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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밤사이 A구역을 제외하고는 다른 구역에서는 감염체의 공격이 없었고 A구역의 인원들도 안전하게 B구역으로 옮겨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A구역은 지하에서 갑자기 감염체가 나타났고 곧이어 지상으로 연결되는 승강기에서도 밀려 들어왔다고 했다.
" 배신자가 있는 건가?"
" 지하로 어떻게 들어온 거야?"
" B구역은 안전하다고 하디?"
" 현재까지는 별 위험은 없는 것 같은데.. 나도 들은 이야기라.."
박 중사가 어디서 듣고 온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줬다.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문이란 마냥 허허벌판에서 생겨난 것은 아니니 완전히 신용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주변을 정찰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다음 근무자 교대시간이 되었고 김 중사가 다음 교대 팀의 방을 찾아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잠에서 깨고 바로 올라왔던 표정 그대로 올라온 다음 팀은 우리의 특이사항을 전달하고 근무 교대를 마치고 지하로 내려갔다. 대충 슈트를 걸어 놓고 다시 잠에 들기 위해 자리를 잡고 누울 찰라 방과 복도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싸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 비상! 비상! 전투원들은 바로 복장을 착용하고 대기한다!"
" 뭔 소리야?! 우리가 방금 들어왔는데? 밖에 별다른 움직임도 없었는데?"
" 기태도 감염체의 존재를 못 느꼈는데 도대체 어디서.."
우리는 다시 슈트를 입고 방에서 대기했고 잠시 후 복도에서 큰 소리로 외치면서 다니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현재 G구역 안에 감염체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모든 인원은 연결 통로로 집결
해 주십쇼!"
" 에엑?! G구역이면 바로 옆이잖아?!"
" 중간 구역은 어쩌고.."
" 정말 땅굴 파서 들어온 건가?!"
" 빌어먹을!"
우리를 장비를 챙겨 연결 통로로 갔고 이미 많은 인원들이 연결 통로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통로는 구조가 모래시계처럼 만들어졌기 때문에 중간 중간 방어에 유리한 곳이 많았다. 길목이 좁아지는 맨 처음 가장 G구역과 가까운 곳으로 가서 맨 앞에 소총수들이 자리를 잡았고 주변으로 슈트 전투원이 자리를 잡았다.
" 쿵!!! 쿵!!!"
" 저래도 강철 벽인데.. 설마.. 뚫리지는.."
" 모르지. A구역은 어떻게 뚫렸는지 모르겠지만 방심하지 말자."
점점 소리가 커지면서 격벽의 움직임이 커졌다. 우리는 긴장하며 격벽을 바라봤고 갑자기 격벽에서 나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 흠..."
" 뭐지?"
" 물러 간 건가?"
다들 불안감에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긴장을 풀려는 순간 격벽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 쾅!!!"
" 뭐?!!"
격벽은 콘크리트 벽을 무너뜨리며 그대로 넘어졌다. 상대적으로 약한 콘크리트 쪽에서 먼저 균열이 생긴 것이었다. 일반 감염체만 상대할 것으로 생각했는지 보기와 다르게 허술한 면이 많은 것 같았다.
" 사격!!"
격벽이 넘어가자 보이는 변종 감염체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왔고 맨 앞의 소총수들이 화력을 쏟아 붓고 있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몰려드는 감염체로 인하여 우리는 점점 뒤로 물러나게 되었고 중간에 설치된 부비트랩까지 터뜨렸지만 잠시 시간을 벌어 줬을 뿐이었다.
" 후퇴! 후퇴!"
" 다음 격벽으로 가서 빨리 문을 닫아!"
" 수류탄!!!"
" 쏘면서 이동한다!!!"
" 콰아!!!"
다리에 힘이 풀린 몇 명은 이미 감염체의 먹잇감이 되었고 수류탄과 유탄을 쏘면서 후퇴하고 있었지만 변종 감염체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화력은 아니었다. 그래도 일반 감염체들은 제거가 가능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 허억...허억..."
다음 격벽에 도착하고 다들 숨을 몰아쉬었다. 구역마다 격벽은 총 5개였으니 이제 4개가 남은 상황. 하지만 저런 속도로 밀고 들어온다면 밀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 우선 슈트 전투원들이 이번 격벽에서 나오는 녀석들을 막도록 하죠."
" 상대적으로 통로가 좁아 위험할 것입니다."
" 지금 저희가 가진 무기로는 변종 감염체는 거의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이곳에서 싸운다고 한들 많은 숫자를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최대한 많은
많은 양의 화력을 쏟아 부어야합니다."
" 통로가 생각보다 좁고 감염체 전진 속도가 빨라 그대로 밀고 들어오면 아무리
슈트 전투원이라고 해도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 후.."
" 다시 대열을 정비하고 중간에 부비트랩을 설치해!"
" 움직여! 움직여!!"
우리는 전부 바삐 움직이며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감염체의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게 철조망을 가져와 설치를 했다. 하지만 감염체는 다음 격벽을 공격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 두꺼운 벽이 있으면 감염체가 느껴지지 않나봐."
" 뭐?"
" 여기 내려오기 전까지 느껴지는 것이 없었는데.. 내려오고 나니 감염체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저 두꺼운 격벽이 내려오니까 다시 느껴지는 것이 없어."
" 흠.. 그래서 그런 건가? 지하로 들어왔다는 건데.."
" 도대체 어떻게 지하로 들어온 거야?"
" 알아봐야지... 그 전에 저것들부터 정리해야겠지."
" 쿵!! 쿵!!"
다시 격벽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조금 전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게 격벽 앞에 지지대를 세워 용적을 해놨기 때문에 조금은 더 버틸 것 같았다. 하지만 격벽을 두드리는 소리는 얼마가지 않아 멈췄고 밤사이 A구역을 제외하고는 다른 구역에서는 감염체의 공격이 없었고 A구역의 인원들도 안전하게 B구역으로 옮겨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A구역은 지하에서 갑자기 감염체가 나타났고 곧이어 지상으로 연결되는 승강기에서도 밀려 들어왔다고 했다.
" 현재 상황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 급하게 후방 격벽을 보수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지는.."
상황은 암울했다. 첫 번째 격벽이 빠른 속도로 뚫렸고 이제 두 번째 격벽까지 밀고 들어온 감염체였다.
" 최대한 이곳에 부비트랩을 설치해서 감염체의 숫자를 줄여야합니다."
" 하지만 가지고 있는 무기도 한정이 되어있는 상황이라.. 다른 구역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그들도 언제 감염체가 공격해 올지 몰라 쉽사리 지원을 해줄지도
의문입니다. 지상이 아닌 지하에서도 공격이 가능하다면 어디든지 위험한 것은
똑같은 상황이니까요."
" 큰일이군."
" 바닥에 인화성 물질을 뿌려 태우는 것은 어떨까요?"
" 흠..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완전하게 밀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연기가 세어
들어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 지상에 있는 철조망을 뜯어 와서 대충이라도 던져 놓는다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예전의 경험으로 철조망에 걸리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던 감염체였기에 격벽 사이에 많은 양의 철조망을 설치한다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 하지만 지상의 철조망까지 사용한다는 것은 조금.."
" 지금 상황에 감염체가 지상보다는 지하로 공격을 하는 상황이고 여유를 두고
싸워서 이길 상대가 아닌 것을 알지 않습니까?"
" 하아.."
" 우선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하고는 전부 지상으로 올라가 철조망을 수거해
오는 것이 좋겠군요."
" 그래도 제법 단단하게 용접을 했으니 시간을 벌었을 것입니다. 어서 움직이죠."
" 네!"
우리는 최소 인원을 두고 지상으로 나가 철조망을 수거했다. 그러던 중 문득 준장이 했던 명령이 생각이 났다.
" 준장... 그 사람은 이 상황을 미리 예측을 한 것인가?"
" 응??"
" 그렇지 않고서야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는데.."
" 생각해보니..."
"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
" 선견지명인지 아니면 정말 알고 있던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으니 상황을
지켜보자."
우리는 서둘러 철조망을 수거해왔고 격벽 사이에 넓게 펼쳐 깔아 놨다. 다른 인원들이 가져온 철조망도 설치가 완료가 되었고 격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 이상한데.."
" 방향을 돌렸나?"
" 현재 감염체가 F구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 격벽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지원요청이 들어왔습니다!"
" 역시.. 방향을 돌렸군."
" 이쪽에서 대비한 것을 알아 차린건가?"
" 설마..."
" 지원을 갈 여력이 안 되는데.."
" 그래도 시간을 벌었으니 움직이자! 다른 격벽 사이도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혹시 수류탄이나 여유가 되는 크레모어가 있다면 상부 벽을 부수는 것이
어떤가요?"
" 네?"
김 중사의 말에 통로 담당 중대장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감염체를 향해 쏘는 것이 아닌 천정을 쏘라니?
" 크레모어 정도의 위력이라면 상부의 벽을 전부 허물지는 못해도 무너져 내린
파편으로 움직임을 방해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수류탄이나 다른 폭약이
있다면 위력이 강해지니 잘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 하긴.. 높이가 별로 높지 않으니.."
" 우선 김 중사님 말대로 처리를 하겠습니다."
" 설치가 완료되면 격벽을 내리고 다음 격벽을 보수하는데 인원을 투입하죠."
" 어차피 이번 격벽은 틀렸으니 다음 격벽에 힘을 쓰자는 말씀이군요."
" 네. "
" 알겠습니다. 우선 다음 격벽 부비트랩 설치에 지원을 부탁 드립니다."
" 알겠습니다."
우리는 격벽 중간의 통로에 가능한 많은 부비트랩을 설치했다. 어차피 한 개의 부비트랩이 터지면 크게 넓은 공간이 아니었기에 연쇄적으로 터져 나갈 것이었다.
" 더 이상 격벽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네."
" 옆 구역으로 전부 넘어갔나.."
" 불안한데.."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 격벽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서둘러 부비트랩을 완성하고는 격벽을 내렸다. 이 격벽까지 무너진다면 남은 격벽은 이제 3곳에 불과했지만 4번째 격벽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 F구역의 현재 상황에 대한 무전은 있나?"
" 제대로 송신이 안 되서 정확한 내용을 알 수가 없지만 공격이 중단된 듯
싶습니다."
" 이상하군."
" 젠장. 저렇게 설치를 해놨으니 다시 넘어갈 수도 없잖아?"
" 어쩔 수 없지. 저곳을 다시 원상복구 시켜 놀 순 없어. 중간 격벽에 어딘가
구멍이 뚫렸으니 감염체가 들어왔을 텐데."
" 흠.. F구역을 통해서 중간 격벽을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 잠시 무전기 상태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 알겠네."
무전병은 무전 수신 상태가 좋지 않자 이곳저곳을 살핀 후 다시 무전을 가동하여 무전을 들었다.
" 현재 F구역의 감염체가 전부 사라졌다고 합니다."
" 뭐?!"
" 우선 현 상태로 대기한 후에 완전히 멈췄다고 판단이 되면 격벽 사이를
조사하러 인원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F구역에서 저희쪽에 인원을 요청했고
아마도 저희 쪽도 같이 움직일 것 같습니다."
" 거절하기는 힘들겠지. 우리도 옆에 있는 입장이니."
" 현재 인원 중 1/3만 대기후에 내일 오후쯤에 조사를 진행할 것 같습니다."
" 나머지 인원은?"
" 경계를 다녀온 인원은 우선적으로 휴식을 보장하고 앞으로 경계가 편성되어
있는 인원은 그대로 진행. 그 외 인원들은 이곳에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
하라는 지시입니다."
" 그렇군. 우선 박 중사님 팀은 경계 복귀 후에 바로 투입되셨으니 가서 쉬도록
하시죠.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박 중사와 안면이 있는 중대장이라 우리는 제일 먼저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한 명씩 돌아가며 샤워를 끝낸 후에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언제 다시 감염체가 공격해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눕자마자 그런 긴장감은 저 멀리 달아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