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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안으로 들어가니 상황은 처참했다. 큰 전투가 있었는지 건물 곳곳이 무너져 있었고 군데군데 감염체의 시체도 보였다.
" 인간끼리 싸웠다기 보다.. 감염체의 공격을 받은 것 같은데?"
" 그러게..."
" 흠...."
어제 마주쳤던 녀석이 섬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 녀석은 일이 있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공격하고 일을 끝내고 이동했던 것이었다.
' 젠장....'
천천히 공항에 마련된 본부대쪽으로 이동했지만 생존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간혹 제대로 죽이지 못한 감염체가 몸을 이끌고 나왔지만 큰 위협이 되지는 못 하였다.
" 그래도.. 본부대는 상태가 멀쩡하네?"
" 여기까지 밀렸으니 제대로 공격하지도 못했겠지.."
" 생존자는 아예 없는 건가..."
주변을 둘러봤지만 감염체의 시체나 꿈틀거리는 감염체를 제외하면 움직이는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하늘에서는 변종 비둘기가 우리를 공격하려는 건지 아니면 감염체의 시체를 먹으려는 것인지 하늘 위를 빙글빙글 거리며 날아다니는 놈과 땅에서 몰래 걸어 나오는 놈들이 보였다.
" 갈수록 태산이군."
" 비둘기가.. 더 커진 것 같은데.. 먹을수록 커지는 건가?"
" 와.. 저 녀석 봐.."
이제는 웬만한 강아지 보다 커진 녀석들도 보였다. 눈에는 달팽이 눈처럼 생긴 촉수가 나와 있었고 발톱도 징그럽게 커진 모습이었다.
" 우선 이곳을 피하자. 예전에 우리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보자."
" 격납고?"
" 우선 가까운 곳이 격납고이니 그쪽부터 가보자."
" 응!"
예전에 섬에 반란군과 본부대군이 서로 싸울 때 틈을 노려 급하게 이륙한 상황이라 챙기지 못한 물건들도 상당히 있었다. 그리고 내 트럭과 카라반도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다.
" 다행이네.. 저거라도 있다면 생활하는데 큰 불편을 없을 테니까."
" 제대로 움직여준다면야 다행이지. 시간이 그래도 꽤 흘러서.. 뭐 단순한
구조니까 어렵지 않게 고칠 수는 있겠지. 근처에 공구도 많으니까."
우리는 주섬주섬 물자를 챙기기 시작했고 다행히 트럭은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간단한 고장이었기에 쉽게 운행이 가능하였다. 바로 떠나기보다 그래도 주거지역이었던 곳을 수색해 보기로 했다. 혹시 모를 생존자들이 있을 수도 있고 그들에게 뭔가 정보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하아..."
" 젠장..."
생존구역의 모습은 처절했다. 분명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감염체가 아니고 다리에서부터 공격을 해왔을 상황이 분명했는데 이정도 피해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 말도 안 돼..."
" 방어가 얼마나 허술했기에 이 정도까지 피해를 받은 거야?"
" 방어를 한 흔적이 없는데..."
" 탄피도 거의 없고.. 그래봐야 쇠파이프나 기본적인 공구로 방어한 것 같은데
너무하군."
" 틈새를 노리고 들어온 건가?"
" 미국에도 감염체에게 명령을 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한국이라고 없을 이유는
없겠지."
" 상대하기 더 힘들어졌군."
수적으로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상황도 힘든데 공포도 망설임도 없는 병사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존재. 물론 병사들 하나하나의 움직임과 능력은 형편없었지만 그것을 수적으로 덮고 있는 집단이니 감정을 느끼는 인간으로써는 힘든 싸움이었다.
" 감염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아."
" 응?"
" 왜?"
" 여기 있는 여자 감염체 손톱이 꽤 길어.."
" 흠.. 만약 감염체가 된 지 오래 됐다면 손톱이 다 부러지거나 빠졌겠지."
" 여기서 감염이 됐군."
" 주변 상황을 보니 잘해야 이, 삼일 정도 지난 것 같네."
" 응?!!"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긴장된 표정으로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기태를 보아하니 감염체가 있는 것 같았다.
" 주변에.. 감염체가 있군.."
" 응. 숫자도 상당한데?"
" 혹시 모를 생존자를 대비해서 이곳에 두고 간 감염체인가?"
" 그럴지도.."
" 우선 은혜는 차 안에 들어가 있어."
" 네!"
우리는 서둘러 무기를 잡고 주변을 경계했다. 오 분가량 지났을까? 주변에서 감염체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 쳇.. 소리도 없이 움직였는데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 누군가 있다는 소리군."
" 응?!"
" 감염체를 조종하는 인간... 그런 인간이 우리를 봤다는 증거겠지?"
" 참네.."
" 우선!!!"
내가 빠르게 감염체 무리에게 달려들어 감염체를 베어갔다. 기태는 차량 근처에서 내가 처리하지 못한 감염체를 제거했고 박 중사도 나와는 반대 방향에서 감염체를 제거해 가기 시작했다.
" 쿠엑!!"
" 쿵..."
원래는 하나였던 육체들이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미약한 생명의 끈이 끊어졌다.
감염체의 숫자는 많았지만 슈트를 입은 우리 세 명이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감염체는 모두 정리가 되었고 혹시 살아 있는 감염체가 없는지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 신기하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 흠..."
우리 정면에 있는 가정집에서 뭔가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대형 감염체를 상대할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느낌. 나는 도로에 떨어진 조형물 근처로 갔다.
" 신기하긴... 난 알 것 같은데.."
" 응? 뭐?!"
내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박 중사가 되물었고 나는 떨어진 조형물을 들고 정면에 있는 가정집을 향해 던졌다. 조형물은 성인 남자만한 크기였기에 무게도 상당했고 무섭게 날아간 조형물은 가정집 대문을 그대로 지나 거실까지 들어갔다.
" 쾅!!!"
" 뭐!! 뭐해?!!"
" 이제 나오시죠. 그쪽에서 그렇게 훔쳐보면 모를 것 같았습니까?"
" 워... 대단하시군요. 생각보다 능력이 있군요. 여기서 또 뵙는군요."
얼마전 내가 감염체를 유인하려고 건물 위에서 있다가 마주친 사람. 그 사람이 건물
안에서 태연하게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나를 미행해서 우리를 따라 올 줄은 몰랐다.
" 어라?! 아는 사람이야?"
" 얼마 전에 봤을 뿐... 아는 사람은 아냐."
" 뭐??"
내 말이 이해되지 않는 듯 기태가 물었고 난 설명해줄 시간도 없었기에 계속 말을 했다.
" 그 때.. 말한 이야기가 이것이었군요."
" 네.. 뭐 그때는 정리가 돼서 나오는 중이었고.. 지금은 혹시 몰라 와봤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군요. 그래도 그러지 그런 식으로 던지면.."
" 크흑!!!"
분명 가정집과 거리는 상당했는데 정말 눈 깜박할 사이에 내 앞으로 와서 그대로 내 배를 가격했고 가까스로 막았지만 엄청난 힘에 그대로 밀려 날아가 버렸다.
" 젠장... 슈트를 입은 거야?!"
" 아니야!!"
" 인간의 육체를 너무 과소평가 하시는 경향이 있군요 다들."
" 빌어먹을.."
슈트를 입지 않고도 이 정도의 힘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도대체 저 인간은 어떻게 저런 힘을 가지게 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 제가 어떻게 이런 힘을 가지게 된 것인지 궁금한 모양이군요."
" 돗자리 펴도 되겠소."
" 표정에서 다 보이는데요 뭘."
방금 전 싸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화가 오갔다. 박 중사도 기태도 상대방의 능력을 제대로 모르니 함부로 싸움을 걸기 힘든 상황이었다.
" 조형물을 던진 것은 갚아 드렸군요."
" 체엣..."
" 계속 하실 생각입니까?"
" 하던 일은 끝내야겠지요?"
왠지 저 사람 계속두면 위험할 것 같았다. 슈트의 기능을 빌린다면 그리고 박 중사와 기태가 있는 상황이라면 할 만 할 것도 같았다.
" 흠.. 그럼!!"
" 캉!!!!"
" 젠장!!! 뭐?!!!"
갑자기 달려들며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엉겁결에 막았지만 그대로 밀리고 있었다.
" 쾅!!!"
" 빠르군요."
밀리는 상황에서 그대로 몸을 돌려 칼을 휘둘렀지만 큰 칼의 무게로 속도가 느렸고 이미 자리를 벗어난 상황에 칼은 바닥을 내리쳤다.
" 저런.. 속도... 말이 돼?"
" 젠장... 재원이 혼자 힘들 것 같은데!!"
계속해서 내 주변을 돌며 약을 올리듯 공격을 했지만 나는 막아내는 것이 한계였다. 내 칼을 감염체를 제거하려고 들고 다닌 것이지 같은 진화된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었다.
" 빌어먹을!!"
난 그대로 칼을 버리고 녀석의 품속을 파고들어 복부를 강하게 쳤다.
" 치익!!!!"
상체는 그대로 유지하고 몇 미터를 밀려났지만 큰 피해를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를 보는 모습에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 생각보다 칼을 버린 시점이 빨랐네요."
" 내가 버릴 줄 알았군요."
" 뭐.. 잔머리가 엄청 좋은 사람이라고 들었으니까요."
" 쳇..."
난 주변에 널려있는 파이프를 하나 잡고 자세를 잡았다. 이런 싸움에서 칼 날의 날카로움보다 차라리 빠르게 치고 빠지면서 피해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슈트의 배율을 5배로 늘리고 녀석의 움직임을 살폈지만 별다른 공격을 취할 자세는 아니었다.
" 흠... 상황 판단력이 좋군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무리입니다."
" 캉!!!"
" 뭐냐 이 자식은!!!"
맹렬한 속도를 자랑하며 계속해서 내게 공격을 했고 슈트의 기능 덕분에 아까보다는 수월하게 막을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내 능력에 맞춰 싸우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힘을 뺄 이유는 없었다. 난 그대로 슈트의 기능을 내 몸이 버틸 수 있는 배율까지 올렸고 그런 내 행동에 당황한 듯 남자는 잠시 주춤거렸고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파이프를 휘둘렀고 제대로 맞은 남자는 아스팔트 바닥을 뒹굴며 떨어져 나갔다.
" 제대로 들어갔다!"
" 제발.."
" 쿨럭... 와.. 이번 공격은.. 상당한데요?"
" 저 녀석... 인간 맞아?"
" 젠장... 더 이상은 힘든데.."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고 제대로 들어간 공격이었는데 녀석은 입가에서 피만 흘릴 뿐 변화가 없었다. 나와는 너무나도 차원이 다른 실력과 몸이었다. 방금 그 공격은 내가 슈트를 입은 상태에서 맞아도 제대로 서지도 못 할 정도였는데 맨 몸으로 맞고도 일어설 줄은 몰랐다.
" 젠장... 더 이상 속도를 올릴 수도 없는데.."
더 이상 배율을 올려봐야 속도는 줄어들고 힘이 강해지지만 저런 녀석을 상대하려면 속도가 동등해야만 했다.
" 쿨럭!!! 쿨럭!!"
하지만 녀석은 기침 몇 번과 피를 한 움큼 쏟아내고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
" 역시!!!"
" 살았다!"
몇 초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녀석을 보고 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는 눈을 보고 나는 얼어버렸다.
" 뭐...뭐?!!! 서...설마...?!!"
" 쿠워워!!!!"
" 젠장!!! 뭐야?!!!!!"
" 대...대형...감염...체..."
몸집이 세 배는 커지며 대형 감염체의 모습으로 변한 녀석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어째서 멀쩡한 인간이... 대형 감염체의 모습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 빌어먹을.... 미치겠군..."
만약 힘과 스피드가 올라갔다면 내 승산은 없다. 아무리 차량을 이용해 도망간다고 해도 초반 스피드는 저 녀석이 월등할 것은 뻔했다.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내게 걸어오는 녀석을 보고도 나는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이미 상황은 끝이다. 나는 차마 나를 향해 달려오는 감염체를 바라볼 수도 방어할 생각도 못했다.
" 쾅!!!!!! 쾅앙!!!"
" 응?!!!"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누군가 내 앞을 가로막고 달려드는 녀석을 단 한 방에 보내버렸다. 가정집까지 날아간 녀석은 일어서서 몇 번을 휘청거리고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공격을 해왔고 내 앞의 남자는 내가 던진 칼을 잡고는 그대로 던져버렸다. 곧게 날아간 칼은 그대로 복부에 꽂혀 버렸고 순간 속도가 줄어든 녀석에게 달려가 그대로 칼을 잡고 위로 들어 몸을 거의 반 토막을 내어놨다.
상체가 반으로 잘려진 녀석은 몸속의 장기들이 쏟아지면 그대로 쓰러졌고 난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힘겹게 상대한 녀석을. 10여초 만에 끝내버린 존재. 그 존재는 서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고 낯익은 얼굴.
언제나 평온한 미소를 보여주며 푸근한 남자의 이미지를 가진. 정서 형님이었다.
" 혀..형님?"
" 참네.. 이런 녀석한테 밀리다니.. 아직 덜 컸구만.."
이런 녀석이라니.. 도대체..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란 말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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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산으로...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