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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01화 (10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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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불길한 예감은 잘 틀리지 않았다. 무기를 점검하고 물자의 점검이 끝나자 하늘에서는 한 두 방울씩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무섭게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비교적 방어가 쉬운 체육관에 자리를 잡고 지내기로 했다. 건물과 떨어져 있고 구조도 단순하고 2층에서 외부가 잘 보이는 창이 있어 방어에 유리했고 문이 커서 장갑차가 들어가기도 충분했다.

" 콰광!!"

" 천둥 번개까지 치네."

" 엄청 쏟아지네."

" 다른 조들이 걱정인데. 우리는 그래도 편한 곳을 골랐네."

" 다들 여분의 식량이 얼마나 있지?"

" 이제 5개가 남았습니다."

" 잘해야 내일까지인가."

" 아침은 거르고 점심과 저녁을 챙겨먹으면 조금 더 버티겠죠."

" 전투를 하면서 수색도 병행했어야 했나.."

" 그럴 여유도 없었지 않습니까."

비가 와서 우리의 움직임은 많은 제약을 받았다. 거세게 몰아치는 빗줄기로 인해 외부가 잘 보이지 않았고 철제 건물형태인 체육관 때문에 빗소리에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 우선 다들 휴식을 취하고 있도록. 무기 점검은 다 끝냈고!"

" 네! 알겠습니다!"

" 경계를 서는 인원은 잘 보이지 않겠지만 최대한 신경을 쓰도록 하고! 무전병은

다른 조들의 상황을 잘 듣고 있도록!"

" 넵!"

사람들은 각자 편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고 나와 기태도 자리를 잡았다. 딱딱하고 습한 곳이지만 그래도 안점감이 느껴지는 곳이라 잠을 올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장비를 점검하고 장갑차를 점검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잠이 들었다.

순간 온몸에서 짜릿하게 느껴지는 느낌으로 잠이 깼고 거의 비슷하게 기태도 일어났다.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 너도 느꼈군."

" 응. 뭔가 오고 있어."

" 왜 그래?"

나와 기태가 거의 동시에 자리를 박차듯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박 중사가 물어왔다. 우리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주변에서 뭔가가 느껴진다고 말을 했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계를 서던 인원이 말을 했다.

" 학교 밖에서 감염체 무리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변종

감염체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전원 전투 준비!"

" 전투 준비!"

우리는 소총에 탄창을 끼워 넣고 일부 인원은 2층으로 올라가 창에 기대어 자리를 잡았다. 힐끗 바라 본 모습으로는 꽤 많은 숫자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 시야가 너무 제한적이라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 제발 그냥 지나가라.."

" 아직도 지나가는 것을 보니 만만치 않은 숫자인 것 같군."

" 현재 무전으로 2개 조가 전멸했다고 합니다."

" 뭐?!!"

" 비가 오는 중에 공격을 받아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변종 감염체가 많이 공격했고 마지막으로 했던 무전이 호랑이..입니다."

" 돌연변이 고양이군."

" 다른 돌연변이도 있을지 몰라."

" 하아.. 갈수록 태산이구만."

" 현재 무전으로 들은 내용을 종합해 보면 거의 1/3이 공격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몇 개 조들은 공항으로 후퇴했다는 무전도 있습니다."

" 이제 대부분이 공항으로 후퇴하겠군."

"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쉬우니까."

" 아직까지 본부대에서 명령은 내려오지 않았지만 이대로 가면 조만간

복귀하라고 하겠지요."

" 날씨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군."

" 무전을 종합하면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나?"

" 공격에 참여했던 인원 중 30%가 피해를 입은 것 같습니다."

" 많군.."

" 단순한 공격인데 숫자가 많으니 쉽게 제거도 힘들고 거기다 변종 감염체

까지 있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했군."

" 감염체가 지나갔습니다."

다행이 우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간 듯 했다. 아마도 많은 비로 인해 녀석들도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았다.

" 우선 한 시간가량 대기하고 그때까지 변화가 없으면 상황을 해제 한다."

" 알겠습니다."

" 중대장님 본부대에서 무전이 들어왔습니다."

" 알았네."

중대장은 무전을 듣고 대답만 몇 마디를 하고는 우리를 바라보고 말했다.

" 현재 전 부대에 공항복귀 명령이 떨어졌다. 복귀 시기는 각 조에서 알아서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했으니 우리는 가능하다면 비가 그치고 이동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의견 있는 인원 있나?"

" ...."

" ....."

다들 찬성하는 듯 말이 없었다. 이런 악천후를 뚫고 위험을 무릅쓰고 공항까지 가기는 너무 위험했다.

" 그럼 반대하는 인원은 없는 것으로 알겠네. 다들 긴장하고 주변을 감시하도록."

중대장의 말이 끝나고 사람들은 창을 바라보며 혹시나 감염체가 올까 두려움 반 공포감 반으로 한 시간을 보냈다. 다행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무사히 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다시 내려와 풀려버린 긴장감에 아무렇게나 바닥에 누웠고 나도 장갑차 안으로 들어갔다.

" 감각이 돌아온 건가?"

" 신기하네.. 됐다 안 됐다 하는 것이..."

" 뭔가 다른 이유가 있겠지. 아니면 우리가 익숙해져가는 상황일 수도 있고."

" 하웅.."

" 그나저나 빨리 공항으로 돌아가고 싶다. 은혜도 보고 싶고.."

" 너 답지 않게 일에 집중을 못하네."

" 일에 집중하는 것은 생명의 위협이 없었을 때지.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 일 할 때는 철두철미하더니. 너도 사람이구나."

" 내가 뭘.."

기태의 말에 나는 그저 웃어 넘겼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마구 퍼붓든 빗줄기 속에서 우리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어영부영한 상태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중대장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우리에게 말했다.

“ 이대로는 위험하다. 자칫 고립될 염려도 있고 식량과 무기도 충분하지 않으니

공항으로 복귀하겠다.“

“ 지금은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됩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시야도 좋지 않고

이런 상황에 감염체의 공격을 받는다면 피해가 클 것입니다.“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공격받는다면 피해는 비슷할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이곳이 피해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이동하며 공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됩니다.“

“ 맞습니다. 차라리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비가 언제 그칠 줄 알고

계속 이곳에서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 아닙니다! 이곳에서 쥐 죽은 듯 있으면 감염체도 모르고 지나갈 것입니다. 조금

전에도 감염체가 모르고 지나가지 않았습니까? 시야가 좋지도 않고 길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 움직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 저도 그냥 여기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무전에서도 이동하다 공격받은

조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차라리 이곳이 방어에는 적절합니다.“

“ 하지만 저희에게 허락된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식량은 물론 탄약도 남은

것이 얼마 없는데 잘해야 하루나 이틀이면 끝날 것입니다.“

역시나 사람들의 의견충돌이 생겼다. 아마도 이런 날씨에 움직이는 것은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빗줄기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어두운 밤에 움직이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기도 했다. 다른 조원들이 합류되다 보니 반발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지만 막상 겪으니 중대장의 결정도 궁금하긴 했다.

“ 그럼 남을 인원은 남고 떠날 인원은 떠나죠.”

“ 네?!!”

“ 앵??!!”

중대장은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말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중대장인데 너무 무책임한 결정 같았다.

“ 아..아무리 그래도..”

“ 난 찬성.”

“ 나도.”

다른 인원들이 찬성을 뜻을 말하자 난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좋다고 하지만 지금은 군에 소속된 상황이다. 물론 중대장이 저번처럼 멍청이 같다면 내 목숨을 맡기는 것이 말도 안됐지만 지금 중대장은 머리도 좋고 판단력도 좋은 사람이었기에 불만은 없었지만 저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봤다.

“ 중대장님 아무리 그래도.. 대위님은 중대장이십니다. 여긴 일반 사회가

아닌데..”

“ 반대하는 인원 대부분은 원래 저희 조원이 아닙니다. 아무리 규칙에 따라 제가

중대장이 되어도 저 사람들은 원래 따르던 사람이 있었을 것인데 그런 사람의

의견을 제가 무시하고 억지로 결정내린다 해도 따라올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제가 뭐가 아쉽다고 마음 맞지 않는 다른 조원들을 흡수해야 합니까? 숫자는

적어도 지금의 조원들과 싸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생존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

합니다. 괜히 반발하는 인원을 흡수해서 문제생기는 것보다 좋다고 봅니다.“

“ 네..”

“ 김 중사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 흠.. 저도 솔직히 떠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전 지나갔던 감염체는

우리를 몰라서 지나갔다는 것보다 다른 이유 때문에 지나간 느낌이 더 커서..“

“ 그럼 뭐 상관없겠죠. 이동하죠.”

중대장은 공평하게 인원의 비율에 맞춰 식량과 탄약을 분배하고 말했다.

“ 앞으로 삼십 분 후 출발하겠습니다. 남을 인원은 저쪽으로. 떠날 인원은

이쪽으로 모여서 이동하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원래 우리 조원이었던 인원 중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이동하는 것으로 결정하였고 4조였던 인원 중에도 이동하는 것으로 결정한 인원들이 합류했고 장비를 점검하고 곧바로 출발하였다.

“ 과연 누가 옳은 결정일까?”

“ 결과가 말해주겠지. 살아남냐 아니면 죽음이냐.”

“ 결정의 순간마다 목숨을 걸어야하다니.”

“ 하아..”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하며 긴장 속에서 이동을 시작했다. 장갑차 위에서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이동을 했고 그래도 많이 약해진 빗줄기로 인하여 시야도 확보되어 빠르게 이동을 시작하였다.

“ 위협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감염체는 그냥 지나간다. 가능한 접촉을 피하고

이동한다.“

“ 알겠습니다.”

“ 장갑차 운전병들은 가능한 빠른 속도로 공항으로 이동한다.”

“ 네.”

다들 말없이 이동하는 장갑차 안에서 멍한 표정을 지었고 잠시 후 무전에서는 긴박한 말이 흘러나왔다.

“ 2시 방향 감염체가 나타났습니다!”

“ 꽤 많은 숫자입니다!”

“ 변종 감염체 발견!!”

“ 전원 전투 준비!! 명령 전까지는 발포하지 말고!”

다들 정신을 차리고 소총을 잡고 밖을 보니 엄청난 숫자의 감염체가 몰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도 꽤 있고 어차피 느린 속도의 감염체라 위험이 될 만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안심했지만 건물 중간에서 튀어나온 변종 고양이로 인해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 전원 변종 고양이를 위주로 사격한다!”

“ 기관총!!”

“ 젠장!! 탄이 걸렸습니다!!”

“ 벌써 왔어!!!”

“ 쾅!!!”

“ 크아아악!!!!”

변종 고양이는 엄청난 속도로 다가와 장갑차 한 대를 받아버렸다. 운 좋게 전복되지 않고 휘청거리고는 다시 속력을 내서 이동했고 다른 장갑차 인원들이 변종 고양이를 향해 사격을 했다. 저번과는 다르게 맞는 부위에서는 피가 흐르는 모습이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지게 되었다.

“ 신기하네. 저번과 상황이 다르잖아?”

“ 이상한데..”

“ 그래봐야 생물체인데 총 맞으면 별수 있겠습니까.”

“ 그런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저번 그 녀석이 변종 중에 변종이라 생각하고 탄창을 갈아 끼우는 순간 조금 전 변종 고양이가 나온 건물 사이에서 수 십 마리의 녀석들이 달려 나오는 것이 보였다.

“ 말도 안 돼!! 고양이가 무리 생활을 한다고?!”

“ 지금 그게 문제냐!!!!”

“ 사격!! 사격!!!”

“ 운전병! 더 빨리 못 가나?!”

“ 지금이 최대입니다!!”

“ 빌어먹을...”

“ 쾅!!!”

덩치가 호랑이보다 커진 녀석들은 맨 뒤에서 달리던 장갑차 한 대를 노리고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무게가 있는 장갑차라 다행히 전복되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저 차량은 고양이들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컸다.

“ 저 차량을 도와야해!”

“ 젠장! 숫자가 너무 많아!”

“ 어디를 맞아야 죽는 거야?!”

“ 머리를 쏴! 그래도 머리 맞다보면 죽겠지!”

“ 젠장! 젠장!!”

우리를 필사적으로 그들을 도우려 노력했지만 워낙 숫자가 많고 움직임이 빨라 무리가 있었다. 결국 맨 뒤 장갑차는 뒤집히며 굴러갔고 무전을 해도 답이 없었다.

“ 이대로 이동한다.”

“ ..... ”

“ ....”

무전으로 무거운 목소리로 중대장이 말을 했고 우리는 차마 그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등을 돌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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