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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해가 완전히 떨어졌지만 육지의 불로 인하여 주변은 사물을 보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밤이 되니 바람도 더 거세어 졌고 불길은 그냥 봐도 점점 커지는 것이 보였다.
" 그래도 바람의 방향이 이쪽이 아니라 다행이네."
" 이대로 다 타버렸으면.."
" 불길 때문에 감염체가 오지는 않겠죠?"
" 저 불을 뚫고 오기는 힘들 것 같네요."
" 하아. 그것만이라도 어딘가요."
근무자들 몇 명을 추려 섬 입구를 떠나 육지 입구에 정찰을 갔지만 육지로 나가는 것은 힘들어보였다. 근처에 있던 상가도 불타고 있었고 탈만한 물건은 모두 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불길이 얼마나 큰지 근처에 가기도 전에 뜨거움이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말한 대로라면 감염체는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 아무래도 접근이 힘들 것 같으니 최소 인원은 제외하고는 숙소로 돌아가
쉬는 것이 좋겠습니다."
" 굳이 이 상황에 모든 인원이 근무를 서는 것도 인력낭비입니다."
" 그럼 내가 인원을 정할동안 잠시만 기다리도록."
" 저는 남겠습니다."
" 저도 남겠습니다."
나와 재효가 말을 했고 뒤이어 박 중사와 김 중사가 남겠다는 말을 했다.
" 굳이 네 분이 모두 남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인력과다인 것 같으니
두 분정도만 남고 두 명은 저희 부대에서 남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나랑 재효가 남을테니 둘은 쉬어."
" 난 괜찮은데."
" 요새 힘들었으니 가서 쉬어. 배도 고쳐야 하잖아."
" 그래.. 알겠다."
결국은 나와 재효가 남기로 했고 두 명의 근무자는 초소에 마련된 임시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우리와 교대하기로 했다.
" 덥다."
" 저 불길 때문에 더 더운 것 같아."
재효가 활활 타고 있는 육지를 보고 말을 했다. 오랜만에 단 둘이 있어서 그런지 어색함마저 흐르고 있었다.
" 그래도 조만간 서울이 탈환되면 예전과 같은 생활이 되겠지 형?"
" 아마도. 바로는 힘들더라도 일 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만큼의 생활은
가능하지 않을까하는데?"
" 그럼 좋겠다."
"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버티고 싶은데."
" 점점 무기도 좋아지고 감염체를 제거할 방법을 찾아가니 어렵지는 않을 거야."
" 하아.."
" 그나저나 담배 남은 것 있어?"
" 응. 요새 잘 안 펴서. 미란이가 구박해. 형은 은혜가 별 말 안 해?"
" 나라고 안하겠냐? 그래도 없는데서 피니까 모르지."
" 참네. 형도 대단하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담배는 꼬박꼬박 구했냐?"
" 저기 편의점에는 아직도 있던데?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 담배를 찾아가겠냐."
" 하긴 식량이 우선이지."
" 애들은 전부 배에서 생활하나?"
" 응. 그나저나 집에 좀 자주 들어와. 은혜가 얼마나 섭섭해 하는데.."
" 어쩔 수 있냐. 어쩔 수 없지."
" 말은 이상하지만. 뜻은 이해가 간다."
"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고.. 누군가는 희생해야. 나머지 누군가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상황이니까. 내 능력. 그리고 박 중사. 김 중사의 능력을 합하면
이 섬에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어."
" 하지만 형 아무리 형들이 강하다고 해도 이번에 봤자나? 감염체 숫자가 많으면
아무리 형들이라고 해도 무리야!"
" 하지만. 남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 수 있겠지."
" 매번.. 형만... 그럴 수는 없어!"
" 그래도 내가. 내가 가장 살아남을 확률이 크니까 하는 거야. 효율성에서."
" 말하는 것 하고는! 형이 살아야 다른 사람도 살 가능성이 크잖아!"
" 지켜봐. 조금씩 우리 영역을 확장해 가자."
" 지금 이 섬도 지키기 어려운데?!"
" 괜찮아."
난 평온하게 웃으며 재효에게 말했다. 내 웃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 한 재효는 의아해하며 나를 바라봤다. 공중에서 감염 비둘기로 보이는 것이 어렴풋이 보이기는 했지만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감염체의 시신이 널려 있으니 감염 비둘기 무리에게는 회식이나 다름없는 날이었다.
별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고 부대장이 말한 보급품이 헬기와 배를 통하여 도착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급한 탄약은 헬기로 보급이 되었고 그 외 물품들이 군함이 아닌 한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람선을 끌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 군함이 아니군요."
" 뭐 특별히 군함을 쓸 이유가 없지요. 바다에서 감염체가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감염 비둘기는 창문만 잘 막는다면 큰 위협이 되지 못하니까요."
" 하긴..."
" 유람선이 오히려 효율적이겠다."
" 그리고 추가적인 인원도 편성되었습니다."
" 추가 인원이요?"
부대장에 말에 조금은 의외였다. 아무것도 없는 이 섬에 굳이 이런 보급을 해주는 것도 이상한데 추가 전투병을 지원했다니 뭔가 이상했다.
" 우선 대령님이 주장하신 것도 있고 현재 서울 탈환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는
시점이 이곳의 위치가 중요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보급이 풍족하게
이뤄지겠죠."
" 얼마나 많은 인원이 추가됩니까?"
"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봐야 50여명 남짓.."
" 생각보다 많지는 않군요."
" 제반 시설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니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는 힘듭니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된 섬을 만들어야겠지요."
" 뭔가 계획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부대장의 말에 내가 물었다. 내가 모르는 뭔가를 계획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 이곳에서 다시 감염체와 전투를 시작할 것이네."
" 대령님?!"
어느새 뒤로 오신 대령님이 나와 부대장의 대화중에 말씀을 하셨다.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신 분이 아니셨는데 감염체의 공격을 준비한다는 말에 의아했다.
" 언제까지 방어만 할 수는 없네. 그리고 단순히 감염체만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 공격을 해서 시간을 벌겠다는 계획이네."
"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 언제까지 상황이 좋아지길 기대할 수는 없네."
내가 반대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굳게 결심한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 계획은 뭔가요?"
" 우선 섬의 방어를 보강할 것이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그에 필요한
물자도 지원받기로 했네. 작업이 끝날 시점에서 자네 일행과 기동대 인원이
섬 밖으로 나가서 감염체를 제거할 것이네. 감염체의 숫자가 많은 곳은 공군의
지원을 받아 공격을 할 것이고."
" 그럼 저희는 나머지 잔챙이들만 상대하면 되는 군요."
" 맞네.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화력전으로 감염체를 제거하고 나서
움직일 것이네."
" 알겠습니다."
" 예상외군. 자네가 조금은 반대할 줄 알았는데?"
" 뭐. 저도 공격은 계획하고 있었고 생각보다 빨리 그 시점이 왔지만 섬의
방어가 이뤄진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 알겠네. 이제부터 자네들의 어깨가 무거워 질 것이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게나."
" 네. 걱정 마십쇼."
부대장이 힘차게 대답했지만 난 자신이 없었다. 그런 나의 표정을 알아챘는지 대령님이 말을 이어갔다.
" 자네가 걱정하는 것이 뭔지는 알겠다만 우리는 그 전에 했던 실수를 하지
말아야하지 않겠나?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고 하지 않는가?"
" 네."
내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을 했다. 그런 나를 대령님은 어깨를 두드리며 다시 돌아가셨고 우리는 실어온 물자를 나르는 작업을 도와주었다.
생각보다 물자는 훨씬 많았고 며칠간 계속해서 물자가 들어왔다. 섬 방어에 필요한 무기는 물론 발전기와 연료. 그리고 해변에 설치할 철조망까지 섬을 요새화 시킬 수 있는 물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덕분에 우리는 엄청난 노동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모든 물품을 하역하고 설치하는데도 일주일 이상 필요할 엄청난 양이었다.
"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없다라."
"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주고 있으니 다행이네."
" 그리고 인원도 늘어나서 생각보다는 일찍 마무리 될 것 같은데."
" 하지만 슈트를 착용한 인원이 많이 없으면 전투에 별다른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인원 중에 슈트 착용자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 인원이 어디라고 하는 인원도 있지만 우리가 제거해야할 감염체의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얼추 정리를 끝내고 우리는 감염체 제거를 위한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따로 준비를 시작했다. 예전에 사용한 장갑차와 감염체의 공격에 대비하기위한 차량을 점검했고 무기와 탄약을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 생각보다 양이 많네."
" 그래봐야 몇 번의 전투면 바닥을 보일텐데."
" 없는 것 보다야 좋겠죠."
사람들은 무기를 점검하며 말을 했다. 어떻게 보면 많은 양이지만 우리가 제거해야할 감염체의 숫자를 생각한다면 부족할 수도 있었다.
" 내일 바로 나갈 생각입니다."
" 하지만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
" 언제는 준비가 제대로 된 적이 있습니까? 이제는 나가야합니다."
박 중사와 부대장이 의견 충돌을 보이고 있었다. 부대장은 나갈 계획이지만 박 중사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 괜찮아. 뭐 내일가나 다음 주에 나가가 상황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어."
내가 박 중사 곁으로가 말을 했다. 내가 오는 것을 보고 자기 편을 들어줄 것이라 예상했는지 꽤나 놀라는 모습이었다.
" 그럼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할 생각이십니까?"
" 네. 장비 점검도 끝났고 차량의 상태도 양호합니다."
" 그럼. 됐죠 뭐."
난 등을 돌려 그들과 멀어졌고 곧이어 박 중사가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 너 답지 않은데?"
" 뭐가?"
박 중사의 말에 난 표정변화 없이 대답했다.
" 보통 준비를 철저하게 계획하고 움직이던 녀석이 어제 오늘은 조금 다르다?"
" 계획이 뭐가 필요하냐? 그냥 보이면 죽이고 많으며 도망가야지."
" 물러졌다?"
" 그런가? 너무 몸을 움츠리고 있던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 뭐?"
" 이 슈트. 생각보다 대단한 물건일지도 몰라."
" 뭐라는 거야?"
난 박 중사의 말에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등을 돌려 걸어갔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섬 입구로 나가니 출발 준비를 끝낸 인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적으로 슈트를 입은 인원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투입되기로 했다. 각자 차량에 탑승을 하고 무기를 잡고 굳은 표정으로 우리를 배웅하는 대령님을 바라봤다.
" 무리하지 말게나."
" 알겠습니다. 그럼."
" 출발!"
장갑차와 차량이 큰 소음을 내고 힘차게 섬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첫 번째 목표가 되는 곳은 여기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번화가였다. 하지만 문제가 일반 차량으로 한 시간이기에 속도가 느린 우리 차량으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 우선 공중에서 한 번의 폭격이 있을 것입니다."
" 한 번이요?"
" 네. 지상 무기는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공군이 가지고 있는 무기의
대부분은 보급이 거의 없다보니."
" 그래도 어디냐! 가자!"
" 공격시점은 약 15분 후입니다. 저희 도착 예정시간은 45분 정도입니다."
" 네!"
우리를 무기를 다잡고 굳은 표정으로 목표 지점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 어라?!"
" 와..."
단 한발의 미사일이었지만 우리가 예상한 파괴력보다 훨씬 강력했다.
" 무슨 탄이지?"
" 글쎄.."
" 뭐 우리가 아는게 얼마나 된다고."
우리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차량의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