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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시 사람이 많으니 여러 방면에 이득인 점도 있었다. 음식 준비나 시설적인 보강에도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식당도 저번에 우리 쪽으로 온 생존자들이 준비했는데 부족한 식재료로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었다.
" 와.. 맛있다.."
" 도대체 뭘로 만드셨나요?"
" 시장이 반찬이죠. 많이 드세요."
아주머니는 푸근한 미소로 음식을 마련해 주셨고 초반보다 사람들은 서로간의 친밀도가 조금은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에 온 생존자들이 말해준 내용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주는 내용이었다. 근처에 생각보다 많은 수의 생존자가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고나 공장이 많은 지역이라 감염체의 공격을 받지 않고 지내는 인원이 많다는 것이었다. 소수의 인원이 생활하니 감염체도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형이 허허벌판이다 보니 감염체의 움직임이 쉽게 보인다는 장점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갯벌과 바다가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산에서도 뭔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채취할 수 있는 지식만 있다면 말이다.
" 생존자들이 모여들까?"
" 그들도 경계를 하겠지. 세상에 좋은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 흠.."
" 그나저나 밥 진짜 맛있는데?"
" 맛있어요? 내가 한 건데?!"
" 그래? 굉장한데?"
은혜는 자신이 한 음식이 맛있다는 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아진 듯 웃어보였다.
슬슬 몰려드는 사람들로 식당은 가득 찼고 정말 오랜만에 북적거림을 느끼며 식사를 끝낼 수 있었다. 우리는 밤낚시라도 해볼 생각으로 산책로가 마련된 곳으로 갔다. 한 마리라도 더 잡아야 내일 먹는 식단이 풍족해 진다는 생각에 삼삼오오 모여 사람들이 나름대로 명당이라고 생각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고 몇몇은 산으로 올라가 나물 따위를 캐는 모습도 보였다.
" 그나저나 이 배들 진짜 아깝다."
" 몇 척은 건져서 섬 입구를 막는데 써도 될 것 같은데?"
" 무거워서 끌 수나 있나?"
" 우리 네 명도 있고.. 군용차로 끌면서 오면 가능하겠지. 무리를 해서라도 끌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섬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자재가 한계가 있으니까."
" 하긴 배 안에서 꽤 많은 물건을 얻을 수 있으니까."
" 마음 같아서는 저기 있는 유람선이라도 끌고 오고 싶은데.. 그러면 우리가
나가는 길도 막히니까."
" 고급 보트도 있는데 건질 것 좀 없나?"
" 내일 하나하나 뒤져볼까?"
" 그러자! 우선 낚시나 해볼까?"
" 조심조심!"
우리는 각자의 반려자와 함께 낚시를 하러 봤고 김 중사와 박 중사가 커플이 되어 낚시를 시작했다. 배들이 서로 뒤엉켜 있기 때문에 배를 다리 삼아 넘어가서 중간쯤 파도가 많이 없는 곳에 낚싯대를 던졌다.
" 평화롭다.."
" 주변 광경만 아니라면 정말 좋은데요? 배에서 낚시라니.."
" 불편하지 않아?"
" 괜찮아요. 낚시 의외로 재미있는데요?"
낚시를 처음 하는 은혜가 몇 마리를 잡자 재미를 느꼈는지 연신 미끼를 갈아 끼우며 낚싯대를 던졌다. 바다의 생태계는 원활하게 돌아가다 못해 흘러넘치는지 예전에는 절대 잡을 수 없는 위치에서도 꽤 쏠쏠하게 잡히고 있었다.
" 자리를 옮겨봐야지."
" 여기도 잘 잡히는데 왜요?"
" 다른 종이 잡힐 수도 있으니."
" 네! 조심해서 가요!"
뒤엉킨 배들 사이에 꽤 큰 배가 보였다. 한눈에 봐도 꽤 호화스러운 보트였고 크기도 상당했다. 내가 유람선이라고 생각했던 배가 개인 소유의 보트였다.
" 와... 영화에서만 봤는데.. 이런 것도 있구나.."
큰 배들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외관도 크게 부서진 것 같지는 않았다. 큰 배들이 가장 바깥쪽에서 방파제 역할을 해서 그런지 작은 배들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 크기가 된다면 큰 파손은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 이래서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고 했지."
가장 호화스러운 배 안으로 들어가자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가구와 소파가 보였다. 대충 둘러보며 상태를 확인한 결과 운행에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큰 배를 운영할 인원도 기술도 없었기에 그림에 떡이었다.
하지만 발견한 것 자체로 만족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뭣하면 그냥 타고 숨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리를 옮긴 곳에서는 낚시는
대실패였고 다른 인원이 잡은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아침이 되어 우리가 어제 이야기했던 계획대로 근처에 있는 배를 꺼내와 섬 입구에 필요한 물품을 뜯어냈다. 제법 큰 배였기에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고 의견을 모아 효율적으로 섬을 방어할 수 있도록 바리케이드를 제작했다.
" 이제 제법 모양을 갖췄군."
" 네. 슈트가 있어서 조금은 편했네요."
" 이제는 방어는 얼추 마무리가 됐으니 섬 안을 신경 써야겠군."
" 네. 저기 해안가에 있는 배들 중에 쓸만한 것들도 많던데. 여차하면 저
배안에서 농성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 그렇군. 고생했네."
" 아닙니다."
" 그리고 저번에 왔던 생존자가 자신의 주변에 있던 생존자들도 같이 지내면
어떠냐고 물었는데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 솔직히 저는 많은 인원이 지내는 것은 반대지만.. 너무 적은 것도 문제겠죠?"
" 지금 인원은 40명 남짓이라네. 적어도 이정도 섬을 방어하려면 백 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안에서 지낼 곳은 충분하니 무리가 없겠지."
" 하지만 식량이 문제입니다. 지금 있는 인원의 식량을 구하는 것도
아슬아슬한데 더 모인다면 힘들 수도 있습니다. 낚시와 갯벌에서 얻는 식량도
한계가 있습니다."
" 그래도 인원이 필요한 상황이긴 한데.."
내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박 중사가 말을 했다.
" 너무 갑작스럽게 인원을 늘릴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재원이 말대로 식량이
가장 큰 문제인데 현재로써는 많은 인원을 먹일 식량을 구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천천히 인원을 늘려가면서 대책을 찾아야 하겠군."
" 뭐 생존자가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너무 앞선 걱정인 것
같습니다."
" 하긴.. 현재 식량 조달 상황은 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이제는 조금씩 남는 상황
입니다. 이 문제는 천천히 생각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알겠네. 우선 인원을 보내서 그 생존자들을 데려 오겠네. 이 점은 반대하는
인원은 없지?"
" 알겠습니다."
" 넵."
대령님은 인원을 보내서 생존자를 데려오라고 지시를 했고 군용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를 이끌고 섬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존자들을 무사히 섬까지 데려올 수 있었다. 이번에도 자녀를 동반한 식구였고 인원은 10명 정도로 보였다. 중간에 유아도 있는 것이 보였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 대단할 정도였다.
" 애기가 엄청 울었을 텐데.. 그리고 먹을 것도 충분하지 않는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니.. 대단하다."
" 존경스럽네.."
" 대단하다.."
다들 이번에 들어온 생존자를 보고 존경심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서로 아는 사이인지 부둥켜안고 좋아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런 모습을 감상하던 중 멀리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 젠장!!"
" 응??!!"
" 감염체가 따라왔어!!!"
" 뭐?!!!"
" 독초를 바른 탄을 준비해! 이번 기회에 시험해보자!"
" 숫자가 얼마나 되는?!"
" 몰라! 어서!"
우리는 서둘러 섬 입구에서 전투를 준비했고 슈트를 입은 인원은 최대한 근접해서 처리하기로 했다. 각자의 무기를 들고 섬 밖으로 뛰어갔고 상당히 많은 숫자의 감염체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 이래서.. 조심성 없는 녀석을 보내는게 아닌데.."
" 뒤도 안보고 온 거야? 저 정도 숫자가 따라오는데도?"
" 모르지..."
" 온다!!"
최대한 많은 숫자를 죽여야 했기에 초 진동 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감염체 정면으로 뛰어갔다.
" 꾸에엑!!"
" 쿵!!!"
" 오른쪽!!!"
2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감염체지만 갯벌이나 바닷가를 통해서 들어오지는 않는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체력조절만 잘하면 꽤 많은 숫자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 최대한 많은 숫자를 여기서 줄여야해!"
" 알아!!!"
" 계속해서 밀고 들어오는데?!!"
" 젠장!!"
육지 입구까지 길게 늘어선 감염체를 보고 다들 빠르게 감염체를 베어갔다. 육지에서 섬 입구까지 거리는 약 2km가 넘으니 시간을 벌 수는 있었다.
" 점점 뒤로 밀리는데.."
" 젠장 아무리 빨리 죽여도 밀고 들어오는 속도가 장난이 아냐!"
" 조심해!!"
" 뭐..뭐야?!!"
간혹 온전한 육체를 가진 감염체도 있었다. 대형 감염체도 있는 마당에 육체적 능력이 일반 사람과 비슷한 감염체가 있다고 해도 놀라울 것은 없었지만 지금 상황을 더욱 힘들게 하는 존재였다.
" 빌어먹을. 뭘 먹고 저렇게 변한거야?"
" 뭐겠냐!!!"
" 재효야! 가서 기관총을 가져와!"
" 응?!!"
" 우선 여기서 최대한 제거해야하니까 우리가 시간을 끌테니 어서!"
" 알았어!"
재효는 뒤도 안돌아보고 무서운 속도로 뛰어갔고 재효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했다.
" 온..온다!!"
" 허억..허억..."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 1/4톤 군용차량에 기관총을 연결한 차량이 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앞에 선 차량은 굉음을 내며 발사되기 시작했다.
" 우선 이거라도!!"
각자 소총을 받고 쉴 시간을 벌기 위해 사격을 했다. 머리가 아닌 몸통을 쏴봐야 예전에는 효과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몸을 관통당한 감염체는 시간이 지나자 점점 힘을 잃어가며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 효과가 있다! 효과가!!"
" 나이스!!!"
감염체는 우리가 싸울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갔고 우리는 점점 앞으로 전진 할 수 있었다. 후방에서 탄약을 싣고 우리를 도와주러 왔고 부족한 탄약을 보충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 그런데 왜 육지에 있는 부비트랩을 안 터졌지?"
" 불량인가?"
" 젠장!!!"
" 재장전!!!"
남자 20명이 쏘는 탄약의 수는 엄청났기에 서로 교대로 쏘면서 탄창을 바꿀 시간을 벌었다. 더 이상 머리를 쏴야하는 상황이 아니기에 조금은 편하게 사격을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싸울 수 있었다.
" 대령님!!"
" 어서 움직이게나! 조금 있으면 해가 진다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 알겠습니다!"
" 전진!!"
우리는 빠르지 않지만 그래도 천천히 확실하게 앞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소수의 인원으로 싸운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밀고 나간 적이 없었기에 다들 자신감이 넘쳤다. 덕분에 해가 지기 전에 상황을 끝낼 수 있었고 다들 환호했다.
" 드디어! 드디어!!!"
" 와아!!"
" 기뻐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죠! 지금 물이 차옵니다!"
" 어서 섬으로 돌아간다!"
" 넵!!"
마지막 한 녀석까지 제거를 하자 도로에 물이 차오는 모습이 보였고 우리는 빠르게 다시 섬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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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인데 언제나 코멘트를 달아주시는 무뇌님 감사드립니다..꾸벅...
눈팅만 하시고 가시는 분들고 감사드립니다.
선작을 해주신 추천을 해주신 분들 또한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