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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43화 (14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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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정원 한 곳에서 천천히 나온 검은 형태의 동물. 나온 것은 다름 아닌 핑크였다.

" 핑크야!!"

" 컹!!"

처음 여기 두고 갔을 때보다 많이 야위긴 했지만 흔한 견종도 아니었고 내가 못 알아볼 녀석도 아니었다. 나를 보고 반갑게 뛰어오며 내 품에 안겼고 연신 내 얼굴에 혀를 날름거리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 녀석!! 살아 있었구나!!"

" 와.. 대단하다... 도대체 뭘 먹고 지낸 거야?"

" 처음보다 많이 야위기는 했는데 건강해보이네."

한참을 쓰다듬으며 있다 나는 핑크를 진정시키고 차에 태우고는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 왜 핑크는 두고 간 거야.."

" 동물이고 이런 상황에 데리고 다니고 힘들지.."

" 쳇..."

서운함에 불만을 토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건강하게 지낸 모습을 보니 기뻤다. 내가 어려울 때 같이 지내던 녀석이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 핑크가 여기서 이 상태로 지낸 거라면 뭔가 먹을 것이 있다는 말인데.."

" 이 녀석 감염체라도 먹은 거 아냐?"

" 설마..."

내 품에 안겨서 잠이든 핑크를 안고 우리는 계속해서 주변을 돌며 뭔가를 찾으려 했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석양을 보며 수송기에 올랐다. 바로 대령님을 찾아 상황을 이야기했고 별 다른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말에 큰 고민에 빠지셨다.

나는 그런 대령님을 뒤로 하고 은혜와 미란이가 모여 있는 곳으로 핑크를

데려갔다. 은혜를 발견한 핑크는 무서울 속도로 달려 은혜의 품에 안겼다.

" 살아있었구나!"

은혜도 밝은 표정으로 핑크를 안았고 핑크도 그런 은혜의 품에 안겨 애교를 피우며 몸을 부비적 거렸다.

" 우선 씻기자. 냄새가.."

" 얼마나 오래 혼자 있던 거야?"

" 어서 나와!"

처음에는 반가운 마음에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자 핑크 몸에서 나는 악취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 했고 우리는 밖으로 나가 핑크를 씻기기 시작했다. 이미 하늘은 해가 반 이상 넘어가 붉은 빛이 하늘에 물들었고 그런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 막막하군."

" 그러게..."

" 일 년 가까이 이동하는 것도 힘든데... 벌써 몇 번을 옮겨 다니는 거야.."

" 이곳에서 그냥 지낼까? 생각보다 감염체도 많지 않고 평지도 많으니 뭔가

농작물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난 여기 있던 사람들이 떠난....!!!"

" 응?!!!"

" 뭐....뭐야?!!"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느낄 정도의 진동. 낮에 느꼈던 미약한 진동과는 다른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도로가 갈라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뭔가의 진동이 느껴졌다.

" 지진..인가?"

" 지진을 겪어 보지 못해서 알 수는 없지만.. 지진과는 다른.. 설마.."

" 응?!!"

" 저기..."

멀리 보이는 한라산 꼭대기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연기. 누군가 큰 불을 냈다고 할 수 없는 그런 연기. 이제야 사람들이 이곳을 떠난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 말도 안 돼! 한라산은 사화산아냐?"

" 뉴스에서 활화산이라는 증거를 찾았다는 것을 듣기는 했는데.. 왜 하필..."

" 이래서..."

" 무슨 일인가!!"

대령님과 다른 일행도 진동을 느꼈는지 밖으로 나왔고 우리의 시선이 고정된 곳을 보고는 다들 말을 잃었다.

" 저래서..."

" 젠장...."

" 또...."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얼마나 크게 터질지 모르겠지만 다들 심하게 불안해하는 표정이었다.

" 당장 터지려나?"

" 글쎄..."

" 우선 수송기로 이동하자!"

" 쿠궁!!!!"

" 금방 터지겠다... 젠장!!!"

점점 심해지는 진동과 수증기로 보이는 연기를 보며 우리는 수송기 안으로 들어갔고 빠르게 이륙준비를 했다.

" 다들!!! 꽉 잡아!!!"

" 정비는 끝난 상황입니까?!"

" 아니!!!"

만 하루도 안 돼서 다시 움직이는 상황이니 제대로 된 정비가 있을 수는 없었다.

여기 있으나 비행기에서 죽으나 죽는 것은 똑같으니 우선 그나마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비행기에 있는 것이 좋았다. 서둘러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앉았다. 큰 소음을 내며 이륙을 준비하는 수송기 안에는 침묵만이 흘렀고 이제는 수송기 안에서도 들릴 정도로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수송기는 이륙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자 아예 엔진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조종석으로 달려갔고 엔진 이상으로 바로 이륙을 할 수 없다고 했다.

" 이러다가 화산이 폭발이라도 한다면!!"

" 소리 질러 봐야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진정해."

다들 공포감에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그래도 제정신인 인원들이 진정을 시켰다.

" 바로 폭발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우선 이상이 있는 곳을 점검하고! 다른 사람

들은 너무 동요하지 말게나. 화산이 바로 폭발한다고 해도 여기까지 거리도

상당한 편이고 영화처럼 그렇게 마구 잡이로 폭발하지 않을 것이니 말일세."

" 지진이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바로 폭발하지는 않을 수도 있어. 우선 다들

진정하고!!"

미약한 진동이 일정주기로 일어났지만 큰 진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해가 넘어간 시간이라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당장 오늘 폭발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한참을 정비를 하던 정비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령님에게 말을 했다.

" 큰 문제는 아니지만 시간은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 만 하루 이상 소요될 것 같습니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말이죠."

" 허..."

" 지금부터 가능합니까?"

" 저기 보이는 격납고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힘듭니다."

" 어서 움직이죠!"

우리는 수송기가 격납고 안에 들어가고 나서야 조금은 안심을 하게 되었다. 화산이 터지면 가장 무서운 것은 솔직히 화산재였기에 그래도 지붕이 있는 곳에 있다면 조금은 괜찮을 것 같았다. 한라산에서 직선거리로도 상당한 거리였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대응할 시간은 충분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격납고 안은 무척이나 컸기 때문에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며 혹시 모를 감염체를 대비했다. 다행히 생각보다 출입구는 많지 않았고 정비사를 도와 일을 진행하였다. 우리도 수송기 안을 정리하고 무기를 점검하고는 돌아가며 경계 근무를 서거나 부족한 잠을 청했다.

예상보다 정비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점점 주기가 짧아지는 진동을 느꼈고 점점 산사태의 소리와 정체불명의 소리가 커지고 잦아지기 시작했다.

" 점점 불안해 지는데.."

" 응... 언제 끝나려나?"

" 조금 전에 들었는데 몇 시간 안 걸릴 것 같다던데.."

" 하아.."

우리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정비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봤고 우리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잠시 후 정비가 끝났다는 말이 들려왔다. 하지만 점점 강해지던 진동은 이제 땅이 갈라질 정도로 강해졌고 멀리서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어서! 어서!"

" 빨리 빨리!!!"

사람들은 신속하게 수송기로 올라탔고 격납고를 나서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활주로 위를 달려갔고 잠시 후 지면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늘에서 본 한라산의 모습은 무척이나 불안정해 보였고 계속해서 산사태가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는거야?"

" 응?? 그러게... 대령님이 말이 없으셨는데.."

" 흠...가서 물어봐야 것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솔직히 아무도 큰 관심이 없었을 것 같았다. 어디로 가든지 상황은 비슷할 테니까. 나는 대령님이 계신 좌석 앞으로 가서 대령님에게 현재의 목적지를 물어봤다.

" 우선 국제공항으로 갈까 하네. 그곳의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해야겠지.. 어차피

착륙을 하려면 가야하기도 하고.."

" 예상되는 상황은 어떻습니까?"

" 뭐 난장판 아니겠나? 이러나저러나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났는데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겠나?"

" 누가 섬을 장악하고 있을까요?"

" 모두 큰 피해를 입었겠지. 누가 월등한 상황도 아니고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분열이 일어났으니 누구든 큰 피해를 입었겠지."

" 하아.."

" 걱정되는 것은 제대로 착륙이나 허가를 해줄까? 혹여나 공격이라도 한다면

제대로 된 방어 무기도 없는 수송선은 속수무책으로 추락하겠지. 착륙을

했다고 해도 적대적으로 나온다면 그것도 문제라네."

" 다른 곳에 착륙할 곳도 있지 않습니까? 굳이 국제공항에 착륙해야하는.."

" 확인할 것이 있었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괜한 위험을 무릅쓰고

가기에는 그 대가가 무척이나 클 수도 있겠군."

" 우선 다른 공항으로 착륙을 하도록 하는 것이 어떤가요? 그곳은 그래도

사람이 지낼만한 곳이 아니었기에.. 감염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공중에서

공격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 우선은 제대로 된 유도등이 없는 상황이 한 밤중에 착륙하는 것은 위험이

큽니다. 연료가 된다면 공중에서 돌다가 해가 뜨고 시야가 좋아지면 착륙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해가 지고 나서 위험을 무릅쓰고 이륙은 했지만 한 밤중에 유도등도 없고 달빛만으로 착륙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행히 연료는 충분한 상황이라 공중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시야가 밝아지기를 기다리며 착륙하기로 결정했다.

시간은 흘러 해가 뜨면서 착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밝기가 되었고 우리가 머물던 국제공항이 아닌 이제는 해외로 가는 항공기가 몇 편 없는 국제공항인 곳으로 방향을 돌려 이동을 했다. 낮게 비행을 하면서 창밖을 보니 군데군데 많은 수의 감염체가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시답게 지금까지 머물던 도시와는 감염체 숫자의 자릿수부터 달랐다.

" 무시무시하군"

" 저런 숫자라면 이곳에서 지낼 생각은 꿈에도 말아야겠군."

" 공항은 안전할까요?"

" 그래도 철책이나 벽이 있으니 많이 모여 있을 수는 없을 것 같고..

우선 착륙만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 착륙은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조종실에서 공항을 본 결과 감염체가

활주로에 없다고 합니다."

" 다행이네!"

" 하지만 공항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 응???"

" 공항 주변에 감염체가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가 보유한 차량으로

한 번에 모두 이동하는 것은 힘든 상황이고.. 공항 주변에 차량이 있다고 해도

방치 된지 시간이 오래 지나서 시동이 걸릴지도 의문입니다. 그리고 유동

인구가 많았던 지역이라 생필품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입니다."

" 이래저래 문제가 많군요."

" 그래도 미국보다는 여러모로 이득인 상황입니다. 그래도 지형지물에 익숙하고

슈트도 있는 상황이고요. 좋게 좋게 생각하죠. 곧 있으면 착륙하니 다들 벨트를

메도록 하시고요!"

점점 낮아지는 수송기는 어느새 활주로에 안착했고 우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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