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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김 중사는 창에 붙어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고 내가 다가가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 만약.. 대령님의 계획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어쩔 생각이야?”
“ 무슨 소리야? 실패하다니.”
“ 지금 상황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고 반란군의 세력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만약 우리 수송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어쩔 생각이지?“
“ 우선은 섬에서 숨어 지내고..”
“ 그래봐야 얼마 크지도 않고 숨어지낼 만한 곳도 별로 없어. 차라리 섬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지.“
“ 실패라... 솔직히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계획을 짤 생각은 안했네.”
“ 가능한 성공해야 하겠지.”
“ 넌 생각이 있어?”
“ 만약... 만약.. 우리 수송기가 뜰 수 없게 된다면 내가 시선을 돌릴게. 본부대나
어디든 가서 시선을 잡고 그 사이에 수송기를 띄우고 강원도에 공항이 있으니
그곳에서 만나도록 하자.“
“ 너 혼자 얼마나 할 수 있다고?!”
“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우선 대충 계획이라도 세워야지.”
“ 하아..”
“ 방법은 몇 개 없어. 괜히 몰래 이륙했다가 미사일이라도 맞으면 그대로
전멸인데 그런 상황은 피해야지.“
“ 대령님의 계획..제발 이뤄지길..”
“ 그래야지.”
“ 우선 나도 생각을 해볼게. 아무래도 네가 말한 계획은 너에게만 너무 큰 짐을
지어주는 것 같아.“
“ 다른 인원이 합류해봐야 솔직히 걸리적 거릴걸? 그래봐야 재효정도? 아니면
김 중사? 평범한 인원이 도와줄 것은 얼마 없어. 그러니 가능한 우리처럼 변한
사람들이 좋겠지.“
“ 그렇기는 하지만..”
“ 난 솔직히 혼자서 한다고 해도 살아서 온전히 강원도까지 갈 자신은 있어.
차량으로 이동한다면 몇 시간이면 도착하니 가능한 적은 인원이 행동하는 것이
좋아.“
“ 우선은 잘 알겠어. 우선 그전에 조금이라도 자둬. 체력을 아끼자고 한 사람은
너인데 계속해서 뭔가 하고있으면 나중에 힘들어져.“
“ 응. 수고하고..”
“ 그래.. 가서 푹 쉬어라.”
“ 응.”
난 박 중사와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와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정도의 인원이 잠에 빠져있었고 비가 오는 날씨로 인해 실내는 너무 눅눅했다. 전기라도 들어오면 에어컨이라도 가동해 뭔가를 해보겠지만 지금은 마땅히 습한 곳을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 찝찝한 기분을 뒤로 하고 자리를 깔고 눕자마자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 김 중사님 일어나십쇼. 근무 시간입니다.”
“ 응?? 아..네..”
난 눈 감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병사 한명이 근무교대 시간이라고 나를 깨웠다.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근무를 교대하고 나와 같은 조인 김 중사와 건물을 다니며 창밖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주변을 경계했다. 여전히 내리고 있는 비와 어두운 밤. 달빛조차 없는 하늘은 한 치 앞도 제대로 보기 힘든 가시거리였다. 꽤 거세게 내리는 빗소리로 인해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도 듣기 힘들었기에 솔직히 말하면 크게 도움이 되는 경계는 아니었지만 만약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다들 긴장하며 근무를 서고 있었다.
“ 갈수록 태산이군. 비는 그칠 생각도 안하고.”
“ 으스스한게 기분나쁘네.”
“ 반란군이 24시간을 줬으니 우리에게도 여유가 생겼지만 그래도 불안한걸.”
“ 우선은 내가 봤을 때 본부대쪽에 집중 할 것 같아. 그곳이 공항의 심장과 같은
곳이니. 인력 장비 물자가 거의 대부분 그곳에 적재되어 있으니 우선 그곳을
장악해야 공항을 장악할 수 있겠지.“
“ 적어도 이틀의 시간이 생긴 건가..”
“ 그 전에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 솔직히 제주도로 간다고 해서 뭔가 바뀌리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곳이나
이곳이나 다를 바 없을 수 있어.“
“ 그래도 희망이란 것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잖아. 좋고 나쁜 것은
가봐야 알지. 그런 도박이라도 있어야 버티지 그런 것이라도 없다면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남는 것도 힘들었을걸. 다들 어딘가 안전한 곳.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악착같이 버틴거잖아.“
“ 하긴...”
“ 너도 혼자 살아남았을 때 은혜를 보기 위해 만나기 위해 그 개고생을하고
생존자 캠프를 찾았잖아. 그런 것이 없다면 넌 솔직히 살아남았을 거란
생각은 안 드는데?“
“ 맞네..”
“ 다들 다른 곳은 괜찮은 곳이 있을 거란 희망에 움직이는 거야..”
“ 그래.. 제발 제주도는 괜찮기를 바래야지.”
“ 그래도 육지랑 꽤 떨어진 곳이니 감염체의 위험은 이곳보다 아무래도 적을
것 아닐까? 설마 바다까지 건너서 감염체가 올 일은 확률적으로 적으니까.“
“ 그래도 모르지. 어느 누가 비둘기와 고양이까지 변할 거란 생각을 했겠어?
그래도 초반에 안전한 상황이니 뭔가 대비를 했겠지.“
“ 흠.. 이제는 감염체보다 변종 감염체가 더 위협이 되는 상황이군.”
“ 고양이 봤잖아? 몇 마리는 엄청나게 맞아도 죽지도 않고 비둘기들은
날아다니니 쏴서 죽이는 것도 힘들고..“
“ 그래도 우리나라에 정글이 없어서 다행이다. 악어나 코끼리가 변했다면 정말
미칠 노릇일거야.“
“ 하아... 거미가 변했다면?? 웬 공포영화냐.”
“ 참네..”
우리는 시덥지 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시선은 창밖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종종 들리는 미사일소리로 긴장이 되었지만 아마도 다리를 끊을 생각으로 쏘는 듯 많은 수가 날아가는 것은 아닌 듯 보였다. 빗소리에 들리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소강상태인지 몰라도 소총 소리는 끊어진 상황이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해가 뜨려면 시간이 남았다. 해가 뜬다고 해도 하늘을 뒤덮고 있는 먹구름으로 크게 밝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음 근무자를 깨우기 위해 움직였다.
“ 대령님이 준비가 끝났다고 하십니다. 이제 움직이도록 하죠.”
“ 네..”
우리 다음 근무자가 건물주변을 배회하는 인원을 발견해서 모든 인원이 일어나 한 때 긴장감이 흘렀지만 대령님이 보낸 인원으로 확인되어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대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인원들을 부추기며 서둘러 준비를 했다. 젖은 옷들을 말릴 틈도 없이 가방에 다시 넣고는 물건들을 챙겨 내리를 비를 맞으며 공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떠나온 집에서 이곳까지 거리에 버금가는 거리를 다시 걸어야했고 공항을 정통으로 가로질러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 돌아서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공항 활주로를 가로질러 격납고까지 가는
것은 좋은 판단이 아닙니다.“
“ 하지만 돌아가게 되면 엄청난 거리를 걸어야합니다. 시간도 촉박한데 돌아갈
여유가 없습니다.“
“ 공항을 가로질러가다 반란군이나 본부대 인원에게 들키면 헛일입니다. 위험
부담을 안고 갈수는 없습니다.“
“ 돌아가자. 지금 상황에 공항을 가로질러 갈수는 없어.”
“ 하지만!!”
“ 괜히 발각되면 영영 돌이킬 수 없어. 그러느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 박 중사님 체력은 받쳐줄지 몰라도 다른 인원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 일반 사람들도 있습니다.”
“ 하아..”
박 중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인원이 돌아가는 길을 택하기를 원했기에 어쩔 수 없이 박 중사는 돌아가는 방법을 택하였다. 우리는 공항 격납고로 가기위해 최대한 골프장을 이용해 걸어간 후 도로 끝으로 이동. 외부에서 잘 볼 수 없는 담장을 끼고 걷기로 했다. 돌아서 가는 거리는 직선거리의 두 배가 넘었다. 군인들의 식구들도 같이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 여유가 있는 인원이 가방을 더 메고 이동을 시작했다. 빗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담장에 바짝붙어 이동을 시작했다. 혹시 차량이 지나갈까 계속해서 후방과 전방을 살피며 이동을 했고 골프장을 벗어난 도로에서는 도로 아래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길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의 체력은 빠르게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1/3 온 시점인데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거운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다들 힘든 인원을 부축해가며 이동을 했지만 계속해서 이동을 하는 것은 무리였다.
“ 우선 쉬자. 다들 빠르게 지쳐가.”
“ 저기만 가면 비를 피할 곳이 있습니다. 저쪽으로 가서 쉬도록 하죠.”
“ 알겠습니다.”
“ 조금만 힘을 내십쇼. 저쪽으로 가면 비를 피할 곳이 있으니 그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이동을 시작하겠습니다.“
“ 네!”
우리는 공사장 옆에 마련된 컨테이너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주변에 공사 물품과 자재들이 쌓여져 있어 외부에서 쉽게 보일 곳은 아니었다.
다들 자리를 잡고 그대로 앉고는 숨을 몰아쉬었다. 물통을 꺼내어 물을 마시고 담배를 피는 인원도 보였다. 맑은 날이었다면 제재를 가했겠지만 지금은 크게 외부에서 보기 힘들었기에 그냥 넘어가 주었다.
“ 15분간 휴식 후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아직 1/3정도 왔기에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
사람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떡이며 알았다는 제스처를 취했고 나도 은혜 옆으로 가서 앉아 다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 너무 땅만 보고 걷는 것도 빨리 지치지 멀리 보고 걸어.”
“ 네. 평소에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힘드네요.”
“ 말했잖아. 이런 길을 걷는 것은 일반 운동장을 걷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 하아..”
사람들이 더 늘어지기 전에 박 중사와 김 중사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고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빗줄기는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질척거리는 길을 걸으며 2시간이 지나서야 우리는 약속된 격납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격납고에는 대령님과 중령님. 그리고 몇몇의 인원이 보였고 우리는 비에 완전히 젖어버린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 지금 반란군의 무전을 듣고 움직여야하니 시간은 있습니다. 본부대 무전에서도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 상황을 봐서 움직여야하니 우선 바로 이륙할 수 있게 준비는 해 두게나.”
“ 알겠습니다.”
“ 복귀한 인원들은 우선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하게나. 다들 밥도 못 먹었을
테니 요기라도 때울 것들을 가져오게나..“
“ 네.”
“ 수고하셨습니다. 대령님.”
“ 내가 뭘 했다고 그러나. 자네가 인원들을 통솔하느라 고생했지. 수고했네
김 중사.“
“ 아닙니다.”
대령님이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고 나도 따라서 약간의 미소를 짓고 말했다. 사람들은 우선 짐들을 수소기에 싣고 언제든 이륙할 수 있게 준비를 끝냈다.
“ 현재 반란군과 본부대 인원들이 대치 상태입니다. 반란군은 가지고 있는
다연장로켓포로 다리를 부수겠다고 위협하는 중이고 본부대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 둘 다 무기가 여유롭나봐?”
“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제 쏜 양이 꽤 많아 두 곳 다 남은 양은 얼마 없을
것입니다. 괜히 붙어서 손해를 보는 것보다 한쪽이 숙이고 나오는 것이
좋겠죠. 가뜩이나 남은 양도 없는데.“
“ 반란군이 원하는 것은 뭐랍니까?”
“ 반란군은 본부대가 지원 받는 식량을 제대로 나눠주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무기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감염체 토벌 작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래도 감염체를 제거할 생각은 있는 모양이군요.”
“ 뭐 거짓말을 하는 것일수도 있죠. 아무래도 명분이 필요하니.”
“ 아마도 감염체 제거는 명분이라고 추측됩니다. 지원도 없이 자력으로 감염체를
상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 세상이 변해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구나..”
“ 우선은 무전을 듣고 기회를 잡아야하니 다들 수송기에 탑승하여 주십시오.”
“ 알겠습니다.”
“ 전원 이륙대기!”
“ 네!”
사람들은 바삐 움직이며 나머지 물건들을 수송기에 적재했고 마지막으로 인원이 탑승하였다. 제대로 된 안전벨트도 없는 말 그대로 수송기였다. 인력을 수송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내부를 개량했기에 자칫 위험한 상황이 생길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전부 탑승하고 문이 닫혔고 우리는 내부에서 대충 앉아서 상황을 기다렸다. 한 시간이 흐르고 두 시간이 흘렀지만 이륙할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 오늘은 힘들 것 같습니다. 반란군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
이라 본부대에서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 힘들군.”
“ 아직은 저희 위치가 발각된 것이 아니고 저들은 우리를 찾을 생각도 못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초초해 하지 마십쇼.“
“ 그래도 초초하기는 어쩔 수 없구만.”
“ 야간이라도 이륙할 수 있게 준비는 해두겠습니다. 다른 인원들도 수송기
안에서 대기하여 주시고요.“
“ 알겠습니다.”
“ 비가 다시 거세어지는 군요. 이륙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 정확한 기상상태를 알 수 없어 위험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이곳에 있는 것이
더 위험한 상황입니다. 운에 맞겨야죠.“
“ 하아..”
사람들은 지친 상태로 계속해서 대리했고 삼십분이 지나자 무전병이 긴박하게 소리를 쳤다.
“ 현재 반란군과 본부대가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 본부대에서 전차까지 동원해서 막을 생각인 것 같습니다!”
“ 준비한다! 다들 움직여!”
“ 알겠습니다!”
우리는 다급하게 격납고 문을 열고 이륙준비를 했다. 인원 몇 명이 토잉카로 수송기를 꺼내고 활주로로 이동시켰고 얼마 후 비행기는 굉음을 내고 이륙할 준비를 끝냈다.
“ 이제 이륙합니다! 안전을 위해서 뭐라도 잡고 계십쇼!”
“ 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이륙을 대비했고 잠시 후 여객기와는 다른 느낌으로 비행기는 점점 속력을 내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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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비행기는 저렇게 쉽게 이륙할 수 없죠. 과정을 잘 몰라 쓴 내용이니..
양해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