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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29화 (12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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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하지만 상황은 좋지 못했다. 단 며칠 만에 5개의 구역이 게릴라전에 의하여 완전히 폐쇄되었고 생존자들이 다른 구역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로인하여

점점 다른 구역의 생활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많은 인원이 지내려고 만든 곳이 아니었고 무너진 구역의 인원이 많다보니 당장에 잘 곳이 부족하게 될 처지가 되었다. 구역들은 점점 폐쇄적으로 변해갔고 안 밖으로 근무를 서야 했기에 남은 인원들의 피로도가 점점 심해졌다. 점점 사람들의 신경이 날카롭게 변했고 심심치 않게 다툼도 일어났다. 그로인해 강제적인 규칙도 생겼고 규칙을 어기면 꽤 심할 정도의 규제도 받았다. 그것도 혼자 규제를 받는 것도 아니고 팀 전체가 받는 것이라 상당히 조심할 수 밖에 없었다.

" 분위기가 좋지 않네."

" 힘들겠지. 잠을 자는 것 외에는 근무 아니면 작업을 해야 하니까."

" 미치겠다..."

우리는 내무 순찰을 하는 시간이라 건물 내부 곳곳을 살폈다. 다른 구역에는 천정을 뚫고 들어온 감염체도 있었기에 이제는 건물 하나하나 속속들이 봐야하는 상황이었다. 넓은 구역은 아니지만 내부를 전부 뒤지고 다니다 보면 근무시간인 한 시간 반은 금방 지나갔다.

" 점점 더워지는 느낌인데?"

" 전력이 부족한가? 요새 정전도 많이 되는 것 같던데."

" 그래도 식량은 부족하지 않으니 다행이네."

" 그래봐야 몇 달이 전부겠지만.."

우리는 건물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말했다. 어느새 근무를 교대할 시간이 되었고 교대 인원이 있는 방으로 돌아가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 벌써 나간건가?"

" 그럴 리가.. 우리가 내내 건물을 돌았는데."

" 들어가 볼까?"

" 남의 방인데 그럴 수는 없지."

" 교대 시간이 지났는데 나오지 않는 것도 이상한데."

" 들어가보자."

" 응.."

하지만 문은 잠겨 있었고 시간은 이미 교대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버렸다. 경계에 틈을 줄 수 없었기에 인원 한 명이 사무실로 가서 마스터 키를 받아오기로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무실 직원과 함께 마스터 키를 가지고 돌아왔다.

" 철컥.."

" 어라??!"

" 와우.."

방은 무척이나 지저분한 상태였다. 하지만 물건들만 어지럽게 늘어진 것 뿐 옷가지나 무기 슈트 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하하.. 설마?"

" 언제 튄 거야?"

" 탈영인가.."

" 난감하군요."

" 가뜩이나 인원도 없는데.."

" 그런데 언제 어떻게 나간거야?"

" 나갈 수 있는 통로라고는 지상에 연결된 승강기가 전부인데?"

" 아니. 지하에 Z구역으로 내려 갈 수 있는 곳이 있으니.."

" 설마.. 비상 탈출구를 이용해서 밖으로 나간거야?"

" 그곳은 상대적으로 근무가 허술한 상황이니까요."

" 어처구니가 없군."

" 처음인데요. 이런 경우."

사무실에서 온 인원도 난감한 표정이었다. 건물의 남자들이 거의 모두가 동원되어 경계를 서도 부족한 상황에 탈영 팀이 생겼고 이 일로 인하여 다른 티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상황도 아니고 내부 생활이 힘들기는 했지만 외부에 비하면 특급 호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 밖으로 나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 고생을 사서 하는 팀이군."

" 도대체 왜 도망간 거야?"

" 밖이 더 안전하다고 느낀 건가?"

" 뇌들이 멈춘 것 같네."

우리는 엉망이 된 방을 바라보며 이야기 했다. 사무실 직원은 윗선에 알리기 위해 돌아갔고 우리는 급하게 다음 근무자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인수인계를 했다.

" 결국.. 자는 시간이 줄어들었네."

" 보미 못 본지도 이틀이 넘었는데."

" 넌 그나마 이틀이지 난 삼일 째야."

" 난.. 삼년 째 인데.."

" ..... 뭐냐 넌.."

김 중사의 말에 다들 실없이 웃었다. 우리는 방으로 돌아가 일 분이라도 더 휴식을 취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탈영한 팀으로 인하여 후폭풍은 꽤 심각한 상황으로 변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다른 팀들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많은 유언비어가 퍼져 나갔다.

" 감염체로 인해서 대부분 구역이 파괴됐다던데.."

" 슈트 팀들이 많이 탈영했다던데.."

" 준장님이 도망갔다는 소리가.."

" 식량이 점점 부족하다는.."

도대체 어디가 근원지인지 몰라도 말도 안 되는 말들이 오갔다. 덕분에 준장만 바빠진 상황이 되었다. 일일이 팀들을 방문하면서 독려하기 시작했고 실내 온도도 낮아지고 배급으로 나오는 음식의 질이 좋아졌다.

" 우선 지금 상황을 막는 것이 급급한가봐."

" 조삼모사 같은데.."

" 하아.."

" 어?! 준장님."

" 김 중사군. 잘 지냈나?"

" 네. 요새 바쁘시군요."

" 뭐... 솔직히 암울하군."

" 네.."

" 오늘 아침 3개 구역이 완전히 무너졌네."

" 네?!!"

동시에 3곳의 구역이 감염체의 공격을 받았고 생존자는 거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공격을 했어도 한 곳의 구역만 공격을 했고 생존자들은 많은 편이었지만 오늘 아침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고 했다. 뚫린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이어지는 터널의 방벽을 내리지도 다른 구역에 통보도 하지 않고 경보도 울리지 않아 양 옆의 구역이 초토화 됐다고 했다. 물론 경계를 서는 병력이 있기는 했지만 이른 아침이라 대부분의 인원들이 수면을 취하고 있었고 경계 인원들도 기습을 받음과 동시에 콘크리트 벽을 뚫고 시간차를 두고 공격했기에 피해가 컸다고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구역 마다 연결되어 있는 터널의 격벽들을 모두 닫아 봉해버렸고 각 구역마다 추가로 탄약과 식량이 지급되는 모습이 보였다.

" 일반 탄도 전부 소모하겠다는 생각인가?"

" 실내에서 어차피 소총 소리가 들려도 크게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 서로 힘을 합쳐도 부족한 상황에 다들 격리된다면 각개 격파당할 것 같은데."

" 아마도 감염체가 원하는 것이 그것일지도.."

" 네?"

" 서로의 힘을 분산시켜 조금씩 공격하면서 이곳을 점령하려는 것 같다고 예상

되네."

" 저희 구역이... 인원이 가장 적죠 아마?"

" 그렇다네. 가장 많은 인원이 상주하는 곳과 8배가 넘게 차이나고 우리

다음으로 적은 구역도 거의 2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 상황이네."

" 인원이라도 많아야 하는데.."

" 준장님!!"

사무실의 직원이 다급하게 뛰어오며 준장을 찾았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 현재...  J구역을 중심으로 양 옆 구역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 뭣이?!"

" 또?!"

" 소문에는 이곳에 벙커버스터를 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앵?!!"

" 도대체 왜.."

" 현재 100km 거리를 두고 대규모의 감염체가 몰려오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상부에서 이곳을 버리고 모였을 때 폭탄으로 감염체를 정리

하겠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 도대체 저런 소문은 어디서 나오는 거람."

" 이말은 소문이 아닐세."

" 네?"

" 원래 계획에 있던 내용이기도 하고.. 감염체가 몰려오고 있다는 것은 지금

처음 들었지만.."

" 숫자는 얼마나 되나요?"

" 레이더에 가득 채울 정도라고하니.."

" 가늠이 안 되겠군요."

" 이곳을 버릴 생각이십니까?"

" 아직은 아닐세. 우리가 있는데 이곳에 미사일을 쏠리는 없지."

" 그곳에서 지원은 없습니까?"

" 지원이 있기는 했지만 현재 저희는 지원을 갈 인원이 없습니다. 간신히 근무를

유지하는 상황이라.. 그쪽도 저희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 흠.."

" 우선 혹시 모르니 경계를 더 신중하게 하고 지상은 버리도록 한다. 감염체의

공격 방향이 지상이 아닌 지하로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상황이니 우선 지상은

버리도록 한다."

" 알겠습니다."

" 계속해서 1급 경계 태세는 유지하고!"

" 네!"

" 난 다른 구역과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네."

준장은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갔고 곧이어 지상에 근무를 하던 인원들이 건물로 복귀를 했고 내부 근무로 변환이 되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웠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인원수대로 비상식량을 나눠줬고 생존 킷까지 나눠주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전력은 충분한 상황인지 제법 춥다고 느낄 정도로 냉방이 지속되었고 건물 내부는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근무자를 제외하면 돌아다니는 인원은 없었다. Z구역으로 내려가는 통로에도 근무자가 편성이 되어 혹시나 역으로 공격해오는 감염체를 감시했고 다행히 우리 구역은 별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분명이 나를 걱정하고 있을 은혜를 안심시키기 위해 잠시 시간을 내어 방으로 들렸고 내 빈자리는 재효가 채워줬다. 오랜만에 여자들과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냈고 소소한 휴식이었지만 마음은 꽤 가벼워졌다. 은혜도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었고 다른 인원들도 잘 버티고 있었다.

"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네."

" 뭐.. 아직 우리 구역은 멀쩡하고.."

" 언제 공격해 와도 이상할 것이 없군요."

" 응.. 그래도 철저히 대비를 하고 있고 다른 구역과 다르게 내부 경계를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공격 온다고 해도 바로 밀릴 것 같지는 않아."

" 하아.."

" 그리고 우리가 있으니 쉽게 밀리지 않을 거야."

" 네.."

"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답답하더라고 한 동안은 여기서 숨죽이고 있어야겠지.

" 답답해요."

" 이곳에서 빛도 못보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아?"

" 에휴.. 알아. 알아. 하지만 어쩌냐? 지금 나간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 알지.."

다들 알고는 있지만 하소연을 하고 풀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여자 세 명의 하소연을 듣고 같이 호응해주며 이야기를 나눴다. 식사는 나눠준 비상식량으로 간단하게 챙겨 먹고는 잠이 들었다.

며칠 사이에 구역의 20%가 넘게 감염체의 공격을 받고 폐쇄가 된 상태. 점점 더 구역끼리는 폐쇄적으로 변했고 사람들의 긴장감은 날로 높아졌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인원이 많았고 남자들을 긴 근무시간으로 인해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공격 받기 전에 자멸할 것은 뻔했다.

" 미치겠군."

" 이제 슬슬 근무도 대충 서는 것 같은데.."

" 며칠이나 됐다고 다들 늘어지는거야?"

" 늘어지기 보다 피곤해서 그런거 아닐까? 우리만 해도 제대로 잠도 못자는데

다른 인원은 얼마나 힘들겠어."

" 하음.."

우리 역시 체력적 부담이 몰려오고 있는 상태인데 다른 인원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래도 우리라도 제대로 대응을 해야 우리 일행들이 탈출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졸린 눈을 비비고 건물 내부를 살폈다. 다행히 건물 내부에는 큰 균열이나 이상증세는 발견되지 않았다. 돌아다니는 인원이라고는 근무자가 전부였으니 건물 곳곳에서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가기 시작했고 삭막하게 변해갔다. 다른 팀들끼리도 가뜩이나 없는 대화는 완전하게 단절이 되었고 분위기는 이미 준장이 손 쓸수 없을 정도로 무겁게 가라 앉은 상황이었다. 뭐 준장이 한 것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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