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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21화 (12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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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감염체로 인하여 우리는 아침부터 흠뻑 땀에 젖었다.

“ 젠장! ”

“ 언제 다 죽인다냐!”

끝없이 몰려오는 감염체를 보고 우리는 육두문자를 내 뱉으며 열심히 감염체를 죽여 갔지만 워낙에 많은 숫자다 보니 아무리 능력이 좋아진 우리라고 해도 무리가 많았다. 천만 다행인 것은 변종 감염체가 있기는 했지만 피부가 단단한 녀석이 아닌 한국에서 봤던 덩치만 커진 녀석이었다. 수 백의 감염체의 목을 베고 베고 또 베어도 나타나는 녀석들로 인하여 우리는 점점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이 슈트 체력을 늘려주지는 못하나봐.”

“ 이 정도면 그래도 다행이다.”

“ 재원이는 지치지도 않나?”

“ 대단한 녀석..”

난 그런 그들을 뒤로 하고 열심히 베어갔다. 큰 칼로 인하여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몇 놈씩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땅에 떨어졌고 일정거리를 두고 싸우고는 있었지만 한 번에 대량으로 죽일 수는 없었다.

“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는 거야?”

“ 허억...허억...”

“ 뒤로 빠져! 더 몰려온다!”

“ 젠장!!!”

기태의 외침에 우리는 감염체를 뒤에 두고 뛰었고 차량에 탑승하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 힘이 좋아졌다고 만능은 아니구나.”

“ 방어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물려 본적이 없으니 겁이 나네.”

“ 얼굴을 빼면 죄다 감싸고 있는데 무섭다.”

아직까지 슈트를 믿지 못했기에 물려도 방어가 된다고는 들었지만 실제로 달려드는 녀석들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싸우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혹시나 얼굴에 상처라도 입어 재수 없게 감염이라도 되면 슈트를 입은 채로 감염이 된다면 생존자들에게는 미칠 노릇일테니까.

“ 응??”

“ 왜??”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고 가는 생각. 한국에는 없던 강화된 변종 감염체가 왜 여기만 있는 걸까?

“ 슈트를 입고 감염된 사람이 아예 없을까?”

“ 뭐.. 얼굴을 노출이 되어 있으니 재수가 없으면 물리거나 상처 입을 수도

있겠지. 아예 없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 강화된 변종 감염체. 내 생각에는 슈트를 입은 상태에서 감염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 뭐?”

“ 생각해봐. 한국에는 없던 감염체가 여기는 있는 이유. 한국에는 슈트가 없지만

이곳에는 초반부터 있었다고 했으니까. 물론 부작용도 있다고는 했지만.“

“ 일리가 있기는 한데..”

“ 뭐 아무리 진화했다고 하지만 만약 우리를 없애기 위해 진화됐다면 단순히

피부만 단단하게 변하는 것보다 덩치가 더 커지거나 뭔가 다른 형태로 진화가

되야 하는 것 같아서.“

“ 아직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으니..”

“ 조심은 해야지.”

우리는 여러 의문점이 들었지만 우리가 가진 정보와 지식으로는 정확하게 알 방법이 없었다. 만약 내 생각이 맞다고 해도 위에서는 절대 아니라고 할 것 같았다.

“ 여기는 안전할 것 같아. 주변에 감염체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 하아..”

“ 어디 씻을 곳은 없나? 아침부터 땀이 흥건하네.”

“ 크게 힘든 것은 아닌데 땀은 엄청나네.”

“ 일종의 부작용인가?”

“ 모르지..”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우리는 주변 건물에서 물이 나오나 확인을 해봤지만 전기가 끊어졌으니 당연히 물이 나오는 곳은 없었다.

“ 어디 수영장이라도 없나?”

“ 왜?”

“ 그래도 비가 왔으니 물이라도 있지 않을까?”

“ 지금 그럴 시간이 어디 있냐.?! 우선 감염체부터 제거하자.”

“ 삼일이라는 시간을 줬으니 우선 그 시간 안에 최대한 제거를 해야지. 이미

안전한 곳을 확보한 팀도 있으니 우리도 빨리 움직이자.“

“ 하아..”

우리는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감염체가 있는 곳으로 갔고 역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 엄청난 숫자를 자랑하며 이동하는 감염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 다른 팀도 있네.”

“ 소탕 지역이 겹친 것인가?”

“ 그럴 수도 있지. 우선은 도와주자!”

우리는 한 곳에서 어렵게 싸우는 팀을 보고 합류해서 싸우기로 했고 어렵사리 버티고 있는 팀은 우리를 보고 안도의 눈빛은 보냈다. 공격하는 숫자가 늘고 있으니 확실히 제거하는 속도는 빨라졌다. 후방을 지켜줄 인원이 생기니 마음 놓고 베어가기 시작했고 무식하게 휘두르는 칼에 감염체의 신체 일부분이 마구잡이로 떨어져 나갔다. 열심히 싸우고는 있지만 워낙에 많은 숫자다 보니 줄어드는 느낌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도로에 굴러다니던 차량용 윈치에 들어가는 와이어가 보였다.

“ 잠시만!”

나는 그 와이어를 잡아 풀어보니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10m는 넘어보였고 끝에 윈치가 그대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윈치와 와이어가 잘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을 하고 일행들과 떨어지기 위해 달렸다.

“ 어디가!!!”

“ 기다려봐!!”

나는 멀찌감치 떨어진 상태에서 칼을 등에 메고는 와이어를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윈치의 무게로 인해 금세 속도가 붙은 상태로 돌아갔고 나는 더욱더 힘을 주어 돌리기 시작했다.

“ 휘익! 휘익!”

와이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며 마치 헬기의 프로펠러 마냥 돌기 시작했고 나는 그 상태 그대로 감염체를 향해 달려갔다.

“ 퍼억!!! 퍼억!!! 퍼억!!!”

무서운 속도로 돌아가는 윈치는 감염체와 정면으로 충돌을 해도 속도가 줄지 않았다. 혹시나 윈치와 와이어가 분해 될까봐 가능한 멀리서 돌리면서 감염체를 공격했고 생각보다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

“ 오호! 이 방법 괜찮은데?”

“ 와우.. 저런 방법이 있었네.”

다들 싸움을 하다 말고 내가 하는 행동을 보고 한 마디씩 했다. 윈치와 와이어가 분해된다고 해도 워낙 두꺼운 와이어였기에 무게도 있어 감염체를 쉽게 제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가능한 비스듬히 돌리며 감염체의 목을 겨냥하였지만 아직 윈치가 분해된 상황이 아니라 감염체는 머리가 박살이 나면서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는 상황이었다.

“ 이 방법이 칼보다 좋은데.”

난 열심히 돌리며 감염체를 제거했고 윈치는 이미 처음 모습과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제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었다.

“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아!!”

“ 그래?!!”

생각보다 많은 숫자를 죽이고 나는 와이어의 속도를 줄여 그대로 던져 놓고는 다시 칼을 잡고 초 진동 기능을 가동시켰다.

“ 우우우웅!!!”

칼의 떨림을 느끼면서 보다 쉽게 남은 감염체를 제거해갔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드는 감염체를 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 감사합니다. 덕분에.”

“ 오! 한국 사람이다!”

“ 뭐가 신기해?”

“ 같은 건물에서 지내는 분이 아니신가 보군요. 처음 뵙는 분인데..”

“ 네. 저희도 처음.. 뵙네요.”

어디에 누가 얼마나 살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기에 이렇게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약간은 당황했다.

“ 아침까지 잠잠했던 녀석들이 갑자기 몰려들기 시작해서.. 동이 트자마자 싸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싸웠습니다.“

“ 아.. 피해는 없으신지요?”

“ 다행히 피해는 없지만 지금은 서있을 힘도 없네요.”

“ 우선 안전한 건물로 들어가시죠. 조금만 가면 저희가 어제 지냈던 집이

있습니다. 그곳은 아직 안전하니 그곳으로 가시죠.“

“ 네.”

우리는 서로 가져온 차량을 가지고 어제 그 집으로 다시 방향을 돌려 이동을 시작했다.

“ 고맙습니다.”

집에 들어와 비교적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우리가 경계를 하고 지치 인원들은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사람들은 슈트를 벗고 집안에 있는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 제거 구역이 겹치는 건가요? 어제는 못 봤는데.”

“ 아.. 감염체와 싸우면서 밀리다 보니..”

“ 그렇군요.”

약간의 휴식이긴 했지만 다들 기운을 차리고 다시 슈트를 입고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이 보였다.

“ 조금 더 쉬셔도 괜찮은데요.”

“ 아닙니다. 내일까지 최대한 많이 제거를 해야죠.”

“ 너무 무리하시지 마시죠. 아무리 슈트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목숨은

하나입니다.”

“ 걱정마십쇼. 처음도 아니고.‘

“ 아!! 오래전부터 계셨군요.”

“ 뭐 크게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이 세 번째 전투입니다.”

“ 세 번이나 했으면 그래도 감염체가 꽤 줄어야하는데..”

“ 이번이야 인원이 많지 처음과 두 번째는 그리 많은 인원이 참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슈트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서 전투를 한 것이 정확하겠

군요. 그때는 피해도 많았는데..“

“ 피해가 많았다고요?”

“ 네. 처음에는 슈트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증폭률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고생했습니다. 처음에는 슈트가 불안정해서 증폭률이 최대로

치솟는 바람에 죽은 인원도 많았죠. 이제 와서 슈트가 제법 안정된 것이지

처음에는 문제도 많았습니다.“

“ 흠..”

땀을 닦으며 하는 남자의 말에 내 가설이 틀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저희는 이제 다시 저희 구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몸 조심하시고. 만약 근처에

있다면 조명탄을 터뜨리신다면 먼저 달려오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 저희가 감사하죠.”

정비를 마친 팀은 다시 밖으로 나가 자신들의 할당 구역으로 이동을 했다. 우리도 다시 밖으로 나가 차량을 타고 천천히 이동을 하면서 감염체를 찾기 시작했지만 정작 찾으려고 할 때는 보이지 않았다.

“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 조금 전 상황이 꿈이었나?”

“ 허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게 변한 도로. 도로에는 이미 생명력을 잃은 감염체의 시체들이 즐비했고 그 주변으로 정체불명의 새들이 날아다니며 시체를 먹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 저 새들은 모양이 왜 저래?”

“ 예전 비둘기랑 비슷하네.”

“ 저것들도 우리를 공격하려나?”

“ 흠.. 상태를 보니 그냥 시체를 먹으려고 우리가 떠나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 그럼 다행이구..”

우리는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이동했고 주거지역을 지났는지 상점이나 높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감염체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고 그런 상황이 우리를 더욱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 이러다가 또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미치는데.”

“ 돌겠군.”

“ 너무 적막해서 더 불안해.”

“ 가끔 한 놈씩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니 원..”

하나라도 더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홀로 돌아다니는 감염체도 모조리 잡았지만 무리지어 다니는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다.

“ 저기 상점이 보인다. 뭐라도 있지 않을까?”

“ 제법 큰데..”

“ 들어가 보자. 구조도 단순해 보여서 크게 위험할 것 같지는 않아. 기태는

주변에 느껴지거나 보이는 것이 있어?“

“ 아니.. 전혀...”

“ 그래?? 신기하네.”

“ 한 두 놈은 솔직히 모르겠는데 그래도 모여있다면 느껴질만도 한데.. 전혀

그런 것이 없어.“

“ 우선은 상점에 들어가보자.”

영어로 뭔가 써 있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단어 외에는 해석이 불가능했고 대충 느낌으로 상점일 것이라 추측했다. 우리는 차량을 상점 바로 앞에 주차를 하고 주변을 살피고는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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