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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68화 (16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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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나는 테이블에 마련된 물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다.

" 그럼 서울로 올라갈 생각입니까?"

" 무슨 소리야? 여기가 안전하니까 여기에 있어야지."

" 서울이 무너지면 생존자의 거의 전부가 전멸하는데? 여기서 보고만 있자고?"

" 맞습니다. 가서 도와줘야합니다."

" 하지만 그것도 공격이 이뤄진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네.

우리말을 듣지도 않을텐데 가서 뭘 할 수 있겠나?"

공격이 올 것을 대비해서 방어를 해야 그래도 최대한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는데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보면 아마 방벽을 세우고는 최소한의 인원으로만 근무를 돌릴 것이 뻔했다. 그런 상황에서 향상된 감염체가 온다면 분명 순식간에 밀릴 것이다.

" 그래도 가서 이야기를 해보겠네. 다른 핑계를 대야겠지. 어째든 상부에서도

감염체를 조종하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감염체의 움직임이 다시

서울로 향하는 것 같다고 둘러대겠지."

" 제발 믿어줬으면 좋겠군요."

" 큰 기대는 하지 말게나."

우리는 그 외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계속해서 회의를 지속하려고 했지만 곧이어 들린 싸이렌 소리로 인하여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 애애애앵!!!"

" 젠장!! 감염 비둘기다!"

길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로 우리는 서둘러 초소 위로 올라갔고 육지에서 날아오는 감염 비둘기를 확일 할 수 있었다.

" 어서 건물 안으로 피하십쇼!"

" 근무 인원도 전부 복귀해!"

" 차량을 타고 움직여!!"

현재는 마땅한 감염 비둘기 제거 방법이 없었기에 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대형 감염체를 제대로 처리 하지 않고 들어온 것이 문제가 된 것 같았다. 감염 비둘기는 우리가 처리한 감염체 시체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는 모습이 보였고 뭔가를 뜯어 먹는 것이 보였다.

" 잔인하군."

" 생태계가 다른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군요."

" 참네..."

다행히 우리가 목표가 아니라 쓰러진 감염체였기에 큰 위험은 없었지만 괜히 움직여 감염 비둘기의 시선을 끌고 싶지는 않았다. 무식하게 감염체를 뜯는 비둘기를 보니 이제는 더 이상 우리가 예전에 알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비둘기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변한 모습을 보고 완전히 변해버린 생물체.

이제는 새로운 종으로 탄생된 녀석들을 보며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저 새들과 나는 다를 점이 없었다. 살기위해 모습이 변한 비둘기와 살기 위해 능력이 변하되는 나. 그리고 생존자들. 신의 저주인지 선물인지 모를 급격한 진화와 변화. 나는 저물어가는 해를 보면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 방벽을 내려왔다. 괜히 담배냄새가 감염 비둘기를 자극할까 가능한 멀리 떨어져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다행이 감염 비둘기가 전부 사라질 때까지 별 위험은 없었다. 사람들은 안전한 상황인 것을 확인한 후에 숙소에서 나와 다시 일을 시작하였다. 나도 다시 배로 돌아가 배 안을 둘러봤다. 몇 번을 왔지만 대충 보고 말았던 곳인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크기를 자랑했고 내부도 무척이나 호화스러운 그런 배였다.

" 미안해요. 제대로 말을 못해서."

내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은혜가 나에게 사과를 했다. 물론 잘못의 근본 원인은 제대로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대화도 별로 없었던 나였지만 말이다.

" 아냐. 내가 요새 자기에게 너무 소홀한 것도 있고 너무 내 생각만 한 것

같네."

" 아니예요. 그래도 이런 것은 제가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 괜찮아. 괜찮아."

울먹이는 은혜의 모습을 보고 잘 다독였다. 의지할 사람이 나 뿐일텐데 그 동안 혼자서 얼마나 고생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미안했다.

방에서 나가보니 응접실로 보이는 곳에는 간단한 주전부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 오랜만에 다들 모여서 수다나 떨자고!"

박 중사가 자리를 마련한 것인지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고 그런 박 중사 옆에 낯선 여자가 도와주는 모습이 보였다.

" 누구..?"

" 아!! 소개가 늦었네. 아름이라고 내 여자친구!"

" 와... 바쁜 와중에 잘도..."

" 내가 뭐가 바쁘냐?! 네가 제일 바쁘지."

" 나이차이가 꽤 나보이는데.."

" 열 살이라던데?"

" 컥!!"

노안을 자랑하는 박 중사와 동안인 여자 친구가 같이 있으니 모르는 사람이라면 관계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다행이 다른 인원들은 그간 왕래가 있었는지 어색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진 것을 보고 정서 형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다른 생존자에 비하면 우리는 엄청 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물론 그 과정에서도 정서 형님이 알게 모르게 도와준 것도 분명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있는데 은혜가 내 옆으로 와 팔짱을 끼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들 편히 앉아 수다를 떨었고 우리는 오랜만에 마음 편히 웃을 수가 있었다.

" 배들이 잘 정리되어 있네."

" 응. 섬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이제 배로 도망치려고 정리를 해뒀다던데?"

" 그나저나 이 배의 정체는 뭔데 이렇게 커? 어라? 저긴 유람선도 있네?"

" 이제 인원이 많으니. 피난갈 곳도 커져야겠지."

기태와 나는 뱃머리에서 담배를 나눠 피며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애들과 다르게 기태는 어릴 적부터 친구라 많은 말은 필요가 없었다. 새카만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달을 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었다.

" 서울만 지키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는 건가?"

" 글쎄. 다시 예전처럼 편하게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그랬으면 좋겠다."

" 그래도 근무를 안서니 다행이네."

" 그러면 뭐하냐? 내일 아침에 바로 나가야하는데."

" 아.. 젠장... 어서 자야하는데."

내일 아침 바로 육지로 가서 감염체 정리 작업을 해야만 했다. 정서 형님이 말을 했지만 숫자를 줄여가야 나중에 상대할 감염체의 숫자가 줄어드니 시간이 있을 때 마다 감염체를 제거해야만 했다. 다행이 박 중사가 마련한 다과는 금방 끝났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 쉬기 시작했다.

" 출발!"

" 부웅!!"

이른 새벽. 해가 뜨자마자 우리는 섬을 나갔다. 이제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감염체를 제거했고 정서 형님의 말이 맞는지 꽤 번화가인 곳인데도 보이는 감염체는 얼마 없었다.

" 정말인가 보군요."

" 거짓말을 하실 분은 아닙니다."

" 하지만 이런 상황을 서울에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

부대장이 일반 감염체를 마무리하면서 말을 했다. 감염체 시체를 한 곳에 모아 불을 태우고는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중 우리는 엄청난 숫자의 감염체 무리가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서울 방향인데."

" 젠장."

" 공군에 지원요청을 하면 안 됩니까?!"

" 무전은 해보겠습니다!"

"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감염체가 남은거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숫자를 보며 이것이 시작이라는 것이 더 큰일이었다. 지금 보이는 저 숫자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더 많은 숫자가 남았다는 것이 우리를 두려움에 빠지게 만들었다. 제대로 방어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밀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 무전은 했는데 조취는 없다고 합니다. 정확한 이동경로도 모르고 당장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 지원을 해주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 참네. 방향이 바뀐 것만 봐도 모르나?"

" 제길. 천하태평이구만!"

" 우선은 어쩔 수 없으니 피하도록 하죠. 부딪혀봐야 좋을 건 없습니다."

" 알겠습니다."

" 그깟 미사일 한 발 때문에.."

우리를 아쉬움을 뒤로하고 상대할 수 없는 숫자의 감염체를 바라만 보고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 응?!"

" 왜?"

" 생존자다!"

" 정말?!"

번화가를 지나 한적한 주택에서 움직임이 느껴졌고 우리는 그 주택을 향해서 차량을 운전했다. 평범한 담벼락이 있는 주택이었고 단독 주택이지만 2층에 꽤 넓은 마당도 보유한 집이었다.

" 아무도 없는데?"

" 이상한데? 안으로 들어가 볼까?"

" 끼익..."

" 어?"

철제로 만들어진 대문이 기분 나쁜 쇳소리를 내며 열렸고 50대 전후의 남자가  공포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 군인... 이십니까?"

" 네. 저희는 섬에서 머무르고 있는 인원입니다. 혹 혼자만 살아남으셨는지요?"

" 아닙니다. 집안에 식구들과 친구들이 있습니다."

열린 문틈 너머로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총기류는 아닌 농사에 쓰이는 기구들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 보통 이런 상황이면 군인을 반겨야 정상인데 뭔가 두려운 모습인데?"

" 응. 이상하네."

"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가셔서 생활하시죠. 안정된 공간이라 여기보다는

편하게 지내실 수 있으실 겁니다."

" 사양하겠습니다."

" 네?!"

" 저희는 더 이상 어디에 소속되고 싶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감염체의 공격을

받아 죽는다면 그것이 저희 운명이겠지요."

" 하지만.."

" 저희 일행은 생존 캠프에서 지내다 무너지고 지내다 무너진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많은 피해를 받았습죠. 그리고 캠프 안에서의

생활을 경험해보니 차라리 이렇게 따로 살아남는 것이 편하더군요. 그러니

돌아가 주시죠."

" 저희는 그런 캠프와는 다릅니다. 강제성은 없습니다."

" 괜찮습니다. 더 이상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하아..."

도대체 생존 캠프에서 무슨 일을 당했기에 저러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내가 지냈던 생존 캠프도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강제적인 생산 활동과  활개치고 다니는 힘 있는 사람들로 인해 일반 생존자들은 힘들고 불편한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기에 이해는 되었다.

" 가시죠."

" 하지만!!"

" 부대장님이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강제성은 없다고. 여기가 편하다고 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러니 저희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만약

무슨 일이 생기시전 섬으로 오십시오.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럼."

남자는 문을 닫고는 자물쇠를 채우고는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 도대체 왜 이런 위험한 곳에서.."

" 저 사람들은 이곳이 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돌아가시죠."

부대장은 내 말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차량에 올라탔다.

" 이동!"

각자의 삶의 방식과 자신의 의지가 있으니 꺾을 수는 없다.

" 죽어도 자신의 집에서 죽겠다는 생각인가?"

" 자기 집?"

" 보아하니 원래 자신이 살던 집 같은데?"

" 그래?"

김 중사와 나는 달리는 차량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급정거를 하는 차량으로 인해 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 세상에...."

" 헉!!!"

우리는 멀리서 이동하는 마치 초원의 소 때 마냥 무리를 이뤄 서울 방향으로 가는 감염체를 보고 차량을 세운 것이었다. 꽤 넓은 경작지로 보이는 평지였지만 조금 전의 그 감염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숫자였다.

" 저렇게...저렇게... 많이 있단 말야?"

" 하하..."

"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은거야!"

" 어서 이 상황을 서울에 알려!"

" 알겠습니다!"

"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 하루도 채 안 걸리겠죠.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으니까요."

부대장이 심각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고 무전을 했던 부대원이 난감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 역시... 폭격은 불가능하답니다."

" 그럼 뭔가 쏠 것도 없는 겁니까?"

" 지금 당장은.."

"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 빌어먹을.. 설마 스파이가 생각보다 깊숙이 관여한 건가?"

" 젠장!"

우리는 물밀듯 밀고 올라가는 감염체를 보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이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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