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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62화 (162/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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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공장의 문을 걸어 잠그고 부대장과 나는 자리를 잡고 홍 소령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 처음에는 제주도도 살만 했는데 무슨 일인지 화산이 폭발하려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어. 땅이 갈라지고 곳곳에서 증기가 올라오고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지.

그래서 섬이 있는 사람들은 서둘러 섬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우리도 배를

한 척 구해서 빠져나왔어."

" 아..."

" 뭐. 이번에도 윗선은 미리 비행기로 떠났으니 밑에 사람만 죽어났지."

" 고생하셨네요."

" 그래도 우리는 식량이나 무기를 제법 챙겨왔으니 망정이지 다른 인원들은

어떻게 됐는지.."

" 저희가 제주도로 갔을 때는 생존자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 그래? 이상하네. 빠져나오지 못 한 인원도 있었는데."

" 뭐 저희가 섬을 전부 뒤진 것도 아니니.."

" 여하튼 우리도 점점 식량도 바닥을 보이고 챙겨온 탄약도 모자라 주변을 수색

하고 있었어."

" 그런데 가까운 곳에 섬으로 가시지.. 왜 이런 곳에."

" 아! 그 섬.. 너희가 갔을 때는 아무 것도 없었나봐?"

" 네?"

" 그 섬은 우리가 도착했을 때 엄청난 숫자의 감염체가 있었어. 그 섬 근처에

버려진 배들이 많아 가보려고 했는데 감염체가 너무 많아서 가볼 엄두도 못

했는데?"

"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그런 흔적이 전혀 없었는데요?"

" 신기하네.."

" 이럴 시간에 저희 섬으로 옮기시죠. 부대장님 가능하죠?"

" 물론입니다. 섬 인원에게 이미 연락을 했습니다. 잠시 후면 트럭을 가지고

도착할 것입니다."

" 하아.. 한시름 놓겠다."

" 고생했네요. 그나저나 이런 상황에 애기는 잘 커서 다행이네요."

" 다들 양보해주고 하니까.."

손 하사가 안고 있는 아기를 보고 내가 말했다. 다행이 건강에 큰 이상이 있어 보이거나 약해보이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차량이 도착하였고 사람들은 짐을 싣고 트럭에 올라탔다. 확실히 일반 승용차보다 느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섬에 도착했고 다시 재회를 한 일행들은 눈물을 흘리고 반겼다. 특히나 손 하사는 그 동안의 긴장이 풀린 탓인지 서럽게 우는 모습이 보였다.

" 고생하셨네요. 정말.."

" 하아.. 지금이라도 너희를 만났으니 다행이지."

이름과 생김새가 너무나도 다른 핑크는 은혜 품에 안겨 애교를 피우는 모습도 보였다.

" 그나저나 저 개는 뭡니까?"

부대장이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솔직히 누구라도 궁금한 상황일 것이니.

" 일종의 탐지견이라고 해야하나.. 뭐 감염체가 다가오는 것도 알 수 있고

머리도 좋고 일반 감염체 둘 셋은 가볍게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이죠."

" 허.. 품종을 보니 군견은 아닌 것 같고.."

" 제가 예전에 일행과 떨어져 살아남았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새끼였던 녀석을

키웠죠. 생각보다 영특한 놈이라 지금까지 잘 살아남았죠. 저희 일행에 큰

도움이 될 녀석입니다. 적어도 근무를 선다면 저희보다 먼저 감염체의 존재를

알려줄 녀석이니까요."

" 다행입니다!"

" 하지만... 문제가 저 녀석에게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다는게 문제죠."

" 뭐 근처에서 지내시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감시

카메라나 부비트랩을 설치했으니 몰래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다행이네요."

" 오늘은 성과가 있군요."

" 정말 큰 성과죠."

오랜만에 만난 일행들이 기뻐하며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며 부대장과 내가 말을 했다. 홍 소령의 생존소식을 들은 대령님도 나와서 반겼고 다른 일행들은 이번에 들어온 생존자들의 숙소를 잡고 정리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 모르긴 몰라도.. 여긴 쉽게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군요."

" 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 자신감이 넘치시는 군요?"

" 하하! 이제 와서 뭐..."

사람들이 짐을 나르는 것을 도와주러 나도 움직였고 트럭에 실었던 짐들은 금방 정리가 되었다. 이제는 백 명에 가까운 인원이 된 상황. 인원도 충분하겠다 이제부터는 내실을 다져야할 시간이 다가왔다.

새로 들어온 생존자와 기존에 있던 생존자들과의 마찰은 전혀 없었다. 기존에 있던 생존자들이 오히려 배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비상 탈출배를 정하고 청소하는 것도 도와줬다. 섬 입구의 방어가 끝났으니 이제는 해변을 따라 부비트랩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살상무기가 아닌 신호탄을 끈으로 연결해 큰 힘이 가해지면 신호탄이 발사되게 만들었다.

" 생각보다 엄청 넓다."

" 젠장... 언제 다 하냐?!"

일정 간격으로 말뚝을 박고 끈으로 신호탄을 연결하는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너무 약하게 연결하면 신호탄이 터지지 않을 수도 있었고 너무 강하게 연결하면 작은 바람이나 이물질에도 신호탄이 발사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하아..하악... 진짜 덥다."

" 흐미..."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아래 뜨겁다 못해 따가울 정도의 해를 고스란히 받으며 작업에 열중했다. 가능한 빨리 끝내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다들 빠르게 움직였다.

" 후우... 이제 마무리다."

" 와.. 새벽부터 움직였는데 벌서 해가 지고 있어.."

" 끄응.. 허리야..."

"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

해가 질 무렵이 돼서야 작업이 끝이 날 수 있었다. 부대장은 인원이 늘어난 만큼 서울 캠프에 물자와 식량을 더 요청할 것이라고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생존자들 중에 간단한 경작을 할 수 있는 인원도 있었고 요리에 능숙한 인원도 있었다. 열심히 해산물이라도 잡아다 가져다주면

적어도 굶지는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적게는 십년. 많게는 수십 년의 기간 동안

밥을 먹고 살아온 한국 사람에게 쌀의 존재가 무척이나 그리웠다. 물론 보급품으로 간간히 들어오기는 하지만 양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다들 큰 불만은 없었다. 없는 것 보다야 백배 천배 나은 상황이고 다른 음식들이 우선은 부족하지 않게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공급은 서울 캠프에서 해는 것도 있지만 우리가 직접 구해오는 것도 있었다.

" 오늘은 돼지 바비큐입니다."

" 네?"

" 어디서..."

" 섬 밖에 순찰을 하던 중 멧돼지 무리를 발견해서.. 몇 마리 잡아왔습니다."

" 도대체.. 어딜 봐서 몇 마리라는..."

슈트를 입은 인원들이라 평소라면 무척이나 힘든 작업도 쉽게 할 수 있었다. 군용 트럭 적재함에 한 가득 쌓여있는 돼지들을 보고 다들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오랜만에 육지의 네발달린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빠르게 바비큐 준비를 하고 먹을 준비를 끝내는 모습에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 오!! 얼마 만에 먹어보는 고기야!"

" 크흑... 이 감촉..."

" 맛있어!!"

한 마리만 해도 엄청난 크기였고 그런 돼지는 4마리나 구웠으니 사람들은 정말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먹다보니 문득 이 돼지도 감염된 것이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었다.

" 걱정하지 마세요. 이 녀석은 멀쩡한 녀석입니다."

" 아... 어떻게.."

단순히 멈칫 거렸을 뿐인데 내 생각을 읽어버린 부대장이 신기했다.

" 뭐 재원씨는 체력이 좋아진 것 아닙니까? 저는 일종의 감이 좋아졌다고

할까요."

그동안 계속 같이 지냈는데 진화 인간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보통은 진화인간이라면 동질감으로 느낄 수가 있는데 부대장은 달랐다.

" 농담입니다. 진지하게 듣지 마시죠."

" 하하.. 농담도 할 줄 아십니까?"

" 뭐... 그리고 먹는 순간 멈칫 거리는 것으로 대충 알았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동물이 감염되어 변하는 것은 우선 조류와 파충류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시죠."

" 파충류요?"

" 네. 도마뱀이나. 뱀.. 뭐 이런 녀석들이 변하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우리나라에

파충류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습니까? 차라리 감염 비둘기가 더 위험하죠."

" 하긴..."

다들 무서운 속도로 고기를 집어 먹는 것을 뒤로 하고 섬 입구로 가보았다. 근무자들도 사람들이 챙겨둔 고기를 먹으면서 근무를 서고 있었지만 눈은 도로에서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 대단하네.."

보통은 긴장감이 흐트러질 시간이지만 저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황이지만 경험에서 나온 방심은 곧 피난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는 것 같았다.

공해라고는 이제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 밤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별들이 검정 도화지에 그려진 듯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바닷가 근처라 그런지 습도가 높고 기분 나쁜 끈적임이 계속되었다. 해가 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온은 내려가지 않아 오늘 밤도 편히 자기는 틀린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초소로 걸어갔고 초소에서 근무하던 인원이 나를 알아봤지만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 기온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네요."

" 네. 오늘도 밤잠을 설치게 될 것 같습니다."

" 여름은 정말 괴로워요."

"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까?"

" 아직은 없습니다만 무전에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 좋은 소식부터 듣는게 좋겠죠?"

" 서울의 60%이상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 그럼 나쁜 소식은 뭔가요?"

" 밀려난 감염체가.. 대부분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 여기로 몰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요?"

" 지내면서 큰 움직임만 보이지 않는다면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사람이

많이 늘어났으니 위험성은 높아지겠죠."

" 방어할 무기가 충분하니 그래도 버틸 수는 있겠죠."

" 글쎄요.. 무전으로 들은 숫자와 비슷하다면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그 정도 입니까?"

" 네. 서울 안과 근교에 있던 감염체가 무슨 이유인지 물러가고 있고 그 숫자도

장난이 아닙니다."

" 지원은 없겠죠?"

" 지금 상태도 감지덕지입니다. 서울이 완벽히 탈환된다면 모를까 현재는 힘들

것 같습니다."

" 하아..."

나는 몇 마디를 더 나누고는 다시 숙소로 걸어 들어갔다. 상황은 좋지 않은 듯 보였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언제 우리가 안전한 공간에서 지낸 적이 있던가? 지금은 무기도 충분하고 대응할 사람도 충분한 상황이다. 그리고 섬 지형도 방어에 최적인 지형이었다. 적절한 무기도 있고 훈련된 사람도 있으니 이제는 도망갈 생각보다 정면으로 싸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식당에 수다를 떠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아직까지 자리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황인데 사람들의 상태가 조금 과하다 싶었다.

" 어디서 이런 걸 구했다냐?"

" 뭐 이런 저런 곳에 수색을 가니 남아있던게 있었나봐."

테이블 위에는 술병이 몇 개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인원수에 비해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부대장도 대령님도 보고도 말리지 않는 상황에 내가 말릴 수도 없었다.

" 너무 억압되는 것도 좋지 않네.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네."

" 대령님."

" 그래도 근무자들은 먹지 못하게 했고 양도 많지 않으니 너무 걱정 말게나."

" 네."

" 자네도 한 잔 하겠나?"

" 알겠습니다."

대령님이 따라주시는 양주를 잔에 받고 목구멍으로 넘겼다. 높은 알코올 도수의 술이 넘어가자 뱃속이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 크하.. 오랜만에 먹으니... 장난이 아니군요."

" 날씨도 이러니 먹고 자면 조금은 편하지 않겠나?"

" 네.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거라 취할까 걱정입니다."

" 뭐 지금은 취한들 어떤가? 감염체는 저 멀리 있는데.."

" 들으셨군요."

" 먹다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하지 않던가? 먹게."

대령님은 먹기 좋게 잘라놨던 고기를 나에게 건내 주셨고 고기를 씹으며 남은 양주를 입속에 털어 넣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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