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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47화 (147/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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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웃어 보이는 정서 형님을 나는 멍하니 바라볼 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했다.

" 무리에서 이탈해서 어디 갔나 했더니.. 이런 곳에서 사고나 치고 있다니.."

" 네?"

" 저 녀석.. 뭐 우리 집단에서 골칫거리라 언제 손 좀 봐야지 했는데 이렇게

됐네. 덕분에 핑계는 생겼네."

" 도대체..뭐가.. 어떻게.."

" 뭐긴 뭐야. 생각 안 나? 예전에 강원도에서 발견된 자살한 아주머니도 물린

자국이 없는데 산소가 들어가니까 감염체가 됐잖아? 이미 모든 사람은 감염

된 거야. 일차적인 항체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감염체에게 물리지 않는다면

감염이 안 돼. 뭐 그냥 죽으면 어쩔 수 없이 감염체가 되기는 하지만. 그리고

변종 감염체는 치료약이라고 개발하다 실패한 것이고. 너 독초 발견했다며?

그거 효과는 좋더라. 덕분에 고생 좀 했다."

" 네?"

" 뭐가 네야. 저 녀석은 치료약을 맞았는데 저런 식으로 변한거야. 뭐

치료약이라기보다 이제는 강화된 육체를 만드는 약물이지만. 그리고 그 약을

한 번 더 맞으면 저렇게 변해. 그리고 지금까지 봤던 대형 감염체의 절반

정도가 저런 식이지."

" 하하..."

뭐가 뭔지 몰라 웃으만 나왔다. 도대체 정서 형님은 왜 여기 있는 것이고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된 것이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 너처럼 자연적으로 변화된 사람도 있지만 저런 식으로 약물 때문에 변한

사람도 있어."

" 그럼 형님은...?"

" 나? 난 자연산에 약물이 혼합된 형태라고 해야겠지?"

" 네?"

" 뭐.. 위험하긴 하지만 한 동안은 버틸 만 하니까. 하지만 네가 맞을 생각은

꿈에도 말아라."

" 우..우선 상황 설명 좀.."

" 어? 박 중사구나. 기태도 있네."

" 네..."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정서 형님의 모습에 다들 적응하기는 힘들었다.

" 은혜도 있네? 와.. 저 아가씨는 이런 상황에서도 미모가 유지 되는구나.."

" 형님!"

" 하하!! 미안 미안! 천천히 설명은 못 해주겠고 나도 가야할 곳이 있어서 간략

하게 설명 해주께!"

정서 형님은 주머니에서 물통을 꺼내서 한 모금 마시고는 손등으로 입을 닦아내고 말을 시작했다.

" 내가 예전에 속한 집단에 대해서는 다 기억하지? 분열도 있었다는 것과?"

" 네.."

" 뭐. 그 분열이 이제는 완전하게 나눠져서 한 쪽은 생존자들을 쓸고 다니고

한쪽은 그런 녀석들을 잡으러 다니고."

" 뭐가 앞뒤가 안 맞는 군요. 감염체를 퍼뜨려 이런 상황을 만든 집단이

이제와 왜 막는 것이지요?"

" 말했잖아. 우린 전멸을 바라는 것이 아냐. 세상을 다시 시작할 정도만 원하는

것이지. 저런 식으로 완전히 괴멸시킬 생각은 없다."

" 뭐가..뭔지..."

" 뭐 너희를 돕는 취지로 저 녀석들을 막으러 다니는 것은 아니니 희망을 가지지

말아라."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며 우리에게 말을 했고 뭔가를 말하려고 했던 박 중사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 제주도는 뭐 그러다치고 이 섬은 원래 이렇게 공격할 계획은 전혀 없었어.

알아서 괴멸할 것 같았는데 저 녀석이 들어와 쑥대밭으로 만들고 나갔지."

" 형님의 생각은 도대체.."

" 풋... 아 그리고 재원이 너 너무 기죽어 있는데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그리고 너무 슈트에 의존 하지마. 너 정도 능력이면 방금 그 녀석 나보다

빠르게 처리 할 수 있는데 마지막에 포기하는 건 뭐야?"

" 인간인 상태에서 저보다 강했는데.. 변하면 얼마나.."

" 참네.. 모르니까.. 저런 식으로 변한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없어. 네 슈트와

똑같아. 힘은 세지지만 스피드는 확실히 느려져. 그리고 해보지도 않고 포기

하지마. 많이 변했다?"

" 네..."

" 뭐.. 난 바빠서 다시 돌아가 봐야해. 여기도 우연찮게 들렸다가 이런 것이고

다음에 보자."

" 도대체 매번 다음에 보자 보자하고 언제 시원하게 설명해주실 겁니까?"

" 시간이 지나서!"

정서 형님은 역시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고 우리는 휑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 하아... 뭐..뭐냐 방금.."

" 도대체 정확한 저 형님의 정체는 뭘까?"

" 글쎄.. 직접 이야기 해주기 전까지는 모르겠네."

" 하아... 힘들다.."

난 그대로 바닥에 누웠고 걱정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은혜가 보였다.

" 괜찮으니 걱정마."

" 그래도..."

" 그냥 긴장이 풀려서 그래.."

" 네..."

나를 측은하게 그리고 미안하게 바라보는 은혜를 보고 살며시 웃어보이고는 괜찮다는 것을 보여줬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했다. 우리는 가정집을 뒤져 식량과 물품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고 제대로 피난길에 오르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집안에는 그래도 꽤 많은 양의 식량이 있었다.

" 우리는 좋지만... 이렇게 된 과정이..."

" 하아... 이런 모습을 보니 결코 다른 집단과 어울려 살고 싶지 않다."

" 인간의 욕심이란..."

" 이제 이동하자."

우리는 가져온 차량과 이곳에 있는 차량들을 가지고 이동을 시작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번 더 와서 물품을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시간이 걸려 우리가 목표로 한 섬에 도착했지만 바닷물이 빠져야 열리는 도로 때문에 우리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 이 생각을 못했네."

" 흠.. 금방 빠지겠지.."

예전이야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으로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을 바로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없고 지식조차 없는 상황에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카라반을 다시 찾았으니 노숙할 걱정은 없었다.

" 대부분의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네. 그냥 나둬서 걱정했는데.."

" 다행이네. 그런데 왜 가져온 거야? 어차피 섬에 들어가면 펜션이고 가정집이고

잘 곳은 널렸는데."

" 만약이라는 것이 있으니.. 그래도 애착이 가는 녀석이라.."

" 하긴... 또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

여기가 마지막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 도망치면서 생활하는 것에는 카라반 만한 것이 없었다. 작지만 전기도 사용가능했고 이동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얼마 후 바닷길이 열리고 우리는 섬 안으로 들어갔고 임시적으로 방어 초소를 만든 모습이 보였다. 많은 인원이 아니라 완벽하게 방어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시간을 벌 수는 있을 것이다.

" 다녀왔습니다."

" 그래.. 어떤가?"

" 감염체의 공격을 받아 괴멸했습니다."

" 사실인가?!"

" 네..단순히 감염체의 공격으로 당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부 분열중에

공격을 받아 대응할 시간도 없이 당한 것 같습니다."

" 그리고.. 감염체를 조종하는 존재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 힘든 상황이군."

" 이런 말씀 드리기는 죄송합니다만.. 공항에 물자와 무기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가서 가져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하아.. 어쩔 수 있나... 우선 오늘은 쉬게나. 고생했네."

" 네."

굳이 정서 형님은 봤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괜히 걱정거리만 늘어날 것

같았고 해봐야 좋을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섬이라고 해봐야 큰 것도 아니고 펜션이나 먹자거리가 형성된 구역은 매우 작았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우리는 각자 마음에 드는 펜션이나 가정집으로 들어가 쉬기로 했다. 생존자 모두가 너무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는 것도 위험했기에 일정 거리를 두고 무리를 지어 지내기로 했다.

" 우선 남은 탄과 무기를 모아서 다시 분배하도록 하죠."

" 알겠습니다. 우선 식량은 한 곳에 모아 놨으니 재분배를 하도록 하죠."

" 탄약은 얼마나 남아있죠?"

" 일반 소총 탄 10통입니다."

" 많은 양은 아니군요."

" 기관총 탄약도 많은 편은 아닙니다. 수류탄 유탄 할 것 없이 현재는 모든 장비

물자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 어쩔 수 없이 공항을 다녀와야 하겠군."

" 뭐 한번 털고 간 지역이라 위험하지는 않겠지요."

우리는 무기를 재분배하고 나와서 담배를 피었다.

" 너와 싸운 그 남자.. 아는 남자야?"

" 그 때.. 내가 감염체를 몰고 도망갔을 때... 마주쳤어."

" 왜 말 안했어?"

" 말 해봐야 좋을 것도 없고 그 남자도 크게 적대적이지 않았고.. 문제는 나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것이라 판단되었고 주변에 그 녀석을 지키는 감염체가

많아서 상대하기도 힘들었어."

" 흠... 정서 형님 말씀이 사실이었군."

" 이래저래... 그래도 여긴 조금은... 안정되게 만들어야지."

담배를 다 피고 우리는 여자들이 준비한 식사를 챙겨 먹었다. 비록 부족한 식량이었지만 그래도 먹을 건 먹어야 했다.

" 다행히 바닷가고 갯벌도 있으니 뭔가를 얻을 수 있겠지."

" 아직까지 물속에서 발견된 감염체는 없으니 안심이다."

"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군."

" 참네.."

우리는 꽤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했고 양이 풍족하지 않았기에 먹을 수 있는 것은 얼마 없었다.

" 해가 지려면 시간이 좀 남았는데.. 낚시라도 해볼까? 근처를 뒤져보면 낚싯대

라도 나오지 않을까?"

" 갯벌에서 쓸 만한 도구는 많은데.. 낚싯대는 못 본것 같은데요?"

" 찾아보면 어딘가 있겠지?"

" 갯바위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던 곳이니.. 뭐라도 있을거야."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주변 상점이나 펜션을 뒤졌고 몇 개의 낚싯대를 구할 수 있었다. 비교적 관리가 잘 된 개인 낚싯대라 그런지 바로 써도 괜찮을 듯 싶었다.

" 상태는 괜찮네..."

" 미끼야.. 뭐라도 끼면 될 것 같고..."

" 먹을 건 없나?"

" 이미 찾아봤는데.. 별로 없더라."

" 쳇.."

옆의 상점에는 폭죽이 가득했고 과자나 음료를 진열했던 선반은 이미 텅텅 비고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주변 건물을 수색하는 모습을 봤지만 별 소득이 없는지 힘이 없어보였다.

" 그나저나 제주도에 있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 우리가 미국에서 들었던 캠프가 정말 있다면 강원도일 확률이 높지."

" 하지만 무슨 수로 그 많은 인원을 피난 시켰지?"

" 배도 있고.. 비행기도 있고.. 배만 해도 엄청 타고 갈 수 있잖아."

" 수송기나 비행기는 연료 소모가 심해서..."

" 뭐 그래도 현재 상태를 봐서는 무사할 확률이 높으니 너무 걱정 말자."

펜션의 정원에 마련된 그네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의논을 하였다. 우선 정서 형님의 집단에서 우리와 동등한.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 솔직히 재원이가 고전할 정도면 우리는 상대도 못 할 것 같은데.."

" 정서 형님이 말씀하셨듯이 미리 겁먹고 그래서 제 실력을 발휘 못 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슈트가 우리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고.."

" 그나저나 대형 감염체로 변하는 것은 좀 살벌한데? 무슨 헐크도 아니고.."

" 그래도 다행히 능력치의 변화는 우리와 동일하니까..미리 겁먹은 것이

창피하다."

"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있냐. 왜 고양이 앞에 쥐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 차라리 감염체가 상대하기 편하지.. 그 녀석 정말 빨랐어."

" 그 속도로 공격하는 것을 맞으면 한 방에 기절할 것 같던데?"

" 그래도 슈트가 있으니까.."

" 그나저나 그 칼.. 정말 크다... 정말 대 감염체용인데?"

" 응.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무겁더라."

" 이제 우리도 근무를 하러 가볼까?"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 가자.."

남자들은 돌아가면 섬 입구에서 근무를 서기로 했기에 다음 교대자인 나와 기태가 섬 입구로 걸었고 나머지 인원은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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