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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걱정이 한 가득인 은혜를 안심시키고 우리는 우선 패닉 룸에 모여 가지고 있는 식량을 확인 해 보았다. 아껴서 먹는 다면 일주일을 먹을 양이었다. 물론 하루 두 끼 죽지 않을 만큼의 기준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탄약이 충분하다는 것이었지만 문제는 탄창이 부족했기에 불행 중 다행인 정도였다.
" 참네.. 탄약은 충분한데 탄창이 별로 없다니.."
" 산탄총은... 더 안습인데.. 익숙하지 않다면 재장전이 힘든데.."
" 실제로는 처음 보는데 영화처럼 그렇게 재장전하면 되는 건가?"
" 시험해 볼 수도 없고.."
" 쉽게 물러갈 것 같지는 않은데.."
" 지금까지 정보가 없던 녀석인데 어디서 나타난 거야?"
" 다른 곳에 있다가 그 때 터진 소리로 몰려든 것 아닐까?"
" 가능성은 있네."
" 차라리 비둘기가 좋았네."
" 진짜 크던데... 독수리 맞아요?"
" 나도 몰라.. 그냥 독수리처럼 생겨서.. 그냥 독수리라고 부르는 중이야."
" 하아.."
패닉 룸에 모여 다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딱히 나오는 계획은 없었다. 무엇보다 숫자가 엄청 많았기에 무리가 많았고 하늘에서 공격해 오는 녀석들을 전부 처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난 세면대로 가서 별다른 생각 없이 수도꼭지를 작동시켰고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 하고는 세수를 했다.
" 어?!! 물이 나와?"
" 응??!"
" 어?!?"
그 전까지 물을 사용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었는데 물이 나온 것을 보고 다들 놀랐다.
" 아.. 맞다.. 전기 끊어졌는데.."
" 아마도 태양열 집열판에서 끌어온 전기를 사용하는 것 아닐까?"
" 그럼 물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 물탱크가 있지 않을까?"
" 많은 양은 아니겠군."
" 최대한 아껴서 사용하자. 물이 나온다면 끓여서 먹는 다면 적어도 식수로는
가능하겠지."
" 비가 오길 기대해야하나."
" 왜?"
" 비라도 오면 독수리가 피하지 않을까? 비 맞고 날수도 있나?"
" 뭐... 보통 비둘기도 비 맞고 잘 날지 않나?"
" 자세히 본적이 없어서.."
지속적으로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보고 있었지만 독수리 무리는 이동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나마 다행인 상황은 우리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기에 다른 집 지붕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전부인 상황이었다. 아무리 지능이 좋다고 해도 일일이 집 안을 뚫고 들어가 확인할 것 같지는 않았다.
" 미치겠군."
" 그래도 우리 위치를 모르는군."
" 언젠가는 알겠지."
" 응??"
" 저것들.. 집집마다 확인하기 시작했다."
" 뭐?!!"
예상외의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독수리들이 창문을 뚫고 들어가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와 창문을 그대로 뚫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간혹 제대로 조준이 안 되어 벽에 부딪히는 녀석들도 보였지만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그래도 제법 거리가 있는 집들부터 확인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 이곳까지 오려면 그래도 오래 걸리지는 않겠네."
" 패닉 룸에 들어 가야하나?"
" 좋은 방법이네. 패닉 룸이라면 저것들도 어떻게 뚫고 들어올 두께가 아니지."
" 타이밍을 잘 맞춰야겠군."
" 응??"
" 어라??"
독수리들은 몇 집을 확인하고는 전부 내려와 지붕 위에 앉았다. 바로 우리 앞까지 와서 내려앉은 모습을 보고 여자들은 전부 패닉 룸으로 들어갔고 문을 살짝만 열어 놨다. 갑자기 들어오면 우리도 빨리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움직임을 위한 공간만 남겨두고 창에 붙어서 독수리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고개를 돌리며 이리저리 둘러보는 모습을 보니 징그러울 정도였다. 눈은 새빨간 색이었고 부리는 엄청 날카롭고 길게 나온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털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발톱도 마치 갈고리처럼 나온 모습을 보고 확실히 정상적인 모습은 아닌 것 같았다. 잘못 걸리면 슈트고 뭐고 다 찢어버릴 것 같았다.
" 살벌한데. 아무리 슈트가 좋다고 해도 저런 녀석들이 공격하면 남아나는 것이
없을 것 같은데."
" 머리가 엄청 좋은데... 저 녀석들은 머리가 발전한 건가?"
" 하아.. 입에서 욕 나오네. 하나씩 다 살펴볼 생각인가?"
" 먹을 것이 진짜 없나? 끈질기다."
" 근처에 오랫동안 생명체가 없었으니 당연하겠지. 그래봐야 감염체가 전부인데
아마도 저렇게 변한 것이 감염체를 먹고 변한 것 같은데."
" 저 녀석 발에 걸린.. 사람인가?"
" 허..."
어디서 잡아왔는지 발에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추측이 되는 육체가 잡혀 있었다. 이미 하체는 없는. 상체만 남아있는 모습이었는데 잡은 녀석은 무슨 간식 먹는 듯 뜯어 먹는 모습에 차마 눈 뜨고 볼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도 생존자는 아닌 듯 피가 흐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니면 잡힌 지 시간이 오래 됐을지도 몰랐지만 상태를 보아하니 생존자는 아닌 것 같았다.
" 생존자는 아닌 것 같지?"
" 응.. 그래서 생존자들이 집에서 나오지 않았군."
" 젠장.."
" 어쩐지 집들 마다 식량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는데."
"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어려웠군."
" 그런데 왜 안전구역을 확보할 때에는 없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야?"
" 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 응?"
" 저것들도 지능이 있으니.. 경험상 시간을 두고 보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알았을지도 몰라. 그러니 당장은 배가 고파도 저 많은 숫자를 유지하려면
생존자든 감염체든 모이기를 기다렸겠지."
" 그 정도로 머리가 좋을까?"
" 까마귀를 보면 아예 불가능 한 것도 아니고.. 핑크도 보면 머리가 좋았잖아."
" 흠..."
갑자기 제주도에 두고 온 핑크가 생각났다. 제법 머리가 좋은 녀석이라 우리가 헤어지는 것을 아는 듯 아쉬운 눈빛으로 헤어진 장면이 생각났다.
" 아예 불가능 한 추측도 아니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우리 쪽으로 다가왔고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독수리들은 몇 마리를 남겨두고는 한꺼번에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 어디가나?"
" 다른 곳으로 가나?"
" 응?!!"
우리 쪽에서 먼 곳으로 모인 독수리들은 다른 생존자를 발견한 듯 무섭게 내려가는 모습이었다. 이곳은 안전구역이니 감염체보다 생존자일 확률이 높았고 저렇게 내려간다는 것은 뭔가 먹잇감이 있다는 증거였다. 덕분에 우리는 저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주변에 있던 독수리들은 하나 둘씩 날아오르기 시작했고 한시름 놓게 되었다. 간단하게 식사를 챙겨먹고 패닉 룸에 들어가 은혜와 같이 자리에 누웠다. 돌아가며 경계를 서기로 했기에 나머지 인원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외박을 한 것은 내 잘못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은 죄가 있었기에 은혜 옆에서 소리 없이 애교를 피우며 안겼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미란이가 한 마디 했다.
" 대단하다.. 진짜 잡혀 사는 구나.."
" 닥쳐."
" 입 조심!"
" 네."
은혜의 품속에 안겨서 꿈틀거리는 내 모습을 보고 미란이가 말했지만 은혜도 웃긴 듯 살짝 웃어보였다. 오랜만에 은혜의 따뜻한 품속에 안기니 잠이 쏟아졌고 얼마 버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 일어나.. 야.."
" 으..응??"
" 네 차례야. 나도 좀 자자."
" 응.."
김 중사가 나를 깨웠고 나는 잠에서 덜 깬 상태로 일어나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면서 창문으로 다가갔다. 새카만 하늘에서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간혹 날아다니는 독수리가 보이기는 했다. 나가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괜히 나갔다가 일행 전체가 위험할 수 있었기에 꾹 참으며 창문 밖을 바라봤다.
" 하암.."
아직 잠이 덜 깨어있는 상태라 계속해서 하품이 나왔다. 그래도 눈은 밖을 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점점 졸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잠이라도 깰 겸 일층으로 내려가 주방을 뒤졌지만 나오는 것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이미 다른 일행이 전부 찾아 봤을 것인데 쓸모없는 짓이었다. 생각해보면 집에 패닉 룸까지
있는데 지하에 뭔가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무기야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급한 것이 분명했으니 그런 곳에 보관했을 테지만 다른 것들은 어딘가 보관했을 것이 분명했다. 집안 곳곳에 감시 카메라도 있으니 창고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찾는 중간에도 창밖을 보면서 주변을 살피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 흠.. 분명 뭔가 있을 것 같은데.."
" 뭘 그렇게 찾아요?"
" 헤엑!!!"
" 응??"
" 어..언제.. 내 뒤로..."
" 조금 전에요.. 왜 그렇게 놀래요? 자기 답지 않게.."
아무리 방심하고 있다고 했지만 은혜가 내 등 뒤로 다가올 때까지 몰랐다는 것이 말이 안 되었다. 이제는 생존자도 느낄 정도로 발전한 감각인데 은혜를 몰랐다니.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 아.. 혹시 뭐라도 있을 것 같아서."
" 아... 지하실이라도 있을까요?"
" 찾아보는 중인데.."
" 같이 가요."
" 잠에서 깬 거야?"
" 잠깐 깼는데 자기가 없어서요."
" 그래.."
우리는 같이 손을 잡고 내부를 둘러봤다. 아무리 내가 같이 있어도 무서운지 내 손을 꼭 잡고 일층을 살폈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반대편으로 작은 문이 있었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평범한 옷장처럼 보였다.
" 하아.. 별게 없네.."
" 자기? 여기 뭔가 끌린 자국이 있는데요?"
" 응?"
내가 들고 있던 손전등을 떨구자 빛이 비춰진 바닥을 은혜가 보고 말을 했다. 자세히 보니 바닥에는 반원형으로 쓸린 흔적이 있었고 옷을 치우고 벽에 난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당기니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 무서운데요.. 뭐라도 나올 것 같은.."
" 뭐 별일이야 있겠어. 내려가 보자."
" 네.."
조심스럽게 손전등을 비추며 내려가자 낡은 나무 선반과 와인 셀러가 보였다.
와인 셀러야 그렇다 치고 선반에 놓아진 하얀 가루 뭉치들. 아무래도 집 주인은 원래 중간 마약상이거나 그런 쪽의 직업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았다.
" 이 와인들.. 상당히 고가인데요?"
" 응?? 그런 것도 알아?"
" 예전에 TV에서 본적이 있어서요."
" 아.. 필요 없는 것만 잔뜩 들어있네. 뭐라도 먹을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 아예 없는 것은 아니네요."
" 응??"
" 여기 가방 안에 물이랑 간단한 먹을 것도 있고 여기 또 다른 통로도 있어요."
" 비상 탈출구 인가?"
" 아무래도 집 주인 직업이 범법행위니까 그런 것도 있어야 겠죠."
" 오호.. 그래도 지금은 무리고 내일 애들이 일어나면 움직여보자."
" 네."
" 그나저나 이곳.. 좋은데?"
" 네??"
" 오랜만에 단 둘이 있는데 히히..."
" 으구!!"
단 둘이 있던 적이 오랜만이라 깊은 애정행각을 했다.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기에 진도를 더 나갈 수는 없었고 한껏 달아오른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올라갔다. 올라가자마자 창문을 확인했고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 후에 시계를 보니 어느덧 교대시간이 다가왔고 후번 근무자인 재효를 깨워 일어난 것을 확인 후에 내가 봤던 지하를 이야기 해주고 내일 확인하자고 한 후에 은혜와 같이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다들 제일 먼저 확인 한 것은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창밖이었다. 해가 뜨자 다시 나타난 독수리들은 지붕 위에 앉아 사방을 둘러봤고 개중 몇 녀석은 발톱에 찢어진 옷이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어제의 그 행위로 감염체나 생존자를 잡은 것이라 생각되었다. 나와 박 중사 그리고 기태가 은혜와 내가 발견한 비상 통로에 내려갔고 어디론가 이어진 통로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제법 긴 통로는 꼬불거리며 이어졌고 꽤 오래전에 만들어졌는지 지지대도 불안하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 언제 만들어진 걸까?"
" 글쎄... 지지대가 나무인걸로 봐서 상당히 오래 된 것 같은데.."
" 굉장히 습하다.."
" 어디까지 이어진 거야?"
" 꽤 걸어왔는데.."
" 빠른 걸음으로 왔는데도 끝이 안 보이네.."
" 돌아가자. 느낌이 좋지 않아."
" 왜? 여기까지 왔는데 계속 가보자."
기태의 말에 나는 반대하고 계속 가자고 했지만 기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 흠..아냐..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 설마.."
" 돌아가자!"
우리는 뛰어서 다시 돌아갔고 옷장 속에서 나오자 우리 앞에는 독수리들이 고개를 돌려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