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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시 미국이라 그런지 한국과 다르게 건물 사이가 넓었고 높은 건물이라고는 호텔이 전부였다. 주차 공간도 시원시원한 것이 한국과는 딴판이었다.
“ 땅이 넓어서 그런가.. 모든 것이 좁다는 느낌이 전혀 없네.”
“ 감염체들도 덩치가 커서 불안했는데 크게 다른 것은 없네. 변종 감염체가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 뭐..아직까지는 크게 문제되는 감염체는 없으니까.”
우리는 넓은 주차장에서 몰려드는 감염체를 제거하면서 이렇게 대화를 나눌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체력의 소모가 크지 않고 스피드와 근력이 늘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건물에서 무섭게 달려드는. 실제로는 걷는 속도이지만 꾸역꾸역 밀려드는 감염체들이 없었다. 나와 봐야 몇 놈 안 되는 숫자였고 대부분이 건물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녀석들이라 넓은 주차장에서 소음을 내어 다가오는 감염체를 제거해갔다.
“ 이상할 정도로 쉽네.”
“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야.”
“ 저기 또 온다!!”
“ 으쌰!!”
시간이 지나 해가 저물기 시작했고 우리는 다시 하룻밤을 지낼 곳을 찾았다. 언제까지 감염체를 제거 할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건물을 찾으며 몰려오는 감염체를 제거하다가 한적한 곳에 지어진 건물이 보였고 우리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 가정집인가?”
“ 구조를 보니 그런 것 같기는 한데.. 크게 문제는 없겠다. 창문도 작고 문도
제법 튼튼해 보이고. 담벼락이 없다는 것이 걸리지만.“
“ 우선 들어가보자.”
“ 문이 감겼어.”
현관문이 잠겨 있어 우리는 집을 한 바퀴 돌았고 마땅하게 들어갈 곳을 찾지 못했다. 괜히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기도 마음에 걸리고 창문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내 몸도 들어가지도 않는 창문이라 진입이 어려워 보였다.
“ 이 집은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아보자.”
“ 근처에 다행이 가정집이 많네.”
“ 부자 동네인가.. 차가 몇 대씩 주차가 되어있네.”
“ 저 집은 어떨까?”
“ 제발 문이 열려있기를..”
다른 집과 비슷한 크기에 꽤 넓은 주차장을 가진 집이었다. 나름 허리까지 오는 담벼락도 있었기에 만약의 사태에도 방어에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 열려있다!”
“ 조심해서 들어간다. 재원이는 무기가 크니까 기태와 내가 먼저 들어갈게.”
“ 응!”
상대적으로 큰 무기를 가진 인원은 뒤로 빠지고 근거리에 유리한 무기를 가진 인원이 먼저 들어갔고 다행히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내부는 멀쩡하네.”
“ 급하게 집을 비운 것 같지는 않아. 캔 음식도 몇 개 있네.”
“ 신기하네..”
온전한 집을 보면서 우리는 의문을 가졌지만 집 주인이 회사나 밖에 있다 변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그러려니 했다. 창문을 잠그고 커튼을 치거나 밖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작업을 했다. 작업을 끝내니 이미 밖은 어두워진 상태였고 우리는 순번을 정해 근무를 정했다. 그 와중에 하늘에는 조명탄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 파란색...”
“ 힘든 상황이군 저쪽도.”
“ 그런가봐. 저곳은 붉은 색이군.”
“ 정리가 됐나봐.”
우리는 창 밖에서 터지는 조명탄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슈트를 벗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증폭률을 영으로 맞추고 간단한 식사를 준비했다. 집안에 있던 캔 음식도 같이 먹으니 먹을 만한 음식이 차려졌다.
“ 맛있게 먹어.”
“ 잘 먹겠습니다.”
“ 고냥 저냥 먹을만 한데?.”
“ 응. 다행이다.”
“ 생각보다 감염체가 많이 없네.”
“ 우리 구역이 한가한 구역인가?”
“ 설마.. 뭐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했겠어?”
“ 다른 곳은 인원이 많이 간 곳도 있던데 우리는 달랑 이 인원이 전부잖아.”
“ 대신 능력이 좋은 인원이니까.”
“ 저 죽일 놈의 자신감.”
“ 하하하!”
우리는 긴장 속에서도 웃음일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식사를 끝내고 첫 번째 근무자인 나를 제외하고 다들 휴식을 취했다. 다행히 방이 몇 개 있는 상황이라 자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혹시 몰랐기에 거실에 모여서 잠을 자기로 했다.
“ 벌써 자는 것은 좀..”
“ 그래도 자두는 것이 좋을 거야. 내일 못잘 수도 있으니.”
“ 흠..”
박 중사의 말에 다들 수긍하는 표정으로 일찍 잠을 청했다. 나는 창에 붙어 주변을 살폈지만 어두워진 하늘에서 보이는 것은 없었다.
“ 이래서야 보일 리가 없는데. 청각에 의존해야하나?”
“ 부비트랩이라도 설치할까?”
“ 마땅히 설치 할만한 것도 없어. 허허벌판인 곳이니.”
“ 이런 문제가 있군.”
“ 집안에 적당한 것은 없나?”
“ 차고에 가봤는데 별로..”
“ 지금까지 상황을 봐서는 큰 소음이나 감염체들이 우리를 보지 못한다면 문제
될 상황은 아닌 것 같아. 지금까지 우리가 일부러 소음을 내서 몰려들었지
여기 근처에서는 몇 마리 못 봤잖아?“
“ 하긴.. 생각해보면..”
“ 우리가 큰 소음 없이 움직였을 때는 감염체가 몰려들지 않았지.”
“ 이곳은 사태 초반부터 사람들이 피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숫자도 많지 않고
감염체들이 뭐랄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
“ 뭔가 다른가 봐.”
“ 글쎄..”
“ 응?”
“ 응? 아냐...”
박 중사는 생각에 잠겼다가 곧 별 말 아니라며 손을 흔들었다. 얼마간 말이 없어진 우리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잠에 든 모습이었고 나는 장소를 바꿔가며 주변을 경계했지만 특별히 다가오는 감염체는 보이지 않았다. 뭔가 질질 끌려가는 소리가 들려 순간 긴장을 했지만 다시 멀어지는 소리로 인해 안도를 했고 또 다시 하늘에 쏘아진 두발의 조명탄이 내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 몇 달 동안 준비했다면서 결과는 처참하군.”
“ 그래도 모르지. 다른 곳은 성공했을지도.”
“ 안 잤냐?”
“ 뭐 잠이 안와서.”
기태가 내 말에 대꾸하며 말을 했고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내 옆으로 왔다.
촛불 하나를 켜고 주변을 밝혔지만 크게 빛나지 않아 외부에서 보일 것 같지는 않았다.
“ 감정 조절이 안 되냐?”
“ 뭐.. 순간적으로 그런 것 같아. 철이 들고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 없다고? 강도가 약해졌을 뿐이지 그런 적은 많았다.”
“ 그런가..하하..”
“ 참네..”
“ 뭐 또 그런다면 네가 있으니 별로 걱정은 안 돼.”
“ 얼씨구.”
내 말에 기태는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다음 번 근무자가 기태였기에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 조금은 더 자는 것이 좋지 않을까? 박 중사 말대로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 크게 무린 한 날도 아닌데. 전투는 너희들이 했지 내가 얼마나 했다고.”
“ 네 역할이 중요하지. 이제 주변 감염체를 느낄 수 있지 않아?”
“ 조금은. 이 슈트 능력이 생각보다 좋은 것 같아. 넌 아직 이야?”
“ 난 힘 빼면 별로..”
“ 무식한 게 힘만 좋아서는.”
“ 슈트 덕분에 더 무식해진 느낌이야.”
“ 조용! 뭔가 지나간다!”
“ 응?!”
역시나 조금 전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뭔가가 느껴졌다.
“ 아무리 감염체라고 해도 비슷한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는 녀석이 둘이라니..”
“ 같은 놈 같은데.”
“ 그래?”
“ 우리를 느낀건가?”
“ 그래서 주변을 배회하는 거다?”
“ 뭐.. 저 녀석들이라고 나 같은 능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
“ 하긴. 그 피부 단단한 녀석도 느려서 다행이지 예전에 마주쳤던 감염체와
비슷한 속도였다면 힘들었을 거야.“
“ 점점 신기한 녀석들...!!!!”
“ 왜??!!”
기태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느끼고 다급하게 물었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것 같았다.
“ 숫자가....숫자가...”
“ 왜!! 말을 해!”
내가 작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외쳤다.
“ 젠장.. 엄청난 숫자의 감염체가 몰려와.”
“ 썅!!! 다들 깨워야겠다!”
“ 위험한데.. 변종 감염체도 있는 것 같아.”
“ 제길!!”
난 서둘러 자고 있는 일행을 깨웠고 긴장하며 잠에 든 녀석들이라 순식간에 일어나 무기를 잡는 모습이 보였다.
“ 왜?! 뭐야?”
“ 감염체가 다가온다. 그것도 엄청난 양이.”
“ 젠장! 이렇게 어두워서 제대로 싸우기도 힘들 것 같은데!”
“ 조용!”
“ 끄에엑!!”
괴상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 졌고 달빛만이 있는 상황에서도 뭔가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로 많은 숫자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 대단하군..”
“ 변종 감염체도 많네..”
“ 뭐야?! 저 엄청난 덩치는..”
“ 이쪽 저쪽에서 소음이 나니 몰려가나보다.”
“ 지나가라..지나가라..”
“ 다행이 우리를 느끼고 오는 것 같지는 않아.”
다들 긴장하며 자신의 무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도 계속해서 몰려가는 감염체가 보였고 우리는 그렇게 몇 시간을 뜬 눈으로 보냈다.
“ 잠은 다 잤네.”
“ 그래도 몇 시간이라도 자둬야해.”
“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배가 고파.”
“ 하암..”
다들 풀린 긴장감에 몸을 기대었고 기태도 물러갔다고 느꼈는지 다시 우리쪽으로 와서 말을 했다.
“ 아무래도 내일은 오늘보다 더 힘들겠다.”
“ 어쩐지 첫날에 잘나간다 싶었다.”
“ 졸려..”
“ 시간을 쪼개서 다시 근무를 짜자. 재원이는 먼저 자도록해.”
“ 응.”
나를 제외한 근무를 다시 짜서 경계를 서기로 했고 나는 소파에 누워 눈을 감자 마자 잠이 들어버렸다.
“ 벌써 아침이네.”
“ 눈만 감았다 떴는데.”
“ 덥긴 한데 습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밤에는 춥더라.”
“ 사막이라 그런가 일교차가 장난이 아니네.”
“ 여하튼 이상한 날씨야.”
우리는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짐을 정리하고 집을 나섰다.
“ 아하...”
“ 왜??”
기태의 표정이 또 좋지 못한 것으로 보아 아침부터 힘들 것 같았다.
“ 온다...”
“ 빌어먹을..”
나는 차에 물건을 싣는 재효에게 말을 했다.
“ 내가 시간을 벌고 있을 테니 마저 담아.”
“ 뭐?”
“ 또 너혼자 하겠둘순 없지.”
“ 슬슬..나가야겠지?”
어느새 우리 시야에도 보이기 시작한 감염체가 우리는 발견하고 목표를 정한 듯 몰려오기 시작했다.
“ 재원이는 우측. 김 중사는 좌측. 난 중앙.”
“ 알았어.”
“ 몸 조심하고!”
“ 기태는 혹시 모르니 주변에서 다가오는 감염체를 봐주고!”
“ 롸져!”
“ 간다!!!”
“ 증폭률 다섯배.”
우리를 각자 증폭률을 설정하고 감염체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