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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우리의 설명을 들은 여자들은 예상을 했다는 표정이었다. 이미 방에는 짐을 정리한 가방이 보였고 지급 받은 비상식량도 아껴서 모아둔 것이 보였다.
" 저희도 예상을 해서 괜찮아요."
" 미안.."
" 뭐가 미안해요. 자기 잘못이 아닌데."
" 그래도..계속해서 이동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할 때마다 미안하네."
" 미안해하지 마요."
" 응.."
은혜의 위로에 조금은 심적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우리는 말이 나온 김에 바로 이동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고 야간에 건물 내부 순찰이 끝나면 바로 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어차피 지상에 근무를 서는 인원도 얼마 되지 않았고 서고 있는 인원들은 대부분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발각될 위험은 적었다.
" 야간 건물 내부 순찰이 끝나면 바로 이동을 시작하자."
" G구역에 물건이 많다고 했는데.. 지금 바로 가볼까?"
" 김 중사와 재효가 다녀오도록 해. 가능하면 우리 근무 시간 전에 복귀하고.
보는 눈도 있으니."
" 응."
" 너무 무리는 하지마."
" 알았어!"
김 중사와 재효는 가방을 챙겨 몰래 지상으로 나갔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대령님이 주신 무전기를 가동했다.
" 제발 무사히 와야 하는데.."
" 대령님이 한 번 온 곳에는 감염체가 다시 오고 있지 않다고 했으니 큰 위험은
없을 거야."
" 그건 지금까지고.. 꼭 이런 상황에 그런 것이 깨지더라."
" 하늘에 따라야지.."
" 쩝.."
우리는 짐을 정리하며 말했고 얼마 되지 않은 짐은 금방 정리가 되었다. 박 중사는 우리가 타고 온 수송기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인원도 없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마음도 별로 없었다.
" 언제까지 이 근처에서 방황할 수는 없잖아? 차라리 지리가 익숙한 한국이
생활하기는 편하겠지. 농사를 지어도 이곳보다 좋을 것이고."
" 현재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고 하니까.. 왠지 더 가고 싶지 않아."
" 그래도.."
" 나도 다시 돌아가는 것에 찬성이야. 사막지형은 너무 하잖아?"
" 돌아간다고 하자. 수송기는 어떻게 이륙시킬 건데?"
" 끄응.."
" 대령님이 가셔야 가능한 일인데. 우리와 같이 나가자고 해도 가시지 않는 상황
인데 한국으로 돌아가시죠? 이럴까?"
" 쩝.. 도대체 대령님의 생각을 알 수가 없다니까."
" 그래도 우리에게 대령님이 안계셨다면 지금쯤 우리는 감염체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을걸."
" 하긴.."
" 좋으나 싫으나 우리를 지금까지 잘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주신 분이야."
" 이번에는 너무 기대를 하지 말자.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니. 뭔가 도움을
주실 것은 확실하지만 그 내용에 너무 기대를 하지 말자."
" 음.."
" 가능한 빠르게 움직여야 하니까 여자들은 조금은 쉬어두고. 우리는 가서
비상식량을 받아올게."
" 가능해요?"
" 어차피 받는 기간이고 누구에게 얼마나 줬는지도 모를걸? 대충 불출하는 것
같으니 눈치를 봐서 몇 개 더 얻어올 수 있다면 얻어와야지."
" 읏챠!"
나는 뻐근한 몸을 일으키고 비상식량을 받으러 움직였다. 나와 박 중사가 받으러 갔고 미란이와 은혜가 다시 받으러 갔다. 미란이와 은혜는 일부러 말을 많이 걸며 수다를 떨었고 내심 호감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신이 없어서 인지 중복으로 비상식량을 받는 것은 성공하였다.
" 오오.. 대단한데.."
" 이것이 미인계라는 건가.."
" 하하... 그것도 더 많이 줬네?"
" 역시... 외모지상주의가 무섭단 말야.."
" 씁쓸 하구만.."
결과는 좋았지만 여자 친구를 이용했다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은혜는 자신도 뭔가 했다는 것이 기분이 좋은지 들뜬 모습이었고 그런 모습을 보고 내가 시무룩해 있을 이유는 없었다. 어느덧 시간은 지나 우리의 근무를 서야하는 시간이 되었고 다행히 물건을 구하러 갔던 김 중사와 재효는 무사히 복귀를 할 수 있었다.
" 물건이 생각보다 많아. 비상식량도 꽤 많이 적재되어 있고 하지만.."
" 하지만?"
" 감염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다른 곳에 구멍이 뚫렸는지 일정 숫자는 계속
나오는 것 같았어. 물론 우리가 숫자가 적어서 그런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아예 막힌 것은 아닌 것 같았어."
" 우리 모두 움직이면 위험할 수 있다는 소리군."
" 그래도 꽤 많은 양을 챙겨 왔으니 너무 걱정마."
" 내부 근무가 끝나면 바로 움직일 생각이야?"
" 응.. 그전에.. 재원이만 두고 다른 인원들은 중간에 빠져서 다시 G구역을
들어가서 물건을 챙겨오자."
" 왜 하필 나야?"
" 지금 우리 팀에서 가장 얼굴이 팔린 녀석이 네 녀석이라 네가 없다면 다른
사람들이 의심 할 수 있어. 그러니 네 녀석 혼자라도 돌아다녀서 우리 팀은
아직 근무를 서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해."
" 괜히 혼자 다니는 것을 의심하면 어떻게 해?"
" 뭐. 다른 팀들은 흩어져서 수색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의심하지는
않을 것 같아. 뭉치는 것 보다 세세하게 둘러보려면 인원이 찢어진 상태에서
수색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어째든 구멍만 살피면 되는 상황이니까."
" 하긴.."
" 그렇다고 너무 마음 놓고 다니지 말고."
" 걱정마."
" 잠시 후면 교대 시간이니. 교대에는 전부 나가서 얼굴 도장을 찍고 교대자들이
들어가고 나서 10분 후부터 움직이도록 하자."
" 응!"
" 우리가 갈 곳은 여기서 가까운 안전 구역이야. 현 상황에서 탈영병이 생겼다고
수색을 할 여유가 없으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고 이 구역을 정한 이유는
그래도 주거지역이 아닌 상점 밀집지역이라 식량을 구하는데 수월할 것 같아서
그런 것도 있고 지형이 감염체를 공격하기에도 좋은 곳이라 선택했는데.. 다른
의견 있는 사람 있어?"
" 뭐.. 박 중사가 잘 했겠지.."
" 나도 별다른.."
" 너무 나를 맹신하는 것 아니냐?"
" 뭐..책임 회피라고 해두지.."
" 못된 녀석 같으니.."
" 하하!"
우리는 웃으면서 방을 나갔고 근무교대를 위한 곳으로 이동을 하여 전번 근무자와 특이사항을 전달 받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근무에 투입되는 것처럼 행동하였다. 역시나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들 이미 마음이 떠난 것처럼 행동하였기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관심이 없는 팀이라 우리로써는 무척이나 다행인 상황이었다.
" 수고 하셨습니다."
" 네. 수고하세요."
큰 의미도 없는 무미건조한 인사를 끝으로 그들이 방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에
15분 정도 기다리고 나를 제외한 다른 인원들은 지상으로 나가 옆 구역으로 들어갔다.
" 참네.. 대단한 작전이야. 나를 혼자 두고."
나는 건물을 거닐며 한가롭게 주변을 둘러봤다. 밤이 깊은 시간이라 내 발걸음
소리를 제외하면 들리는 것은 없었다. 이렇게 조용한데 콘크리트를 부수고
들어오는 감염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주거 지역을 지날 때 간혹 방 틈새로 숨 넘어 가는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내 청력이 좋아졌기에 들리는 것이지 보통의 평범한
사람은 문 앞에 귀를 대야 들릴 정도의 소리였다.
" 세상이 이래도.. 역사는 밤에 쓰여 지는구나..하하.."
혼자서 실없이 웃으며 이곳저곳을 살피던 중 방을 나온 사람이 보여 약간은 긴장하게 되었다.
" 무슨 일이십니까?"
" 아.. 아닙니다. 그냥 잠이 오지 않아.."
몇 번 얼굴을 본 적은 있지만 특별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그도 혼자 다니는 내가 이상하지 않은 듯 표정변화
없이 산책을 하듯이 걸어 다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보이는 내부에는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가 보였다.
“ 어라? 혼자 지내고 있는 걸로 알았는데.. 아니었나?”
뭐 남의 일이니 신경 쓸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평화로웠던 시절보다 남녀사이의 교제가 가벼워진 느낌은 있었다. 문란하다는 것보다 생존의 처절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나는 씁쓸한 느낌을 뒤로 하고는 다시 건물 내부를 둘러보았다. 이미 한번 뚫린 경험이 있었기에 다들 긴장하는 듯 심심치 않게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지하에 있는 건물이라 더운 것은 없었고 더군다나 실내 온도는 덥거나 춥지도 않은 생활하기 딱 좋은 온도였기에 잠을 자는 것에는 무리가 없는 온도였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 흠...애들은 잘 하고 있으려나?”
시간이 꽤 지났지만 소식이 없는 우리 일행을 보며 조금씩 불안해져갔다. 그래도 나를 제외하면 김 중사와 박 중사. 그리고 재효는 나와 다르게 매우 신중한 면이 있었기에 크게 불안한 것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모를 감염체의 공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내 걱정과 다르게 우리 일행은 무사히 복귀하였다.
“ 어서 움직여! 어서!”
“ 차량이랑 물품은 구했어?!”
“ 생각보다 많은 양이 있었어. 그러니 걱정마!”
“ 어서 움직이자!”
우리는 서둘러서 짐을 챙겨 지상으로 올라갔다. 어차피 우리가 야간 근무조라 방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상에 미리 구해둔 차량으로 우리는 신속하게 이동을 했고 그렇게 욕을 했던 탈영병과 다를 것이 없는 행동을 하고 있어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저들이 우리를 지켜줄 것은 아니었기에 내 스스로 합리화 시켰다.
“ 대령님은 별 일 없겠지.”
“ 너무 걱정 하지마.”
은밀하게 우리는 안전 구역 지역으로 이동을 했다. 아무리 안전 구역이라고 해도 야밤에 이동하는 것은 꽤 위험한 행동이었기에 우리는 급하게 건물을 정하고 그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건물은 일반 식당으로 보이는 2층 건물이었고 꽤 넓은 주차장을 가진 식당이었다. 급하게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 2층으로 올라가 계단을 막고 급하게 방어선을 구축했다. 미리 준비해온 텐트를 자리를 잡고 설치를 했고 주변을 경계했다. 아무리 안전 구역이라고 해도 방심은 금물이었기에 우리는 긴장하며 자리를 잡았다.
“ 그래도 안전 구역이라고 조용하네.”
“ 이상하리 만큼... 조용하네..”
“ 현재 감염체들이 지하로 움직이고 있으니.. 지상은 오히려 안전하겠지.”
밤하늘에 수를 놓듯 펼쳐진 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했다. 꽤 쌀쌀한 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지만 개운한 바람이었다. 다들 긴장이 풀려서 인지 여자들은 바로 잠에 빠진 모습이었고 재효도 얼굴을 끄덕거리며 졸고 있는 모습이었다.
“ 우선 돌아가며 근무를 서자. 내가 제일 먼저 할게. 두 시간을 먼저 할 테니
다음은 박 중사가 하는 게 어때?“
“ 응. 뭐.. 나야..”
“ 그럼... 우선 다들 긴장이 풀렸을 테니 쉬고들 있어.”
나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주변을 살폈다. 감염체는 커녕 움직이는 생명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달빛만이 주변을 희미하게 밝혀줄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박 중사가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 앞으로 어쩔꺼야?”
“ 응?”
“ 생각해둔 계획이라도 있어?”
“ 글쎄..”
“ 솔직히... 더 이상 의욕이 없네..”
“ 너마저 그러면 되나.. 실질적인 우리의 리더인데..”
“ 하하! 리더라..”
“ 하지만 너무 부담을 느끼지마. 우리가 최대한 도와줄 것이고 네가 리더인 것은
군인으로써 경험이 있고 현재 생존에 관한 능력이 가장 좋잖아.“
“ 그런 말을 하면서 부담을 느끼지 말라는 것이 웃기지 않냐?”
“ 하하!!”
난 박 중사의 등을 두드리며 웃었고 조금은 편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박 중사를 보고 나도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