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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위에 있는 독수리로 보이는 녀석들은 점점 숫자가 불어나기 시작했고 날은 어두워져만 갔다. 그래도 가정집을 돌며 구한 약간의 식량이 있었기에 하루 정도는 버틸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있는 집에서도 생수 몇 통을 구할 수 있었고 2층 집인 형태라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 방에 자리를 잡고 하늘을 바라봤다.
" 점점 숫자가 늘어간다.."
" 미치겠군.. 마음먹고 뛰어볼까?"
" 뛰어서 집에 도착하면? 우리 말고 다른 애들도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어."
" 하아.. 젠장.. 언제 다른 곳으로 가려나?"
" 먹잇감이 여기 있는데 다른 곳으로 갈까?"
" 안가겠지.."
" 하아.. 환장하겠군. 오늘 못 돌아가면 애들이 엄청 걱정할 텐데."
" 우선.. 좀 쉬자..."
" 이것 좀 먹어."
" 응.. 물 여기 있다."
" 해 떨어지니까 쌀쌀해 지는데.."
" 사막이라 그런가? 바로 기온이 내려가네."
우리는 사이좋게 초코바를 씹으며 말했다. 하늘에서 가끔씩 정체불명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완전히 해가 지고 나니 긴장감은 배가 되었다.
" 하아.. 돌아가면서 잠을 자두자."
" 다른 창문이 없는 방을 찾아보자. 둘이 돌아가면서 자는 것은 오히려 체력
소모가 더 심할 것 같고 우리가 나가지 않는다면 집 안으로 들어올 것 같지
는 않으니까."
" 옆방에 창문이 없던 것 같은데 확인하고 올게."
" 응."
박 중사는 우리 둘이 돌아가며 사태를 살피는 것보다 차라리 둘 다 잠을 자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처음에 우리를 따라 들어왔던 녀석은 아무래도 이성을 잃어 들어온 것 같은데 처참하게 죽어가는 것을 봤는지 모르는지 집 안으로 들어오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 생각보다 지능이 좋은 것 같은데.."
옆방에는 창문이 없는 방이라 우리는 문을 굳게 잠그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문 옆에 바리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 가구를 옮겨 놨고 잠이 들기 전까지 조심스럽게 옆방의 창문을 이용해 하늘을 살폈지만 이미 해가 떨어진 상황에 제대로 보일 리가 없었다.
" 제대로 보이지는 않은데 뭔가 날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 해가 다시 떠야 움직일 수 있겠군."
" 응.. 지리도 익숙하지 않은데 섣불리 움직여서 새 밥이 되고 싶지는 않다."
" 휴.."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는 누웠다. 이 방에는 침대가 하나라 다른 방에서 매트리스만 가져왔고 이불을 덮고 누우니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았다.
" 하아.. 이런 상황에 잠이 쏟아지네."
" 몸은 피곤하니까."
" 별일 없겠지?"
" 설마 밀고 들어오겠어. 그리고 문 앞에 가구를 뒀으니 바로 부수고 올 수
없을 거야."
" 에라이!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이럴 줄 알았으면 대령님이 준 무전기를
가져올걸!"
" 그러게 말이다.."
" 잘자라.."
" 너도.."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바로 잠에 빠졌고 다시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새벽 5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다.
" 끄응.."
그래도 잠자리가 편해서 인지 몸은 가벼웠다. 단지 먹은 것이 얼마 없었기에 배가 고픈 것을 빼면 불편한 것은 없었다.
" 일어났어?"
" 응.. 눈이 떠졌네.."
" 나가볼까?"
" 일어나 있었어?"
" 아니. 나도 방금 일어났어."
" 가볼까."
나와 박 중사는 문 앞의 가구를 치웠고 옆방으로 가서 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봤다. 역시나 어제의 그 녀석들은 지치지도 않고 공중을 돌고 있었다.
" 어제보다 숫자가 늘어난 것 같은데?"
" 하아... 갈수록 태산이구만."
" 어제처럼 유인해서 집안에서 하나씩 처리할까?"
" 숫자가 많은데.. 괜찮을라나?"
" 그래봐야 사십 마리도 안 되는 것 같으니..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은데?"
" 좋아. 그 전에.."
" 그 전에?"
" 뭐라도 먹자.. 배고푸다.."
" 에휴.."
내 말에 박 중사는 한 숨을 쉬고 가방에서 요기를 할 수 있는 것을 꺼내어 나에게 던져줬다. 박 중사는 물을 마시기만 할뿐 먹지는 않았다.
" 안 먹어?"
" 별로..."
" 그래도 뭐라도 먹어둬야 기운을 내지."
" 먹으면 속이 불편할 것 같아서... 부럽다 너의 소화능력이."
" 아.."
박 중사는 뭔가를 먹으면 바로 화장실을 가는 체질이었다. 이런 상황에 마음 놓고 화장실을 갈 수 없었기에 먹지 않았던 것이다. 솔직히 먹는 것도 부실한데 신기한 체질이었다. 나는 먹어도 바로 화장실을 가지 않았고 소화불량이나 체하는 경우가 드물었기에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었다. 대충 입에 쑤셔 넣고 물이랑 같이 씹어 넘겼다. 약간의 포만감이라도 느끼려고 한 행동이지만 괜히 사례만 들어 기침만 계속 나왔다.
" 무식하게 먹기는.. 야! 물 마셔!"
" 켁! 켁! 우아.."
간신히 넘기고는 생수 한 통을 비우고 잠시 소화를 시킬 겸 앉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지체하면 더 위험해질 것 같아서 우선 공중에서 돌고 있는 녀석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 나가자."
" 아무 계획 없이 나가려고?"
" 이대로 있다간 우리가 먼저 굶어 죽을지도 몰라. 우선 집 밖으로 나가면
저것들은 우리를 향해 달려들 테니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서 상대하자."
" 흠.."
" 뭐 다른 좋은 계획이 있어?"
" 없지. 공중에서 날아오는 녀석을 상대할 방법이 있나. 우리가 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것들이 내려오길 기다려야지."
" 하아.."
" 그래도 생각보다 덩치가 커서 한 방에 죽이지 못하면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고."
" 응."
우리를 무기를 잡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우리가 나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하늘에서 무섭게 직활강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최대한 가깝게 내려올 때를 기다렸다가 몸을 던져 피하고는 땅에 착지한 녀석들은 차근차근 처리해 갔다. 이미 숫자가 꽤 줄어들었지만 우리가 자신들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공격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계속해서 공중에서 배회하기만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고 날아다니는 녀석들을 보던 중 멀리서 다가오는 검은 물체가 보였다.
" 하하... 설마..?"
" 저...저거...설마.."
" 젠장!! 뛰어!!!"
" 빌어먹을!!"
시커먼 물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잠시 멍해졌지만 시야에 잡히는 모습은 엄청난 숫자의 새 때였다. 자기들의 힘으로 안 되는 것을 느꼈는지 지원을 요청한 것이었다. 새로이 합류한 친구들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뛰는 모습을 보고 몇 마리가 우리 머리위로 날아오는 모습을 보였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이동을 했고 다행히 우리 위치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 같았다.
" 하악..하악... 젠장..."
" 뭐야.. 저 말도 안 되는 숫자는..?"
" 누가 보면 먹구름인 줄 알겠네."
" 와... 이제는 별게 다 나오네.."
" 물 좀.."
" 이제 이게 마지막이야."
1리터 생수와 약간의 식량만이 남은 상황이지만 우리 숙소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었다. 그냥 달려간다면 우리 속도로 얼마 안 걸리겠지만 지금은 머리 위에서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독수리로 추정되는 녀석들이 노리고 있었기에 쉽사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 건물을 계속해서 들어가면서 이동을 할까?"
" 독수리 시력이 엄청나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를 못 볼 리가 없을 것 같은데?"
" 흠.."
" 뭐라도 뒤집어쓰고 달려야 하나?"
" 방금 시력 좋다고 한 놈이 너 아니냐?"
" 하아.."
창문으로 힐끗 본 하늘은 정말 먹구름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숫자를 자랑하는 새들이 뒤덮고 있었다.
" 그런데 독수리 맞아? 독수리가 저렇게 커?"
" 그냥 비슷하게 생겼으니 독수리라고 한 거야! 내가 새 박사도 아니고 어떻게
알아.."
" 하아.. 생김새도 이상하던데."
" 도대체 깃털도 제대로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날아다니는 거야?"
" 신기하네.."
우리는 눈치를 보고 집과 집을 건너 이동을 시작했다. 지금이야 집들 간격이 좁아서 가능했지만 이런 행동도 한계가 있었다.
" 더 이상은 불가능한데.."
" 젠장... 이제 코앞인데.."
" 네 코는 굉장히 긴가보다? 아직 몇 백 미터는 남았는데."
나의 썰렁한 농담에 한심스럽다는 눈빛을 보이는 박 중사를 외면하고 다시 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봤다. 아직까지는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눈치 못 챈 것 같았다.
" 시선을 돌릴 방법이 없나.."
" 수류탄이라도 던져 볼까?"
" 흠... 던져봐야... 몇 초면 터지는데.."
" 몇 초면 충분하지 않나? 슈트 힘을 최대로 하고 던지면 적어도 백 미터는
날아가지 않을까?"
" 하긴..."
수류탄 하나를 잡아서 나갈 준비를 하고 힘껏 던졌다. 엄청난 속도로 일직선으로 날아간 수류탄은 제법 먼 가정집으로 들어가 터졌고 순간적인 폭발음에 독수리들은 엄청난 속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우리는 최대한 빠르게 달렸고 달리면서도 몇 개의 수류탄을 던졌다. 몇 번의 폭발이 일어났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독수리들은 우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갑자기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흩어지기 한 순간에는 우리가 이미 일행이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 하악...하악.."
" 헉...헉..."
" 형!!"
" 오빠!!!!"
하루 동안 우리가 안 들어왔으니 우리를 격하게 반겼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 우선! 창문을 모두 막고 밖에서 우리가 보이지 않게해!"
" 응?!? 왜?!"
" 우선 막아! 그리고 최대한 조용히 있고! 절대 밖에서 우리가 보이면 안 돼!"
" 알았어!"
우리가 급하게 외치자 다들 다급하게 창문을 막고 문을 닫았다.
" 형..설마 하늘에.."
" 응.. 저것들 덕분에 우리가 외박을 했지."
" 괜찮아요?! 어디 다친데는?"
" 없어.. 너무 걱정마."
눈에 눈물이 한 가득 고인 은혜가 속사포로 말을 쏟아냈다. 아무리 내가 슈트를 입고 있어도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하아.. 다음부터는 무전기를 챙겨가야겠다."
" 배터리는 충분해?"
" 여분을 받기는 했는데.. 얼마나 갈지는.."
" 그래도 무사하니 다행이다."
" 지금은 다행이지만 저것들이 우리 위치를 대략 알았나보다."
창밖을 보던 박 중사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덩치가 크고 내려오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그대로 밀고 들어오면 뚫릴 것은 뻔 한 것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식량을 아끼면서 저것들이 물러나길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