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4 / 0281 ----------------------------------------------
-2부-
아침이 되어 나는 일찍 눈이 떠졌고 바로 훈련장으로 들어갔다. 훈련장에는 이미 연구원들이 일을 하고 있었고 그들은 나를 보고는 안부의 인사를 했다.
" 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작전은 성공이라고 합니다. 피해 인원도 거의 없고
생각보다 많은 안전 구역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 다행입니다. 날씨가 별로라서 걱정했는데."
" 현재 폭풍우가 이 지역에 형성되어 있어 대부분의 전투 인력이 복귀한
상황입니다. 날씨가 다시 풀리면 나가도 된다는 명령입니다."
" 이제는 각개로 움직이는 건가요?"
" 각개라고 하기보다 다른 팀들도 같은 구역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도시의 30%를
확보한 상황이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작전을 실행할 것입니다."
" 네.."
" 더 이상 생존자의 피해가 있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 네?"
신혜 연구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덩달아 나도 긴장하게 되었다.
" 위성으로 한국을 살펴본 결과... 감염체의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중사님이
계셨던 공항에는..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 하...하..."
" 그리고 제주도에 태풍이 직격으로 지나가는 바람에 그곳도 피해가 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 다른 곳은..다른 곳의 안전한 곳은 없습니까?"
아무리 싫어도 내가 살던 나라가 쑥대밭이 됐다는 소리는 좋지 않았다.
" 현재 파악된 곳은 제주도가 유일합니다. 소수의 인원이 건물 안에 살아있는
경우는 파악이 힘듭니다."
" 그렇군요. 그럼 저희는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군요."
" 원하신다면 다시 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곳에 가봐야..."
"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 꼴이 되겠군요."
" ...."
내 말에 신혜 연구원은 말을 하지 못했다.
" 다른 인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 아마.. 오늘 대부분 전달이 될 것입니다."
" 네... 갈 곳을 잃었군요."
" 유럽도... 이제는 상황이 비슷합니다. 일반 감염체 보다 더 무서운 녀석들이
활개 치기 시작했으니.."
" 변종 감염체 말씀이신구요."
" 네. 그리고 동물들도 감염된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 혹시.. 이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그 튼튼한 감염체의 정체를 아십니까?"
" 아! 얼마 전에 중사님이 죽인 녀석 말인가요?"
" 네."
" 정확히는 모릅니다. 많은 숫자도 아니지만 워낙에 강해서 포획이 힘들어 제대로
된 조사가 힘듭니다."
" 그럼 슈트를 입은 채 감염된 사람들도 있습니까?"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묻자 신혜 연구원은 대답을 꺼려하는 표정이었다.
" 그..글쎄요.."
" 있군요. 대답이 느린 것을 보니."
" 없다고..말씀드릴 수는 없겠군요."
내가 뭔가 알고 질문을 하니 거짓말을 하기 곤란했을 것이다.
" 만약.. 슈트를 입고 감염이 됐다면.. 저런 형태로 변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 네?!"
" 저런 단단한 피부. 제가 아는 지식에 의하면 아무리 진화가 빠르다고 해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많은 숫자도 아니라면... 가능한 이야기
아닌가요?"
" 정확한.."
" 그런 대답 말고 그냥 말씀해주시죠."
" 하아.."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신혜 연구원은 이곳에서도 꽤 실력이 좋다고 들었으니 뭔가 듣거나 알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눈치가 빠르신 건지.. 아니면 지식이 방대한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크게 틀린 것은 아닙니다."
" 역시..."
" 현재 이곳은 사막 지형이라 인간 형태의 감염체를 제외하면 크게 많은 종류의
감염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변종 감염체가 문제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된 놈들이 많아서.."
" 이제 와서 그런 녀석들이 나타나는 이유가 뭡니까?"
" 이제 와서가 아닙니다.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죠."
" 네?!"
" 더 이상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훈련에 들어가시죠."
신혜 연구원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바뀌며 돌아섰고 나는 훈련장으로 들어가 몸 상태를 점검했다.
점심을 먹고 다시 훈련장을 찾았을 때 박 중사와 김 중사가 내 훈련장에 있는 것이 보였다.
" 뭔 일 있어?"
" 아니.. 그런 것은 아니고 우리 훈련을 조금 바꿔볼까 해서."
" 어떻게?"
" 전에 봤던 팀들이 하는 훈련과 비슷하게 진행하려고."
" 그래?"
" 응. 하지만 이곳에서는 불가능해. 그래서 말인데.."
" 나가서 하자?"
" 역시 눈치가 빠르군."
" 뭐 이곳에서 그런 훈련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뻔하니까. 허락은 떨어졌고?"
" 응. 대신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그날에 복귀하라는 명령이야."
" 용케 허락을 얻었네?"
이런 것을 허락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뭔 수를 썼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보다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 쉽던데? 크게 어렵지도 않았어. 그리고 이야기는 들었어?"
" 응... 거의 전멸했다는.."
" 그래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 이곳에서 최대한 써먹어야 할 테니까. 갈 곳도
없으니.."
" 갈 곳은 있지. 가봐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적어서 그런 것이지만."
내 말에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 냉정하군."
" 언제부터 나가려고?"
" 오늘은 잠시만 나갔다오자."
" 응!"
우리를 예전의 그 팀을 목표삼아 훈련하기 위해 지하에서 나왔다. 하지만 우리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도심에 들어가 안전 구역 외에 구역에서 감염체의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고 가설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감염체들을 보니 제대로 훈련이나 되겠냐는 생각이었다.
" 생각보다 너무 많은데?"
" 이래서야 훈련이 되겠어? 그냥 제거하기 바쁜데?"
벽에 붙어 있는 감염체가 우리를 보고 몰려왔고 거의 일렬로 밀고 들어오는 감염체를 넓게 서서 제거하고 있었다. 이래서 원래 계획했던 팀워크 훈련은커녕 죽이데 급급하게 되었다.
" 헥..헥..."
" 젠장! 뭐야?!"
" 와... 안전 구역을 벗어나니 바로 몰려오네."
"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처음과 다르게 우리는 모여서 싸우기 시작했다. 내 움직임이 크기는 했지만 최대한 붙어서 싸웠고 내가 흘린 감염체를 재효와 기태가 제거해갔다. 김 중사와 박 중사는 서로 붙어 싸웠고 꽤 빠르게 감염체를 제거해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뒤를 돌아보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앞에서 몰려오는 감염체의 숫자도 많았지만 재효와 기태가 확실하게 처리하는 모습에 마음속에 남아있던 조그만 불안감이 사라져버렸다.
" 끄엑!!!"
" 쿵..."
수 없이 많은 감염체가 두 번째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옆에 감염체들이 죽어가던 말던 변화 없이 몰려들어오는 모습에 우리는 빠르게 지쳐 갔다.
" 아무리 슈트라고 해도.."
" 허억...허억..."
다들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고 이미 우리가 지나온 길은 엄청난 숫자의 감염체 시체들이 즐비했다. 그런 우리들이 안쓰러웠는지 어디선가 나타난 팀들이 우리를 도와 감염체를 제거했다. 확실히 인원이 늘어나니 감염체를 제거하는 것은 쉬워졌고 우리도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 매번 민폐인 듯 하네."
" 젠장..."
조금의 휴식 후 다시 몰려드는 감염체를 처리했고 다시 지하로 들어갔다.
" 생각보다 힘드네..
" 괜히 남 좋은 일만 했네."
" 뭔 남 좋은 일이야. 저것들이 사라져야 우리도 밖에서 생활하지."
" 끄응.."
우리를 공동 샤워실에서 샤워를 끝내고 장비를 반납하러 훈련장으로 돌아가려는 찰라 건물 내부에 큰 소리의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 뭐지?"
" 뭐야?"
- 전 인원 2급 전투태세! 전 인원 2급 전투태세! 비 전투인원은 속히 지정된
숙소로 이동하라!-
" 2급 전투태세?"
" 2급이라면.. 감염체가 우리 주변까지 왔다는 건데? 보통은 많은 숫자가
아니라면 경보를 발령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 타닥! 타닥!"
많은 인원들이 장비를 챙겨 각자의 지정 구역으로 이동을 했고 우리도 다시 장비를 챙겨 건물 밖으로 나갔다.
" 빌어먹을.."
" 조금 전 우리가 복귀할 때도 본 적이 없었는데?"
" 도대체 어디서.."
철책 넘어 지금까지 본 감염체중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하는 감염체 무리를 보니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건물에서는 속속 많은 사람들이 나왔고 각자의 무기를 챙기고 자리를 잡는 모습이 보였다. 숫자가 많다 보니 위기라고 느꼈는지 장갑차까지 동원되는 모습이 보였다.
" 위험한가봐?"
" 들은 바로는 현재까지 이런 숫자가 처들어 온 적이 없다고 합니다."
" 헐..."
다른 인원들도 긴장 했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미 첫 번째 철책이 넘어갔고 두 번째 철책을 향해 들어오는 감염체들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