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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69화 (16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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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부대장이 직접 나서서 무전을 했지만 서울에서는 별다른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 직접적인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얼마 남지 않은 무기를 소비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 젠장!!"

발아래에 있는 돌을 걷어차며 거칠게 말하는 부대장을 보니 마음이 씁쓸했다.

감정 기복이 거의 없는 부대장이 저 정도로 표현한다면 꽤 열이 받았다는 것이다.

" 무슨 소리를 해도 씨알도 안 먹히는군요."

"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 아무래도 생각보다 스파이가 많던지 아니면 그 스파이가 힘이 꽤 있나봅니다."

" 하아..."

" 대령님에게 무전이 왔습니다. 섬으로 돌아오셨답니다."

" 저희도 돌아가죠."

" 네."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섬에 도착할 수 있었고 도착하자마자 대령님을 만났지만 역시나 대령님의 대답도 우리의 무전 내용과 다른 것이 없었다.

" 생각보다 스파이의 힘이 큰 것 같습니다."

" 아닌 것 같네. 아마도 지금 현재 생활에 안도하는 것 같네."

" 네?"

"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는데 감염체가 온다고 해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더군. 예전 생존 캠프와 같이 안전하다고 느껴서 주변의 감염체를

제거하는 일을 소홀히 하겠지. 이제 다른 일에 신경을 쓰면서 빨리 예전

생활을 되찾고 싶겠지."

" 공격이 있을 예정이라는 것은.. 말씀 하셨습니까?"

" 말은 하기는 했지. 차마 원래 우리 일행이었던 사람이 적이라는 말은 못

했지만 감염체의 방향이 다시 서울로 향하고 있다고는 말을 했다네. 하지만

귀담아 듣지 않더군."

" 저희가 가서 막을 방법은 없겠죠?"

" 그 많은 숫자를 어떻게 막을 생각인가."

" 하긴... 그럼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겠죠?"

" 그 정서라는 사람을 찾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구만."

대령님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을 했다. 난 가만히 듣고 있다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 정서 형님은.. 인류 대부분의 제거입니다. 남은 소수의 인원으로 새로 다시

질서를 잡아가려는 계획입니다."

" 설마..."

" 도대체 왜?"

" 세상의 불균형 때문이겠죠.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해드리겠지만 대충 감은 잡히시죠?"

" 허허... 참 대단한 사람이구만."

" 뭐 혼자서 하는 행동도 아니고 그쪽에도 무리를 이뤄서 움직였으니

가능하겠죠."

" 그래서 저희는 남겨 뒀던 것이군요."

" 네. 옛 정인지 저희라면 새로 만들 세상에서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인 상황이죠."

" 그나저나 큰일이구만. 정찰병의 이야기를 들으니 감염체의 숫자가 엄청

많다고 하던데."

" 네. 과연 서울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숫자일지 의문입니다."

" 서울이 무너지면 저희도 타격을 받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합니다."

" 하지만 부대장님. 우리말은 듣지도 않는데 무슨 수로 대비시킵니까?"

" 감염체를 몰고 서울로 가는 겁니다."

" 네에?!"

다들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쳤고 난 부대장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소화 가능한 무리로 이동하는 감염체를 끌고 서울로 올라가서 공격하게 만들면

우리 의견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군요."

" 맞습니다. 조금 위험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대비하려고 움직이기는

하겠죠."

" 잘못하면 거의 반역수준인데요?"

" 지금은 최선의 방법이군요."

" 대령님의 생각은 어떴습니까?"

" 어쩔 수 없다면 그 방법이 최선이겠군."

다들 부대장이 꺼낸 말에 찬성은 했지만 선뜻 힘을 실어주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작전이었다.

" 시간이 남았다고하니 당장은 무리겠군. 감염체의 이동 경로를 주시하고 위험

하다고 판단되면..."

" 대령님! 서울이 공격받고 있다고 합니다!"

" 뭐?!"

" 벌써?!"

우리는 회의실 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온 부대원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 감염체 무리를 본 것이 얼마 안됐는데 그 정도 숫자가 벌써 서울에 도착할 수는 없었다. 보통 사람이 걷는다고 해도 반나절가까이 걸릴 시간인데 걸음이 느린 감염체가 뛰어서 갔을리도 없는데 말이다.

" 현재는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만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이대로 지속이 된다면 저희도 지원을 하라는 무전입니다."

" 참네. 지금까지 뭘 듣고 있다가 이제야."

우리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다가 감염체가 들이 닥치고서야 다른 캠프에 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고 허탈했다.

"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고 움직일 것을 결정하도록 하지."

" 알겠습니다."

회의를 끝내고 우리는 방벽위로 올라갔다. 멀리 감염 비둘기로 추정되는 새 때들만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고 밀물로 인해 길은 사라진 상태였다.

" 이길 수 있을까?"

" 당연하지."

" 무슨 자신감이냐?"

김 중사의 말에 난 자신있게 대답했다.

" 그냥. 느낌이 좋아."

" 워우."

김 중사와 나는 방벽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말없이 서 있었다.

" 우리는 안전할까?"

" 무기만 충분하다면 큰 위험은 없을 것 같아. 감염체 집단은 우선 서울을

목표로 삼고 있으니."

" 다른 국가는 어떨까?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상황인가?"

" 아마 무리지 않을까 싶다."

" 하아..."

" 세상 떠나가라 한 숨 쉬지 마.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자나."

" 말이라도 못 하면."

" 하하!"

근무자들이 방벽을 순찰하는 모습을 보고 나와 김 중사는 내려와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메뉴를 보고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고기?!"

" 쌀 밥?!"

" 하하..."

" 서울에서 지원이 온 식량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한 번은 배부르게 먹어야

감염체를 막을 수 있겠죠."

" 감사합니다."

식당 담당자의 큰 결정으로 인하여 섬 전체 인원이 오늘은 배부르게 먹을 수가 있었다.

" 날씨가 심상치 않은데?"

" 배가 많이 흔들리는데."

" 한 여름에 태풍이 올라오나?"

우리는 배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점점 거세지는 파도를 느끼며 불안감에 떨었다. 지금은 배에서 생활하니 파도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기에 잘못하면 배에서 지내기 힘들 수도 있었다.

" 바람도 점점.."

" 이러다 멀미 하겠다."

" 우선 다른 곳으로 나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여긴 방파제도 없고 파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물건이 없는데."

" 이런 문제가 있었군."

" 감염체로부터는 안전한데 날씨로부터는 안전하지 않군."

" 장단점이 있구나."

" 토할 것 같아."

배의 움직임이 심해지자 하나 둘씩 멀미를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여자들이 먼저 눕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바람이 심해지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고 우리는 간단한 침구류만 챙겨 근처 건물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 컥! 컥!"

" 쏴아아아!!!"

" 얼쑤? 비까지?!"

" 가지가지 한다 정말."

배를 나가려고 준비를 끝내고 나가려는 순간 하늘에는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방수도구도 없는 상황에 이 물건들을 들고 건너편 건물로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 큰일인데."

" 그냥 여기서 있어야 하나?"

" 애들이 못 버틸 것 같은데."

" 그렇다고 맨 몸으로 자는 것도 무리일텐데? 이미 건물을 뒤져서 필요한 물품을

다 챙겨가서 빈 건물인 상황인데."

"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가?"

"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다른 배들도 상황이 비슷한지 다른 곳에서 지내려는 사람들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고 배 위에서 속을 게워내는 인원도 보였다.

" 그냥 있어야 하나.."

" 빨리 재우자. 그럼 좀 나아지겠지."

" 그래."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로 이동은 힘들 것 같고 어쩔 수 없이 배안에서 계속 있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배로 돌아가 멀미를 하는 인원을 억지로 재우고는 나머지 인원도 억지로 잠을 청했다. 흔들리는 배를 요람삼아 잠을 청하니 그럭저럭 잘 만했고 나는 은혜 옆에 눕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잠이 들었다.

" 죽을 맛이다."

" 최악인데."

엄청나게 흔들리는 배로 인해 대부분의 인원이 잠에 들지 못했고 일어나서 응접실에 앉거나 누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밖에는 비바람이 계속해서 몰아치고 있었고 소파에 누워있는 은혜는 안색이 하얗게 변한 상태였다. 계속해서 속을 게워내다 보니 체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이제는 비슷한 처지인 남자들도 생겨났다.

" 생각보다 약하다?"

" 아.. 배는 정말.."

김 중사도 멀미가 심해졌는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마지막까지 멀쩡한 나도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은혜 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 쏴아아!!"

" 파도는 잠잠하네. 비는 아직 내리는데."

" 다들 괜찮아?"

" 그런 것 같던데? 새벽쯤에 바람이 잠잠해져서 잘만했네."

" 끄응..."

" 기태는 아직도 죽을라고 하네?"

" 힘들어. 힘들어."

" 아침으로 뭐가 나왔으려나? 조금 얻어 와야 할 것 같은데? 죽이나 소화가

잘되는 종류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 쌀은 부족하니까 죽은 무리일 것 같고..."

비교적 멀쩡한 나와 박 중사가 식당에 음식을 받으러 갔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기는 했지만 새벽 내내 고생을 했더니 배가 고팠다. 물론 나만 그런 것인지 다른 인원은 별로 밥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다행히 아침은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 나왔고 어제의 여파이지 식당에서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처럼 얻어가는 인원은 있었지만 많지는 않았기에 양껏 얻어갈 수 있었다.

"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사람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불행이라고

해야하나."

" 푸핫! 젠장 비 봐라!"

간혹 불어오는 바람으로 비가 땅에서 솟구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면에서 맞는 비는 크게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 에구구.. 도착했네."

" 다들 상태가 난장판이군."

응접실에 널려져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애들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하늘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 뭐지?!"

나와 박 중사는 빠르게 밖으로 나갔고 하늘에는 몇 대의 전투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 이제야..포격을 하는거야?"

" 급하긴 급한가봐."

" 진즉에 공격을 했으면 좋았을 것을.."

뒤이어 몇 대의 전투기가 더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고 그런 전투기를 한참을 바라보고는 다시 배로 들어가 챙겨온 식사를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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