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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다른 구역들은 큰 피해는 아니지만 심심치 않게 감염체가 터널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내부에서 충분히 방어에 신경을 썼기 때문에 큰 피해는 받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빠르게 지쳐갔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 감염체는 더욱 더 무서운 상대가 되었다. 교묘하게 시간차를 두고 공격을 하지만 큰 피해를 주지 않았고 다른 구역에는 심리적인 압박을 주면서 심신이 지쳐가도록 하는 방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덕분에 크게 흔들린 생존자들은 빠르게 분열해 가기 시작했고 가뜩이나 없는 교류가 이제는 완전히 단절되어 버렸다.
“ 왜 난 어딜 가든지 잘 되는 것이 없냐..”
“ 응??”
“ 하긴.. 형이 옮긴 회사 중에 대부분이 망했지?”
“ 응..”
“ 뭐??”
“ 아.. 형이 이직이 많은 직업이라 회사를 몇 번 옮긴 적이 있었는데 형이 옮기
면 괜찮던 회사도 망해가더라고요.“
“ 그래서 마지막 회사를 제외하고는 내가 다닌 회사 전부가 지도상에서
사라졌지.”
“ 그것도 능력인데? 망하기 전에 나갔다는 것 아냐?”
“ 뭐.. 굳이 내 능력이 아니지..”
“ 하하!”
시시한 농담을 건내며 분위기를 풀어갔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매일. 매 시간 같은 행동을 하려니 지루했고 점점 지쳐만 갔다. 다른 팀들도 표정을 보아하니 지겹고 힘든 것이 바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 이제는 식사도 별로네.”
“ 그래도 덥지 않은게 어디야.”
“ 하긴...”
“ 비상! 비상!”
“ 응?!”
식당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있던 중 스피커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서둘러 장비를 챙기고 이동을 했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무실 근처로 달려갔지만 도착하기도 전에 상황을 알 수 있었다.
“ 젠장!!”
“ 뭐..뭐야!!”
“ 재 장전!!!”
“ 타탕!! 쾅!!!”
“ 수류탄!!!”
사무실로 가는 우리가 평소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던 곳에 큰 구멍이 생겨났고 그 속에서 감염체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서둘러 그곳을 방어했고 구멍을 메우기 위해 수류탄까지 던졌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 피해!!”
“ 쾅!!!”
“ 젠장...”
수류탄을 던지던 인원이 감염체의 공격을 받아 그대로 손에서 놓쳐버렸고 많은 인원이 피해를 입었다. 그 사이 감염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고 우리는 구멍을 중심으로 둥글게 서서 기어나오는 감염체를 제거해 갔다.
“ 너무 이곳에 몰려 있지 말고 찢어져서 다른 곳을 살펴봐!”
“ 재 장전!!”
“ 젠장!! 수류탄 남는 인원?!”
“ 여기 있습니다!”
“ 투척!!”
“ 쾅!!!”
“ 콰앙!!!”
그래도 구멍이 작아 수류탄을 던지면 시간차를 두고 감염체가 나왔기 때문에 숫자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이곳은 미끼일 수 있었기에 다른 인원들은 건물 내부를 빠르게 건물 내부를 수색했고 다행히 이곳을 제외하면 공격받은 곳은 없는 것 같았다.
“ 다른 곳은 이상이 없습니다!”
“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변을 감시하는 인원은 배치하고!!”
“ 이제 슬슬 나오는 속도가 줄어간다?”
“ 다행이다.”
“ 수류탄!!”
“ 쾅!!!”
이제는 여유롭게 수류탄을 깊게 던져 넣으며 구멍을 메우기 시작했고 중간에 통로가 무너진 것인지 감염체는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 이 녀석이 파고 올라왔나 보다.”
“ 뭐... 뭐 이따위로..”
“ 생긴 게..뭐...”
변종 감염체 중 덩치가 큰 녀석이었고 손에는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상처가 잔뜩 생긴 모습이었다. 맨 처음 나타나 제일 먼저 죽음을 맞이한 녀석이니 이 녀석이 선두에 서서 파고 올라온 것 같았다.
“ 이 손으로 콘크리트를 파고 왔다는 건가? 대단하네..”
“ 현재 다른 구역도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 레이더에서 감염체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입니다!”
“ 뭣이?!!”
“ 뭐?!!”
“ 서..설마.. 그 많은 감염체가 모두 지하로 이동하는 것은..”
“ 거리가 얼마 인가?”
“ 여기서 직선거리로 약 50km 떨어진 곳입니다!”
“ 걷는 것도 시간이 걸릴 거리인데 지하로 온다면 더 많이 걸릴 것 같은데 굳이
지하로 이동을 하는군.“
“ 어디로 어떻게 올지 모르니까. 심리적으로 우리는 더 위축이 되겠지.”
“ 하긴.. 급한 건 우리가 아니니까..”
“ 하아..”
“ 우선 임시로라도 구멍을 메우도록 하고 근무 인원은 계속해서 근무를 서도록
한다! 다른 인원은 지상으로 나가서 자재를 구해오도록!“
“ 네!”
“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지상의 자재를 구해온다면..”
“ 지상으로 밀고 들어온 다면 힘들겠지.”
“ 이제 철조망도 철책도 많이 뜯어간 상황 아닌가?”
“ 응. 다른 구역에서 마구 잡이로 뜯어가서 마지막 가설 벽을 제외하면 남은게
거의 없을걸.“
“ 심각하군.”
“ 지상에 가설 벽을 설치한 안전구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별로인가?”
“ 응?”
“ 아니.. 지상에 안적구역을 만들어 놓고 우리는 왜 지하에서 생활하고
있는 거야?”
재효의 물음에 박 중사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 안전 구역일 뿐 식량이나 무기는 이곳에 남아있고 전기 선 작업도 시작도
못 한 상황이라..“
“ 아니.. 그건 알겠는데.. 굳이 전기와 무기가 필요해? 먹을 식량만 챙겨서
간다면 차라리 이곳보다 안전할 것 같은데요?“
“ 응?”
“ 우리 너무 문명의 혜택을 받기 위해 이곳을 놓지 못하는 것 같아서요.
공항에서도 도심을 파괴하지 않은 것이 이길 수 있는 것을 가정해서 그곳에서
생활을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보병만 투입해서 제거하려다 완전히 밀려
버린 것 아닌가요?“
“ 흠...”
맞는 말 이었다. 지금 이 상황보다 차라리 식량을 챙겨 지상으로 나가 안전구역에서 생활은 한다면 이곳보다 더 안전한 상태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온전한 상점이 더 많은 곳이라 유통기한이 긴 캔 음식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니 이렇게 마음 졸이며 이곳에서 생활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그것을 알고 있는 인원들이 이곳의 생활을 포기하고 탈영했을 수도 있었다.
“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군. 우리가 너무 버릴 줄을 몰랐네. 앞으로 누릴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누리고 싶은 마음이었나..“
“ 신선한 충격이군.”
“ 뭐라니 이 자식은..”
재효의 말은 우리에게 다시금 현 상황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왜 도망갈 곳도 없는 이곳에서 죽자고 지키고 있는 것인지. 남들이 다 이곳에 있으니 우리도 이곳에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일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있다가 박 중사를 보며 이야기 했다.
“ 나가자 그럼.”
“ 응?”
“ 남들처럼 탈영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제대로 말을 하고 나가자. 이 상황에
우리가 이곳에 남는 것은 위험을 자조하는 것이라고 말을 하고 차라리
지상에서 감염체를 제거하겠다고 하자.“
“ 과연 허락을 해 줄까? 한 명이라도 급한 상황에.”
“ 한 명이라도 급한 상황인데 사무실 사람들은 아무도 근무를 서지 않아.
그리고 방 마다 남아 있는 인원이 있다는 것도 알잖아? 우리도 돌아가며
방에 남자들을 두고 나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 나간다고 하면 슈트를 반납하라고 하면 어떻게? 아까우데..”
“ 남의 슈트를 입을 수는 없다고 했잖아? 이런 상황에 우리 슈트를 다시 달라고
해서 남에게 줄 시간적 여유도 없고 차라리 지상에서 돌아다니는 감염체를 죽
이는 것이 이들에게는 이익일수 있어.“
“ 흠..”
“ 대령님에게 의견을 물어보자.”
“ 그래..”
우리는 눈치를 봐서 그곳을 빠져나왔고 대령이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 무슨 일인가? 지금 내부에 비상이 걸린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 네. 휴식 공간에 감염체들이 구멍을 뚫고 공격해 왔습니다.”
“ 결국...”
“ 대령님. 저희는 지상으로 나갈 생각입니다.”
“ 뭐?!”
“ 이곳에 있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아무리 Z구역이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
감염체가 밀고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고 얼마전까지 지상에 보이던 감염체가
이제는 지하로 들어갔다는 정보도 들었습니다.“
“ 맞네.. 하지만 지상으로 나가는 것을 과연 준장이 허락해 줄까? 자네들이 입고
있는 슈트를 당장이라도 벗고 나가라고 할걸?“
“ 남들이 입을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 내가 갖지 못해도 남 주기 아까운 물건 아닌가? 그런 물건을 줄 리가 없지..”
“ 하긴...”
“ 만약 나간다고 하면 다른 팀원들처럼 탈영이 좋은 방법일 것 같네.”
“ 뭔가 찜찜해서요..”
“ 풋.. 나간다고 결심한 녀석들이 이제와 뭐가 찜찜하다는 건가? 차라리 주변
구역들을 털어 무기와 식량을 챙겨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구만.. 감염체들은
한번 털었던 구역에 다시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언제까지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그런 행동들이 나타나지 않으니 지금이라도 털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네. 그리고 지상에 차량들의 키는 창고에 보관되어 있으니 가져
가게나.“
우리가 이곳을 나가겠다는 것을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을 하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 저희만 나갈 수 없습니다. 중령님과 대령님도 같이 가셔야..”
“ 나는 이곳에서 할 일이 있으니 걱정말게나. 아무리 준장이라고 해도 이곳에서
우리에게 징계를 내릴 정도는 아니니까.“
“ 하아..”
“ 이 무전기를 챙겨가게. 채널이 여기서 쓰는 채널은 아니니 도청의 염려는
없다네. 매일 9시 15시 21시에 30분간 켜놓고 있게나. 혹시 상황이 변하면
무전으로 알려줌세.“
“ 감사합니다.”
“ 뭘...”
“ 그럼..”
“ 언제 나갈 생각인가?”
“ 뭐 가능한 빠르게 나가야겠죠.”
“ 흠.. 그럼 나가기 전에 꼭 G구역은 둘러보고 가게나.”
“ 네?”
“ 그곳은 여기서 가장 많은 식량과 무기를 가진 구역이었으니 남은 양도
상당할 것이네. 그러니 손해는 없을 거야.“
“ 감사합니다.”
우리는 단체로 인사를 하고 대령님의 방을 나왔다. 오래 있어봐야 남들 보기에 좋지 않을 수 있기에 서둘러 방을 나왔고 여자들이 머물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 앞으로 우리 상황에 대하여 설명을 하려고 다들 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