.”

난 발자국이 크게 남겨진 종이를 거실 테이블 위에 두고 다시 주변을 살폈다. 우리를 방심하게 할 생각으로 이런 일을 꾸몄을지도 몰랐기에 정확하게 상황판단이 되지 않은 상황에 긴장을 풀기는 어려웠다.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다른 이상한 점은 없었다. 밤을 새고 근무를 섰더니 피로가 몰려왔지만 우선은 이 내용을 대령님에게 전달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기태가 박 중사에게 가서 여자들의 경호를 부탁했다. 그리고는 박 중사는 인원 몇 명과 함께 우리 집으로 들어왔고 어제의 일을 설명했다.

“ 이제 수면위로 활동을 시작하는 모양이군.”

“ 알고 있었어?”

“ 이런 집단이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실제 다른 일을 꾸미다 추방된

집단도 있었는걸.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치안이 불안해지니 이 틈을 타고

활동해야 힘을 빠르게 늘릴 수 있겠지.“

“ 심각한 상황인가?”

“ 아직은 정확하게 알려진 내용이 없기에 위에서도 크게 문제삼고 있지는 않아.

하지만 이렇게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면 문제가 되겠지.“

“ 그래도 우리가 위에 보고해서 문제가 커지면 아마 그들은 우리에게 헤코지를

할 가능성이 커. 그러니 대령님에게도 바로 움직이기 보다 상황을 지켜보고

행동해 달라고 말씀 드리자.“

“ 그래. 우선 움직이자.”

“ 응!”

나와 박 중사. 기태는 대령님의 방을 찾았고 대령님은 어제 우리가 받은 종이를 보고 한참을 정독하시고는 말문을 열었다.

“ 생각보다 힘이 커진 모양이구만.”

“ 네?”

“ 자네 이 종이. 일일이 자필로 쓴 것이 아니라 복사한 종이라네. 뭐 미리 복사를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가 발전이 가능한 곳에서 활동할 수도 있고.. 그리고

뭔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겠지.“

“ 아..”

“ 요 근래 부대 물품저장 창고나 식량 창고가 털리는 일이 잦았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탄약창고는 경비가 심하기 때문에 털린 적이 없다는 것이지.

그래도  이 집단 중에 장갑차 인원이 있다면 탄을 얻는 것도 어렵지 않았

겠지. 소총이야 도심으로 들어가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니.“

“ 이래저래 문제가 많군요.”

“ 그러네. 한 동안은 자네들도 몸조심하게나. 지금 이런 글이 비단 자네들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네.“

“ 집단이 많은가 봐요?”

“ 현재 우리 쪽에서 파악하고 있는 집단만 세 곳이라네. 가장 큰 집단이라고

할 수 있지. 힘이 많이 약해진 우리로써는 그들을 막을 방법은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라네. 어디서 활동하는지 누가 그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 하하...”

“ 그리고 자네들은 이런 것에 신경쓰지 말게나. 지금 강 중령과 우리 계획을

진행 중에 있으니 조만간 알려줄터이니 그때까지는 몸들 조심하게나.“

“ 네. 그런데 그 계획은 언제쯤..”

“ 보름정도 거릴 것 같다네. 생각보다 인원이 없고 보는 눈이 많은 상황이라네.

그리고 이런 글들이 계속해서 나도는 상황에 자칫 잘못 걸리면 시범케이스가

될 수도 있으니 더뎌진 상황이라네.“

“ 알겠습니다. 저희가 도와드릴 일은..?”

“ 아직은 없다네. 자네들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비밀이란 것은 최대한 적은

인원이 알아야 비밀이지.“

“ 네.”

대령님의 말씀이 틀린 말이 아니기에 대꾸는 하지 않았다. 비밀이란 것은 아는 사람이 늘어나면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는 것이니. 우리는 대령님의 방을 나와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 생각하시는 계획이 정확히 뭔지나 알았으면 좋겠네.”

“ 워낙 철두철미하신 분이시니 우리에게도 좋은 것이겠지.”

“ 하아..”

“ 그나저나 그들이 뭔가 보냈으니 우리도 뭐라도 반응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묵묵하게 있다면 그들과 다른 집단이라고 생각해서 입을 막으려고 행동할 수도

있으니.“

“ 그래도 아마 바로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을거야.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생각해

보고 행동하자. 오늘도 우리 집에 모일 생각이야?“

“ 할 것도 없는데 모여서 수다나 떨지.”

박 중사는 덩치와 다르게 붙임성이 무척이나 좋아서 다른 사람들과 쉽게 친해졌다. 일을 할 때 와 다르게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을 흡입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녀석이었다. 어느덧 집에 도착한 우리는 카라반에서 약간의 주전부리를 꺼내어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다른 인원들은 노트북에 저장된 드라마를 보거나 장기나 체스를 두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들과 다르게 그들 옆에는 소총이 놓여 있었다. 언제라도 무슨 상황이 생기면 바로 대처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은 좋았지만 다들 모여 있는 집에서 까지 저러는 것은 약간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똑똑.“

“ 응?!!”

“ 누구지? 올 사람이 있나?”

우리는 갑자기 현관에서 들리는 노크소리로 긴장했다. 몇 몇 인원들은 소총을 드는 모습이 보였고 박 중사는 그런 그들을 진정시켰다.

“ 너무 과민반응 하지마! 침착해!”

“ 우리가 죄졌어? 왜들 저래?”

“ 긴장을 놓치지 않는구만.”

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현관문으로 나갔고 전기도 끊어진 상황에 인터폰으로 상대방을 확인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난 천천히 문을 열었고 문 앞에는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자가 서있었다.

“ 안녕하십니까?”

“ 네?? 네.. 여기는 어쩐 일로..”

“ 아.. 저의 편지는 잘 받으셨는지요?”

“ 편지?? 아!!! 어제의..”

“ 네..”

꽤 느끼한 웃음을 보이며 말하는 남자를 보고 어제의 그 명필 편지의 주인공이라 생각되었다. 내가 한참을 바라보자 그 남자는 나에게 웃으며 말을 했다.

“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아.. 잠시만요..”

난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뒤에 서있는 박 중사에게 어제 편지를 준 집단의 일원으로 보인다는 말을 했고 우선 박 중사는 집 안으로 들어오기 보다 밖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집안은 곤란합니다. 친구들이 있어서요. 제 친구 한명과 같이 나가서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을까요?“

“ 네. 물론입니다.”

“ 그럼..”

나와 박 중사는 집 밖으로 나가 한적한 공터에 자리를 잡고 그 남자를 바라봤다.

“ 그렇게 매섭게 바라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해코지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니까요.”

“ 하지만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박 중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까지 은혜와 신나게 수다를 떨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무서운 표정으로 남자를 응시했다.

“ 아아. 하긴..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 긴장하실수 밖에요..”

“ 용건은 무엇입니까?”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괜히 질질 끌며 빙글빙글 돌리며 말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한방으로 끝내는 편이 좋았다.

“ 어제의 편지를 보셨지 않습니까?”

“ 편지에는 그냥 내용이고 그쪽이 원하시는 것이 있을 것 아닙니까?”

“ 아.. 꽤 직설적이신 분이군요.”

“ 뭐. 돌려 말해봐야 서로 내용을 잘 못 이해할 수 도 있으니 직설적으로 묻는

것이 서로의 오해도 줄이고 좋겠죠.“

“ 흠.. 알겠습니다.”

남자는 잠시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고 일 분정도가 지나서 입을 열었다.

“ 저희 일행과 뜻을 같이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 네??”

“ 뭐 편지에서 보셨다 시피 저희는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계획에

동참하실 것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조금 전의 느끼한 표정을 지우고 말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나도 생각에 잠겼다. 거절하자니 그 후에 다가올 일이 두려웠고 승낙하자니 저들의 속내를 알 수 없기에 불안하였다.

“ 그럼.. 그 계획이 무엇인지 알 수는 있습니까? 저희도 계획이 있는데 그쪽과

같은 계획이라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 흠.. 뭐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된 계획이지요.”

“ 네??”

“ 공항을...지금 이 섬을 저희가 관리하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위대한 꿈이다. 도대체 인원이 얼마나 많고 얼마만큼의 화력을 보유했는지 몰라도 저 정도의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 흠...”

박 중사는 그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는 헛기침을 몇 번하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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