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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15화 (115/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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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감염체를 보며 나는 온 몸에 힘을 주어 달렸다.

" 쾅!"

지면과 나의 발이 충돌하며 큰 굉음을 냈고 무서운 속도로 가속을 하여 감염체를 베어갔다. 외국인 감염체를 상대하기는 두 번째이지만 느낌은 좋지 않았다. 체형이 동양보다 크다보니 살짝은 긴장도 하였지만 큰 덩치만큼 민첩성은 떨어졌다. 뭐 그래봐야 그 놈이 그 놈이지만 말이다.

" 푸욱!!"

어렵지 않게 감염체를 베어갔고 빠른 속도로 감염체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둔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키가 3M는 되어 보이는 변종 감염체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까지는 이곳에 생존자들이 많이 없어 주변을 배회하다 내 모습을 보고 먹잇감이라 생각했는지 무서운 속도로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 조심하십쇼. 저 녀석은 다릅니다."

" 흠.."

이어폰으로 들리는 연구원의 말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이미 몇 번 상대한 적이 있어 큰 긴장은 되지 않았지만 혹시나 주변 감염체가 나를 방해할까 신속하게 베어나갔고 변종 감염체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일반 감염체 무리에서 벗어났다.

" 쿵! 쿵!"

벗어나는 모습을 보고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왔고 일반 감염체 무리와 어느 정도 떨어졌을 때 나는 칼을 들고 감염체의 옆구리를 베려 크게 돌았다.

" 캉!!"

" 앵?!!"

" 퍽!!!"

" 컥!!"

분명 이 정도 힘이라면 쉽게 베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감염체의 공격을 그대로 맞아버렸다.

" 진화된 변종 감염체입니다. 일반 소총에 맞서 피부가 변화 된 것으로 추측

됩니다."

" 그런 정보는 미리 알려주면 안 됩니까?"

저런 중요한 정보를 이제야 알려주다니. 아마도 내 실력을 보기 위해 시험을 했을 거란 추측이 들었고 난 슬슬 피어오르는 화를 참아내기 힘들었다.

" 빌어먹을. 저렇게 단단하게 변했는데 알면서도 이야기도 안하고!!"

난 칼을 다잡고 다시 크게 돌며 이전보다 더 힘껏 휘둘렀다. 하지만 감염체는 손바닥으로 칼을 막고는 몇 미터를 그대로 밀려났다.

" 세상에.. 이걸 맨손으로 막아?"

배터리가 아까운 것도 있었지만 충분히 날카로운 칼로 인해 큰 어려움 없이 제거 할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 쳇..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지만 우선은 초 진동 기능은 쓰지 않기로 했다. 내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했고 저 녀석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 진동 기능을..."

" 틱!"

나는 귀찮게 울리는 무전기를 꺼버리고는 내 앞의 변종 감염체를 바라봤다. 긴 머리에 지금까지의 뚱뚱한 체격과는 달리 보디빌더 마냥 잘 발달된 근육. 그리고 지금까지 없었던 민첩함. 물론 스피든 내가 우위였지만 저렇게 단단하다면 어려울 싸움이 될 수도 있었다.

"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

" 캉!! 캉!!"

나는 무식하게 칼을 휘두르며 공격을 했고 녀석은 막기 급급했다. 자신의 피부 강도에 자신이 있다면 내 공격을 막지 않았겠지만 막는 모습을 보니 내 공격이 위협적이라는 증거였다.

" 승산이 있군."

하지만 단조로운 내 공격은 금방 녀석이 익숙해졌고 간간히 반격도 해왔다. 순간

발이 모래에 미끌어지며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고 그 순간 내 머리보다 큰 주먹이 그대로 내 가슴을 가격했다.

" 퍼억!!"

" 크엑!!!"

" 쾅!콰광!!"

막을 수가 없어 주먹의 진행방향과 동일하게 뛰어 충격을 줄이려 했지만 워낙에 힘이 좋은 녀석이라 십 미터 가량을 날아가 버렸다.

" 컥!! 젠장! 힘은 무진장 좋구만! 하지만 말야!!"

" 캉!!"

" 나도 학습능력은 있다고!!!"

녀석이 내 칼을 막는 순간 칼을 놓아버리며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올라 드롭킥으로 녀석의 가슴을 가격했다. 물수제비 마냥 모래 위를 튕겨져 나가는 녀석을 보고 그래도 피해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 일어나는 모습이었다.

" 와... 뭐야 저 녀석?"

내가 대등한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철책 안의 나를 지키기 위한 전투원들은 나를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꼼짝도 안 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 빌어먹을...."

" 쿵! 쿵!"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내 앞으로 다가오는 변종 감염체를 보고 나니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나는 땅에 떨어진 칼을 다시 잡고 녀석을 베어버릴 생각을 했다.

" 힘은 질량 곱하기 속도라고 했으니.. 내 몸무게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불가능

하니까.. 속도를 높이는 방법뿐인가?"

난 다가오는 변종 감염체를 피해 전력으로 도망가듯 달렸다. 녀석은 내가 도망가는 줄 알고 쫓아 왔지만 애초에 비교가 될 수 없는 속도 차이였다.

순식간에 나와 멀어지는 거리를 좁히려 무식하게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고 나는 다시 방향을 바꾸고 칼을 양손으로 잡고 최대한의 힘을 내어 뛰기 시작했다. 더 이상 체력전은 무의미 했기에 이번 공격에 모든 것을 건다는 생각으로 무식하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슈트의 능력으로 예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속도로 감염체를 향해 달려갔고 일정거리에 다가오자 몸을 날려 크게 비틀며 칼을 휘둘렀다. 양손으로 잡은 칼에 힘을 주어 그대로 밀어버렸고 생각지도 못한 공격이었는지 변종 감염체는 급하게 팔을 들어 막으려 했지만 이미 내 칼을 녀석의 몸의 반 이상을 베며 지나갔다.

" 캉!!"

" 젠장!!!"

칼이라기보다 전자제품에 가까운 칼은 칼날은 버텼지만 손잡이 부분이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 버렸다. 조금만 더 버텼다면 몸을 완전히 베어 버릴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칼의 내구성은 강하지 않았다.  이 정도 버틴 것도 감격스럽다고 해야겠다. 난 칼이 부러지는 충격으로 그대로 감염체의 정면으로 부딪히며 감염체과 함께 굴러버렸다.

" 어지러워.."

얼마나 돌았는지 시야가 제대로 잡히는데 시간이 걸렸다. 변종 감염체도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어쨌든 제대로 공격은 들어간 모양이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고 나를 노려보는 모습에 약간은 위축이 되었지만 이미 반 이상을 훓고 지나간 깊은 상처를 버티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 마지막인가?"

몇 발자국을 힘겹게 걸어오는 모습이었지만 상처에서 흐르는 피의 양은 엄청났고 얼마 가지 않고 쓰러져 버렸다. 나는 혹시 몰라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상태를 살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기에 안심을 했고 다시 철책을 넘어 연구원이 있는 곳으로 갔다.

" 왜! 무전기는 꺼논 겁니까?"

" 아..싸우다가 망가졌나보네요."

허리춤에 있어야 하는 무전기는 이미 사라져 없어진 상태였다. 얼굴에 열을 올리며 잔소리를 해대는 모습에 나는 연구원을 노려보며 말을 했다.

" 그럼 그 와중에 내가 무전기를 챙겨야 합니까? 굴러다니는 와중에 무전기를

챙길 정신이 있다면 내가 왜 고전했을까요?"

내가 노려보며 말하자 신나게 쏟아 붓던 잔소리는 끝이 났고 나를 도와주기 위해 온 부대는 일반 감염체를 상대하고는 변종 감염체의 시체를 끌고 오기 시작했다.

크기가 크기다 보니 무게도 엄청났는지 5명이 힘겹게 끌고오는 모습이 보였다.

" 다 죽은 녀석은 왜 끌고 옵니까?"

" 중요한 연구 자료입니다. 비교적 온전한 샘플이라 중요합니다."

허리의 반이 날아갔는데 온전하다니? 그럼 전에는 어떻게 없앤거야?

" 그럼 전에는 무슨 방법으로 제거했습니까?"

" 일반 보병은 어립도 없었고 슈트 전투원도 적어도 3명 이상이 싸워서 겨우

대등한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은 유탄이나 폭탄으로 제거를 해왔습니다."

" 일대일로 싸워 이긴 적이 없나요?"

" 중사님이 처음입니다. 아직 슈트의 기능이 완벽하게 작동을 하지 않는데 정말

대단하시군요."

생각해 보니 괜히 얄미웠다. 남은 죽어라 싸웠지만 뒤에서 구경만 하다 온전한 샘플이 획득이 되자 냉큼 주워 먹는 녀석이라니. 다음부터 변종 감염체를 보면 정말 수십 조각으로 찢어 버리겠다고 다짐을 했다.

" 다음 번에도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연구원이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했고 난 그 연구원을 보며 말을 했다.

" 다음부터는 그럼 옆에서 보조를 부탁합니다. 무기도 내구성이 약해서 뭔 수로

죽인답니까? 지금은 운이 좋았지만 다음에는 이런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 네.. 무기 제작실에 중사님에게 맞는 무기를 제작하도록 말 하겠습니다."

" 제발 튼튼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죠."

난 그대로 몸을 돌려 건물로 들어갔고 연구원들과 함께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훈련장에서 다시 슈트를 벗고 의자에 앉으니 순식간에 피로가 몰려왔다. 슈트의 증폭배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슈트를 벗고 오는 피로의 강도가 크다고 했다. 지금은 몇 배 수준이지만 최고 30배까지 늘리고 벗으면 며칠은 앓아눕는다고 했다.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세우고 슈트를 걸어놓자 훈련장 문이 열리며 준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 변종 감염체를 제거했다는게 사실인가?!"

" 네??"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팔을 잡고 흥분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준장으로 보고 약간은 어리둥절했다.

" 정말로 혼자서 변종 감염체를 제거한 것 맞나?"

" 네. 칼을 부러졌지만 운 좋게 잡기는 했죠."

" 대단하군! 대단해! 이 녀석을 연구하면 뭔가 답이 나오겠지?!"

" 지금까지 구한 감염체 표본 중 가장 상태가 좋습니다."

" 하하하! 좋네!"

뭐야 이 녀석들? 지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가 났다. 난 별로 관심이 없어 부러진 칼을 아까운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부러질 줄 알았다면 초 진종 기능을 쓸껄하고 후회하고 있었다.

" 칼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게! 당장 새로 만들어 주겠네!"

" 새 것으로요?"

" 자네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라고 지시하겠네! 그러니 너무 아쉬워 말게나!"

" 감사합니다."

속으로는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준장이 내가 잡은 감염체의 시체를 보러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고 나는 무기고로 가서 무기 제작을 위해 담당자를 만났다.

" 지금 이곳의 장비로는 그런 칼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 만들 수만 있다면 상관없습니다."

" 어떤 형태로 원하십니까?"

" 초 진동 기능을 넣고 단단하게 가능할까요?"

" 네. 시간을 주신다면야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체형인

검보다는 내구성이 약할 것입니다."

" 네."

" 그 정도면 괜찮습니까?"

" 혹시.. 다른 모양으로 가능한가요?"

" 네? 칼 모양은 복잡하지만 않다면 가능합니다."

난 열심히 게임에 나왔던 내가 평소 좋아한 디자인을 설명했다. 파이널 판타지의 티파로스가 들고 다니던 검을 말이다.

" 저.. 모양은 가능하지만 솔직히 그런 기능을 가지고 강도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 흠.. 어쩔 수 없네요. 그럼 모양만이라도 비슷하게.."

" 네.."

" 가능하다면 몇 개 더 만들어 주실 수 있는지요?"

" 죄송합니다만 한 자루만.."

" 네."

아쉽지만 나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고 훈련장에 들러 오늘은 피곤하니 일찍 들어가겠다고 말을 했다. 이미 시간은 식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방에 돌아가니 은혜가 책을 읽고 있었다.

" 벌서 왔어요?"

" 응! 오늘은 밖에 나갔다와서 피곤하다고 일찍 간다고 했어."

" 그래요?"

" 응! 오늘은 집에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나 보자!"

" 네!"

혼자 있을 때면 노트북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던 은혜였기에 나는 노트북을 들고 와서 침대에 누웠다. 가방에 숨겨왔던 몇 개 안남은 주전부리를 가지고 은혜와 침대에서 장난을 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조금씩 다시 예전과 같은 감정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을 했고 작지만 서서히 불타오르는 감정을 씨앗을 느꼈다. 둘이서 떠들고 장난을 치고 시간을 보내자 방송으로 저녁식사 방송이 흘러나왔고 우리는 노트북을 접고 식당으로 팔짱을 끼고 걸어갔다. 평소와 다른 시선이 느껴졌고 난 오전에 잡았던 변종 감염체의 소문이 퍼졌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니 어김없이 친구들이 몰려왔다.

" 소문은 들었다. 대단한데?"

" 무슨 소문이요?"

은혜가 궁금해 하는 표정으로 훈이에게 물었다.

" 낮에 변종 감염체를 혼자서 잡았다더라."

" 그래요?"

" 응."

은혜는 예전에도 내가 혼자서 변종 감염체를 잡은 것을 알았기에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만약 그 감염체가 총도 뚫지 못하는 피부와 내 칼을 정면으로 받고도 멀쩡했다는 감염체라는 것을 알면 분명히 걱정을 할 것이었다.

" 여기 사람들이 온실 속 화초라 약해서 그래. 별것도 아닌데 신기하게

바라보더라. 슈트를 입은 재효라면 쉽게 잡을 수 있을 텐데."

" 응?!!"

재효가 밥을 먹다 자기 이야기가 나오자 놀라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잡은 감염체가 어떤 녀석인지 알기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 됐어. 별 것도 아닌데 다들 호들갑이지. 밥이나 먹자."

내가 이야기를 꺼내기 꺼려하는 것을 알고 다들 눈치를 채고 화두를 돌렸다. 식사 메뉴는 한식보다 양식이 위주였지만 맛은 괜찮은 편이었다. 한참을 밥을 먹으며 떠들고 있는데 우리의 소리가 너무 컸는지 불쾌감을 표현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 여기 전세냈냐?! 왜 이렇게 씨끄러워?!"

" 죄송합니다. 분위기를 타다 보니 그만.."

"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우리 일행은 일차적으로 잘못을 했기에 사과를 했지만 화를 내는 당사자는 상태가 어째 시비를 걸기 위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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