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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63화 (16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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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술기운에 잠이 들어 그런지 더워서 깨는 일 없이 아침까지 잘 잘수가 있었다.

술이 약한 것인지 오랜만에 먹은 술 때문인지 몰라도 은혜는 세상모르게 잠에 빠져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아직 근무를 서려면 시간이 남았지만 딱히 할 일도 없고 운동이나 할 겸 섬을 둘러봤다. 슈트의 기능을 꺼버리고 최대한 빠르게 달렸고 이제는 슈트의 도움 없이도 예전 슈트를 입고 싸웠을 때와 비슷한 속도와 힘을 낼 수 있었다.

" 이상하네."

별다르게 운동을 한 것도 없고 감염체와 전투가 전부인데 육체적인 능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힘 조절의 실패로 식기류를 왕창 깨먹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나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슈트를 입은 인원 전원이 겪고 있었다. 나처럼 빠르게 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서히 육체적인 능력이 올라가고 있었다. 빠르게 섬을 한 바퀴 뛰고 섬 입구 초소에 도착하니 부대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 무슨 일 입니까?!"

" 대량의 감염체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정찰병의 무전입니다!"

" 젠장!"

" 어서 신호탄을!!"

" 피융!!!! 펑!!!!"

붉은 색 신호탄이 섬 위로 날아가 터졌고 부대원들은 거의 전부가 무기를 가지고 자리를 잡았다. 육지 입구에서 빠르게 이쪽으로 오는 차량이 보였고 차량이 도착하고 나서 급하게 내린 정찰병은 땀이 범벅인 상태로 말을 했다.

" 숫자는.. 숫자는..."

" 얼마나 많은 거야?!"

"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 젠장! 본부에 지원요청을!!"

" 현재 서울도 대규모 전투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지원 불가능 하답니다!"

" 젠장! 박격포를 섬 입구에 조준해놔!"

" 유탄을 챙겨오고! 도로 중간에 크래모아를 설치해!"

" 시간이 된다면 육지 입구에도 설치를 하고!"

슈트를 입은 인원이 거의 날아다니다 시피 움직이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섬에서 뛰어오는 인원들도 집에 보관되어 있는 무기류를 모두 챙겨온 모습이 보였다. 여자들도 서로 도와 움직이며 미리 정리해둔 배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간이 생명인 준비 작업에 모든 차량과 인원이 동원되었고 망원경을 들고 있던 정찰병이 큰 소리로 뭔가를 외치기 시작했다.

" 감염체가 옵니다!!"

" 전원 사격준비! 박격포 인원은 바로 사격! 유탄 사수도 사거리에 들어오면

탄을 아끼지 말고 사격한다!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바로 부비트랩을 모두

작동시켜!"

" 네!"

" 콰앙!!!!! 콰앙!!!!"

섬 입구에 설치한 크레모아가 터지면서 큰 폭음을 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기 속에서 감염체들이 나와 섬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 박격포! 유탄 사격!!!"

" 퐁!! 퐁!!!"

박격포 특유의 발사음을 내며 탄이 감염체 무리 중간에 떨어졌지만 그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자동 유탄 발사기도 사격을 시작했고 감염체 무리 중간에 떨어지며 터졌지만 워낙 숫자가 많은 감염체라 쉽사리 숫자가 줄지 않았다. 장거리 무기의 탄을 쏟아 붓고 있지만 물밀 듯 밀려오는 감염체로 인해 다가오는 속도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 젠장! 탄약 좀!!"

" 박격포 더 빨리!!"

" 지금이 최대란 말입니다!!"

" 근거리에 오기 전까지 최대한 숫자를 줄여야 한다! 쏴라!!"

대령님까지 무기를 들고 쏘면서 소리쳤다. 무섭게 몰려드는 감염체를 보니 몸이 움츠러졌지만 지금은 일 분 일초가 아까운 상황이다.

" 쾅앙!!"

" 앞으로 600m 남았습니다!"

" 제길!! 빌어먹을!!"

어느새 도로 1/3을 지나고 있는 감염체가 보였고 그 길이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길게 늘어선 모습은 육지 입구까지 이어졌고 육지 입구에는 또 얼마나 많은 감염체가 있을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인원이 한 놈이라도 더 죽이려고 안간힘을 쓰며 사격을 하고 있었고 이제는 수류탄을 던져도 될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왔다.

" 수류탄!!"

" 쾅!!"

쉴 새 없이 터지는 수류탄과 유탄. 그리고 박격포까지. 근거리에 다가오자 다연장 샷건을 쐈지만 감염체는 끊이지 않고 몰려왔다. 그래도 총을 맞고도 멀쩡한 감염체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예전이었다면 정확히 머리를 노려야 했지만 지금은 신체의 어느 부위만 맞아도 독초의 효과로 감염체가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탄의 양보다 감염체가 많았고 슈트를 입은 인원이 일일이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많은 숫자였다. 기관총에서 연신 불꽃을 뿜으며 탄을 토해내고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역부족이었다.

" 젠장! 후퇴해야하나?!"

" 아직은!!!"

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감염체를 상대했다. 기관총의 탄약을 갈고 탄창에 탄을 끼우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시간은 벌지 못했다.

" 빌어먹을!!"

이미 섬 입구 바로 앞까지 접근한 감염체를 보고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아직도 육지 입구에서 밀고 들어오는 감염체를 보니 승산은 없을 것 같았다. 우리가 가진 무기라면 충분히 감염체를 제거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그리고 누가 이렇게 많이 올 줄 알았나. 해도해도 너무 했다.

" 크흑!!"

" 슈트를 입지 않은 인원은 바로 배로 피신하세요!"

" 배까지 최대한 감염체를 죽이면서 이동합니다!"

우리는 초소를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무기를 챙겨 후퇴를 준비하였다. 그 순간 하늘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리며 엄청난 굉음이 나기 시작했다.

" 콰광! 콰광!!"

" 어라?!"

" 전투헬기?!"

하늘에 몇 대의 헬기가 떠서 감염체의 허리를 끊었고 덕분에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 탄약! 탄창!!"

" 재장전!!"

순식간에 도로위의 감염체를 정리한 헬기였지만 육지 입구에서 계속해서 밀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 지원 온 거야?"

" 아닌 것 같습니다. 저 헬기들은 감염체가 많이 몰린 곳으로 가서 치고 빠지는

전술만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그래도 다행이네요."

기동대 대원들과 우리 일행은 빠르게 전투 준비를 끝내고 차량에 탑승하고 도로로 나갔다.

" 저희가 최대한 시간을 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기 전에 정비를 끝내주십쇼."

"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쇼."

빠르게 도로를 달려 감염체와 마주했고 공중에서는 우리를 피해 뒤편의 감염체 무리에게 화력을 쏟아 부으며 우리를 지원했다. 조금씩 전진해가며 헬기가 끝내지 못한 감염체를 죽이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다시 후퇴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정비를 끝낸 인원들이 차량을 타고와 우리를 지원했고 팽팽한 힘겨루기가 지속된 가운데 감염체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차근차근 남아 있는 감염체를 제거해 갔다.

" 하아...하악..."

" 젠장..."

얼추 정리가 되고 주변을 둘러보니 폭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신체가 분리된 감염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간혹 움직이는 감염체가 있었지만 감염체 하나쯤은 이제 문제도 아니었다. 우리를 도와준 헬기는 할 일을 다 했는지 다시 돌아갔고 우리는 이제 남은 뒤처리를 위해 움직였다.

" 그 헬기는 뭐랍니까?"

" 다행이 서울이 얼추 정리가 되어 급하게 왔다고 합니다. 덕분에 살았네요."

" 하아.. 타이밍하고는.."

" 역시 화력이 강하니 숫자가 많아도 금방이네."

우리는 흩어져있는 감염체 시신을 한 곳에 모아 태우는 작업을 했다. 숫자가 엄청나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도로위에 시신은 치우기로 했다.

" 이래서는 한 동안 낚시는 못 하것다."

" 찜찜해서 어디 하겠냐."

" 그래도 신기하네. 분명 바다에도 버려진 감염체 시신들이 많을 것 같은데

물고기는 멀쩡한 걸 보니."

" 아무리 그래도 한 동안 해산물은 먹지 말아야겠다."

" 하아.."

서울의 상황이 빨리 마무리가 되어 우리 쪽으로 헬기가 지원을 왔던 것이고 우리 말고 다른 캠프로 무기와 연료를 보충하고 지원을 갔다는 무전을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감염체가 근처에 있다는 정찰병의 이야기를 듣고 다들 마음을 놓지 못했다. 오늘 전투로 인해 이제 남은 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많은 양을 소비했고 상황은 서울도 비슷하기에 지원을 받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 우선 남은 탄은 300여발이 전부입니다. 유탄, 수류탄, 박격포탄도 남은 것이

없습니다. 부비트랩을 만들 것도 없습니다."

" 남은 탄이 없군요."

" 그래도 살아남지 않았습니까. 그것만으로 다행이죠."

" 다음번은 없다.. 이거군요."

" ...."

" ....."

내 말에 다들 아무 말도 못했다.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도로를 보며 우리는 당장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 인원이 많아져서 그런가? 별다른 소음도 없었고 육지에서 이곳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알고 왔지?"

" 잊었냐? 감염체를 조종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 아...!!"

" 우연히 찾아 왔다기보다 알고 온 것 같던데?"

" 젠장.."

" 이래서 이 싸움이 끝이 날까? 감염체는 수백만이 넘는데 우리는 한 번의

전투로 너무 소비가 심하고."

" 머리를 잘라야 된다는 건가? 소모전만 계속하다보면 당하는 건 우리겠군."

" 오늘 밤은 괜찮을 것 같나?"

" 네. 근처에 감염체가 있기는 하지만 숫자가 많지도 않고 방향도 이곳이

아니랍니다."

" 다행이군."

대령님의 표정을 보니 평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시는 분이시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힘든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감염체가 몰려온다면 우리를 뒤도 돌아보지 말고 섬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감염체의 시신을 정리하다보니 의외의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이 옷.. 북한군 군복 아냐?"

" TV에서 본 것 같은데?"

" 설마 여기까지 내려온 건가?"

" 갈수록 태산이군. 어떻게 넘어 온 거야?"

" 우선 정리부터 하자."

도로 중간 중간에 큰 불을 내며 타고 있는 감염체의 시신들을 뒤로 하고 섬으로 돌아왔다. 밀물이 들어오는 모습으로 보아 감염체의 시신이 타기도 전에 쓸려 내려갈 것 같았다.

" 밀물이 들어오는군. 어서 들어가세."

" 알겠습니다."

대령님도 우리를 도와 작업을 하셨고 밀물이 오는 것을 보고 섬으로 복귀하라고 말씀하셨다. 다들 무거워진 몸을 끌고 섬으로 돌아갔고 섬 입구 초소에는 감염체의 공격에 조금이라도 대비하고자 초소를 보수하는 모습이 보였다.

" 이러면 시간을 벌 수 있겠죠."

" 우리가 도망칠 시간만 벌면 돼."

" 하아.."

" 인원은... 어떤가?"

" 세 명이... 죽고 십 여명이 다쳤습니다."

" 감염체에게 다친 것은 아니겠지"

" 네. 다행히.."

" 세 명이나..."

" 슈트를 입은 인원이 아니었습니다. 도로 중간에서 감염체를 막을 때..."

" 하아..."

식구를 잃은 슬픔을 알기에 다들 말없이 부대장만 바라봤다.

" 기운들 내고. 오늘은 낚시도 못 하겠구만."

밀물이 들어오면서 감염체 시신들이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부대장이 말을 했다. 아직까지 바다에 감염된 생물이 없다고는 해도 이런 상황에 낚시를 해서 뭔가를 잡아먹는 다는 것은 무척이나 찜찜했기에 다들 고개를 돌려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배로 돌아갔다.

"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부대원들은 배에서 생존자들을 찾아 다녔고 이제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원래 숙소로 돌아가는 뒷모습은 너무나도 처량하고 힘들어보였다. 나도 은혜의 팔짱을 끼고 숙소로 돌아갔고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주변의 그 누구도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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