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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오후가 되어서 감염체의 공격이 끝났다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는 F구역을 통하여 G구역으로 들어갔다. 이미 쑥대밭이 된 내부와 벽에는 많은 탄흔이 남아있었다.
복도는 피범벅으로 마치 원래 붉은 색의 바닥처럼 보였고 아직 정리 되지 않은 감염체를 제거하며 이동을 시작하였다.
“ 냄새 한번..”
“ 미치겠군.”
“ 부패될 정도의 시간이 아닌데 뭔 냄새람?”
코를 찌르는 악취는 견디기 힘들 정도였지만 우리는 억지로 참으며 주변을 살폈다. 다행이 아직 전기는 원활하게 공급이 되고 있어 밝은 내부였기에 조금만 조심한다면 감염체의 기습을 받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인원을 쪼개서 이곳저곳을 살피던 중 식당 쪽에서 큰 외침이 들려왔다.
“ 이곳입니다! 여기서 감염체가 온 것 같습니다!”
“ 어디야?!”
“ 식당 쪽인가?”
“ 가보자!”
우리는 서둘러 식당으로 이동했고 식당의 모서리 부분에서 움푹 들어간 곳을 볼 수 있었다. 제법 큰 구멍으로 성인 남자 3명은 충분히 나올 만한 크기였다.
“ 이곳으로 들어온 것인가 봅니다.”
“ 도대체 어떻게 콘크리트 벽을 뚫고 들어 온 거야? 도대체 어디서부터 파면서
온거지?“
“ 역으로 가보면 될 것 같은데.”
“ 위험할 수 있습니다. 구멍도 크지 않고..”
“ 이럴 정도의 지능이 있다면 계속해서 감염체를 밀어 넣었을 텐데 중간에
끊어진 이유가 있겠지. 내가 먼저 들어가 볼게. 누가 손전등 좀..“
“ 여기 있습니다.”
“ 그럼..”
난 앞장서서 구멍으로 들어갔고 내 뒤를 따라 김 중사와 박 중사가 따라 들어왔다. 손전등은 제법 성능이 좋아 어두운 터널을 밝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무너져 내린 터널을 볼 수 있었다.
“ 이래서 못 들어왔군.”
“ 아무래도 사막지형이니 지반이 약했겠지.”
“ 이 정도 들어왔다는 것이 대단하네.”
“ 우린 정말 불행한 것이고.”
내 말에 김 중사가 낮게 말했다. 우리가 들어간 터널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빠르게 빠져 나왔다. 나오면서 도대체 콘크리트 벽을 어떻게 뚫었는지 궁금하여 안전한 위치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 대단하다.. 설마 손으로 긁어서 뚫은 거야?”
“ 정말?!!”
“ 여기..이곳.. 손가락으로 긁은 자국 아닌가?”
“ 맞는 것 같기도 한데... 보통 힘이 아니었을 텐데..”
“ 변종 감염체가 뚫었나봐. 이렇게 크게 구멍이 생긴 것도 덩치가 큰 감염체가
나오려면 어쩔 수 없는 크기니까.“
“ 하긴.. 강철 격벽도 힘으로 밀어버리는 녀석들이니..”
“ 이곳도 안전한 곳은 아니군.”
“ 무시무시하다..”
“ 이런 식으로 뚫었다면 다른 곳도 절대 안전하지 않습니다.”
“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 바닥을 전부 강철로 덮어버리면..”
“ 그 정도 양이 있어?”
“ 없겠지.”
“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지.”
“ 콘크리트가 두께가 얇은가봐?”
우리는 불안한 마음에 쓸 때 없는 소리까지 해가며 G구역을 나왔다. 다행히 생존자들이 꽤 있었기에 일정 인원은 다른 구역으로 배정이 되었고 각 구역마다
대비책을 생각해야만 했다. 우리구역도 좋은 의견을 적어달라는 공고가 붙었고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공고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 갈수록 진화 하는군.”
“ 하아..”
“ 대령님이 다녀갔다고 했는데 가봐야 하나?”
“ 그럴까? 인사 못 드린지도 오래됐는데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 지금 상황도
설명을 들을 겸.“
“ 그래.”
박 중사와 나. 김 중사는 대령님이 계신 사무실로 갔고 다행히 대령님은 사무실에 중령님과 함께 계셨다.
“ 오오! 왔는가? 저번에 갔더니 전투에 나가고 없더군.”
“ 네. 저희가 찾아 뵀어야 했는데..”
“ 아닐세! 바쁜 사람들에게 오라가라 하는 것도 그렇지.”
“ 무슨 일이 있어서 찾아오신 건가요?”
“ 흠.. 우선..”
중령님은 문을 닫고 주변을 확인한 후에 우리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 자제들도 어제 사건을 봐서 알겠지만 이곳은 한국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네.
생각해 보면 괜히 왔다는 생각도 들어.“
“ 무슨 일이십니까?”
“ 어렵게 얻은 정보네. 절대 다른 인원에게 말을 해서도 안 되고!”
“ 알겠습니다.”
“ 슈트를 입은 채 감염된 인원들이 월등하게 진화됐다네. 감염체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육체적인 능력도 슈트를 입은 일반 사람과 다르지 않다네.
더군다나 지적능력까지 있는 상황이니..“
“ 쉽게 말하면 감염이 됐지만.. 육체만 감염이 된 상황이군요.”
“ 맞네. 하지만 그들도 인육을 탐하는 것은 똑같다는 것일세.”
“ 하...”
“ 재원군이 저번에 상대했던 피부가 단단한 감염체도 슈트를 입고 감염된 사람이
진화에 실패한 타입이라고 했네.“
“ 역시... 그렇게 단시간에 진화할 리가 없지.”
“ 자네들도 봤듯이 그들은 우리와 흡사한 전략을 펼 수 있다네. 즉 우리는
감정이 전혀 없는 군대를 상대해야하는 상황일세.“
“ 최악이군.”
“ 더 최악은 따로 있다네. 국가마다 안전구역을 확보가 된 상황인데 숨기고
있다는 정보 일세.“
“ 뭐.. 제주도도 그랬고 섬이라면 가능하겠죠.”
“ 한국은 강원도라네.”
“ 네에?!”
“ 말도 안 됩니다! 저희가 강원도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그런
구역은 보지도 못했습니다!“
“ 나도 믿기는 힘들지만 강원도 어딘가 있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다네.”
“ 하긴.. 강원도가 오죽 넓어. 어딘가 있었겠지. 여기처럼 지하에서 생활한다면
솔직히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 왜 그런 곳을 숨긴 것입니까?”
“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 정확한 것은 모르고.”
“ 미국도 안전한 곳이 있는 겁니까?”
“ 동부지역 어디라는 것 외에는 모른다네. 뭐 내가 이 나라 지리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니.“
“ 이곳은 왜 세워진 것입니까?”
“ 이곳은 원래 애초부터 있던 상황인데 사태가 이지경이 되니 급하게 각국에서
인력을 모아 함께 대응법을 찾으려고 했지만 뭐 뜻대로 안된 것이지.“
“ 하긴... 다들 자기 살길이 바빴겠지.”
“ 이런 이야기를 들어봐야 실망도 안 되네. 뭐 한 두 번이어야지.”
난 의자에 몸을 깊게 눌러 앉고는 말을 했다. 허탈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 실망할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도 안했으니 말이다.
“ 다들 어제 사건으로 느꼈겠지만 이곳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네.”
“ 하.. 또 어디론가 가야하는 건가요.”
“ 지겹습니다.”
“ 차라리 이곳에서 터전을 잡는 것은 어떤가요?”
“ 미국이 됐던 한국이 됐던 어디든 상관없으니 안전한 곳을 찾아봐야지.”
한숨을 내쉬며 대령님과 중령님이 말씀을 하셨다. 어디든 상관없으니 이제는 더 이상 도망 다니는 것은 안했으면 했다.
“ 나도 동감일세.”
“ 우선 이곳에 있는 시간동안은 살아남아야 하겠죠.”
“ 이곳에 있는 준장의 속을 알 수 없으니 몸을 사리고 있게나.”
“ 대령님은 뭔가 계획이 있으시죠?”
“ 아직은 없다네.”
“ 하하...”
“ 뭐... 그래도 유비무한이라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하지 않겠나? 너무 튀지
말고 조용히 지내고 있게나.“
“ 알겠습니다.”
“ 이제 슬슬 바빠질 테니 푹 쉬고 체력을 보충하게나.”
“ 네.”
“ 수고하십쇼.”
“ 자네들도 몸조심 하고.”
계속해서 몸조심 하라는 대령님의 말에 뭔가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 특별한 지시가 없는 동안은 돌아가며 지상 경계를 서야했고 이제는 건물 내부 근무도 서야 했다. 바닥에서 수상한 진동이나 균열이 발견되면 바로 움직여야 했고 군대와 비슷한 5분 대기조까지 편성이 되었다. 바닥에서 콘크리트 벽을 뚫고 올라오는 감염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에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인원이 한정이 되어 있는데 근무 구역만 늘어났으니 몸이 혹사당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우리는 재효와 여자들이 묵고 있는 내 방으로 돌아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들의 표정을 그리 좋지 못했다.
“ 이곳도 별로 안전한 곳이 아니군요.”
“ 응. 예상은 했습지만 생각보다 빠른 것 같다.”
“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 정확히.. 예상조차 할 수 없어.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 그럼 저희는...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미란이의 말에 다들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런 그들을 보고 나는 앉아있는 은혜의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어 누우며 말했다.
“ 늙어 죽을 때까지.”
“ 응?”
“ 뭘 그리 걱정해. 이곳은 사막지형이라 농사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한국은
어디서 굶어 죽을 땅은 없잖아? 그러니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 하지마.
어디선가 누군가는 안전한 곳을 만들어 지낼지도 몰라. 우리라고 그런 곳을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고.“
“ 뭔가 자신이 있는 말투다?”
“ 만약.. 이번에도 피해서 움직여야 한다면 정확히 장소를 정해서 완전한 우리
구역을 만들자. 못 할 것도 없잖아?“
“ 훔....”
“ 적어도 한국은 이런 말도 안 되는 감염체는 없으니 안심이지.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굴에 들어온 상황이지만.“
“ 오빠는 옮겨 다니는 것에 별로 거부감이 없네?”
“ 뭐.. 성격이지 어렸을 때도 워낙 전학을 많이 다녔고 애초에 예상한 것 아냐?
한곳에 오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 이런 문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지.”
“ 이런 생활.. 잘해야 몇 년이나 될 것 같아? 애초에 포기하고 살아야해.”
“ 하아..”
“ 그리고 다들 너무 비관적인 것 같은데.. 우리 전혀 상황이 나쁘지 않아. 물론
다른 사람에 비해서 이기는 하지만. 그러니 너무 걱정마. 지금까지 우리 잘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까.“
“ 뭔가 대책이 없지만 말투에서 느껴지는 건 있다.”
“ 풋...”
“ 뭔가 믿음직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 만약 한국에 다시 돌아간다면 우선 공항부터 털고 움직여야지. 어차피
살아남은 사람도 얼마 없을 것이니. 그리고 이곳에서 탈출하게 되면 가능한
많은 물건을 챙겨서 날라야지.“
“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야?”
“ 뭐.. 아직 정확한 계획은 없지만 이곳에 와서 얻어가는 것은 많잖아.”
“ 슈트도 있고.. 뭐 물품이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털어갈 수 있으니.”
“ G구역도 엉망이 됐지만 누구하나 그 안에 있는 물품을 챙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각자의 구역에 아직 남은 물품이 많다는 것이지.“
“ 하긴.. 누구하나 챙겨가는 사람이 없더라.”
“ 그만큼 감염체가 무섭기도 한 것이고. 언제 나올지 모르는 구역이니.”
“ 재원이 넌 얼마나 버틸 것 같아?”
“ 잘해야 한 달?”
“ 왜?”
“ 그.. 감염체에게 지시하는 사람.. 그 사람이 얼마나 지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
이었는 알 수는 없지만.. 나만 해도 감염체를 조종 할 수 있다면 이곳을
쑥대밭을 만드는데 한 달도 안 걸릴 것 같아.“
“ 하긴.. 두려움이 없으니..”
“ 이제부터는 대령님 말씀대로 몸을 사리자.”
“ 응..”
우리는 심각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가벼운 이야기로 화두를 돌려 이야기를 했고 시간이 지나 재효를 두고 우리는 박 중사의 방으로 이동을 했다. 재효도 자신도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우선은 여자들을 지켜야 했기에 우리가 반대했고 어쩔 수 없이 재효는 여자들이 묵고 있는 방에서 원치 않는 합숙을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