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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16화 (116/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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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분명 우리가 식당에서 큰 소리로 떠든 것은 잘못이지만 왠지 시비를 거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훈이와 재효가 연이어 사과했지만 받아들이기는커녕 본격적으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 아놔! 그러니까 뭐가 그리 씨끄럽냐고?"

" 몇 번이나 죄송하다고 사과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보다 숫자가 많다보니 믿고 시비를 거는 것 같았다. 점점 도를 넘어서는 말에 나도 일어나 말했다.

" 그만 하시죠. 우리는 충분히 사과했습니다."

" 아니 사과를 말로 하나?"

계속해서 비아냥거리고 있었지만 보는 사람들도 많고 괜히 문제 일으키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참았다.

" 뭐. 거기 가슴 큰 아가씨가 나와 하룻밤... 컥!!"

은혜를 지칭하며 시비를 거는 모습에 드디어 참았던 한 가닥의 인내심이 끊어졌다. 나는 은혜에게 시비를 건 녀석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 감히.. 누구를.."

" 어쭈! 덤비는 거야?!"

뒤에 있는 남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세를 잡고 싸울 준비를 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어라? 뭐가 좋다고 실실쪼개는 거야?"

" 웃겨서."

" 뭐?!!"

" 그냥. 멀쩡했던 시절에도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한 시절에도 그리고 악화된

지금 시간에도 너희 같은 녀석이 살아있는게 신기해."

이제 내가 반말로 응수를 하니 녀석들도 열이 받기 시작했다.

" 하하하! 도대체 뭘 믿고 까부냐? 그냥 좋은 말로 할 때..."

" 쾅!!!"

내가 멱살을 잡고 있던 녀석을 벽을 향해 던졌고 튼튼해 보이는 벽은 심하게 금이 갔다. 벽에 처박힌 녀석은 그대로 기절했는지 말이 없었다. 저렇게 심하게 던질 생각은 없었는데 슈트의 부작용인지 힘 조절에 실패를 했다.

" 아.. 기다려. 너희도 한 명씩 처리 할테니."

" 무..무슨!!"

거친 남자들이 많이 모인 곳이라 심심치 않게 싸움은 벌어졌지만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별다른 제재는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적당히 처리해야만 했다. 내 모습에 겁이 질린 녀석들을 보니 왠지 모를 희열이 느껴졌다.

" 시비를 걸었으면 마무리를 해야지. 마무리는 쓸모없는 너희 목숨으로 받을게."

내가 그대로 달려 가장 앞에 있는 녀석을 잡고 조금 전 금이 간 벽으로 다시 던졌다. 역시나 던져진 녀석은 한마디 말도 못하고 기절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 조금 전 자신감은 어디로 갔지?"

내가 손을 털며 다가가자 겁에 질린 모습으로 뒷걸음질 쳤다. 가슴 한 곳에서 올라오는 희열을 느끼며 나는 다시 웃으며 다가갔다.

" 왜? 왜 그러는 거야? 불과 3분 전까지 뭐라고 했지?"

" 저..저기.."

" 뭐?!"

" 죄송합니다. 저희가 알아보지 못 하고.."

" 뭘 알아봐. 내가 누군줄 알고?"

" 저..김 중사님...그... 감염체를..혼자서.."

" 쾅!!!"

괜한 소리했다가 은혜의 걱정을 사기 싫었기에 난 그대로 다시 벽으로 던져버렸다. 이제 남은 인원은 8명. 하지만 누구 하나 나에게 다가오는 녀석이 없었고 그저 그 자리에 굳은 채 나를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알 수 없는 짜릿한 기분을 느끼며 점점 포악해져갔다.

" 턱! 그만해. 이미 충분해."

" 쳇."

내 상태를 눈치 챈 기태가 내 어깨를 잡고 나를 말렸다. 그리고는 시비를 걸었던 무리를 향해 말했다.

" 그냥 가시죠. 이대로 넘어간다면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일을 문제 삼는다면

제가 친히 이 녀석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도록 하죠."

기태가 협박성 어투로 말을 하자 녀석들은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하고 바로 빠져나갔다. 난 아쉬움을 느끼고 돌아 설라는 찰라 문 밖에 서서있는 준장님을 볼 수 있었다.

" 계획된 것이었나?"

" 응?"

" 밖에 준장이 서있네.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를 바라보고. 그리고 나가는

인원들이 티는 안나지만 그래도 목례성 인사를 하는 것 같은데?"

" 왜지? 왜 이런 일을?"

" 아무리 다툼에 관대한 편이라지만 재원이가 한 행동은 도가 지나친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네? 그래도 나름 치안대는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흠.."

" 그나저나 무식하게도 던진다."

" 힘 조절이 안 돼. 슈트의 부작용인가? 솔직히 저렇게까지 심하게 던질 생각은

아니었는데.."

"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은혜는 자신 때문에 생긴일이라고 생각하는 듯 사과를 했다.

" 왜 네가 사과를 해. 네 탓이 아닌데. 그냥 저들은 시비를 걸고 싶었던

것이고 재수 없게 걸렸을 뿐이야."

" 맞아. 자기가 미안해 할 필요가 없어."

" 앵?!?"

" 왜??"

" 너 보통 은혜씨에게 이름을 부르지 않았나? 자기라고 부른 것 못 본 것          같은데..네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 왜 이렇게 닭살이.."

" 보통 다들 쓰는 말인데 이상하게 들리네.."

" 뭐라는 거야 이 녀석들이.."

내가 무의식중에 말한 자기라는 호칭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색하게 들렸는지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었고 그 모습을 보고 은혜도 웃어보였다.

" 뭐 어때."

난 머리를 긁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 준장을 노려봤다. 내 시선과 마주치자 준장은 성급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 모습을 보고 이번 사건이 뭔가 알아내려고 만든 사건이라는 것이 확실시 되었다.

" 뭔가 있군."

" 방금 시선이 마주쳐서 고개를 돌렸지?"

" 응."

기태도 내 모습을 봤는지 물어왔다. 도대체 이곳은 정체가 뭐길래 의심 투성이다.

" 이곳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을거야."

" 응?"

" 지금까지 당한 것으로 충분하니까."

" 변했구나."

" 이런 상황에서 변해야지. 예전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생활해봐야 남들에게

호구취급을 당하지."

" 난 걱정된다."

" 뭐가?"

" 네가 변하는 것이.. 넌 솔직히 성격에 극단적이 면이 있어서 가끔 중간이란

것을 몰라. 수틀리면 정말 잔인해지는 네 성격을 봤으니."

" 지금은... 어쩔 수 없어.."

" 알아. 네가 얼마나 우리를 생각하는지."

" 그래.."

기태는 내 등을 두드리며 말을 했다. 내 인생의 반 이상을 알아온 친구. 별다른 말이 없어도 행동 하나만으로 충분한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별일 없다는 듯 방으로 돌아갔다. 은혜는 자신 때문에 생긴 일이라 생각하는지 약간은 소극적인 모습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위로로 조금은 나아진 모습이었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는 것은 당연했지만 은혜의 몸을 보고 추파를 던지는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도 있는데 예전 멀쩡했던 사회에서는 얼마나 심했을까? 그래도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는 은혜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내 속마음을 귀신같이 아는 은혜였기에 나는 일부러 밝은 척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며 잠 잘 준비를 했다.

다시 찾은 훈련장은 어제 식당에서의 싸움을 들었는지 평소보다 내게 조심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신경 쓰지 않는 듯 행동을 했고 슈트를 입고는 처음보다 근육 증폭률을 높이는 훈련을 했다. 이제 겨우 1/3 가량에서 훈련하는 것인데 어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묵직한 힘이 느껴지는 기분이랄까?

" 어제와는 느낌이 다른데요?"

" 네. 아무리 슈트라고 해도 단점은 있습니다. 증폭률이 높아지면 스피드는

떨어집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 슈트라고 만능은 아니군요."

" 네.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개선된 것입니다."

" 지금도 개선이 필요한 곳이 많네요."

" 이런 상황에서도 이 정도까지 개선한 것 자체가 기적입니다."

" 저희에게 기적은 이런 슈트가 아니라 다시 마음 놓고 살아갈 곳을 만드는

것입니다."

내가 까칠하게 말하자 신혜 연구원은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갔다. 나는 훈련장 안으로 들어가 움직임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을 했고 한 번 익숙해진 움직임이라서 그런지 큰 무리는 없었다.

" 현재 감염체를 상대하는 무기는 이것이 전부입니까?"

" 아닙니다. 버기 차량이나 무기들도 개발이 완료되어 현재 사용중입니다."

" 작전 같은 것은 없습니까? 언제까지 이 안에서 살아야 합니까?"

" 공격작전은 제가 잘 모릅니다. 저희는 연구 소속이라.."

" 알겠습니다."

그래도 개발된 무기가 있다니 다행이었다. 일반 소총으로는 무리인 상황이니. 내 적응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상황이라 다른 사람들과의 호흡을 위해 가벼운 움직임만 연습을 했다. 이제야 겨우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진 재효도 있고 훈이도 적응 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에게 지급되는 무전기와 무기가 아직은 지급되지 않아 나만 혼자서 앞서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아니면 어제의 사건이 발달이 됐는지 다들 소극적으로 나를 훈련시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훈련에 임하였다.

" 밖에 나가면 안 됩니까?"

" 준장님에게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신혜 연구원은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고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 현재 지상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안전을 보장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불가하다는 명령입니다."

" 비가 와요?"

사막지형인데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이 신기했다. 보통 사막은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은 곳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 현재 세계적으로 기후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믿더군요."

" 뭐라고요?'

" 지구를 청소한다고."

" 흠.."

살벌한 말이다. 인간도 청소가 되고 있고 대기와 대지도 청소를 하는 것인가. 그래도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나갈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비를 맞으면서까지 훈련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내 몸 상태를 체크하고 슈트를 입고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시간을 끄는 모습이었다.

" 오늘은 여기까지하면 안될까요?"

" 피곤하신가요?"

"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쉬고 싶네요. 지금까지 피로가 누적됐는지 잠을

잘 이루지 못하네요. 약간 덥기도 하고."

중앙 냉난방 시스템이 적용된 건물이라 개별적인 온도 조절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더위를 잘 타는 체질인 내가 지내기에는 불편함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들으면 좋게 볼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혜 연구원 입에서 나온 말은 꽤 충격이었다.

" 그럼 준장님에게 말을 해서 개별 에어컨을 설치해 드리죠."

" 네?!"

" 중사님은 지금 저희 구역에서도 전체 구역에서도 귀중한 인물입니다. 그 정도의

혜택은 가능합니다."

" 하아..."

대단하네. 내가 그런 존재라니. 신기하기만 했다. 개별 에어콘을 설치해 준다니.

거절 할 이유가 없었다.

" 다른 것은 불편 한 것이 없습니까? 방이 너무 좁으시면 넓은 곳으로 재배정 해

드릴 수 있습니다."

" 아닙니다. 지금 방에 만족합니다. 친구들도 주변에 있으니 굳이 옮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 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시라고 준장님이 당부하셨습니다."

" 감사합니다."

꽤나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어제의 상황이 준장의 행동에 뭔가 변화를 준 것 같았다. 나는 연구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방에는 운동을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은혜의 모습이 보였고 미란이의 모습도 보였다.

" 벌써 온거야?"

" 응. 할 것도 없어서 그냥 왔어."

" 와.. 재효 오빠는 근육통으로 밤마다 끙끙거리는데.."

"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 대단하네.."

" 운동가는 거야?"

" 응! 같이 갈래요?"

" 그럴까?"

나는 옷을 갈아입고 은혜와 미란이와 함께 헬스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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