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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단 한 발의 공격이었지만 감염체 무리의 대부분이 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감염체가 잘 타는 것을 이용해서 만든 탄인가? 건물의 피해는 거의 없는데?"
" 그렇게 말입니다."
큰 파괴력이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화염이 치솟기만 할 뿐 건물은 큰 피해가 없어보였다.
" 이동!"
" 2시 방향 감염체!"
" 전원 전투준비!!"
이동하려는 찰라 멀리서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감염체가 보였다. 문제는 일반 감염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형 감염체의 숫자도 꽤 된다는 것이었다.
" 우선 공격!"
" 펑!!!"
거리가 있긴 했지만 공격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근처에 오기 전까지 최대한 숫자를 줄이려고 했지만 일반 감염체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대형 감염체는 몇 녀석을 제외하고는 멀쩡히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 사격중지! 무기를 들어라!"
" 캉!!"
각자 취양에 맞는 무기를 드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거대한 칼을 들고 차량에서 뛰어내려 대형 감염체를 방향으로 무서운 속도로 뛰어 들어갔다.
" 야!!!"
뒤에서 내 돌발행동에 박 중사가 소리를 질렀지만 난 개의치 않고 순식간에 대형 감염체 앞에 다가갈 수 있었고 망설임 없이 그대로 칼을 휘둘렀다.
" 쿵..."
육체가 분리되면서 둔탁한 소리가 땅에 울려 퍼졌고 난 그대로 방향을 돌려 주변 대형 감염체를 순식간에 베어나갔다. 순식간에 열이 넘는 대형 감염체를 베었지만 아직 꽤 많은 숫자의 대형 감염체가 남아 있었다. 일반 감염체는 뒤에서 사격을 해주어 큰 문제는 없었지만 대형 감염체는 저들이 상대하기에는 무리였기에 최대한 숫자를 줄여야 했다.
" 응?!"
바로 공격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대형 감염체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확실히 누군가가 조종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 누군가 있군."
" 무식한 녀석! 도대체 머리에 뭐가 들었냐?! 사격하는데 그 사이를 뛰어가다니!"
" 그러는 너는 무슨 생각으로 온거야?"
" 참네! 그나저나 왜 꼼짝도 안하냐?"
" 형!"
" 뭐여. 왜 다 와?"
내 뒤로 박 중사와 김 중사. 그리고 재효와 기태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우리 숫자도 늘어가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대형 감염체는 우리를 바라만 볼 뿐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 불안한데.."
" 움직인다!"
꼼짝도 안하던 대형 감염체들은 우리를 무시하고는 뒤로 돌아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약간은 의아했지만 살려둬 봐야 좋을 것은 없었기에 바로 뛰어가려고 자세를 취하려는 순간 기태가 막았다.
" 뭔가 이상해. 이상하다고!!"
" 무식한!!!"
" 저 녀석은 왜 전투만 하면 눈이 돌아가냐?!"
" 내가 어떻게 알아!"
나는 기태를 무시하고 대형 감염체를 쫓아갔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됐을 때 가까운 거리에서 느껴지는 감염체의 기운이 느껴졌다.
" 기태 말이 맞았네. 그만 가야겠다."
나는 대형 감염체의 추적을 포기하고는 속도를 줄였다. 그런 내 행동을 눈치 챘는지 대형 감염체들도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방향을 돌려 다시 우리에게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 역시. 뒤도 안보고 내가 속도를 줄인 것을 알았다면 누군가 있다는 것이군."
" 응?!"
" 젠장... 가지 말라니까."
" 많기도 하다..."
어디선가 나타난 일반 감염체들이 우리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우리 뒤에 있는 기동대 인원들은 열심히 사격을 하고 있었고 일반 감염체는 그들에게 큰 위협은 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우리 앞의 대형 감염체였다.
" 내가 가운데를 정리하지."
" 그럼 내가 오른쪽."
" 난 재효랑 왼쪽을."
각자 구역을 정해 대충 숫자를 파악하고는 감염체를 베어가기 시작했다. 나와 박 중사는 큰 무리 없이 감염체를 베어갔지만 재효와 기태는 약간 버거워보였다. 나는 수시로 재효와 기태 방향을 확인하며 어렵지 않게 감염체를 베어갔다. 일반 감염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형 감염체 몇 마리쯤은 이제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불과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서 있는 대형 감염체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허억...허억..”
“ 이 정도 움직였다고 숨을 몰아쉴 정도는 아닌데?”
“ 긴장해서 그런가?”
“ 몸이 너무 굳어있기는 하더라.”
나와 박 중사는 숨을 몰아쉬고 있는 재효를 보며 말했다. 평소 재효의 실력이라면 별 무리 없이 제거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긴장감으로 몸이 굳은 것인지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 기운차려라. 벌써 지치면 어쩌냐?”
“ 형이 비정상이라고. 대형 감염체는 제일 많이 죽여 놓고 호흡이 멀쩡하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 참네. 슈트까지 입고 잘한다.”
우리는 대형 감염체를 확실히 제거하고는 기동대 인원에게로 돌아갔다.
“ 위험한 행동이었습니다.”
부대장이 나를 노려보고 말을 했다. 혼날것을 각오하고 한 행동이었기에 나도 별 표정변화 없이 받아쳤다.
“ 알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조심하죠.”
“ 재원씨의 그런 행동이 다른 사람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릅니까?”
“ 제가 나서지 않는다면 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 무모하군요. 자신감인가요?”
“ 글쎄요. 여하튼 대형 감염체는 일반 소총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알고
계시니 다음에 대형 감염체가 나타난다면 제가 나서겠습니다. 부대장님은
부대원들과 일반 감염체를 제거해 주십시오.“
“ 하아.. 뭔가 계획을 하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 계획따위는 없습니다. 단지 보이면 죽일뿐.”
“ 의외로 단순한 면이 있으시군요.”
“ 단순한 감염체에게는 단순한 공격이 가장 쉬울 때가 있더군요.”
“ 알겠습니다. 우선 앞으로 대형 감염체가 나타난다면 재원씨 일행에게 맏기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위험하게 행동하지 말아주시죠.“
“ 감사합니다.”
약간은 화난 듯 말하는 부대장을 뒤로 하고 다시 차량으로 돌아갔다. 포탄이 떨어진 주변을 돌며 일반 감염체를 제거해 갔다. 역시 한 방의 위력이었는지 감염체들은 몰려다니기보다 소수의 숫자로 돌아다니는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어려움 없이 감염체를 제거할 수 있었다.
“ 다행이 숫자가 많이 없네요.”
“ 천만 다행입니다.”
“ 시간이 꽤 흘렀군요.”
“ 하아.. 미친 듯이 덥다.”
“ 끈적거리는 날씨. 정말 싫다.”
긴장이 풀리니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오고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달리는 차량 안에 있다고 해도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지 않으니 땀이 말라봐야 기분만 찜찜한 상황이었다. 다들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일 것이다.
“ 정말 샤워하고 싶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서 치킨에 맥주가 정말
땡긴다.“
“ 나도...”
“ 하아..”
불과 일 년 전만해도 어느 건물에 들어가도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몇 만원만 손에 있다면 퇴근 후 동료와 친구와 가족과 시원한 맥주 한잔을 사먹을 수 있던 시절이었는데 이제는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맥주는커녕 닭조차 먹기 힘든 상황. 우리는 예전 시절의 그리움을 뒤로 한 채 섬으로 북귀하기 시작했다.
섬으로 복귀하니 사람들은 여전히 물자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섬 근처에 어지럽게 난파되어 있던 배들도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미리 자리를 잡고
제 2의 피난처로 정했던 배들은 남겨두고 피난처로 이용할 배를 선택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 몇 척을 남겨두고는 나머지 배들은 전부 서울로 끌고 간다고 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을 전부 뒤져서 가져오는 것이었는데 무척이나 아까웠다. 하지만 그 만큼 연료와 무기를 지원 받았기에 본전이라 생각하고 초소로 돌아갔다.
“ 수고했네. 별 일은 없었나?”
“ 네. 공군의 지원 덕분에 큰 위험은 없었습니다.”
“ 다행이구만. 이번에 또 위험한 행동을 했다지?”
“ .....”
그새 부대장이 대령님에게 보고를 했나보다. 어째보면 팀에 위험이 될 수 있는 행동이었기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도착하기 무섭게 보고를 할 줄은 몰랐다.
“ 뭐.. 크게 위험한..”
“ 단독행동은 삼가게. 아무리 자네가 뛰어나다고 해도 팀 단위로 움직이는
부대라네. 그러니 다음부터는 부대장과 상의를 해서 움직이도록. 자네의 그
욱하는 성질이 자네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네.“
“ 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 명심하게나. 이제는 마지막이라네.”
“ 알겠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말. 여기가 밀리면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말이다. 이제는 우리가 지금껏 있었던 곳 중 가장 튼튼한 생존 구역이 된 이곳을 이제는 꼭 지켜야만 했다. 토벌 작전에 나갔던 인원은 간단한 장비 점검을 끝내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초소 근무는 제외되었기에 섬을 둘러봤다. 식당도 이제는 그럴 듯한 모습을 갖춰갔고 해변에도 철조망과 부비트랩이 설치된 모습이 보였다. 섬 입구에는 방벽이 올라갔고 마치 성벽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사람들도 활기찬 모습이었고 이제는 제법 예전 도심과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 다들 활기가 넘치는 군요.”
“ 부대장님?”
“ 집에 안 들어가시고 여기서 왜 방황하십니까?”
“ 뭐. 이래저래.”
“ 하하! 집에 계신 분이 들으면 화낼 말이군요.”
“ 그런가요?”
대령님에게 쪼르르 가서 보고한 것은 살짝 기분이 나쁘지만 저 위치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기에 별다른 반응은 하지 않았다. 이제는 초소에서만 근무를 서는 것이 아니라 해변을 순찰하는 인원도 생겼다. 여러 가지 변수를 가진 감염체였고 더군다나 감염 비둘기도 설치는 마당에 마땅한 탐지 장비가 없다면 인력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고는 숙소로 돌아갔는데 숙소 안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묵고 있는 방 뿐만 아니라 다른 인원이 묵고 있는 방들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 도대체 뭐지?”
다들 어디론가 사라진 것인지 방안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 설마...”
난 배들을 정리해둔 선착장으로 가서 우리가 선택한 배를 찾았고 그 안에서 우리 일행 전부를 찾을 수 있었다.
“ 왜.. 여기 전부 있는거야?”
“ 아!!!”
“ 아차!!!”
내 모습을 본 일행 전부는 아차 싶은 표정이었다. 그 중에 은혜는 가장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숙소를 옮겼으면 옮겼다고 이야기를 해주던가. 아니면 뭔가 쪽지를 남기든가
해야지. 말도 없이 전부 이곳으로 오면 어쩌냐?“
솔직히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괜히 기분은 좋지 않았다. 난 열심히 이곳을 지키려고 애쓰는데 이들은 나를 따돌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난감함 표정의 일행을 뒤로 하고는 배 밖으로 나갔다. 뱃머리위에 서서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어 물었고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내 뒤에 재효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 형..”
“ 왜?”
“ 아.. 그게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 알아... 그냥 오늘 피곤해서 그랬나봐. 평소라면 웃어넘길 상황이었는데 오늘은
그렇고 싶지 않네.“
“ 아냐. 우리가 잘 못했지.”
“ 하아. 아니다. 은혜는 지금 난감해서 미쳐가고 있겠구나.”
“ 잘 아네.”
“ 담배하나 피고 내려갈게. 가서 그냥 담배 피러 나왔다고 하고 화난 건
아니라고 전해줘.
“ 응!”
“ 어서 내려가 봐라.”
재효는 굳은 얼굴이 풀어지며 배로 들어갔고 난 반 쯤 타버린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아직 해가 지려면 몇 시간은 남았지만 왠지 하늘은 너무나도 무거워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