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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밤사이 하늘에서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아침이 되었지만 한밤중처럼 어두운 하늘에서는 무심하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 하늘도 무심하지.. 하필 오늘.."
" 사막 지역인데 비가 많이 내린다?"
" 하아.."
다들 허무하게 창밖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약하게 내린다면 어떻게라도 복귀하려고 하겠지만 생각보다 많이 내리는 양으로 고민이었다.
" 무리해서 가볼까?"
" 시야도 좋지 못하니 괜히 무리하지 말자."
" 가다가 감염체라도 마주치면 비까지 맞으면서 싸우는 것은 힘들어."
" 그래도 슈트가 있는데.."
" 너무 슈트를 믿었다가는 위험할 수 있어. 그러니 우선은 너무 맹신하지 말자."
" 응."
우리는 괜히 무리해서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것보다 안전하게 가기로 했다. 다른 팀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는지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비가 내려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바람과 굵어지는 빗줄기로 인하여 우리는 점점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천둥 번개까지 치며 내리는 비로 인하여 이제는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얼씨구?"
" 미치겠군."
" 언제까지 내리려나?"
" 예상 외 인데.."
" 조금 더 기다려 볼까?"
" 에구...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네."
박 중사와 김 중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창을 바라봤고 우리는 대충 바닥에 누워서 말을 했다.
" 우선은 기다려 보자. 지금 움직이는 것은.."
" 이동하자."
" 뭐?!"
" 야! 이런 날씨에 어떻게 이동을 한다는 거야?!"
" 마냥 여기서 기다릴 수는 없어.
내가 일어서며 말을 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여기서 머무르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여기서 날씨가 풀리기를 기대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곳은 안전구역이 아니었다.
" 여기가 가설 벽이 설치된 안전구역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다른 곳의 감염체가
이곳으로 몰려올 것이야. 장소가 점점 좁아지니 안전구역이 아닌 곳으로 몰려
드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러니 이곳도 위험해."
" 대부분 감염체는 제거했잖아?"
" 그건 우리 생각이고. 애초에 여기에 얼마나 많은 감염체가 있다는 정보가
없는 상황이고 감염체가 만이 넘을지 아니면 백만이 넘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 그러니 더 이곳에 있어야지. 괜히 감염체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
" 우리 너무 감염체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
" 응?"
내말에 재효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 솔직히 지금 우리 중에 가장 약한 재효도 일반 감염체 수 십 마리는 어렵지
않게 제거가 가능하고 변종 감염체도 상대하기는 어렵지만 마음먹고 도망
간다면 위험한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우린 지금 너무 몸 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해봐. 우리 생각보다 엄청 강한 상태야.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을 하고 있는데. 도망 다니는 상황은 여전하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 말에 다들 말없이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우리는 변화를 인지하는 속도가 늦었던 것 같았다. 과거에 습관이 변화된 상황에서도 쉽게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상황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 우리가 슈트를 입기 전이라면 지금 같은 날씨가 부담이겠지만 우리 지금은
슈트로 상당히 발전된 상태인데 아직도 예전 생각에 피하려는 계획만 짜고
있잖아."
" 생각해보면.. 우리 스스로를 너무 낮춘 것 같네."
" 자동차도 뜯어서 던질 정도인데."
" 첫날에 감염체를 제거하고 붉은 색 조명탄을 날릴 것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빠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린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
" 그러고 보니 슈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밀린 팀들이 대부분 이번에
슈트를 입고 첫 작전에 참여했던 인원들이겠군."
" 가설 벽을 설치하던 팀도 보면 엄청난 팀워크를 보여줬지만 그들은 가진
장비의 능력을 잘 사용하는 모습이었지."
" 스스로 예전의 경험을 잊지 못해서 제대로 능력을 쓰지 못했군."
" 맞아. 이런 날씨라고 우리가 위험한 상황이 될 리는 없어. 무식하게 싸우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도망칠 능력이 되는데."
김 중사의 말을 끝으로 다들 말이 없어졌다. 나는 천천히 걸어서 문을 향해 걸어갔고 문 앞에 서서 우리 일행을 바라모여 이야기를 했다.
" 나가자. 우리가 뭐가 무서워서. 뭐가 두려워서 이렇고 있는 거야? 지금은
지하에서 생활하지만 우리가 조금 더 나아간다면 이런 집에서 살면서
뜨거운 물에 전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에잇! 가자! 어차피 이곳에 있으나 나가나!"
" 그래! 나가보자! 에라이! 마주치면 도망치던가!"
" 슬슬 준비를 해볼까?"
우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짐을 챙기고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밖으로 나갔다.
차량에 짐을 던져놓고 차량에 올라타 이동을 시작했다. 천천히 이동을 하면서 복귀를 하는 동안 마주친 감염체는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 가설 벽이 보였고 꽤 많은 양의 가설 벽이 설치된 것으로 보아 안전 구역이 많이 늘어난 듯 보였다.
" 생각보다 가설 벽이 설치 된 구역이 많네?"
" 그러게? 우리가 제일 느린가?"
" 이제 시작이잖아? 아직 느리다고 할 수는 없지."
" 박 중사 말이 맞아. 이제 겨우 몇 발자국 왔는데 남들이 조금 앞선다고
우리보다 빠르다고 할 수는 없지."
" 감염체다."
기태의 말에 우리는 긴장하고 주변을 살폈다. 빗줄기 저 넘어 몰려오는 감염체가 보였고 우리는 차에서 내려 무전기를 점검하고는 각자의 무기를 잡았다.
" 이제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시야에 들어온 감염체를 향해 뛰어갔다. 내가 뛰는 것이 신호가 되어 다른 인원들도 뛰어가며 감염체를 제거해갔다. 확실히 마음가짐이 바뀐 것만으로도 움직임이 달라졌다. 나도 더 적극적으로 감염체를 제거했고 특히 재효의 모습이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 재효가 날라다니네."
" 워우.. 너무 무리하는 것 아냐?"
" 위험한 것 같지는 않으니 우선 그냥 두자."
" 저기.. 저도 무전을 다 듣고 있는데.."
마치 못 듣는 사람 취급을 하는 듯 말을 하는 중간에 재효가 무전으로 말을 했다. 정확한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다들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디선가 나타난 다른 팀들이 우리를 도와 감염체를 제거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우리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했다. 두려울 것이 없다는 움직임은 나와 비슷한 무기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서 확실히 느껴졌다. 같은 타입의 무기이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 나는 감염체를 제거하는 것보다 그 사람의 움직임을 기억하려 애썼다. 한 손으로도 가볍게 휘두르며 감염체를 제거하는 모습에 넋이 나갈 뻔 했다. 큰 움직임으로 주변 감염체를 제거하고 다시 정확한 움직임으로 처리하지 못한 감염체를 제거하며 다른 인원에 비하여 처리하는 감염체의 숫자는 많았지만 정확도는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뒤에서 받쳐주는 인원이 처리되지 못한 감염체를 완전히 처리하고는 빠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큰 칼을 휘두르며 이동하는 모습에 우리와는 다른 것이 느껴졌다.
" 확실히 다른 팀원들을 믿으니 저런 움직임이 나오겠지."
" 나와 비슷한 무기인데.. 완전히 다른 느낌이네."
많은 숫자의 감염체를 한 번에 제거하려는 나의 방식은 확실히 체력적 소비가 컸다. 내가 일일이 모든 감염체를 제거하려는 생각에 쓸 때 없는 움직임이 많았고 주변의 감염체를 신경 쓰느라 정작 숨을 끊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 사람은 확실히 달랐다.
" 노련미가 느껴지네. 팀워크도 우리보다 훨씬 좋고."
" 배울 점이 많군."
" 내가 저렇게 쓸 듯이 나갈게. 재효가 내 뒤를 맡아줘!"
" 뭐?!"
" 괜찮겠어?"
" 지금은 숫자가 그리 많지 않으니 위험하지 않을거야. 그리고 재효도 그렇게
떨어지는 실력이 아냐."
" 하지만 우리는 아직!!"
" 걱정마! 간다!!"
나는 그대로 칼을 휘두르며 나아갔다. 쓰러진 감염체를 다시 보지 않으며 앞으로 나가며 가능한 많은 숫자의 감염체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솔직히 내심 불안하기는 했지만 우선은 재효를 믿기로 했다. 하지만 내 속도가 빠른 것인지 아니면 내가 놓치는 감염체가 많은 것인지 얼마 가지 않아 기태가 내 뒤로 합류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신경 쓰지 않는 척 더 빠르게 앞으로 나갔다.
" 그만! 그만! 뒤에서 빠지는 감염체가 많아!"
" 둘이서 벅차!"
" 재원아! 천천히!"
나는 무전으로 들리는 소리를 확인하고 스피드를 줄이고는 조금 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움직였다. 내 속도에 맞춰 재효와 기태가 따라오는 것이 느껴지고는 계속해서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나아갔다.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감염체를 처리하고는 다른 팀을 바라봤다. 그들은 내 시선을 느끼고는 손을 들어 흔들며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 와.. 지치지도 않나?"
" 대단하네.."
" 우리보다 짧은 시간 싸웠는데 제거한 숫자는 우리보다 많네."
별것 아니라는 모습으로 자리를 뜨는 팀을 한참을 바라봤다.
" 우리보다 월등한 것은 어쩔 수가 없네. 능력이 좋은가봐."
" 진화 인간이...아냐... 그냥 평범한..."
" 뭐?!"
" 설마.. 저렇게 잘 싸우는데.."
" 재원이 말이 맞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그냥.. 슈트를 입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인 평범한 사람들이야."
" 그런데.. 저런 움직임이라니.."
" 진화 인간도 아닌데.. 우리보다 월등하다니.."
다들 저 팀이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약간은 충격을 받았고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나였다. 남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도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다니.
" 빌어먹을... 난 지금까지 뭘 한거야?"
" 쏴아아아!!!"
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고 무섭게 내리는 빗방울이 내 얼굴을 때렸다. 게임에서 가장 많은 아이템과 무기를 장착하고도 아무것도 장착하지 않은 사람에게 졌을 때 느껴진 감정보다 더 참담했다.
우리는 그 후에 아무런 문제도 없이 복귀했고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고는 각자의 숙소로 복귀를 했다. 방안에서 나를 기다리던 은혜는 격하게 나를 반겼고 그런 그녀를 안아주고는 깊은 키스를 하고는 씻고 바로 잠을 청했다. 몸은 피곤해서 잠을 원해지만 정신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복귀하면서 봤던 광경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고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 각자의 능력에 치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능력만 뛰어났지 모였을 때는 오히려 능력이 하락하는 상황이었다. 일 더하기 일이 그냥 일이 되어버린 상황. 하루라도 빨리 이런 우리의 상황을 변화시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