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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41화 (14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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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재효가 본 전투기는 제대로 본 것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고 우리는 정서 형님이 알려준 곳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 원래 사막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비는 내렸고 눅눅해진 공기와 주변의 위협으로 인하여 일행들은 빠르게 지쳐갔다.

" 미치겠군. 이대로 마냥 여기서 있을 수도 없는데.."

" 아무리 탄약과 무기가 많으면 뭐하나. 소음이 심해서 쓰기도 어려운데."

" 이미 약속된 시간을 지났는데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네."

" 이런 날씨에 독수리가 날아다니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일반 감염체나 변종

감염체는 정서 형 말대로 공격에 가담했을 테니 보이는 숫자가 많지 않겠지."

다들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오래 있어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의 천둥이 치고 그 소리 사이에 천둥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 흠.. 이 소리는 천둥소리라고 하기에는…"

" 너도 들었군."

" 응.. 꽤 큰 폭음인데.."

" 이번에도.."

몇 번의 폭음이 들려왔고 소리의 근원지라고 생각되는 곳을 바라보다 큰 결심을 한 표정으로 박 중사가 우리에게 말을 했다.

" 이제 이곳을 떠나자.."

" 응??"

" 왜..?"

" 계속해서 이곳에 있다면 어느 정도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독수리들도 우리 위치를 파악할 것이고 다른

감염체도 우리를 공격할 수 있어.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은 다들 경험상 알고 있잖아."

" 박 중사 말이 맞아. 이런 날씨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독수리야 비가 많이 오니 날아다니기도 힘들 것이고 감염체는 캠프로

공격을 간 상황이라면 지금이 기회야."

" 이동한다고 하자. 어디로 갈 생각인데? 이곳의 지리는커녕 이 나라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잖아?"

내 말에 김 중사가 물어왔다. 솔직히 이동을 한다고 해도 주변 지리나

도로 체계를 제대로 모르는데 섣불리 움직이는 것도 위험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것도 좋을 것은 없었다.

" 재효나 기태 생각은 어때?"

" 나도 박 중사 의견에 찬성이야. 이대로 계속 여기에 있다면 소비만 계속

되겠지. 적은 양이라도 뭔가 구하러 다니면서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저번에 재원이가 말했던 것처럼 캠핑 트레일러나 대형 픽업차량만

구할 수 있다면 조금은 수월해 지겠지. 움직이기 전에 될 수 있다면 주변

지리를 익히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고."

" 어디 지도책이라도 있나?"

" 자세한 지도는 아니지만 안내 책자나 그런 것은 있는 것 같더라.

뭐 어딘가 찾아본다면 지도 책 하나쯤 가진 집이 있지 않을까?"

" 그럼 결정된 건가? 다른 사람들도 이동하는 것에 불만은 없지?"

" 하아…"

김 중사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나와 박 중사가 주변을 살피기로 했고 다른 인원들은 짐을 정리하기로 했다. 픽업트럭 2대와 일반 SUV차량에 짐을 나눠 싣고는 움직이기로 했고 우선 캠프의 상황을 살펴본 후에 이동하기로 했다.

" 비는 정말 엄청나게 내리네."

" 날씨가 뭔가 이상하네.. 보통 이런 식으로 내리는 건가?"

" 가끔 영화에서 보면 사막이라도 비는 내리는 것 같던데 그래도 이건

정도가 심한 것 같은데."

" 감염체다!"

" 응?!!"

다른 감염체와 다르게 홀로 움직이며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감염체가

보였고 다행히 주변에는 다른 감염체가 없는 것 같았다.

" 저 녀석은 지시를 받지 않는 종인가?"

" 흠.. 그럴지도. 모든 감염체를 전부 통제할 수는 없겠지. 그 중에 돌연

변이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 처리해야 하나?"

" 그냥 가자. 별다른 위협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이 비를 맞아가며 처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 그래..괜히 옷 버리지 말고 가자."

우리를 가능한 빠른 속도로 캠프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캠프가

보이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나 폭음의 원인은 포탄이나 미사일

인 듯 곳곳이 파괴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캠프를 없애려고 했다기보다

감염체를 처리하기 위해 공격한 듯 멀쩡한 건물도 많이 보였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인원도 보였다. 아마도 지하에서 더 이상 생활이 불가능 한 것

인지 아니면 효율적으로 지상에서 감염체를 제거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전차와 장갑차도 보이는 모습이었다.

활주로로 보이는 도로에서는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도 보였다.

" 생각보다 피해가 적은 모양이야."

" 아니면 다들 피난을 가는 거겠지."

착륙한 비행기에 사람들이 올라타는 모습을 보고 내가 말을 했다.

다행히도 우리가 타고 왔던 비행기는 그대로 있는 모습이었다.

아직 정비를 끝내지 못 한 것인지 아니면 인력을 많이 태울 수 없어

아직은 쓸모가 없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우리가 다시 타고 갈

교통편은 있는 상태라 다행이었다.

" 몰래 가볼까?"

" 응?!!"

내 말에 박 중사가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 우리가 탈영병인지 저들이 어떻게 알아? 그냥 전투하는 중간에 실종

됐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우리 얼굴을 전부 아는 것도 아니잖아?"

" 들어가서 뭐하게?"

" 대령님과 중령님도 궁금하기도 하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려면 가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아닐까? 뭐 발각된다면 미친 듯이

도망가면 따라올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주변에 감염체도 없는 것

같은데 지금이 기회야."

" 들어가 보자."

크게 고민하지 않고 내 말에 동의한 박 중사와 나는 은밀하게 움직이며

캠프 근처까지 갈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캠프를 지켜주던 철책과 방벽은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고 어설프게 보수를 했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다른 인원들은 방벽과 철책을 보수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우리는

지하로 내려가는 승강기를 타고 내려갔다.

" 하아…"

지하는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지하에서도 감염체의 공격을 받아

벽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었고 치우지도 못 한 시신들이 즐비했다. 심한

악취와 벌레가 생기기 시작했지만 그 누구도 처리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생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고 어깨를 늘어뜨린 채 그저 멍하니 돌아다닐 뿐이었다.

" 역시나.. 땅을 파고 들어왔나?"

" 우선 대령님의 방으로 가보자!"

나와 박 중사는 서둘러 대령님의 방을 향해 달려갔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초췌한 모습의 대령님이 보였다.

" 허허! 자네들 무사했구만!"

" 대령님!! 무사하셨군요! 무전이 안 돼서 걱정했습니다!"

" 전투 중에 무전기가 고장이 났지. 우선 앉게나."

이미 폐허 수준의 사무실에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고 지금까지 상황을

듣기 시작했다.

“ 자네들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수의 감염체가 공격을 해왔네.

다행이 우리 구역은 이래저래 막을 수 있었지만 다른 구역은 전멸한

곳이 있다네. 덕분에 이 곳에 머물고 있던 다른 국가 소속들의 생존자

들이 이곳을 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네.“

“ 그럼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 대부분 빠져 나가고 얼마 남지 않았다네. 조금만 더 버틴다면 한국으로

돌아간 여객기가 다시 돌아올 것이니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네.“

“ 저희가 만약 오지 않았다면.. 대령님은 그냥 떠날 생각이셨습니까?”

꽤 직설적으로 박 중사가 물어왔고 대령님은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대답을

하셨다.

“ 오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위치를 알고 있었기에 인원을 보내면 그만이라네.”

“ 네? 저희 위치를 알고 계셨다고요?”

“ 그때 우리를 공격했던 남자가 와서 말을 해주더군. 자네들의 현재 위치를

말해주고 만약 다시 한국으로 떠날 생각이라면 자네들을 꼭 데려가라고.

만약 위치가 변하면 알려준다고 하면서 떠났다네.“

“ 대단하네..그런데 대령님 앞에까지 와서 말을 했다면.. 도대체 얼마나 피해가

이었나요?“

“ 일부러 전멸을 시키지 않는 다는 느낌을 받았다네. 사기를 꺾으려는 것인지

다른 계획이 있는 것인지 치고 빠지고를 지속하다 다른 구역을 공격하고

다시 돌아오고.. 이런 방식으로 전투를 진행하니 당연히 생존자들은 지쳐갔고

감염체로 변해갔지...“

“ 하아...”

“ 준장은...그럼...?”

“ 뭐 양심은 있었는지 세 번째 여객기로 돌아갔다네. 덕분에 무기를 구하는데

수월했지.“

“ 아직...무기가 많이 남아 있는 겁니까?”

“ 뭐 제 몸 챙기기 바쁜 사람들 아닌가? 덕분에 우리가 타고 왔던 수송기에

가득 찰 정도로 채웠다네. 그리고 캠핑 트레일러도 구해서 넣어 놨다네.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그런 차량이 더 요긴하게 쓰이니..“

“ 용케 구했네요?”

“ 여기서 약간만 벗어나면 많이 있다네. 뭐 자네들이야 위치를 제대로 모르니

찾기 힘들었겠지만 여기야 정보가 많은 편이니.“

“ 결국.. 여기도 떠나야 하는 것이군요.”

“ 어차피 잠시 머무르기 위함 아니었나? 무기도 챙기고 자네들 슈트도 구

했고.”

“ 왠지.. 대령님은 이곳의 존재를 알고 계신 것 같이 느껴집니다만?”

“ 뭐. 확신한 것은 아니었고 나도 주워들은 것이 있다 보니.. 솔직히 이렇게

클 것이라는 생각도 못 했고..덕분에 좋은 것을 많이 구하지 않았나?“

“ 하아.. 그럼 언제 출발하실 예정입니까?”

“ 현재 기상상태가 매우 좋지 못하고 이상기후까지 있는 상태라네. 이런 날에      괜히 나갔다가 변을 당하는 것 보다 우선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 좋겠지.”

“ 그럼 저희도 일행을 데리고 이쪽으로 올까요?”

“ 바로 수송기로 가있게나. 이곳은 크게 안전하지 않으니. 이미 남아 있는

생존자들은 이성을 잃고 삶의 의지도 없다네. 괜히 여자들이 눈에 띄어 험한

일 당할 수도 있으니 바로 수송기로 가게나.“

“ 알겠습니다.”

“ 박 중사는 남아서 대령님을 지켜드려. 내가 다녀올게.”

“ 응?? ”

“ 이곳 치안도 불안하고 분위기도 좋지 않으니 괜히 무슨 일 생긴다면 골치

아파. 일행이 있는 곳은 여기에서 크게 멀지 않으니 금방 다녀올게.“

“ 알았다. 후딱 다녀와!”

“ 응!”

나는 대령님을 향해 간단하게 목례를 하고는 빠르게 차량으로 달려갔다.

이미 한 번 왔던 길이라 날씨가 좋지 않아도 왔을 때 보다 빠르게 갈 수

있었다.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주택으로 들어가 상황을 설명하고 가능한 많은

양의 물품을 차에 실었다. 그리고는 다시 빠르게 운전으로 하고 캠프로

돌아왔고 수송기에 물품을 적재하기 시작했다.

“ 도대체 비는 언제 그치는 거야?”

“ 망할.. 정말 끈질기게도 내리네.”

“ 이상기후라더니.. 정말인가 봐 ?”

“ 이상기후?”

“ 대령님이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발견된다고 했어. 솔직히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 안 하냐?“

“ 대령님 오신다.”

한창 짐을 싣고 있다 보니 어느새 대령님이 수송기 안으로 들어오셨다. 언제나 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는 잠시 침묵의 시간을 보낸 후 입을 여셨다.

“ 출발합세.”

“ 네?!”

설마 바로 출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 했기 때문에 다들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멍하니 대령님만 바라보고 있었고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령님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지금... 감염체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다네.. 지금 상황으로는 감염체를 막을

인원도 무기도 없는 실정이라네. 저것들 막자고 지금 우리가 가진 무기를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여기서 멍하니 있다가 감염체로 포위당해서

오도가도 못 할 것이니.. 차라리 이륙해서 가버리는 것이 현명하겠지.“

“ 알겠습니다.”

우리는 서둘러 일을 마무리 했고 어느새 수송기는 자리를 잡고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생각보다 공백이 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저런 일로 인하여 이제서야 글을 쓰게 됐습니다. 두 달이라는 시간동안 제가 쓴 글인데 생각나지도 않는 것이 많이 스토리를

새롭게 잡을까 합니다. 몇 편은 약간 어색할 수 있으니... 넓은 아량으로 넘어가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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