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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38화 (13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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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마치 계속해서 같이 생활한 듯 편안한 표정과 행동. 그런 모습으로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차분하게 물을 마시고는 표정변화 없이 우리를 바라보고는 예전의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역시.. 재원이가 있어서 잘 살아남았네. 뭐 이 무리는 절대 죽을 리가 없겠네.

남자들이 전부 진화 인간이네? 기태는 거의 레이더 역할인가? 김 중사와

재효도 재원이랑 비슷하고. 박 중사라고 했나? 아직 발전은 안 됐지만 그냥

지금 상태도 뛰어난데?"

" !!!! "

보는 것만으로 우리 능력을 전부 알아챘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도 전부 알고 있었다.

" 공항에서 고생 좀 했더군. 뭐 그래도 거길 나온 것은 잘한 일이야."

" 어디까지 알고 계신 겁니까?"

" 거의 전부. 여기 와서 초반에는 몰랐는데.. 뭐.."

" 어디서 뭘 하고 계셨던 겁니까?"

" 음.. 생존자 캠프가 무너지고 나도 우리 집단을 다시 만났지."

" 집단이요?"

" 응. 너희와 같은 생존자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서로 적대적이라고 할 수 있지.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이라고 할까.."

" 설마 형님이?!!"

" 뭐.. 나도.."

마음 좋은 형님이었는데 큰 반전이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을..그리고 도대체 어떤 집단이란 말인가? 이 정도 일을 일으킬 정도의..

"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하신 겁니까?"

" 솔직히 말하면 내가 한 것은 아니고 동참한 것 뿐 이야."

" 그러니까 왜?!!"

" 음.. 왜 누구는 박스를 줍고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해야 하고 누구는

하루에 수 백 만원의 돈을 쓰면서 술을 마시고 자기 딸 나이대의 여자를 끼고

놀아야 하지? 누가 그렇게 만든 거야?"

" 네??"

"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 지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강자는 더 강자가 되고 약자는 하염없이 약자가 되는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이라고 생각해?"

" ..... "

맞는 말이었기에 다들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벌인 일 치고는 너무나도 스케일이 컸다.

" 가진 자는 자신의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약자가 가진 것을 약탈하고 약한 자는

그나마 남은 것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다 사라지지. 누구는 김밥 한 줄 값.

라면 한 개 사먹을 돈이 없어 물로 배를 채우고 하루를 보내는 것을 보고

결심했지. 다시 시작하기로.

" 하지만 너무 하지 않습니까?!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했다.

" 알고 있어. 나도 너무하다는 것을.. 하지만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어. 뭐... 후회는 하지 않아. 이제는 다들 공평해

졌잖아?"

" 이게 무슨 공평입니까?! 인류가 멸망하기 직전이란 말입니다!"

" 걱정마. 멸망까지는 안가."

" 네??"

" 알잖아. 감염체의 대부분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어. 뭐 하늘에 독수리 같은

녀석들이나 2차 감염으로 변한 동물들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아직

우리가 조절할 수 있어."

" 하하..."

" 그리고 감염체 바이러스는 원래 있던 바이러스야."

" 네?"

" 뭐.. 생화학전을 대비해서 만든 바이러스인데 변이가 되어 이렇게 된

것이지만. 그래서 처음 이 재앙을 계획한 사람이 각 국에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에게 샘플을 나눠주고 퍼뜨린 거야."

" 도대체 그 집단은.."

" 뭐.. 세상에는 여러 집단이 있으니 그런 집단도 있구나라고 생각해. 너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자금력과 인원이 있는 집단이니 가능한 일이었지."

" 그래서.. 만족하십니까? 현재 이 상황을? 누구나 공평하게 도망 다니고

굶어야 하는 이 상황을?!!"

" 응... 너희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난 만족해.."

" 어째서! 어째서!!!"

재효가 정서 형님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그런 재효를 말리고는 정서 형님을 바라봤다.

" 내 신념과 생각을 너희에게 이해시킬 생각은 없어. 그래도 예전에 같이 생활

했던 정이 있었으니.. 한번 와봤어."

" 미국까지는 어떻게 오신 겁니까?"

" 말했잖아. 우리 집단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고."

" 앞으로는... 뭐 하실 생각이십니까?"

" 뭐.. 이제는 집단 내부에도 분열이 생긴 상황이고 생각지도 못한 너희와 같은

진화 인간이 나온 상황이라.. 나는 그냥 이대로 끝내려고."

" 네??"

" 앞으로 30일... 전 후로 너희가 있던 지하 건물은 완전히 무너진다. 너희가

알고 있는 생존자 캠프는 각국에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크게

공격할 계획은 없어. 우리라고 전멸하는 것은 원치 않으니까. 인류가 멸망

한다면 우리가 계획한 것은 아무 의미 없으니까."

" 그럼.. 왜.."

" 그 외 다른 곳은 공격해서 다 없애버릴 생각이야."

" 그러니까 왜.."

" 뭐..."

정서 형님은 알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순간 재효가 정서 형님의 목을 향해 칼을 들이 밀고 말했다.

" 사람입니까?! 사람이란 말이야?!!"

" 뭐... 사람이야. 그냥... 평범한..."

" 젠장!!!"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도대체 왜 저 평범한 사람이 저런 일에 동참한 것인가?

" 그래도 옛정이 있으니까... 내일 지도에 표시된 이곳으로 가봐. 한동안 버틸수

있는 식량과 물품이 있을 거야. 원래는 우리가 쓸려고 저장해둔 곳인데 이쪽

지부가 무너져버려서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시간은 푹 자고 일어나서 내일 아침

8시 부터 72시간을  줄게. 그 전에는 감염체를 이쪽에 오지 못하게 해주지."

" 무너져요?"

" 훗.. 우리 집단을 아는 또 다른 집단이 있으니까... 뭐 이야기는 여기까지.

만약 시간이 지나도 너희가 살아남는다면 그 때 다시 말해주지. 나라고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 살아서 보내줄 것이라 생각하는 겁니까?"

" 재효야. 나를 죽인다고 달라질 것은 없어. 네가 복수심에 나를 죽인다면 죽여도

상관없지만. 앞으로 너희가 살아남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생각한다면 지금

죽이는 것은 손해라고 생각하는데?"

" 이익!!!"

재효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으나 죽일 수는 없었다. 확실히 감염체를 죽이는 것과 눈앞의 사람을 죽이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정서 형님의 말씀대로 우리가 살아남는다면 다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더 유용했다.

" 그만둬. 어차피 달라지는 것은 없어."

" 알아! 알아! 하지만!!!!"

" 그래봐야.. 형님 말씀대로 변하는 것은 없어."

" 아아악!!!"

재효는 그대로 칼을 던져 버리고는 방으로 올라갔다. 그런 재효를 따라서 미란이가 따라갔고 우리는 묵묵히 정서 형님을 바라봤다.

"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아. 원래는 내 계획은 연수원에서 몽창 쓸어버릴

계획이었지만... 너희를 보면서 약간 변한 것 같네."

" 이제...어쩌실 생각입니까?"

" 뭐... 말했잖아. 30일 전후로 지하 건물을 쓸어버리고 한 동안 몸을 사려야지?"

" 하아.. 도대체 왜!!"

" 내가 죽는다고 지하 건물을 토벌할 계획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니까. 괜히 나를

잡아둘 생각은 하지마. 오히려 더 한 놈이 갈 테니까."

내가 죽이지 않고 여기서 잡아둘 생각을 했지만 내 생각을 읽고는 푸근한 웃음을 짓고 말을 했다.

" 너희와 나는 적인 것은 확실해. 하지만... 나는 너희에게 공격할 생각은 없어.

이 근처에 있는 모든 감염체는 전부 지하 건물 공격으로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이니 내일부터 조금은 편하게 움직일 수 있을 거야. 뭐 독수리는 어쩔 수

없겠지만."

"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요?"

" 너답다. 그럼 난 간다."

목에는 재효가 칼로 낸 상처로 인해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금방 멈춰버리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정서 형님도 우리와 비슷하게 진화된 것 같았다.

" 30일 전후로 이뤄진 공격 후에 이 근처도 공격할 예정이니. 다들 조심하고.  난 간

다.."

" 하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솔직히 정서 형님을 죽인다고 달라질 것은 없고 이대로 보내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 이번은... 그냥 보내드립니다. 하지만... 저희도 다음에 본다면.. 장담할 수

없습니다."

김 중사가 정서 형님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김 중사도 정보가 궁금한 것일 것 같았다. 박 중사도 뭐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말을 아끼고 있었다.

" 훗.. 그래.. 기대하지. 하지만 지금 내 실력은 재원이랑 비슷해.

그러니.. 고생 좀 할 거야."

" 쳇.."

생각해보니 예전에 싸웠을 때 나보다 월등하게 강한 모습이 기억났다. 만약 재효가 그대로 칼을 들어 공격을 했어도 충분히 피할 실력이 된다는 소리였다.

" 그럼... 난 이만... 몸들 조심하고."

" 하아.."

별다른 인사 없이 우리는 정서 형님을 보내줬고 문 밖을 나가기 전에도 정서 형님은 예전의 푸근한 미소를 보여주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 재효 말대로... 했어야 했나.."

" 아니. 우리 실력으로 어림도 없을걸."

" 뭐?"

" 전에 나와 싸웠을 때도 제 실력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어. 난 거의 최대의 힘을

쓰고 있는데도 말이지."

" 정말?!!"

" 응.. 아마도 형님도 우리와 같은 진화 일지도 몰라. 그러니 저렇게 여유가

넘치는 것일지도..."

" 무시무시하군. 우리와 같은 아니 오히려 높은 능력에 감염체를 컨트롤 하는       능력이라니."

" 그래도 식량 있는 곳을 알려주시네."

" 우리가 알고 있는 성격이 맞다면.. 정이 많으신 분이니까."

" 하아.. 넌 실망도 안 하냐?"

" 뭐... 솔직히 충격이긴 했어. 하지만.. 형님이 말씀하신 말.. 공감은 가니까.."

" ..... "

세상의 불균형과 불합리한 점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처음부터 다시시작하려는 집단.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마치 어느 애니메이션의 인류보완계획이 생각났다. 우리는 한 동안 말이 없이 소파에 앉아서 있었고 다들 다시 방에 들어가 잠을 자러 들어갔다. 나도 은혜와 같이 다시 방에 들어갔고 잠에 들기 전에 정서 형님이 말씀하신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며 잠에 들었다. 정신적인 충격이 크긴 했지만 어쩌랴. 우리도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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