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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67화 (167/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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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담배를 다 피워갈 때 쯤 섬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 앵! 앵! 앵!"

" 설마!!"

짧게 울리는 소리는 지상의 감염체가 나타났다는 상황을 말해주는 것이다.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려 초소로 달려갔고 초소에는 무기를 들고 은폐엄폐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보통 감염체라면 먼저 가서 숫자를 줄여 놓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응방식이 다른 것을 보고 느낌이 좋지 않았다.

" 무슨 일입니까?!"

" 섬 입구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오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 생존자 입니까? 그럼 왜.."

" 문제는 그 주변에 대형 감염체가 몰려 있어서."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생존자가 다가오고 있는데 주변에 감염체라니? 난 고개를 내밀어 도로를 보고서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정서 형님?"

" 아는 사람입니까?!"

" 예..."

부대장의 말에 작게 대답을 했다. 정서 형님의 곁에는 보통 대형 감염체보다 몸이 훨씬 큰 감염체 수십이 호위를 하는 듯 에워싸고 우리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난 저번과 같이 말없이 뛰어나갔다간 또 싸울 것 같아서 부대장에게 말을 하고 움직이기로 했다.

" 예전에 같이 지냈던 형님입니다. 모습을 보아하니 저희에게 해를 가하려고

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한 번 나가보겠습니다."

" 위험합니다."

" 예전에도 몇 번 찾아왔습니다. 저희에게 중요한 정보를 주신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공격을 할 것이었다면 벌써 털렸겠죠."

" 알겠습니다."

나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안전 방벽의 문을 열고 정서 형님 앞에 섰다. 정서 형님의 주변의 감염체가 나를 노려보는 모습이 보였지만 크게 두려운 것은 없었다.

" 오랜만이네?"

" 그런 인사를 하기에는 상황이 별로라고 생각됩니다만."

" 하하! 그런가? 그래도 잘 지내는구나?! 이제는 제법 방어도 튼튼하고!"

" 염탐하러 오신 겁니까?!"

" 그럴 리가. 서울에서 지원도 받고 잘 살고 있는 것 아는데 뭘."

" 정보력이 상당하시네요."

" 뭘 이정도로. 너희가 세운 감염체 토벌 계획도 알고 있는데?"

" 어디선가 정보가 빠지고 있군요."

" 어디나 배신자는 있으니까."

" 여하튼 무슨 일이십니까? 산책이나 하자고 옆에 감염체를 끌고 오신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 사실은 여기를 정리할 생각으로 왔는데 계획이 바뀌어서. 너희가 전부 여기

있고 방어도 탄탄해서 쉽지 않을 것 같아서."

" 언젠가는 오겠다는 말씀이시군요."

" 뭐.. 언젠가는..."

" 옆에 대형 감염체. 변종이군요."

" 생각보다 생존자의 방어가 튼튼해져서 우리도 대비를 해야지."

여전히 푸근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모습. 그냥 그 모습만 본다면 절대 우리의 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다.

" 그럼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 음.. 원래 계획은 이 녀석들만 보내서 너희 전력을 확인하려 했는데 네 모습을

보니 이 녀석들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아서."

" 저를 보셨습니까?"

" 자주 보고 있지. 너 생각보다 힘이 강해져서 힘들지?"

" !!!! "

근래 들어 계속해서 강해지는 힘 때문에 애들을 피한 것도 있었다. 슈트를 배율을 마이너스로 해도 예전보다 강해지고 있는 능력으로 일상적인 생활이 힘들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 능력을 멀리서 보기만 했는데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 어떻게..."

" 뭐. 눈치는 빠르니까. 그것도 그렇고 이제는 우리도 힘든 상태라 한 동안

공격을 하지 않을 예정이야. 감염 비둘기야 어쩔 수 없고 간혹 몇 마리 정도는

공격을 하겠지만 대량의 숫자는 아니니 걱정 말고."

" 도대체 왜..."

" 우리가 움직이면 아마 서울에서는 눈치를 채겠지. 그만큼 많은 숫자가 움직일

예정이고.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일 될 예정이야."

" 마지막이요?"

" 응. 더 이상 소모전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나봐. 그리고 너와 같은 진화

인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쩐 이유에서인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더 이상

지체하면 우리가 필패라는 것을 알았겠지."

" 그럼 형님은..."

" 참네. 아직도 형님이라니. 잊었냐? 넌 나랑 적이라고."

" 뭐. 이상하게 형님에게는 악감정이 들지 않네요."

" 하하하! 도대체 너란 녀석은!!"

형님은 내 옆으로 헤드락을 걸며 머리를 쥐어박았다. 내 뒤에서 그런 형님의 모습을 보고 공격하려는 느낌이 들어 손을 들어 아니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 너희가 서울로 올라가면 위험하니 여기서 지내. 명목상 여기에서 감염체를

보낼 예정이지만 숫자는 많지 않으니 이 정도 화력이면 문제없겠지."

" 서울은..."

" 거긴 완전히 무너뜨릴 계획이야. 그곳만 무너지면 이제 인류는 새로 모든 것을

세워야 하니까."

" 그럼 이곳을 멀쩡히 두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옛 정."

" ..... "

정서 형님의 말에 나는 받아칠 말이 없었다. 심성은 착하디 착한 사람인데 도대체 무엇이 형님을 저렇게 변하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식적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지만 방법이 보통 방법과 완전히 달라서 그렇지 그냥 평범한 사람보다 오히려 순수한 사람인데.

" 형님을 오래본 것은 아니지만 형님 심성에서 도대체 왜 이런 무시무시한

계획에 동참하고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 예전에 말했잖아. 불공평이 너무 심화된 세상. 난 그런 세상이 싫었어."

" 그럼 다른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 다른 방법? 너 그새 잊었냐? 우리가 멀쩡히 살던 세상에는 돈 없고 연줄

없으면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뭘 할래야 할 수도 없고."

" 그럼 이제 만족하시는 겁니까? 모두 힘들게 살아가는 지금을?"

" 하하! 네가 힘들어?! 솔직히 너희 일행이 언제 죽을 고생을 하면서 지냈냐?

다른 생존자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겨울도 못 버티고 대부분 죽었어. 그런데

너희는 그래도 먹으면서 지냈고 얼어 죽지도 않고 살아남았잖아? 너희가

힘들다고 생각 하지마. 단지 너희는 지금 비교 대상이 없어서 힘들다고 생각할

뿐이니까."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다. 적어도 우리는 비바람을 피할 집이 있고 일정량의 식량이 있는 상태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 서울에 올 생각은 추호도 하지마라. 아무리 너라고 해도 서울에 있다면 절대

봐줄 생각 없으니까."

" ...."

" 그럼 선물로 이 녀석들 두고 간다."

" 네?!!"

" 네 능력을 보여줘. 참고로 이 녀석들은 네가 상대했던 대형 감염체보다 약간

강한 정도야. 프로도 타입이다보니."

" 무...무슨..."

" 잘해봐!"

" 형님!!!"

형님은 호위하던 대형 감염체를 두고 빠르게 육지로 향했다. 정서 형님이 사라지자마자 대형 감염체들은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 빌어먹을!!"

나는 그대로 칼을 들고 앞에 있는 감염체를 베었다. 보통이라면 사정거리 안에 있는 감염체 전부가 베어져야 정상인데 이 녀석들은 달랐다. 옆에 있던 녀석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자 바로 뒤로 물러나 내 칼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 젠장. 힘은 어떤지 몰라도 지능은 더 높잖아!"

" 야!!"

정서 형님과 헤어지는 모습을 보고 걸어오던 우리 일행이 갑자기 공격하는 감염체를 보고 빠른 속도로 뛰어왔다.

" 뭐야!"

" 형님이 선물 주고 가셨다!"

" 이런 건 뭐하러 받는 건데!"

" 받고 싶어 받았냐!!"

" 이 녀석들 지능이 훨씬 높아!!!"

" 일반 탄으로는 피해가 없습니다!"

기동대 인원까지 몰려와 사격을 했지만 두꺼운 피부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쳇... 힘은 크게 증가한 것이 아닌데 지능이 높아졌으니 상대하기 까다로운데."

" 비켜."

" 응?"

" 전부 뒤로 물러가!"

" 무..무슨 생각이야! 야!! 재원아!"

" 슈트 배율 정상."

난 마이너스로 되어 있는 슈트 기능을 정상으로 돌리고 앞에 있는 감염체를 노려봤다. 지능이 있다면 그 차이를 내 스피드와 힘으로 채울 생각이었다.

" 쾅!!!"

난 바로 도움닫기를 하고 감염체 무리 중간으로 뛰어들었다. 몇몇은 내 칼에 생명을 잃었지만 다른 몇몇은 바로 뒤로 피하는 모습을 보였고 나는 피할 것은 계산하여 한번 더 도움닫기를 하고 감염체를 베었다.

" 치이이익!!!"

" 막았어?!"

개중 한 녀석이 내 칼을 옆으로 잡고 버티는 모습이 보였다. 칼 날 부분을 정면으로 막은 것도 아니고 옆면을 잡았다는 것은 경험과 지능이 있다는 증거였다. 보통은 칼의 위험성을 모르고 지능도 낮다보니 그대로 막는 경향이 있는데 이 녀석은 달랐다.

" 퍽!!"

난 칼을 그대로 버리고는 뒤로 돌면서 바로 발을 들어 배를 노렸다. 하지만 내 속도 못지않게 빠르게 칼을 버리고는 팔을 이용해 배를 방어하는 녀석을 보고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함을 느꼈다.

" 형님..약간이 아니지 않습니까!!"

내 공격을 막아낸 녀석은 그대로 밀려났지만 큰 데미지는 없어보였다. 고개를 꺾으면서 내게 다가오는 모습은 흡사 인간과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 젠장. 몇 마리나 남았나?"

주변을 둘러보니 박 중사와 기태가 어렵기는 했지만 감염체를 제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기동대 인원들 중 슈트를 입은 인원이 감염체를 상대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성능이 딸리는 슈트인지 아니면 인원의 훈련 부족인지 확실하게 버겁게 상대하는 모습이 보였다.

" 우선 네 녀석부터..."

난 슈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최대한의 힘을 내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칼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일정 거리가 된다면 그대로 뛰어들어 한 방에 죽일 생각을 했다. 아무리 저 녀석이 단단하다고 해도 속도만 빠르다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내 공격을 예상했는지 일정 거리 이하로 다가오지 않는 녀석을 보고 내가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 죽으라고!!!!"

" 쾅!!!!"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내어 도약을 했고 녀석은 미처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대로 몸이 두 동강이 났다. 내가 도약한 자리에는 내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주변이 금이 가 있는 모습이 보였고 생각보다 힘을 많이 주었는지 내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수 십 미터는 더 미끄러지며 이동하다 간신히 멈춰 섰다.

" 뭐... 뭐냐?"

" 응?!"

순식간의 굉음과 사라진 내 모습을 찾지 못 한 인원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대로 다시 달려 일행 주변에 있는 감염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 시간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 너... 너..."

" 왜?"

" 어디 있다가... 뭐...뭐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기태를 보고는 그냥 웃었다.

" 슈트 능력치를 최대로 올린거야?"

" 아니. 제로."

" 뭐!!"

" 그냥.. 뭔가 내려놓으니 나도 변하더라."

" 얼마나 빨리 움직인 거야?! 너 움직이는 걸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 다들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그렇지. 슈트를 입고 이 정도는 너희도 움직일

수 있어."

" 가능은 하겠지만 전투 후에는 재원씨처럼 서있기는 힘들 것입니다."

부대장이 내 옆에 와서 말을 했다. 마치 괴물을 보는 듯 한 눈빛이 마음에 걸렸지만 나는 웃으며 말했다.

" 어서 들어가자. 정서 형님이 해준 이야기를 해줄게."

나는 그대로 방향을 돌려 섬으로 걸어갔고 부대원들과 우리 일행도 나를 따라 섬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정서 형님이 전해준 정보를 대령님과 부대장. 그리고 우리 일행에게 이야기를 했다.

" 그런 말을 서울에서 믿어줄 리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 하지만 정서 형님은 그간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 그래도 그 사람은 현재 저희를 공격하는 적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개인적인

감정이 남아 도움을 주었다고 해도 그 것을 어떻게 상부에 납득을 시킵니까?"

" 기태야 진정해. 맞는 말이야. 우리에게는 개인적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지금

이 상황에 가장 큰 위험이 되는 적이니까. 그리고 위에서도 뭘 믿고 우리를

믿어주겠어?"

" 그럼 이대로 서울이 무너지는 것을 봐야하나..."

" 대령님?"

" 우선 내가 가서 이야기를 해보겠다만. 큰 기대는 하지 말게나. 솔직히 적과

친한 인물이 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우리 입장에서 첩자로 오인 받을 상황이

충분하고 더군다나 우리 측에도 첩자가 있으니 그 위험성은 더 커지겠지."

" 형님도 우리가 서울에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야기 해줬겠죠."

" 큰일이구만..."

" 좋게 생각하면 우리는 살아남고 서울인원은 몰살이라."

" 상대했던 감염체는 어떤가?"

" 우선 일반 탄은 거의 피해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능이 높아 학습능력도

빠릅니다. 그러다보니 움직임 자체는 월등히 빨라진 것은 아닌데 요령을

습득하는 모양인지 상대하기가 어렵습니다."

" 그런 녀석을 재원이는 1분도 안 되서 쓸어버렸지만요."

" 무서운 녀석."

어째 화살이 나로 바뀌는 것 같아 서둘러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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