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09화 (10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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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불편한 의자에서 깊은 잠에 빠지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몇 번을 뒤척이다 잠이 들라하면 난기류를 만난 수송기가 롤러코스터 마냥 흔들렸고 흔들림을 느낄 때마다 긴장감에 다시 일어났다 다시 잠이 들라하면 또 흔들리곤 했다.

" 죽을 맛이군. 이러다 멀미하겠네."

" 흐미..."

" 제대로 된 관제탑이 없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너무 심한데."

" 뭐가 이래.."

다들 불안감에 불만을 이야기 했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묵묵히 가는 수밖에. 2시간을 넘게 비행을 하고서야 수송기는 안정권에 들었는지 큰 움직임이 없어졌다. 하지만 이미 잠이 깨어버렸고 2층을 둘러보다 1층 화물칸으로 내려갔다. 많은 수의 무기와 탄약이 적재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약간의 의심도 들었다. 굳이 왜 무기와 식량까지 줘 가면서 미국으로 우리를 보냈을까? 도대체 그 곳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기에 객관적으로 봐도 능력이 뛰어난 우리 팀을 거부하고 보내는 것일까? 정말 자신들의 안전을 지키려고 내 것을 주기 싫고 나누기 싫어서 핑계 삼아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이 맞는 건가라는 생각과 다른 수 십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 무슨 생각을 그리하나?"

" 대령님??"

" 곁에 올 때까지 눈치도 못 채다니 자네답지 않구만."

" 아.. 그냥 이런저런.."

" 버림받은 느낌이 드는 건가?"

" 뭐.. 버림받은 겁니까? 의지도 하지 않았으니 버림받았다는 것은 조금.."

" 그래도 국가를 위해 일을 했다고 하긴 뭐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살아남았는데 안전한 곳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곳에서 받아주지

않으니 그런 생각도 들만도 하지."

"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서 이런저런 생각만 듭니다."

" 하아.. 내 잘못이지.. 어째보면 그냥 공항에서 있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을.."

" 아닙니다. 그곳에 있었으면 지금쯤 반란군과 교전을 하고 감염체가 아닌

같은 인간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 왔을 것입니다. 또다시 그런 행동을 하느니

이쪽이 마음 편합니다."

" 그래도 가면 뭔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지금 우리 상황을 바꿀 뭔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보내진 않았을 것이니."

" 제발 상황을 바꿀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한편으로는 큰 기대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거의 포기상태라는 것이 맞겠네요."

" 허허.."

대령님은 나를 보고 웃었다. 웃음의 의미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에 나는 살짝 미소를 보여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많이 남은 비행으로 계속해서 이곳에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야 도착해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도착했습니다."

" 어라?"

깜빡 잠이 든 것 같았는데 어느새 도착했다는 말이 돌고 있었다. 수송기에서 내려 주변을 살펴보니 사막으로 추정되는 풍경이 보였다. 공항 주변은 높은 철책으로 겹겹이 둘러 있었고 가장 외각에 있는 철책에는 수 많은 감염체가 철책을 잡고 흔들고 있었다. 주변을 경계하는 인원도 얼마 보이지 않았고 허허벌판에 공항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건물 몇 개가 보였지만 높은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넓은 건물도 아니었다.

" 흠.."

" 도착하셨군요."

" 한국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듣는 말이 한국말이라니! 우리는 고개를 돌려 차량을 타고 온 남자를 바라봤다. 평범한 외모의 40대 중반의 나이를 가졌을 법한 정말 지나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남자였다.

" 네. 그런데 누구신지.."

" 아!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여러분들이 이곳에서 생활을 도와줄 사람입니다.

이름은 김 태균입니다."

" 태균 준장님이시군요."

" 저를 아시는 분이 계셨군요."

" 준장인데 엄청 젊으신.."

" 신기하네.. 엄청 젊어 보이는데.."

" 우리나라 최연소 준장진급자이고 국방연구소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미국으로

파견..이라기보다 미국에서 원해서 발령지가 미국으로 변경되었다고

들었습니다."

" 뭐 반은 맞고 반은 틀리죠. 제가 원해서 신청을 했는데 불가판정이 났고

미국에서 그것을 알고 압박을 넣어 옮기게 된 것입니다."

" 여기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 하하! 대령님 소문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우선 들어오시죠."

" 네."

우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준장님을 따라 한 건물로 들어갔고 대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를 한참이나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펼쳐진 광경은 지하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넓은 그리고 밝은 곳이었다. 인조잔디가 깔린 넓은 공터를 지나 작은 세미나실에 도착하였다.

" 우선 여러분들은 저희가 원해서 이곳으로 오게 됐습니다. 지금 있는 위치는

라스베가스에서 약 1시간가량 떨어진 지구상에서 가장 비밀이 많은 곳이라고

알려진 곳입니다. 그럼 다들 아시겠죠?"

" 허..."

" 살아생전 이곳에 올 줄이야.."

" 여기가 어딘데?"

" 51구역..인가?"

" 설...설마.."

" 뭐 아시는 분도 있겠죠. 이곳 소개는 생략하고 이곳에서 하는 일을 알려드리죠.

그리고 지금 현재 상황도 더불어 말입니다."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설명을 시작한 준장님은 노트북을 켜고 빔 프로젝터가 연결된 스크린을 켜고 설명을 시작했다.

" 우선 여러분이 감염체라고 부르는 존재는 이곳에서도 비슷하게 부릅니다. 뭐

명칭이 무슨 상관있겠습니까? 가장 큰 특징은 뇌나 척수가 손상되지 않는 한

팔다리가 잘려도 움직인다는 점. 그리고 물리거나 감염체의 체액이 몸속에

들어가게 되면 감염되는 것을 아시겠지요?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종.

즉 동물에게도 감염이 되는 것을 확인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감염체가 진화한다는 것입니다."

" 진화..."

" 네. 여러분도 대형 감염체나 동물이 감염되어 변한 것들을 봤을 것입니다.

일반 감염체만 있다면 솔직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저희가 땅위를 지배했을

것이지만 문제는 변종입니다. 미국도 초반에는 감염체를 잘 막아가다 갑자기

밀린 이유가 변종 때문입니다."

" 그럼.. 이곳에도..?"

" 네. 아무리 화력이 든든한 국가라도 생산이 소비를 따라 갈 수 없다면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지금 상황이 그렇고요."

" 하아.."

" 하지만 전혀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여러 대책과 무기들이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미 몇 개는 사용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 그럼 저희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 그 무기들을 시험하고 사용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 다른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 여러분처럼 능력이 발달된 사람들을 우리는 진화 인간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진화 인간의 비율은 약 0.02%입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처음 공기

중으로 감염이 이뤄졌을 때 특별한 항체를 가진 사람들이 변한 것이라 추측만

할 뿐 다른 이유는 찾지 못했습니다."

" 그럼 저희들이 그 무기들을 시험하기 위해서.."

" 네. 이상하게 그 비율은 아시아에서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지금 중국과 일본은

괴멸상태이고 그나마 한국이 생존에 성공한 인원이 많은 편입니다. 그마저도

분열과 무기 부족으로 점점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 그래서.."

" 네. 여러분들을 이곳에서 모셔온 대가로 제주도에 있는 생존자들에게 상당량의

무기와 식량을 공급했습니다."

" 빌어먹을 우리를 팔아넘긴 셈이잖아?"

" 참네... 어쩐지 수송기까지 바꿔가면서.."

" 여러분들의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만 지금 배신감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습니다.

혹시 감염된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우선 이곳에서 생활을 하고 일주일 후부터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무기와 장비를 시험할 것입니다."

" 이곳에서요?"

" 네. 이곳은 최소한의 자급자족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곳입니다. 쉽게 생각하시면

방이 많은 넓은 호텔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방마다 거리고 되고

운동시설도 잘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 마시고요."

" 현재 다른 국가들의 상황은 어떤 상황입니까?"

" 조금 전 알려드렸다시피 중국과 일본. 중동. 아프리카는 괴멸입니다. 그래도

현재는 유럽이 버티고는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고 가장 상황이 좋은 곳은

오세아니아입니다."

" 현재 미국 상황은 어떤가요?"

"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잘 막았지만 무기보다

식량이 부족하게 되면서 일반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힘들어졌고 군부대만이

각각의 위치에서 버티고 있는 실정입니다."

준장님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줬다.

" 현재 이곳은 그래도 방어가 잘 된 편입니다. 식량과 물자에 비해 상주하는

인원이 적어 소비량도 크지 않습니다. 그러니 생활하는 것에는 불편함이 없을

것입니다."

" 저희가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은 뭡니까?"

" 우선 각자 신체검사를 받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일이 많아 일일이

설명 드리자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소속되는 팀에서 설명을 해줄 것입니다."

" 하지만 저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데 무슨 수로 팀에 들어갑니까?"

일행 중 한 사람이 말을 했다. 그러자 준장님이 웃으며 답변을 해주었다.

" 서로 같은 국가의 인원들과 팀을 이룹니다. 이곳에는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인원들이 상주 하고 있습니다. 그래봐야 5개국 정도지만 무기 개발을

서로 협력을 하되 전투인원은 자국의 인력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 아..."

" 여러분 말고도 이곳에서 있는 인원은 약 30명 정도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 전부... 진화인간입니까?"

" 네. 전투에 적합한 인원이 그 정도 이고 전투 보조를 할 수 있는 인원이 약 20

명입니다."

" 생각보다 적군요."

" 여러분들이 특이한 상황입니다. 보통 진화인간이 이렇게까지 모인 경우는

없었습니다. 저희가 그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한 것도 있지요."

" 지속적으로 연락이 가능 했군요."

" 네. 하지만 가용할 수 있는 위성이 몇 개 되지 않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지금 제일 주목하는 인물은 김 재원 중사님입니다."

" 저요?"

" 네."

" 어째서?"

" 지금까지 나타난 진화 인간 중 가장 강한 힘을 소유했기 때문입니다."

" 그것을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시죠?"

" 지금까지 들어온 정보가 있으니까요."

웃으며 말하는 준장의 표정을 보니 썩 기분은 좋지 않았다. 어떤 방법으로 나를 지켜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훔쳐봤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여러분들이 이제 저희의 희망이자 인류의 희망입니다. 기간은 10개월. 그 안에

저희는 이 상황을 바꿀 뭔가를 해야 합니다."

" 왜 10개월 입니까?"

" 이 속도로 가면... 10개월 후면 전 인류가 멸망 합니다."

" 네?!!"

" 중간에 겨울을 지나면서 약간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다시

감염체가 늘어나는 속도가 증가했고 다른 국가들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미국이라고 다를 것도 없습니다. 내리면서 보셨던 철책 밖에 감염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희가 밖에서 생활하지 않는 것도 저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모이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이 10개월 이라는 말에 다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제 겨우 반년 조금 넘게 흘렀는데... 72억이 넘는 인구가 사라질 위기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현재 처음 조직되었던 팀이 유럽에 있습니다. 많은

인원수는 아닌 팀이지만 현재까지 희생자 없이 감염체를 제거 하고 있고

우선적으로 변종 감염체를 제거 후에 보병이 일반 감염체를 제거하는 작전을

유지하고 있고 꽤 효과가 좋은 상황입니다."

" 그럼 저희도 그런 방법으로 할 예정 입니까?"

" 아닙니다. 그 방법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남아있던 인원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고 지금은 힘든 상황입니다. 우선 일반 감염체를 쉽게 제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변종 감염체는 여러분이 제거하는 방법으로 할

생각입니다."

" 일반 감염체를 제거 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 독초를 이용한 방법도 있었습니다.

공항에 와서 이야기를 했지만 저희가 그곳을 나올 때까지 말이 없더군요."

" 알고 있습니다. 현재 그 독초를 이용한 무기도 완성 단계에 있습니다."

" 네?! 그럼 왜 공항에서 저희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것입니까?!"

" 그곳은 현재 이런 실험을 할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당연하지요."

" 정말 속수무책이군."

"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으니.."

" 여러분 덕분에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낙담하지 마시죠."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우리가 어렵게 사실은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지만 그 정보를 이렇게 쉽게 넘겨주고 자신들은 대응할 생각조차 안했다는 것이 화가 났다.

" 장시간 비행으로 힘드셨을테니 우선 쉬세요. 이분께서 각자 지정된 방으로

안내해 드릴 것입니다. 방을 배정받고 식사를 할 예정이니 방에 머무르시면

됩니다. 각 방마다 있는 인터폰이나 스피커로 전체 내용을 방송하니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 이만.."

준장님은 말을 끝내고 나가셨고 준장님 옆에 있던 인원들이 우리의 이름을 부르며 방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이미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던 그들은 나와 은혜를 같은 방으로 배정했고 다른 커플도 마찮가지였다.

" 신기하네.. 통신도 원활하지 못했다면서 이런 정보는 언제 알았던 거야?"

" 그러니까."

" 그래도 오히려 잘됐네. 섬에 남아있어봐야 좋을 것도 없었을 텐데 이곳이

훨씬 괜찮을 것 같네."

" 앞으로가 걱정이네. 뭘 할지.."

" 벌써부터 걱정이야! 자자! 가자!"

우리는 세미나실을 나오며 말을 했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배정된 방을 찾아 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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