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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64화 (16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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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다음 날이 되었지만 섬 안의 생활은 변한 것이 없었다. 식량은 얼마간 버틸 양이 되었지만 문제는 탄약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대장과 대령님이 열심히 무전을 해서 탄약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생산이 공급을 따라가지 못 하는 상황에 우선순위는 서울이었었지 우리가 아니었다.

" 얼마간은 힘들 것 같은데?"

" 그렇지?"

무전을 하는 대령님의 표정이 좋지 못 한 것으로 보아 지원은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박 중사와 나는 초소 밖으로 나와 육지 입구를 보며 담배를 나눠폈다.

" 또 올까?"

" 글쎄. 만약 누군가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면 공격이 성공하지 못 했으니

다시 올 가능성이 높지."

" 도대체 감염체가 얼마나 많으면 저런 소모전을 하고도 또 올 수 있는 거야?"

" 예전에는 감염체를 완전히 죽이는 것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이런 소모전을 해봐야 우리도 손해기는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감염체 숫자도

빠르게 줄어드니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올 것 같지는 않고 뭔가 간단한

전술이라도 들고 오지 않을까?"

" 전술이라.."

" 미국에서처럼 땅이라도 파고 들어올지 알아?"

" 설마 헤엄쳐서 오지는 않겠지?"

" 여기를? 무리야. 수영이 쉬운 것도 아니고 물이 차면 높이도 꽤 되고

조류가 빠른데 쉽게 넘어올 곳은 아냐."

" 다행이군."

" 그나저나 탄약이 공급이 되지 않는다면 버티기 힘들어. 어제 그 많은 감염체도

솔직히 일반 무기였다면 진즉에 밀렸겠지만 그래도 다연장포나 박격포가

있어서 시간을 벌 수 있었지 저런 무기가 없다면 정말 힘들겠지."

" 서울은 상황이 어떤가?"

"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하더군."

" 대령님."

우리 옆으로 다가온 대령님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말씀하셨다.

" 전체적인 면적으로 보면 80%이상을 확보했고 현재는 일일이 건물을 뒤지며

남은 감염체를 제거하고 있다고 하더군."

"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네요?"

" 청소를 해야 할 구역에 미리 방벽을 치고 그 안에서 한정된 감염체만 죽이는

방법으로 했나봐. 그러니 다른 지역의 감염체가 오지는 못하고 대량의

인력으로 안전하게 감염체를 제거하며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지."

" 현명하군요. 미리 공간을 확보해 그 안의 감염체만 제거 한다라."

" 그냥 움직이면서 제거하는 것보다 안전하기는 하겠지만 그 많은 방벽을

어떻게 만들면서 움직이고 어떻게 완전히 밀폐가 가능하게 만든 거야?"

" 뭔가 방법이 있었겠지. 그나저나 감염 비둘기는 어떻게 처리한 거지?"

" 감염 비둘기야 건물 안으로 피한다면 큰 위험은 안 되니 굳이 상대할

필요가 없지. 괜히 쏴봐야 탄만 낭비되니."

" 하긴..."

" 어서 서울이 안정권에 들어야 우리도 숨 좀 쉴 텐데."

" 혹시 다른 나라의 사정을 알 수 없나요?"

" 아직은 모릅니다. 그나마 미국이 빠르게 안정권에 들고 있다는 것 외에는."

" 부대장님."

" 다행히 일반 탄약 정도는 지원을 약속 받았습니다. 약간의 비상식량을

포함해서 말이죠."

" 그래도 여유가 있었나보군요."

" 일반 평지의 구역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라도 식량을

확보한다면 겨울은 버티겠지만 문제는 생존자들이 추위를 피할 곳을 확보하는

것이겠지요."

" 아직 여름인데 벌써 겨울을 걱정해야 하는군."

" 여름에야 아무대서 자도 괜찮지만 겨울은 잘 못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 하긴.."

" 저희가 위치상 여러모로 이점이 있고 그리고 중요인물들이 있으니 무리를

해서라도 지원을 해주겠죠."

" 중요인물이요?"

" 뭐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저희 부대는 본부에서 꽤 신임 받는 부대고

그리고 재원씨 일행도 상당히 주목받는 일행이니까요."

" 저희가요?"

" 네. 그 슈트를 탐내는 사람도 있고 실력자체도 소문이 자자하니까요."

" 전 그곳 사람을 모르는데.."

" 예전 공항 사태에서 살아남은 사람도 꽤 있고 세상이 이 모양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의 성격이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남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것

어디 가겠습니까?"

" 신기하네."

" 우선 기본적인 근무만 하고 다들 휴식을 취하게나. 뭐 이렇게 말한다고 편히

쉴 사람은 없겠지만."

" 네."

대령님은 부대장과 몇 마디를 더 나눴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는 소대장과 홍 소령이 우리 일행하고 즐거운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제까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인데 저들의 모습만 본다면 평화로운 섬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저들이 마음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닌 이런 상황에 뭔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는 것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다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해?"

" 왔구나!"

" 왔어요?!"

다들 나와 박 중사. 그리고 김 중사와 재효를 반겨주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중에는 처음 보는 사람도 있었기에 우리는 간단한 소개를 받았다. 섬의 모든 인원을 알 수 없었기에 가끔 처음 보는 사람도 있곤 했다.

" 뭐 먹을 것 좀 없어?"

" 아직 식사 전이라.."

" 준비는 끝나가나?"

" 지금쯤이면 준비가 끝날 시간인데?"

" 한 번 가보자."

다들 어제의 고단함과 피로함으로 배가 금방 고파왔다. 식당으로 가보니 사람들은 열심히 식사를 준비했고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황이라 우리 일행이 도와 식사를 준비했다.

" 덕분에 일찍 끝났네요."

" 아닙니다."

" 어서 드세요! 맛이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 잘 먹겠습니다!"

반찬도 몇 개 없는 단순한 국밥에 불과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도 다들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기가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사람의 즐거움 중에 먹는 즐거움도 상당했기에 다들 웃으면서 식사를 끝낼 수 있었다.

" 이상하게 파도가 거세다?"

" 신기하네. 바람도 없는데."

" 덕분에 감염체가 금방 쓸려갔네."

" 하아... 그래도 낚시는 별로인데."

" 좀 위로 올라가서 하자. 생각해보면 조류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니 여긴 지장이

없을거야."

" 물고기가 반대로 움직인다면?"

"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잡지 말자."

그래도 먹을 것은 먹어야 했기에 낚시를 시작했고 반대편 해안가에서는 갯벌에서 뭔가를 열심히 줍고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 인원이 늘어나니 힘드네."

" 낚시를 하는 인원이 우리가 전부는 아니구나."

" 다들 자기만의 포인트가 있겠지."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배 위에서 한가롭게 낚시를 하고 있었다. 감염체의 공격 후에 사람들은 숙소로 돌아왔지만 다시 짐을 챙겨 배로 돌아갔다. 언제 또 공격해올지 모르는 감염체로 인해 불안감은 높아졌고 사람들도 우리의 방어수단이 현재는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도가 제법 높기는 했지만 바깥쪽의 배들이 방파제 역할을 했기에 중간에 끼어있는 배들은 그나마 버틸 만 했다. 하지만 파도가 높아서 그런지 아니면 어제의 소음으로 인해 고기들이 다 도망간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수확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 생각보다 잘 안 잡힌다."

" 그러게..."

" 하음.."

역시 수확이 없으니 빨리 지루해져갔고 다들 자세를 보아하니 크게 잡을 생각은 없어보였다.

" 그만하자. 미끼만 아깝다."

" 난 그냥 계속할래. 할 것도 없고 뭐라도 잡히겠지."

인내심 좋은 박 중사는 계속해서 낚시를 한다고 했고 나머지 인원은 배 안으로 돌아가 사람들과 수다를 떨었다.

" 하하하!!"

" 정말 웃긴데?!"

" 뭐!! 뭐가?!"

무거운 분위기를 잊기 위해서 다들 약간은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일행을 뒤로 하고 기태와 함께 근무를 서기 위해 초소로 돌아갔다.

" 정찰병들은 뭐라고 합니까?"

" 불이 번지는 상황이라 멀리까지 나가지는 못했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는

현재까지 감염체의 큰 움직임은 없다고 합니다."

" 다행이네요."

" 하지만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답니다. 아무래도 위에서 내려온

감염체와 합류하면서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 하아.. 그래도 바로 공격해 오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그 녀석들도 전열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겠지."

" 정찰을 몇 번 더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중간에 방향을 바꿔 저희에게

온다면 문제가 심각해지니."

" 방법이 없을까?"

" 지금 당장은 불 때문에 오지는 않겠지. 아무리 감염체라도 몸이 홀랑 타버릴

도로를 걸어오지는 않겠지."

" 하긴.."

섬에서 육지까지 이어진 도로는 불에 타고 있는 감염체 시신으로 걸어갈 공간도

없어질 정도로 번졌고 육지입구에도 더 큰 불이 번지고 있었다. 감염체 시신이 잘 타다보니 주변의 건물이나 산에 불이 번진 것 같았고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었다.

" 그래도 지금은 다행이네."

" 너무 크게 번지는 건 아닐까?"

" 여기까지만 오지 않으면 상관없겠지요."

" 지금은 나갈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 도대체 육지 입구에 얼마나 많은 감염체가 있었으면 불이 저렇게 커질 수

있지?"

" 그래도 헬기가 왔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우리 지금 여기에 있지도 못 해."

부대원들도 육지 입구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정찰을 나가려는 계획은 불길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적어도 하루의 시간을 벌었으니 점점 더 불이 번지기를 내심 속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었고 이제는 육지 전체가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 절대 나갈 수 없겠는데?"

" 하하.. 뭐 이런..."

" 이래서 보급품이 올 수 있을까요?"

" 보급품은 우선 헬기와 배편으로 들어올 예정이라 상관은 없는데 밖의 상황을

알 수 없으니 문제군요. 드론이라도 지원을 요청해야할까 생각중입니다."

" 드론까지 보유했나요?"

" 제대로 된 구역을 잡으면서 방어체계도 잡혀가고 있습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야 좋겠지요."

" 지원을 요청한다고 줄까요?"

" 물론 안주겠죠. 몇 대 없는데요."

부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인데도 부대원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낙천적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보는 이로 하여금 최소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다. 우리들은 활활 타고 있는 육지 입구를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고 근무를 소홀이 할 수 없었기에 많은 인원들이 초소에 있었다. 언제 또 쳐들어올지 모르는 감염체였기에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기와 탄약이 부족한 지금 조금이라도 다른 인원이 배로 피신할 시간을 벌어야 했기에 많은 인원이 초소에 머물기로 했다. 그리고 임시방편으로 도로 중간 중간에 간판이나 쓸모없는 차량을 세워 감염체의 진로를 방해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 없는 것보다야.."

" 그건 이쪽에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알겠습니다."

그래도 슈트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작업을 끝낼 수 있었고 초소에 돌아오니 우리를 위한 야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 감사합니다!"

" 힘드실텐데.."

" 아닙니다. 저희가 뭐 하는게 있습니까? 일은 여러분이 다 하시는데요."

식당에 편성된 인원과 다른 인원 몇몇이 준비한 야식을 먹고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시간은 흘러 점점 어두워졌고 우리는 더욱더 긴장된 표정으로 초소에서 근무를 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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