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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하늘에 떠 있는 해를 가릴 정도의 숫자. 예전 미국의 독수리보다 무서운 존재였다. 차라리 독수리를 덩치라도 있으니 상대하기 수월했는데 비둘기는 크기가 작아 상대하기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 어서!! 뛰어!!! 폭죽을 쏘아 올려요!!"
" 예전에 가져온 방사폰가? 그건 못 쏴요?!"
" 후폭풍 때문에 공중으로 쏘기 위해서는 작업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 왜 죄다 땅에다 박아 둔거야!"
" 젠장! 누가 저렇게 올 줄 알았냐?!"
" 그만!! 어서 폭죽을 쏘고 후퇴한다!"
" 네!"
변종 비둘기가 나타났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 15연발짜리 폭죽이 사용되었다. 어차피 섬 안에서는 피난이 완료 됐을 테지만 혹시 모르니 터뜨리기는 해야만 했다.
" 응?"
" 왜?!"
" 생각해보니.. 이 폭죽은 섬 안에서 안 보일텐데.. 조명탄이나 신호탄처럼 높이
올라가는 제품이 아니라서..."
" 누군가 봤으면 말했겠지.."
" 생각은 좋았는데 그래봐야 장난감이라는 것을 깜빡했네."
" 에라이."
난 하나에 불을 붙이고는 하늘 높게 던졌다. 차라리 이렇게 던지면 멀리서도 보일 듯 싶어서 한 행동인데 생각외의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 펑! 펑!"
" 푸드득! 푸드득!"
" 어라?"
" 뭐냐?"
약하고 약한 폭죽을 맞고도 떨어지는 감염 비둘기가 보였다. 정확히는 떨어지기보다 방향을 못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 도망가면서 한 개씩 불을 붙여서 던지세요!"
" 넵!"
말을 했지만 도망가면서 불을 붙이는 것은 쉽지 않았고 우리는 임시로 마련된 창고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 퉁! 퉁!"
" 허억...허억..."
" 끈질긴.."
비둘기는 창고 벽에 몸을 던지며 뚫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비둘기는 비둘기다. 두꺼운 벽돌과 철판을 뚫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 젠장... 언제.."
" 저 정도 양이면 레이더나 그런 것에 걸리지 않아요?"
" 그..글쎄요.."
" 우리 나갈 수는 있겠지?"
" 해가 지기 전에 여기서 벗어나야 하는데.."
" 우선 상황을 살피죠."
" 이제 일반 감염체를 상대할 만하니까 비둘기라니.."
" 그래도 지금까지 경험에 보면 한 동안 찾다 안 보이면 다른 곳으로 날아가니
영원히 이곳에 있지는 않겠지."
" 무시무시 하군요."
비둘기 덕분에 내가 대형 감염체를 제거 했다는 사실이 금방 잊혀졌다.
"어라?!"
" 왜!"
" 젠장! 우리 일반 감염체도 다 제거 못하고 왔잖아?!"
" 하하.."
" 빌어먹을!!!"
대형 감염체는 제거 했지만 뒤에 있던 일반 감염체를 생각하지도 못하고 도망쳤던 것이다. 육지 입구에서 섬 입구까지 거리가 상당하지만 언젠가는 도착할 것이다.
" 젠장.. 밖에는 어때?"
" 비둘기가 무리를 지어 다니기는 하는데... "
" 감염체는 보여?"
" 아니.. 이곳에선 보이지가 않아."
" 젠장!"
" 어쩌지.."
" 내가 간다."
" 뭐라는 거야?! 네가 무슨 영웅이냐? 이런 일만 생기면 쳐 나간다고 하냐?!"
" 나보다 빠른 사람 있으면 대신 하던가."
" 쳇..."
" 우선 소초 안에 있는 방사포 비슷한 그 산탄총 비슷한 녀석을 사용하려면
어째야 하죠?"
" 조준선은 섬 입구에서 육지입구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조준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초소에 들어가시면 숫자가 써 있는 리모콘과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1부터 32까지는 위치에 맞는 탄들을 쏠 수 있는 것이고
밑에 A,B,C,D는 첫 줄과 둘 째 줄을 일 정 시간 마다 8발씩 자동으로 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끝에 있는 F는 32발 모두를 일 정 간격으로 쏘게
하는 것입니다."
" 흠... 간단하네요."
" 네.. A,B,C,D기능을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몸을 피하기도 수월하고요."
" 알겠습니다."
" 그리고.. 소음이 엄청나고 후폭풍도 엄청나니... 조심하십쇼."
" 네."
나는 대략적은 사용법을 듣고 문을 열고 빠르게 소초로 달렸다. 예전보다 월등한 속도로 높아진 나는 이제 비둘기 따위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간혹 나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는 녀석이 있었지만 쉽게 베어버리거나 칼 옆면을 이용해 야구배트 휘두르듯이 휘둘러버렸다.
" 이건가.."
어느새 꽤 가까이 다가온 감염체를 보고 리모콘의 A 스위치를 눌렀다.
" 키잉.."
" 어라?? 뭐지..."
뭔가 태엽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는 바로 굉음이 터졌다.
" 콰앙!!!!!"
" 켁!! 뭐.. 뭐야 저 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아주 많이 소음이 심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완전히 원형이 아니고 납작한 타원인 포신에서 나가는 탄은 정말 산탄총과 흡사한 아니 같은 원리로 작동되는 무기였고 다른 점이 있다면 산탄총은 탄들이 원형으로 퍼지는 형태지만 이 무기는 가로세로로 퍼지면서 나가고 있었다.
" 소리가 큰 만큼 효과는 확실하네."
순식간에 감염체의 1/3이 정리되는 모습을 보고 꽤 유용한 무기라 생각되었다.
정말 큰 단점은 소음이었지만 그 것을 덮어버릴 정도의 화력이 있기에 상관없었다.
" 콰앙!!!!"
기본 세팅 시간이 30초에 맞춰져 있는지 잠시 후 두 번째 탄이 쏘아졌고 감염체들은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 오호.. 탄에도 독초가 발라져 있나?"
분명 머리에 맞지 않았는데 쓰러지는 녀석을 보고 중얼거렸다. 얼추 지상에 있는 감염체가 정리가 되었고 그 중에 살아남은 감염체도 있었지만 바리케이드를 넘어오지는 못했기에 큰 걱정은 아니었다. 지금 당장의 문제는 하늘에 떠 있는 저 비둘기였다. 쓰러진 감염체 위로 몰려든 수많은 비둘기들은 잔인하게 감염체의 얼마 있지도 않은 살점을 뜯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 대형 감염체였다. 덕분에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사람들을 안전한 곳에 대피시키거나 집안에 숨죽이고 숨어있게 했다.
" 사람들은 안전합니다. 이제 저것들이 문제군요."
" 오래 걸릴까요?"
" 배가 채워진다면 다시 자리를 벗어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들을
노린다면 힘들어지겠지요."
" 슈트의 능력으로도 무리군요."
" 지상전에만 신경을 쓰고 무기를 개발했는데.. 날아다니는 변종 감염체가
나온 것은 얼마 되지 않으니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현재는 없습니다."
" 있다고 해도 저런 크기의 새를 제거하려면 낭비가 심하겠지."
"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마냥 기다리는 것이 전부 겠군요."
우리는 비둘기들이 감염체에 시선을 뺏겨있는 틈을 타서 초소로 돌아왔다.
" 저 다연장 로켓포 같은 무기로 쏘면 어떨까요?"
" 탄이 퍼지는 형태가 가로세로라 힘듭니다. 일반 산탄총이라면 원형으로
퍼지기 때문에 잡을 확률이 커지는데 이 녀석은 쏘기 위한 시간도 몇 초가
필요해서 아마 다 날아가 버릴 것 같습니다."
" 마땅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군요."
" 이대로 시간이 지나 비둘기가 날아가기를 기대해야겠지요."
부대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감염체만 상대할 것이라 예상했기에 공중에서 날아오는 녀석에 대한 대비는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우리도 지금까지 생존하면서 공중에서 공격받은 횟수는 얼마 되지 않으니 당연히 대비도 미흡했다.
" 알았다고 해도 마땅한 방법은 없었을 것입니다. 작고 숫자도 많아서.."
박 중사도 하늘을 보며 말을 했다.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우리를 초소 한 구석에서 몸을 숨기고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봤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비둘기들이 하나 둘 날아오르며 다른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남아 있는 비둘기들은 소리 없이 제거 했고 사람들도 하나 둘씩 건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봤고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바다와 하늘은 아름다운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는구나."
" 일반 감염체도 문제인데..."
" 대비책을 세워야지."
" 까다로운데.."
우리는 모여서 비둘기에 대한 대비책을 세웠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정말 배를 이용해서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건물에서 비둘기에 대한 대비를 세우고 살아야 하는지는 시간이 지나서 결정하기로 했고 우선은 현재 지내고 있는 숙소에서 지내기로 했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덜컥 배로 이동했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무기를 점검하고 부비트랩을 확인하도록."
" 알겠습니다."
" 자네는 가서 부상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 네!"
부대장은 신속하게 상황을 정리해갔고 우리는 섬 입구에서 근무를 서며 다른 인원이 일을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해가 지면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낮 동안의 더운 열기를 식혀주기에는 충분했다.
" 해가 지니까 살만하네.."
" 정말 더위 많이 탄다."
" 난 정말 여름이 싫어."
나는 육지 입구를 보며 말을 했다. 섬 입구에 설치된 모닥불은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고 육지 입구에도 설치된 모닥불은 감염체의 접근을 막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감염체가 불을 피한다고 장담할 수 없었고 물을 피하는 것도 언젠가는 내성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준비를 하기에는 우리가 가진 장비가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 우선 일반 감염체는 그렇고 비둘기가 문제인데.."
" 창문만 조심하면 그 덩치에 벽을 뚫고 오기는 힘들겠지."
" 어쩌다 저 닭둘기들이 이렇게 위협이 됐는지."
" 생각지도 못 했지. 차라리 독수리가 편하지."
" 빌어먹을.."
" 서울에서 그 화학탄을 터뜨려서 이쪽으로 도망친 건가?"
" 아직은 모르지.. 그 화학탄 우리도 줄 수는 없나?"
" 그래봐야 제대로 효과도 없는데 뭐 하러?"
" 비둘기들이라도 막을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냐?"
" 하긴.."
" 이제 끝내고 오나보다."
섬 지역 순찰과 일행들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던 기동대가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 수고하셨습니다."
" 아닙니다. 별일은 없죠?"
" 네. 뭐 큰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 네. 저희 부대원들이 정비를 하고 올 동안만 부탁드립니다."
" 걱정 마시고 쉬다 오세요."
" 감사합니다."
무척이나 피곤해 보여서 선뜻 근무를 바꿔달라고 하기도 미안했기에 우리가 더 근무를 서기로 했다. 박 중사는 다음 근무로 김 중사와 기태. 그리고 재효를 세우고 기동대 인원이 쉴 수 있게 배려를 해주었다.
" 차마 바꿔달라고 말을 못 하겠네."
" 다들 고생이 많았으니까."
" 여러모로 힘든 하루였다."
" 하암.."
나와 박 중사는 초소 벽에 기대어 말을 했고 잠시 후 김 중사와 우리 일행이 오는 것을 보고는 근무를 교대하고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