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10화 (11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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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방은 그리 크지 않은 일반적인 호텔 방과 비슷했다. 비록 외부를 볼 수 있는 창문이 없었지만 그래도 꽤 깔끔한 내부를 자랑했다. 작은 거실에 침실과 욕조가 딸린 화장실이 전부였지만. 구조 자체가 외국의 화장실 구조다 보니 짜임새 있는 모습은 아니었고 신기하게 거실에는 TV도 마련이 되어 있었다. 호기심에 TV를 틀어봤지만 나오는 방송은 없었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있으니 방송으로 식사 준비가 완료되었으니 식당으로 모이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넓은 식당으로 들어가 학교 급식과 같은 방법으로 식사를 받았다. 첫날이라 그런지 꽤 호화스런 식단을 자랑했고 배식이 끝난 후에 남은 음식은 자유롭게 드셔도 된다고 했다. 다들 피곤함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지만 웃으며 식사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식사를 마치고 나서 우리를 방으로 안내했던 남자가 식당 중앙에 서서 말을 했다.

" 오늘은 별다른 일정이 없습니다. 내일부터 남자들은 신체검사가 예정되어 있고

여자들은 아직은 정해진 것이 없으니 각자 방에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이곳은

도서관과 다른 운동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으니 지루하지 않을 것입니다."

" 내일 몇시에 모이면 됩니까?"

" 아마 9시쯤 예상됩니다. 저희들이 준비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방송을 해드리

겠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쉬고 계세요."

" 네."

다들 남자의 말을 듣고 방으로 들어갔다. 시차고 뭐고 햇빛이 없는 곳이다 보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샤워실에서 대충 씻고는 침대에 누웠고 먼저 샤워를 끝낸 은혜도 무척이나 피곤했는지 이미 잠이 든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안쓰러운 미소를 짓고는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는 나도 잠이 들었다. 무척이나 큰 침대와 푹신한 느낌에 마치 구름위에 떠서 자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쉽게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아침이 되어 우렁차게 울리는 방송을 듣고 일어나 나눠준 옷을 입고 전기차를 타고 이동하여 병원의 신체검사실로 보이는 곳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얼핏 보면 병원의 신체검사와 다를 것이 없어보였지만 처음 보는 기계들과 누워있는 사람에게는 수많은 검사장치가 붙어 있었다. 우리는 몇 시간에 걸쳐 체력과 체질에 관한 검사를 받았고 검사만으로 기진맥진해져 있는데 아직 며칠을 더 받아야 한다고 했다.

" 뭐가 이렇게 많아?"

" 검사 받자 지쳐 죽겠네."

" 아직 받을 것이 많이 남았습니다. 기운내시죠."

우리의 검사를 담당한 남자가 말을 했고 우리는 그 말에 더 기운이 빠지게 되었다.

" 도대체 무슨 검사가 이렇게 많아요? 그냥 총 들고 싸울 정도만 되는 체력이면

되는 것 아닌가요?"

" 일반 사람이라면 그렇습니다만 여러분은 일반 사람의 범주를 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조금 더 확실한 정보가 필요하고 그에 맞는 작전을 짜야하는 상황이니

힘드시더라도 이해해 주십쇼. 여러분들에게 저희의 미래가 달렸다는 것을

명심하시고요."

" 하아.."

저놈의 미래. 미래. 여기 온지 만 하루도 안 돼서 벌서 몇 번은 들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부담감을 넘어 압박감까지 느끼는 상황이었다.

점심을 대충 챙겨먹고 다시 검사가 시작되었다. 헌혈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피를 뽑고 이상한 원통 속에 들어가 한 시간 가량을 누워있고 그 외 여러 검사를 하다보니 점점 피곤해져갔다.

" 오늘 검사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끝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마치 지상에 있는 감염체마냥 걸어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니 은혜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난 그래도 침대에 누워 기절하듯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 후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은혜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운동을 했는지 땀에 젖은 모습으로 돌아왔고 내가 침대에 기절하듯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 자요?"

" 아니. 깼어. 어디갔다 왔어?"

" 미란이 언니랑 운동하고 책도 보고 왔어요. 많이 피곤해요?"

" 피곤하다기 보다 지치네.. 검사가 이렇게 힘든 일이라니."

" 고생이 많아요.."

" 뭘.. 우선 씻어. 조금 있으면 식사시간이니 그 전에는 씻어야지."

" 네."

은혜는 밝은 미소를 보이며 속옷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갔다. 물소리가 나고 시간이 흘러 은혜는 촉촉하게 젖은 긴 생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참아왔던 욕정이 흘러넘치는 것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런 일 보다 귀찮음이 더 컸기 때문에 몸도 꿈쩍이지 않았다. 은혜가 준비를 끝내고 침대에 앉아 어깨를 주무르자 방송으로 식사가 가능하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없는 식욕을 이끌어 내어 입에 그냥 넣고는 몇 번을 씹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별일 아니라고 그냥 검사가 길어 나를 피곤하게 해서 그렇다고 말을 하고 안심시킨 후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그 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기라도 하는 듯 검사 기간 내내 잠이 쏟아졌다. 다들 나를 걱정하기는 했지만 신체검사를 받는 상황이라 몸에 이상이 있다기보다 심리적으로 긴장이 풀려 그런 것이라고들 했다. 검사가 끝이 나고 하루간의 휴식이 주어졌다. 우리 일행들 중 진화인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인원들이 준장의 부름을 받고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주변이 훤히 보이는 위치에서 보니 철책에서 수천의 숫자가 붙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건조한 바람이 내 몸을 스치듯 지나갔다.

“ 점점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줄어드는 기분이군요.”

“ 저희가 밖에서 생활하는 것도 아닌데 처음 왔을 때보다 숫자가 늘어가는 것

같군요.“

“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군요.”

“ 그저.. 우연찮게 얻은 능력일 뿐입니다.”

“ 뭐..”

대령의 칭찬에 기태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할 것입니다.”

“ 훈련이요?”

“ 네. 여러분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해야하나..”

“ 선물이라..”

“ 선물이 될지 독이 될지는 여러분의 능력에 달렸습니다.”

“ 도대체 그 선물이 뭐랍니까?”

“ 내일이 되면 알 수 있습니다. 선물이란 미리 알아서 좋을 것은 없지요.”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보인 준장님은 다시 건물 내부로 들어갔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려가고 나서도 한참을 바라봤다. 거리가 있기 때문에 감염체들이 나를 보고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지 않았다. 나는 주먹을 쥐고 감염체를 보고 중얼거렸다.

“ 앞으로 3개월.. 우선 3개월은 참겠다. 그 후... 상황을 역전시키겠다.”

난 그대로 몸을 돌려 건물 내부로 들어갔고 내일부터 있을 훈련을 기다리며 또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나를 부르러 온 사람과 함께 다른 건물의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도착한 곳에는 여러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벽 한곳에 걸려 있는 잠수복 같은 옷을 나에게 입으라고 했다. 바지와 상의가 이어진 상의의 앞은 지퍼도 없이 열려 있는 상황이었고 나는 벽에 걸려있는 옷을 들기 위해 별 생각 없이 잡아서  들었지만 엄청난 무게에 놓쳐 버리고 말았다.

“ 쿵!!”

“ 뭐..뭡니까? 이렇게 무거운 옷을 입고 어떻게..”

“ 처음이라 그럴 것입니다. 우선 입고 이야기 하시죠.”

“ 네.”

난 우선 하의를 집어넣고 어렵게 상의를 걸쳤다. 철제의자에 앉아 상의를 잠그는 법을 몰라 의문에 빠져있자 옷을 챙겨 입을 수 있게 도와준 여성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 우선 왼쪽 손목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체형에 맞게 잠길 것입니다.”

“ 네.”

내가 왼쪽 손목에 있는 색이 다른 부분을 누르려 하자 여자가 내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 누르기 전에 각오는 하셔야 할 것입니다. 크게 아프지는 않지만 온몸에 얇은

바늘이 꽃이는 기분이 날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설명을 해드리지요.“

“ 네..”

난 고여 있는 침을 삼키고 어렵게 스위치를 눌렀고 그 여자의 말대로 온몸에 바늘이 들어가는 듯 고통에 몸부림 쳤다.

“ 끄에엑!!”

생각보다 꽤 고통스러웠고 나는 의자에 앉아 덜덜 떨며 고통을 참았다. 잠수복처럼 생긴 옷은 내 체형에 딱 맞게 조여 왔고 십 여초가 지나서야

조금은 고통이 줄어들었다.

“ 뭡니까? 이 옷은?”

“ 일종의 인조근육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옷 안쪽에서 당신의 근육과 직접

연결이 되어 평소 근력의 최대 30배까지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피도 제법

단단해서 감염체가 물거나 뜯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요.“

“ 애초에 이런 옷을 지급했으면 이런 상황이 없었을 까요?”

내가 의문을 가지고 물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옷이 있다면 애초부터 사람들에게 지급하고 싸웠으면 분명 이겼을 텐데 이제까지도 지급한다는 점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애초에 개발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였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하게 지급한 결과.. 근육이 견디지 못하고 파열되는 상황이 발생되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한동안 전투에 참여하기 힘든 몸 상태가

되었죠. 지금 드린 옷은 그런 부작용을 줄인 제품입니다. 조금 전 스위치를

작동한 쪽의 안쪽으로 보시면 상태창이 보이실 겁니다. 그 상태창이 붉게

변하면 더 이상 슈트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그 옷을 입고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인 10분. 몸의 한계인 10분이 남았을 때 변하니 참고해 주세요.“

“ 네..”

생각해보면 무시무시한 슈트였다. 넋 놓고 싸우면 내 몸이 오히려 망가지는.

옷을 입은 상태에서 움직이니 옷의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아직은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몸이 적응하기도 전에 움직이면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슈트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시점까지는 큰 움직임은

삼가야 합니다.

“ 알겠습니다.”

나는 온몸을 감 쌓고 있는 옷을 바라봤다. 목까지 덮은 옷과 후드 티의 모자처럼

생긴 모자가 머리를 덮고 있었고 슈트에서 내 몸이 직접적으로 노출된 부분은 안면이 전부였다. 손과 발을 뒤덮은 새카만 옷. 두께도 두꺼운 옷이지만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난 천천히 발을 들어 걷기 시작했지만 한발자국을 걷기도 전에 내 몸은 엄청난 속도로 벽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 쿵!!!”

“ 크억!!!”

“ 흠... 아직 걷는 것도 무리군.”

“ 처음이니 그럴 겁니다. 처음에는 다 저런 식이었으니.”

“ 끄에엑!!”

“ 생각보다 아프지 않을 것이니 엄살 피우지 마세요.”

“ 어라?”

벽에 금이 갈 정도로 날아갔는데 생각보다 아픈 곳은 없었다.

“ 다시 천천히 연습하세요. 제대로 움직여야 감염체를 제거하던가 하죠.”

“ 젠장! 말이야 쉽지!”

넓은 실내 운동장 벽을 미친 듯이 부딪치고 다니길 몇 시간째. 힘의 강약을 조절해야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고통이 덜하다는 것이었다. 충격흡수가 제대로 되는 것인지 벽에 수없이 부딪혀도 큰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걷는 것에 익수해지자 아까의 그 여자가 말을 했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 네.”

난 천천히 걸어왔고 처음 시작했을 때 누른 스위치를 다시 누르자 처음 그 고통이 느껴지며 옷이 늘어났다.

“ 털썩!!”

“ 어라??”

온 몸에 힘이 빠지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 피드백입니다. 처음에는 꽤 심하니 오늘처럼 연습을 하고 난 후에는 집에서

충분히 쉬어야 합니다.“

“ 네.”

“ 오후에는 무기고에서 중사님이 마음에 드는 무기를 고르시면 됩니다.”

“ 총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흠.. 솔직히 총은 크게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탄약의 소비도 있고 대부분은

칼이나 창을 선호합니다.“

“ 생산의 한계인가요.”

“ 네. 그런 무기류는 소음도 심하고 최악의 경우가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 그렇군요.”

“ 참고로 남의 옷을 입을 생각을 하시면 안 됩니다. 각자의 체질과 진화된

부분에 맞춰서 개량이 된 옷이라 남의 옷을 입었다간 심하게 다칠 수 있습

니다.“

“ 알겠습니다.”

“ 그리고 아무리 그 슈트를 사람이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개발자가 이번 사태로

실종된 상황입니다. 저희가 그 슈트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숨겨진

기능도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 네.”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가서 식사하시고 내일 뵙죠.”

“ 그런데..”

“ 네??”

내가 우물쭈물 거리며 말을 못하자 여자 연구원이 나를 바라봤다.

“ 앞으로 같이 일하려면 성함이라도..”

“ 아!! 그러고 보니 제 이름도 말을 하지 않았군요.”

생각보다 칠칠맞은 성격인데 이 여자를 믿어도 되나 싶었다.

“ 김 신혜입니다. 슈트파트 운동부분을 맞고 있습니다.”

“ 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웃으며 악수를 청했고 신혜 연구원도 웃으며 내 악수를 받아줬다. 나는 다른 연구원에게 인사를 하고 무거운 몸을 끌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역시나 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온 몸에서 느껴지는 근육통을 느끼며 끙끙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방송으로 점심 식사 방송이 흘러 나왔고

어렵게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나 거의 기어가다 시피 식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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