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22화 (122/281)

0122 / 0281 ----------------------------------------------

-2부-

주변을 살피고 상점 안으로 들어갔고 안에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다. 사태 초반 약탈과 방화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우리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 신기하리 만큼 온전하네.”

“ 선진국이라 시민의식이 남다른 건가?”

“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 시민의식은 무슨...”

“ 먼지만 없다면 바로 장사가 가능하다고 해도 믿겠는걸?”

“ 그래도 캔 음식이 많이 남아서 다행이다.”

“ 외진 곳도 아닌데 신기하네.”

우리는 가방에 진열되어 있는 캔 음식을 담았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야 좋았기에 우리는 서둘러 필요한 물건들을 쓸어 담고 다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차량의 경적을 울리며 다녀도 도통 감염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터지는 붉은 조명탄이 보였고 우리도 결정을 해야만 했다.

“ 우선은 붉은 색을 터뜨리자.”

“ 너무 이르지 않을까?”

“ 이렇게 다녔는데도 없는 것을 보면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으니

우선은 임시 방벽설치가 급하니 신호를 보내자.“

“ 응.”

우리는 하늘에 붉은 색 조명탄을 터뜨렸고 밝게 빛나며 천천히 떨어지는 조명탄을 보며 지원 부대를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 시점에 멀리서 자동차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 오는건가?”

“ 어라? 신기한 것을 들고오네.”

수 십대의 차량과 트럭에는 마치 고속도로 중앙 분리대 같이 생긴 콘크리트 조각을 싣고 오고 있었다. 크기는 몇 배나 큰 크기였고 웬만한 사람도 넘기 힘들어 보이는 높이였다.

“ 저런 식으로 방벽을 쌓아서 안전 구역을 만들 생각이군.”

“ 땅이 넓고 높은 건물이 없으니 일이 쉽네.”

“ 정말 빠르다.”

지원 부대는 박 중사와 이야기를 하며 방벽을 설치해갔다. 줄줄이 소시지 마냥 몰려들어오는 차량에는 콘크리트 가설 벽이 실려져 있었고 무서운 속도로 주변에 설치를 하면서 이동해 갔다.

“ 우선 가능한 멀리까지 방벽을 치면서 움직이고 중간에 감염체가 나타나면

가설 벽을 막고 그 안에서 농성을 하면 된다는데?“

“ 땅따먹기인가?”

“ 오!! 그러네?”

마치 옛날 오락실에 있던 땅따먹기 게임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우선 최대한의 안전구역을 확보하고 외부로 조금씩 넓혀 가며 안전구역을 확보해가는 작전이었고 생각보다 효율적이었다. 물론 기반 상황이 튼튼했기에 가능한 작전이었지만.

“ 이곳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주변에 감염체나 공격해 올 수 있으니 지원을

부탁한데.“

“ 그나저나 너 영어 잘 알아듣는다?”

“ 뭐...”

유창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뜻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신기했다. 지원부대가 가설 벽을 설치하는 동안 우리는 주변을 살폈다. 여기저기서 조명탄이 터지는 모습이 보였고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어 가는 듯 보였다.

“ 성공했나보네. 이제 붉은 색 조명탄이 많이 보이네.”

“ 다행이다. 이제 지상에서 살 수 있는 건가?”

“ 바로 이주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우선 안전구역을 확보하고 그 안도 다시

수색을 해서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판단이 되어야 이주를 하겠지? 괜히 섣불리

이주했다가 남은 감염체에게 공격이라도 받아서 또 감염되면 가설 벽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셈이니.“

“ 그나저나 엄청 훈련했나봐. 벌써 저기까지 갔어.”

“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속도다.”

순식간에 멀리까지 설치된 가설 벽을 보고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설치하는 모습과 움직이는 모습들이 어디선가 분명 엄청나게 훈련한 움직임이었다. 우리를 덕분에 비교적 여유롭게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지원부대도 있고 가설 벽도 있는 상황이라면 나쁠 것이 없었다. 옆 구역도 붉은 색 조명탄이 터지고 다른 지원 팀이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지원 부대 책임자로 보이는 인원이 우리에게 다가와 뭐라고 말을 했고 박 중사는 비교적 편안한 표정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통역을 해주었다.

“ 가설 벽 작업에는 우리가 더 이상 필요가 없으니 다른 구역을 도와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네? 여기서 차로 약 15분 정도 가면 아직 확보하지 못한

구역이 있다고 하니 그곳으로 가서 팀을 도와주는 것이 어떻냐는데?“

“ 뭐 반대할 이유가 없지. 다른 구역도 확보가 된다면 우리에게 나쁠 것이

없으니까.”

“ 나도 찬성이야. 하루라도 빨리 안전 구역을 넓혀서 이제 지하에서 나와야지.

우리도 햇빛좀 보고 살자.“

“ 저도 찬성입니다.”

전원이 찬성의 의견이 나왔고 우리는 차량에 탑승하여 아직 확보하지 못한 구역으로 이동을 했다. 건조한 바람을 맞으며 이동을 했고 도착한 곳에는 도로 곳곳에 감염체의 시체가 즐비한 모습이었다.

“ 엄청나군. 우리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자나?”

“ 험난 했나봐?”

“ 우선 움직이자.”

“ 응!”

우리는 우선 이곳을 벗어나기로 했지만 기태의 감각에 걸리는 엄청난 숫자의 감염체로 인하여 쉽게 이동을 하지 못했다.

“ 젠장. 오자마자 장난이 아닌데?”

“ 우선 숨자. 숫자가 너무 많아.”

“ 언제까지 숨어야 하냐? 가서 잡자!”

“ 하지만 숫자가 너무..”

“ 우리에게 맞는 숫자를 찾을 수는 없자나? 언젠가는 전부 없애야 하는데 지금

이렇게 몰려와준 것이 오히려 감사하지.“

난 칼을 잡고 말을 했다. 슈트의 능력을 완전히 신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실력이라면 해볼 만한 숫자라고 생각이 되었다.

“ 온다!”

“ 젠장...”

실제로 밀려오는 감염체의 숫자를 보니 잘못 생각했다는 느낌이 마구 들었다. 도로를 가득 메운 모습을 보고 오늘 하루 잠은 다 잤다는 생각을 하고는 감염체를 향해 뛰어갔다.

“ 부웅!!!!”

조금이라도 쉽게 죽이기 위해 변종 감염체는 아니지만 초 진동 기능을 작동시키고 빠르게 베어갔다. 칼의 무게도 무게지만 내가 휘두르는 힘이 컸기에 어렵지 않게 베어나갈 수 있었다. 다른 인원들도 창을 이용하여 빠르게 치고 빠지는 전술을 펼쳤다. 마치 꼬치마냥 줄줄이 꾀어서 죽이는 모습을 보니 잔인하기까지 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더 잔인하게 죽이는 것 같았다.

“ 원래 이곳을 맡은 팀인가?”

“ 다른 팀들도 오네?”

“ 다행이다!”

어느새 몰려온 팀들이 주변에서 감염체를 제거해갔다. 나와 비슷한 칼을 들고 싸우는 인원도 있었고 긴 창을 이용하여 감염체를 제거하는 인원도 보였다. 각자 나름대로 개성 있는 무기를 가지고 싸우기 시작했고 감염체의 숫자는 많지만 공격하는 팀의 숫자도 많았기에 어렵지 않게 수를 줄여나갈 수 있었다.

“ 감사합니다.”

“ 어?!! 아침에.”

“ 또 뵙는 군요.”

“ 무사하셨군요.”

“ 네. 이곳이 저희 구역이기는 하지만.. 너무 감염체가 많아서 고생하고 있는

찰라에 다른 팀들이 충원이 되면서 상황은 나아졌습니다.“

“ 다행입니다.”

“ 우선은 이 녀석들을 처리하죠. 아직 후방에 많이 있습니다.”

“ 넵!”

우리는 일려로 서서 일정간격을 유지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와중에 가장 공격을 무식하게 하는 나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움직였고 간혼 칼을 방어한 녀석들이 저 멀리 날아가는 모습도 연출이 되었다.

“ 신기할 정도로 무식하단 말야. 전혀 그런 외모는 아닌데.”

“ 칭찬이냐!!”

“ 뭐..나름..”

이제는 전투 중간에도 농담을 던질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다른 팀들도 어렵지 않게 감염체를 제거해 갔고 어느 정도 제거가 됐다 싶어는데 멀리서 다시 다가오는 감염체의 모습이 보였다.

“ 빌어먹을.. 많이도 온다..”

“ 비켜..”

“ 응??”

“ 끄아아!!”

난 주변에 버려진 차들의 부속을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무식하게 날아가는 부속들은 감염체를 가격하고도 한참을 날아갔다. 특히나 타이어는 아주 무식하게 날아갔고 순간적으로 일직선이 비어버리는 모습도 보였다.

“ 무식한 놈.”

옆에서 기태가 나지막이 말을 했고 난 그 말을 듣고도 웃으면서 계속 부속을 던졌다. 나의 그런 행동을 어이없이 바라보던 다른 인원도 자신들이 슈트를 입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주변 물건들을 무식하게 던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평소의 몇 배가 넘는 힘으로 던지는 물건을 결코 가볍게 볼 것은 아니었다. 쇠파이프만 해도 감염체 몇은 가볍게 관통하면서 지나갔으니까.

“ 이제 그만하고!”

기태가 감염체가 점점 다가오자 외쳤고 나는 다시 칼을 들어 초 진동 기능을 켰지만 배터리가 다되었는지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 젠장! 배터리좀!!”

“ 알았어!”

나는 가방을 뒤져 여분의 배터리를 꺼내어 갈았고 다시 제 성능을 찾은 검은 힘차게 진동하며 수 백의 감염체를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 하아...하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이 되어서야 감염체는 정리가 되었다. 다들 힘든 기색이 역력했고 서로 수고했다는 말을 영어로 간단하게 주고받고는 각자의 길로 갔다. 우리도 주변을 살펴 오늘 하룻밤을 지내기 적합한 곳을 찾았고 짐을 풀고는 순번을 정해 근무를 서고는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 힘든 하루였어..”

“ 하아...”

“ 내일이면 돌아가는 구나..”

“ 내일 들어갔다가 하루 쉬고 다시 나오겠지?”

“ 뭐 지금 작전이 거의 성공한 것 같으니 위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를

짓고 싶어하겠지.“

“ 에휴..”

“ 그래도 좋게 생각하자. 이런 곳에서 지낸다고 해도 나쁠 것은 없잖아?”

“ 그래도 익숙한 곳이 좋지..”

“ 언제까지 여기서 이럴 수는 없어.”

다들 내 생각과 다르게 고국이 그리운 것 같았다.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도 없었던 곳이었지만 그래도 그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 오늘은 제발 무사히...”

다들 피곤에 절은 표정으로 자리를 잡고 누웠고 나도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쇼파 끝자락에 누워 잠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이제부터는 용량을 조금 줄여볼까 합니다. 너무 용량에 연연한 것 같아 글이 지루해진 것도 있고 한창 바쁜 상황이라 여유가 없네요. 한 동안은 평소보다 약간은 줄어들 예정입니다. 죄송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