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0 / 0281 ----------------------------------------------
생존
우리는 주변을 정리하고는 근무자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각자 무기와 장비를 점검하고 탄을 다시 분배하거나 지급받은 식량으로 허기를 채우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멀지 않은 곳에서는 꽤 큰 소리가 들려왔고 다른 곳은 감염체의 공격을 받는 곳도 생겼다.
“ 현재 25조가 감염체의 공격을 전멸직전이라고 합니다.”
“ 우리와의 거리는?”
“ 정 반대입니다.”
“ 근처에 아무도 없는 것입니까?”
“ 25조가 유별나게 도심 중앙에 자리를 잡아서.. 다른 조들은 저희처럼 약간
벗어나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가는데 시간이 걸려서..“
“ 무전이 없습니다.”
“ 하아..”
무전을 듣던 무전병이 더 이상 무전이 없다는 말을 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 아마 몸은 잘 피신했을지도 모르니 너무 걱정말게나.”
“ 네.”
아마도 아는 사람이 있는 듯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 보였다.
“ 다른 조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 25조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무전은 없습니다. 하지만 소리를 듣자니 아마
무전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없는 조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네..”
멀리서 들리던 포성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루도 안 돼서 우리는 한 개의 조를 잃었고 다른 조들도 아마 많은 피해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솔직히 그냥 걷는 것 보다 조금 더 빨리 다가오는 인간의 형태를 한 이제는 새로운 생명체인데 이렇게까지 피해가 있는 것은 우선 수적 열세가 컸다. 아무리 전차를 이용하고 장갑차를 이용해도 끝도 없이 몰려오는 감염체는 결국 보병들이 처리해야 했지만 감염체는 치명타가 존재 하지 않았다. 심장과 머리. 이 두 곳 중
하나를 정확하게 사격을 해야 비로소 그들의 움직임은 끝을 보이는 상황인데 솔직히 움직이는 표적을 향해 정확하게 사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한 녀석도 아니고 끝도 없이 몰려오는 감염체를 향해 침착하게 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우리의 상황에 많은 탄약과 물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와 같은 존재들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탄창에 보통 20발을 넣었지만 탄창 하나로 감염체 두 명을 죽이는 것도 버거운 사람들이 많았다. 군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한 사격을 연습하지 움직임을 예상하고 사격하는 훈련을 하지 않다보니 움직이는 그것도 두려움과 싸우며 정확하게 사격하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 하기 힘든 일이었다.
“ 힘들 것을 예상했지만 실제는 더 상황이 좋지 않군요.”
“ 그러네요. 오늘은 운 좋게 변종 감염체를 상대하지 않았지만 내일은 어떨지
두렵네요.“
“ 하아.. 생각만으로도 무섭다.”
“ 그래도 우리 조는 다행이지. 구성원들이 정말 용감해서.”
“ 듣자하니 이번에 이탈자들도 많았다던데.”
“ 응. 이동 중간에 장갑차 통째로 도망간 인원도 있다고 하던데?”
“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야.”
중대장과 우리는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주된 이야기는 내일 우리가 소탕해야하는 감염체가 있는 지역의 지도를 보며 가능한 우리의 피해가 없도록 작전을 짜고 계획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일찍 눈이 떠졌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총소리로 다들 긴장하며 짐을 챙겼다. 그리고 어제의 중대장은 두려운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소총을 챙겨 장갑차에 탑승하는 모습이 보였다. 혹시나 복귀해서 문제를 일으킬까 한 마디 하려고 다가가자 주변에서 무전으로 인해 씨끄럽게 소리를 치며 말을 했다.
“ 현재 4조가 공격받고 있다고 합니다!”
“ 4조면 멀지 않은 곳 아닌가?”
“ 응. 어제 오면서 본 것 같은데..
“ 어서 짐을 챙기도록! 짐을 챙긴 후 바로 이동하여 4조를 지원한다!”
“ 알겠습니다!”
중대장은 무전을 듣고 신속하게 명령을 했고 이미 그 전에 얼추 정리가 끝난 상황이라 우리는 빠르게 4조를 지원하기 위해 이동을 시작했다.
“ 쾅!!!”
“ 탕탕탕!! 타타타탕!!”
“ 우측에서도 몰려옵니다!”
“ 지원 조가 도착했습니다!”
4조가 있는 지역으로 가니 이미 주변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많은 감염체의 시체가 거리에 쓰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엄청난 양의 탄피가 굴러다녔다.
“ 저희는 우측을 맡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조심하십쇼! 숫자가 많습니다!”
“ 젠장! 도대체 얼마나 있는거야? 어제 죽인 숫자만 이미 이 도시에서 살고
있던 인원수 보다 많았을 텐데?“
“ 전국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몰려드나 봐?”
“ 넌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냐?”
“ 따질 시간 있으면 어서 쏘지?”
“ 젠장!! 언제 저기까지?”
“ 근거리는 소총수들이 처리하고 유탄수와 박격포 사수는 허리를 끊도록!”
“ 네!!”
우리는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며 감염체를 제거해갔다. 4조도 비교적 여유가 생긴 상황이라 차근차근 감염체를 제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더 큰 문제가 생겨버렸다.
“ 정방에 변종 감염체가 나타났습니다!!”
“ 뭐?!!”
“ 숫자는...숫자는..”
“ 얼마나 되는 건가?!!”
“ 숫자는.. 족히 백은 넘어갑니다..”
“ 뭐야?!!”
“ 뭐??!!”
장갑차 위에서 기관총을 쏘던 인원이 우리에게 말했다. 건물 사이에서 나타난 변종 감염체는 예전보다 커진 모습이었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 유탄과 박격포는 대형 감염체를 상대한다!”
“ 후방에도 감염체가 나타났습니다!!”
“ 다른 조의 지원은 없는 겁니까?”
“ 현재 34조와 12조가 온다고 했지만 거리가 있는 상황이라 시간이 필요합니다.”
“ 빌어먹을!”
점점 가까워지는 변종 감염체를 보고 우리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지금 일반 감염체도 벅찬 상황에 저 많은 변종 감염체를 무슨 수로 상대한단 말인가?
“ 후퇴한다! 가능한 유탄 사수들이 변종 감염체를 쏘고 나머지 인원은 후퇴한다!”
“ 네!!”
“ 4조에게도 상황을 알리고 후퇴를 지시해!”
“ 현재 변종 감염체 등장 사실을 알렸습니다!”
“ 4조도 후퇴한다고 합니다!”
“ 지원오던 34조가 중간에 감염체를 만나 지원이 힘들다고 합니다!”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감염체를 보며 우리는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새 후방에도 감염체가 나타났고 우리는 달리는 장갑차 위에서 사격을 하며 이동을 시작했다.
“ 전차부대는?”
“ 현재 저희와 거리가 멀고 지금 변종 감염체와 전투 중이라고 합니다.”
“ 젠장! 그 많은 전차들은 어디로 간 거야?”
“ 점점 숫자가 늘어갑니다! 변종 감염체와의 거리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 어서 후퇴해! 후퇴!”
“ 크악!!!”
제대로 도망치지 못한 인원들이 감염체들에게 둘러쌓이며 희생되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 인원이 그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내 그들과 같은 신세가 되어버리는 모습을 보이자 구조를 포기하고 말았다.
“ 움직여! 움직이라고!!”
“ 쏘면서 피해야지! 그냥 뒤돌아 뛰면 어쩌냐!”
4조와 뒤엉키며 상황은 더욱 난장판으로 변했고 우리는 가까스로 감염체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시야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감염체들은 우리를 보고 계속해서 다가왔고 우리는 안전거리까지 벗어나 장비를 재점검했다.
“ 각자 남은 탄을 확인하고! 유탄 사수 탄은 얼마나 남았지?”
“ 탄통으로 하나 반입니다.”
“ 소총수들은?”
“ 현재 보유한 탄창은 거의 소진이 되어 탄통을 꺼내서 탄창을 채워야 합니다.”
“ 박격포 인원은 계속해서 사격을 하고 시간을 번다.”
“ 알겠습니다.”
“ 현재 4조의 상황은 괜찮습니까?”
“ 인원의 절반을 잃었습니다. 새벽에 공격을 받아 인원들이 제대로 대응이
늦어 피해가 컸습니다.“
“ 이런...”
“ 현재 저희도 정비를 하고 있지만 바로 전투는 무리입니다.”
“ 저희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우선 최대한 준비를 하고 바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우선 박격포 인원과 유탄 인원만이 사격을 하고 나머지 소총수들은 탄약을
정비한다! 거리가 200m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후퇴를 하고 어제 그 학교로
복귀하여 재정비한다!“
“ 알겠습니다!”
“ 그래도 중간에 감염체를 마주할지 모르니 준비는 하고!”
“ 중대장님 저희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그냥 학교로 바로 후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왜인가?!”
“ 탄약이 모자란 팀도 있고 희생된 인원이 있는 팀도 있습니다. 저희도 다시
정비를 하고 움직여야 할 듯 합니다.“
“ 좋다! 바로 이동한다!”
“ 네!”
우리는 4조와 함께 떠나 온지 불과 두 시간도 안 되어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다.
“ 우선 탄약이 충분한 팀이 경계를 서도록 한다.”
“ 저희가 하겠습니다.”
“ 우선 4조를 도와 정비를 하고 탄약을 공평하게 배분하도록!”
“ 네!”
“ 4조 중대장은 어디 있습니까?”
“ 방금 전 전투에서..”
“ 네..”
“ 그런데 우리 어제의 중대장은 어디로 갔지? ”
“ 응? 안 보이는데?”
“ 그 녀석은 전투 중에 도망을 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달랑 소총 한 자루와
탄창 몇 개만 챙겨 달아났는데 뭐 굳이 잡지는 않았습니다.“
“ 살아남긴 글렀군.”
“ 여기 남아 있었어도 살아남긴 힘들었을걸.”
“ 하긴..”
우리는 4조를 도와가며 탄약 분배와 인원을 다시 정했다. 4조의 인원이 많이 줄었기에 규칙에 따라 서로 도운 조가 인원이 적어 합쳐질 경우 낮은 조로 편성된다는 규칙에 따라 우리가 4조로 변했고 인원이 많이 남은 곳의 중대장이 새로 만들어진 조의 중대장을 하기했기 때문에 우리는 중대장의 변화 없이 다시 소탕작전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정오가 지났고 우리는 다시 인원을 편성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시에서는 끊임없이 이곳저곳에서 소총소리와 전차의 포성 소리가 들려왔다.
“ 현재 전차부대가 도심으로 진입하여 변종 감염체를 상대한다고 합니다. 다른
다른 조들은 현 위치에서 다른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고 합니다.“
“ 이제야 투입하는 건가?”
“ 어제도 투입이 되긴 했지만 큰 성과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여러 곳에서 변종 감염체가 나타나고 있어 일반 보병으로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 그럼 계속해서 여기서 머물러야 하나?”
“ 네. 특별한 지침이 내려지지 않으면 이 곳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 중대장님.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옵니다. 아마도 비가 내릴 것 같습니다. 운동장
보다 학교 건물내부를 다시 수색해서 내부에서 대기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 비가 오겠는걸..”
“ 우선 인원을 편성해서 학교 내부를 수색하고 외부 담벼락을 점검할 인원을
다시 편성하고 보수가 필요한 곳은 보수를 하고 우선 잠시 동안이라도
내부에서 지낼 수 있게 하도록.“
“ 알겠습니다.”
“ 그리고 차량들은 가능한 건물에 가깝게 주차하고!”
“ 네!”
“ 건물 위로 저격수를 배치하고 우선 옥상에서 근무를 서도록 한다. 인원은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최대한 많은 인원을 배치해서 주변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중대장은 이곳저곳에 인원은 편성하고는 무전병을 불러 본부대로 이런저런 내용을 무전을 하며 보고를 했고 나와 기태는 옥상으로 저격 총을 챙겨 이동을 하였다. 지금 당장은 비가 오지 않았지만 옥상에서 본 먼 하늘은 새카만 먹구름이 빠르게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 비가 오면 곤란한데.. 가뜩이나 힘든데..”
“ 비가 오면 전투가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 피해야지. 비까지 오면 진짜 힘들어지는데..”
나와 기태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제대로 갈아입을 옷도 없고 비로 인해서 장비들이 오작동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 비를 맞으며 전투를 하는 것은 피해야 했다. 비가 오면 전투를 가급적 피하라는 명령도 있었기에 비가 오면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를 더 보낼 가능성이 컸다.
“ 그래도 새 중대장이 늠름한데?”
“ 응. 경험이 많은 가봐. 명령이 거침 없네.”
“ 다행이야. 덕분에 우리 조도 자신감이 많이 붙었어.”
“ 그래도 희생된 인원들은..”
“ 하아... 어쩔 수 없잖아.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 그래도 네 능력이라면 구할 수 있는 사람도 있었지 않나?”
“ 있기는 했지만 솔직히 부담도 있었어. 두렵기도 했고.”
“ 너도 무섭기는 매양가지구나.”
“ 지금까지 상대했던 감염체보다 더 많은 숫자인데 당연히 무섭지.”
“ 이번 공격으로는 힘들 것 같지?”
“ 응...”
생각보다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희생된 조들도 있었지만 많은 수의 감염체를 제거 했고 앞으로도 수월하게 제거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가장 큰 실수는 변종 감염체의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